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는 태국에서도 유명한 해변 여행지이지만, 사실 그 명성은 아름다운 해변보다는 수도인 방콕과의 근접성과 발달한 유흥가 때문이고, 해변도 그다지 깨끗하지 못하다. 흔히 꿈꾸는 에메랄드 빛 열대 바다를 보려면 파타야에서 다시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그 중 가장 가까운 곳은 꼬란섬이다. 영어로 Ko Lan이 공식 로마자 표기이나, Koh Larn, Ko Laan 등의 변형된 표기도 쓰인다. 꼬란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흔히 산호섬이라고 알려져 있다. 파타야에서 약 7㎞ 떨어져있고 발리하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40분 가량 가면 도착할 수 있다. 섬의 길이는 긴 쪽이 4㎞, 좁은 쪽이 2㎞ 정도이나, 대부분 산지라서 실제 활용 가능한 땅은 넓지 않아 숙박시설이나 식당 등은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따라서 대개 당일치기로 방문한다. 더 크고 유명한 꼬사멧, 꼬창 등의 섬들도 있으나,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는 파타야에서 가까운 꼬란이 괜찮은 선택이다. 한가지 팁은 패키지 관광객이 이곳을 단체로 방문하는 시간이 대개 이른 오전이므로, 점심 때 쯤 도착해서 오후에 비교적 한산하게 즐길 수 있다.발리하이 선착장에서 꼬란행 페리를 타고 이동하다꼬란 행 배를 탈 수 있는 발리하이 선착장은 파타야 중심가에서 남쪽에 위치한 워킹스트리트를 지나야 도착할 수 있다. 환락가로 유명한 워킹스트리트지만 다행히 낮에 지나치기에는 아이와 함께 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선착장까지 이동할 때 썽태우를 이용하면 편리하지만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면 적정히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혹은 해변도로를 노선버스처럼 달리는 썽태우를 타고 워킹스트리트 입구까지 가서 다시 발리하이까지 가는 썽태우로 갈아타면 좀 더 저렴하다.발리하이 선착장에서 꼬란에 가는 배편이 꼬란 내의 행선지는 여러가지다. 우리는 섬에서 가장 큰 해변인 따웬(Tawaen) 해변으로 가는 30밧(Baht, 태국의 화폐단위로서 1밧=약33원)짜리 배를 탔다. 시간은 40분 가량 소요. 평소에도 유독 멀미가 심한 딸아이는 바다 중간 쯤부터 멀미에 입술이 하얗게 변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는 그 멀미를 감수하고라도 다음날 꼬란에 또 가자고 할 정도로 너무나 만족스러워했기에 후회는 없다. 다음날 방콕에 숙소 예약만 되어있지 않았다면 정말로 꼬란에 한 번 더 갔을지도 모른다.따웬 선착장에 도착하면 왼쪽이 따웬 해변, 오른쪽이 쌍완(Sangwan) 해변인데, 한 눈에도 왼쪽 따웬 해변이 큰 것이 느껴지지만 그만큼 사람도 많고, 쌍완은 작고 아담했다. 잠시 고민하다 어린 아이와 함께는 작지만 좀 더 한적한 곳이 나으리란 생각에 오른쪽 쌍완 해변을 택했고, 결과는 예상대로 대만족.작은 섬인데도 물가는 허름한 시설 대비하면 비싸다. 무조건 하나는 잡아야 하는 선베드 하나에 100밧이고, 허름한 식당 겸 매점도 점심 때 아주 소박한 닭고기 볶음밥(카우팟 까이)조차 100밧에 봉사료 10밧까지 얹혀줘야 했다. 화장실도 유료라 매번 10밧씩 주고 다녔다. 하지만 이 모든 돈 내고라도 하루 더 있고 싶을만큼 좋았다. 건기(방콕 및 파타야 지역은 11~3월)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물이 맑고 색깔도 아름다웠을 뿐 아니라, 물이 따뜻해서 아이가 종일 들어가 놀아도 끄떡 없었다. 