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고풍스러움 담은 ‘빅토리아’와 해변 맛집들로키산맥을 둘러보고 캐나다 밴쿠버로 돌아오니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돼 이전보다 훨씬 더 맑고 따뜻했다. 따스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은 쾌적한 기분을 들게 한다. 날씨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가볍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밴쿠버만의 색으로 칠해진 그랜빌아일랜드준비해 온 지도를 따라 ‘그랜빌아일랜드’(Granville Island)로 향했다. 다운타운 중심거리에서 그랜빌스트리트(Granville St)를 따라 약 20분 정도 걸으니 다운타운의 끝을 연결하고 있는 그랜빌브릿지(Granville Bridge)가 보인다. 그랜빌브릿지 아래에 놓인 그랜빌아일랜드는 다리를 건너서 아래로 내려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그랜빌아일랜드에 도착하자마자 개성 넘치는 예술·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눈에 띈다. 그랜빌아일랜드는 원래 공장터와 창고만 남은 오래된 공장지대였지만, 1970년대 재개발되면서 지금과 같은 관광지로 탈바꿈됐다. 여전히 낡고 투박하지만 밴쿠버만의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색으로 칠해져 세련된 모습이다. 그랜빌아일랜드의 명소라면 단연 ‘퍼블릭마켓’(Public Market)을 꼽을 수 있다. 퍼블릭마켓은 그랜빌아일랜드 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다양한 음식과 신선한 재료를 살 수 있다. 마켓을 돌아보는 내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과 앤티크한 기념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갓 요리된 고소한 음식 냄새가 여기저기서 새어나오고, 주문한 음식을 받아오는 사람들의 표정들은 즐겁기만 하다. ‘무엇을 먹어볼까’ 고민하다가 맛있어 보이는 크램차우더(Clam Chowder)를 하나 사들고 퍼블릭마켓 밖으로 나왔다. 다운타운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크램차우더와 크루아상을 한입 베어 먹었다. 신선한 해산물의 맛이 부드럽고 감칠맛난다. 옆쪽에 마련돼 있는 간이 공연장에는 근사한 중년 남성이 풍성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크램차우더, 멋진 음악이 함께하니 간단한 식사에도 마음까지 풍요로워진다. 자연과 어우러진 테마파크,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파크’밴쿠버 다운타운을 기점으로 버라드만(Burrad Inlet)을 건너면 밴쿠버 북부(North Vancouver)에 이른다. 다운타운에서 버스를 타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바다를 건너가는 ‘씨 버스’(Sea Bus)라는 대중교통이 궁금해 워터프론트 스테이션(Waterfront Station)으로 향했다. 씨 버스는 이름처럼 바다를 이동하는 버스인데, 페리(Ferry)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 창밖에는 알래스카로 향하는 크루즈가 지나가고, 무거운 짐을 실은 화물선들이 천천히 움직인다. 수상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느새 20분이 지나 밴쿠버 북부 선착장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선착장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로 향한다. 여름이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버스 운전기사가 직접 가이드를 자처한다. 마이크로 밴쿠버 북부 구석구석을 설명하는데, 버스 안의 모든 승객들이 경청하며 즐거워한다.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로 갈 사람은 이번 정류장에서 내리라’는 안내를 듣고, 인사하며 내렸다. 작은 인사를 주고받았을 뿐인데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들뜬다. 곧 오두막 모양의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 파크 매표소가 보인다. 입장료는 성인 39.95달러(한화 약 3만6000원)이다. 구입한 입장권을 가지고 안내 센터로 들어가면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설명돼 있는 안내 지도가 보인다. 오랜만에 한국어로 설명된 지도를 보니 반가웠다. 입구에는 캐나다의 역사와 서스펜션 브릿지의 건설 과정 등을 소개한 스토리센터(Story Center)가 있다. 파크를 즐기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읽으며 안으로 이동했다.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는 높이 약 70m, 길이 약 140m의 제법 긴 흔들다리로 1889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더 튼튼하고 안전하게 재설계되며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내부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연간 8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 만큼 다리를 건너기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흔들다리 위를 건너는 사람들의 표정은 마치 놀이공원에서 인기 있는 어트랙션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상기돼 있다. 