2024-04-01 10:30:34
당뇨병 치료제인 GLP-1 작용제와 인슐린 주사제의 높은 미국내 가격과 개도국 이하 국가들이 사용할 수 없는 낮은 접근성을 성토한 ‘미국의사협회 네트워크 오픈 저널’(3월 27일자) 표지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혁신을 불러 왔다고 평가 받는 GLP-1 계열의 치료제가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정작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건강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 네트워크 오픈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Network Open)에 게재한 ‘국경 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 Médecins Sans Frontières, MSF)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 환자 대부분은 GLP-1 계열 치료제를 통한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MSF는 보고서에서 GLP-1 계열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의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인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 GIP/GLP-1 이중 작용제인 티어제파타이드(tirzepatide) 성분의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인 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 등의 높은 전세계적 수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비싼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조명했다.
브라질 경우 GLP-1 계열의 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해 환자가 월 95달러(약 13만원)를 지불해야 하며, 남아프리카에서는 115달러(15만 5000원), 라트비아에서는 230달러(31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무려 353달러(47만 6000원)에 달한다. MSF는 당뇨병 치료용 GLP-1의 최저 원가는 월 0.89달러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이는 미국인이 원가 대비 3만9652%의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MSF는 GLP-1 계열 치료제를 제공하는 제약회사 중 어느 곳도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의약품 접근성 개선 캠페인을 담당하는 크리스타 세푸크(Christa Cepuch) 약사는 “GLP-1 계열 신약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절대적인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의 수억 명의 사람들은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전세계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의약품을 공급할 수 없으므로, 환자의 목을 조르는 것을 즉시 포기하고 더 많은 제조업체들이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 발전의 이점이 인구 전체에 공평하게 공유되지 않는 글로벌 건강 불평등을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보고서를 접한 미국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 위원회(일명 HELP 위원회) 위원장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도 성명을 통해 노보노디스크에서 오젬픽과 위고비의 미국 내 정가(각각 월 935달러, 1350달러)를 캐나다 오젬픽 가격인 월 155달러로 낮춰줄 것을 촉구했다. 독일에서의 오젬픽 가격은 59달러에 불과하다.
샌더스는 “오젬픽은 미국의 당뇨병과 비만 확산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해당 제품 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추지 않는다면, 정작 약이 필요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돈 때문에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은 HELP 위원회 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최근 1년 3개월간 인슐린과 천식치료제 약가 인하를 요구, 대부분 관철시킨 바 있다. 이번에는 GLP-1 계열 당뇨병 및 비만 약을 타깃삼았다. 그는 주말이면 자가 운전해 캐나다로 넘어가 의약품을 구입할 정도로 미국 약가가 비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인슐린주사제도 미국 환자는 터무니 없는 바가지, 남아공 1.99달러 vs 미국 90.69달러 … “펜형이라고 비쌀 이유 없어”
MSF는 GLP-1 작용제보다 훨씬 수요가 넘은 인슐린 주사제도 겨냥했다. MSF 조사 결과, 기존 주사기보다 편리한 대안으로 꼽히는 사전 충전형 인슐린 펜도 가격이 너무 비싸 환자들이 쉽게 구할 수 없은 것으로 조사됐다.
MSF는 “미국 내 사전 충전형 인슐린 펜형 주사제 1개 현재 가격은 90.69달러로 인도 5.77달러 대비 너무 높다”며 “제조회사가 제네릭 회사와 협의한다면, 펜당 가격을 0.94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 충전된 인간 인슐린 펜형 주사제 1개는 남아프리공화국의 경우 1.99달러, 인도 5.77달러, 필리핀 14달러 수준이다. MSF는 제네릭이라면 개당 0.94달러로 충분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속형(장시간형) 사전 충전형 인슐린 유사체 펜형 주사제의 가격은 남아프리카공화국 3.00달러, 인도 7.90달러, 필리핀 25.20달러인데 반해 미국 28.40달러라고 말했다. 영리를 취할 수 있는 최소 가격이 1.3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제약업체는 미국에서 2153%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인슐린 펜형 주사제가 단가만 낮춘다면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은 바이얼에 비해 더 저렴한 옵션이 될 수 있다며 펜형 인슐린을 주사하는 고소득 국가의 표준 치료비용은 환자 당 연간 111달러로, 오히려 바이알에 담긴 인간 인슐린보다 30% 싸다고 언급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MSF의 헬렌 바이그레이브(Helen Bygrave) 박사(만성질환 담당 고문역, 미국 예일대 규제가혹성, 사회통합, 투명성 담당 교수)은 “펜형 주사제가 바이알보다 비싸야 한다는 통념은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을 감안할 때 무너져야 한다”며 “바이알과 펜형 주사제 등 이중 표준치료치료를 허용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약회사가 천문학적인 이익보다 사람을 우선시하고 펜 가격을 대폭 낮추어 당뇨병 치료에 대한 글로벌 이중 잣대를 종식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SF가 1형당뇨병 환자 옹호 비영리단체인 T1International과 공동으로 38개국 4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2%가 인슐린 펜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용량을 투여하기가 더 쉽고,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이 덜 고통스럽고 덜 낙인찍히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일반 인슐린 펜형 주사제와 지속성 인슐린 유사체 펜형 주사제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재됐다. 이는 각 국가에서 자체 필수의약품 목록 및 조달 계획의 우선순위를 지정하는 기준이 된다.
연구팀은 제조비용을 감안한 경제적 평가에서 SGLT2 억제제(카나글리플로진 제외)의 월당 적정 약가는 1.3~3.45달러라고 추산했다. GLP-1 작용제는 같은 기준으로 0.75~72.49 달러 정도가 적당하다고 제시했다. 또 하루 2회 혼합형 인간 인슐린 NPH(중간형)의 비용은 연간 61달러이며, 인슐린 글라진 또는 인슐린 아스파트를 함유하는 기저 인슐린의 비용은 연간 111달러라고 추산했다. 또 펜형 주사제를 재사용할 수 있다면 훨씬 낮은 비용으로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MSF 보고서는 끝으로 “전세계가 당뇨병과 싸우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커뮤니티에서는 제약회사가 이익보다 접근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건강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최근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서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GLP-1 계열 당뇨병 및 비만치료제가 면역항암제인 PD-1 억제제를 제치고 2024년 가장 많이 팔리는 약물 계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데이터는 GLP-1 계열 약물은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 19.2%를 기반으로 2029년 연 매출 1000억 달러(약 134조 75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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