전날 수영장 물이 차가웠던 것 생각하면 파타야에서 이보다 더 좋은 물놀이 장소는 없다 싶었다.빅씨 (센트럴 센터) - 즐거운 슈퍼마켓 쇼핑파타야 숙소 가까이에 센트럴센터라는 쇼핑몰이 있고, 건물 안쪽에 빅씨(Big C)라는 태국의 유명 슈퍼마켓이 있었다. 꼬란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러 맥주, 과일, 저녁거리 등을 사왔다. 현지 물가에 익숙치 않은 여행자라면 흥정이 필요한 재래시장보다 정가에 쉽게 살 수 있는 곳이 편리하다. 빅씨에서는 과일을 통째로도 팔지만 먹기 좋게 잘라서 일회용기에 담아 팔기도 한다. 단가로 따지면 통째로 사는 게 더 싸지만 과일 한 통을 사도 다 먹을 수 없는 단기 여행자에게는 다양한 열대 과일을 맛볼 수 있는 포장된 게 유리하다. 파타야 북부도로 버스터미널서 방콕 에까마이 터미널로 이동다음 날 방콕으로 돌아왔다. 파타야 북부도로에 있는 방콕 행 버스터미널을 이용했다. 태국의 수도인 방콕은 대도시라 북부, 동부, 서부 터미널이 따로 있는데, 우리는 동부(에까마이) 터미널에 가는 버스를 택했다. 수완나품공항에서 파타야까지 타고 온 버스보다 약간 저렴한 대신 좌석 앞뒤 간격이 딱 그 가격 차이만큼 좁았다, 괜히 싼게 아니구나 싶었다.다음 편에서는 방콕 도심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싣고자 한다.
2016-07-14 15:24:08
몇 년 전 어느 날, 박선아님의 ‘일곱살 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곱살 딸아이와 단둘이 80일간의 유럽여행을 했던 엄마의 이야기로서,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하고 깨닫고 또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한번쯤은…’ 결행해보리라 마음먹었지만 꼼짝없이 회사에 묶인 몸이라 1주일 휴가도 감지덕지한 내게 현실적으로 불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난 몇 달 후, 내게도 기적처럼 2주일의 휴가가 주어졌다. 나는 이 황금같은 시간을 2012년 12월 당시 일곱살이던 나의 첫째 딸 지효와 단둘이 여행하는 데 쓰기로 했다. 꿈은 이뤄진다 … 직장에 매인 몸, 기적처럼 딸과 여행 성사 한국 나이로 일곱살은 미취학 아동이다. 여행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한없이 어린 나이다. 다행히 딸은 더 어린 나이에도 비행기 타고 태국보다 가까운 외국 휴양지를 다녀온 터라 태국 정도는 괜찮다 싶었다. 2주일의 꽤 긴 기간이라 솔직히 대학생 때 못 가본, ‘일곱살 여행’이란 책의 무대인 유럽으로 떠나고 싶은 욕심이 났다. 하지만 유럽은 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으로 길고 계절이 겨울이라 일곱살 아이에게는 힘들 거라는 판단에 가깝고 따듯한 동남아로 방향을 바꾸었다. 게다가 아빠와 아직 어린 딸, 단둘이 가는 여행은 대한민국 어느 아빠에게나 생소한 것이기에 여행인프라가 잘 구축된 태국이 불편하지 않은 여정을 약속할 것이라 판단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 있는 입헌군주국으로서 주변 국가 중에서는 드물게 다른 나라의 식민지배를 겪지 않은 나라이다. 공식언어는 태국어지만 워낙 관광산업이 발달해 수도인 방콕 등 외국 여행자들이 즐겨 방문하는 지역에서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국교는 불교로서 이곳 저곳에서 태국식 불교 사원과 승려들을 볼 수 있다. 일년 내내 무더운 열대 기후지만 11월에서 2월까지의 겨울은 상대적으로 덜 덥다. 낮에는 30도 이상의 더위가 계속되지만 밤과 아침에는 20도 내외까지 기온이 떨어져 비교적 쾌적하다. 한국인은 관광 목적으로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우리는 첫날 저녁 비행기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2006년 이후 방콕의 신국제공항이 된 수완나품공항에 안착했다. 인근 통타리조트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수완나품 공항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 동안 방콕, 파타야,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근교를 둘러본다는 계획을 잡았다. 공항에서 바로 출발하는 파타야행 오전 11시발 고속버스를 탔다. 한국의 일반적인 고속버스만큼 쾌적했다. 전날 탔던 저가항공 좌석보다 오히려 더 편안했을 정도다. 소요시간은 1시간 반~2시간. 파타야에서는 버스터미널이 아니라 북부·중앙·남부 파타야 교차로(North Pattaya Intersection, Central Pattaya Intersection, South Pattaya Intersection) 등에서 내려주므로 사전에 버스 웹사이트(http://www.airportpattayabus.com/)의 안내를 보고 간 게 도움이 됐다. 우리는 중부 파타야 교차로에서 내렸다. 파타야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썽태우(트럭을 개조해 화물 대신 사람이 탈 수 있게 만든 태국의 일반적인 교통수단)를 탔다. 지역마다 썽태우 운행 형태가 조금씩 다른데, 파타야에서는 한국의 일반적인 노선버스처럼 정해진 노선을 다닌다. 태사랑(http://thailove.net) 등 태국 정보 웹사이트에서 수집한 썽태우 노선도를 숙지한 터라 큰 어려움 없이 파타야 중부도로를 달려 목적지인 파타야 제2도로와 만나는 교차로에 도착했다. 내린 곳이 번화가인 듯해 일단 밥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슬슬 둘러보는데 인도인 거리인지 인도식당이 많이 보인다. 인도음식을 사랑하는 딸에게 슬쩍 물어봤더니 바로 오케이. 한국에서도 인도음식점 가면 즐겨 먹던 팔락 파니르 (시금치 치즈 커리)를 하나 시켜 나눠 먹었다. 파니르 치즈 씹는 쫄깃한 맛이 끝내줬다. 커리와 함께 먹으려 주문한 인도식 빵인 난 2접시에, 입가심으로 요구르트 음료인 라씨까지 다 해서 348밧(한화 만원 내외)이 나왔다. 태국까지 와서 웬 인도음식이냐 할 수도 있지만 한국 어디에서 이 가격에 이정도 맛있는 인도 음식을 먹을 수 있으랴! 호텔에 도착해 처음으로 한 것은…? 잡아놓은 파타야의 싸바이 윙 호텔은 교통이 편리했다. 길 건너 3분 거리에 빅씨(대형 마트)가 있고, 파타야 제2도로와 해변도로 사이에 있어 썽태우 이용도 편리하다. 무료 와이파이에 수영장도 두 개 있어서 아이와 놀기 나쁘지 않았다. 비수기에는 1500밧 정도 하는 호텔인데 성수기라고 1900밧을 받았다. 파타야가 유흥관광지인 만큼 더 비싼 곳으로 잡을걸 그랬나 걱정했지만 수영장에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도 많이 보이자 안심했다. 체크인 하자마자 수영복부터 챙겨 아이를 수영장에 풀어 놓았다. 수영장이 그늘져서 약간 서늘했지만 아이는 신나서 놀았다. 더운 나라 여행지에서 아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수영장 만한게 별로 없다. 나중에 알고보니 옆에 양지 바른 수영장이 하나 더 있었다. 그래서 꼬란섬으로 나갔던 여행 둘째 날은 건너 뛰고 셋째 날에는 오전에 체크아웃 직전까지 볕 좋은 수영장에서 실컷 놀게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보호자인 나도 편하거든. 다음 편에서는 파타야 앞 바다 꼬란섬에 다녀온 이야기를 이어볼까 한다.
2016-07-12 13:5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