다리는 걷는 내내 무게중심에 따라 심하게 흔들리는데, 아파트 25층 정도 되는 높이에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필자도 자신만만하게 올라섰지만 결국 손잡이에 의지한 채 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었다.다리를 지나면 사람 키의 몇 배가 되는 나무들을 연결시켜 놓은 ‘트리톱 어드벤처’(Treetop Adventure)를 만날 수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흔들다리로 연결해 이동하다보니 마치 정글에서 나무타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가장 최근에 개장한 ‘클리프 워크’는 캐필라노 절벽을 따라 설치된 산책로다. 강철 케이블로 절벽에 연결돼 있는 모습이 아찔하다. 투명하게 처리된 바닥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파크 입구에서 챙긴 안내 지도에는 명소별 번호와 스탬프를 찍을 빈칸이 마련돼 있다. 스탬프를 모두 찾아 찍은 후 안내 센터로 가져오면 탐험가 수료증을 발급해준다. 곳곳에 숨겨진 각양각색의 스탬프를 찾는 재미도 있지만 파크 전체를 섭렵했다는 자긍심이 관광객을 우쭐하게 해준다. 캐나다 속 작은 영국, 빅토리아밴쿠버가 속해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끝자락에 밴쿠버아일랜드가 있다. 여기서 가장 큰 곳이 빅토리아로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주도이며 ‘정원의 도시’ 또는 ‘휴양의 도시’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빅토리아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캐나다지만 영국의 색채를 많이 담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받드는 뜻으로 건설됐으며 곳곳에 영국풍 건물이 눈에 띄는 등 영국의 전통과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밴쿠버에서 당일 또는 1박 2일로 섬에 있는 빅토리아를 여행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빅토리아 다운타운으로 이동하려면 스카이트레인, 페리, 버스를 갈아타는 데 약 3시간이 소요된다. 필자는 아침 일찍 서두른 탓에 점심 전에 빅토리아 다운타운에 도착할 수 있었다.다운타운 중심에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사당이 보인다. 보는 순간 고전적이면서도 웅장한 모습에 압도된다. 25세 젊은 설계사가 디자인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위용이 대단하다. 국회의사당을 둘러보고 건너편에 위치한 ‘이너하버’(Inner Harbour)로 향했다. 바다를 중심으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마주하고 있고, 여행객을 태운 마차가 도로 위를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이 신선하고 이색적이다. 이너하버 곳곳에는 길거리 공연, 예술작품, 다양한 형태의 동상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 난간에 기대어왔던 길을 되돌아 본다. 올 때는 보이지 않았던 색색의 싱그러운 꽃들과 푸른 바다, 주의사당의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바다 가까이로 가면 카약, 고래관찰(Whale Watching), 수상비행기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빅토리아를 떠나기 전 미리 알아본 피시 앤 칩스 음식점을 찾았다. 지도에 표시된 길로 따라왔는데, 아무리 봐도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선착장에 가까운 모습이다. 돌아서려는 찰나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 가까이 가보니 물고기 모양의 작은 간판과 길에 세워둔 아담한 메뉴판이 보인다. 오래된 듯 허름한 외관이지만 바다를 앞에 두고 맛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주문한 음식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신선한 야채와 갓 구운 빵, 진하게 내뿜는 바다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빅토리아를 마지막으로 밴쿠버 여행을 마무리하고 캐나다 동부로 향한다. 언제나 그렇듯 기억 속의 밴쿠버는 포근하고 아련하다.TIP. 빅토리아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사당에서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해준다. 운영시간(월~금요일, 오전 8시30분~오후 5시) 내 매시간 정각에 시작되며 약 30분간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가이드의 설명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안내데스크에 비치된 한국어 셀프 가이드북을 활용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투어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역사부터 주의사당 내부 구석구석을 소개하며 궁금점을 현장에서 해소할 수 있다. 가이드 투어 없이도 의사당 내부 입장은 가능하지만 빅토리아라는 도시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가이드 투어에 참여할 것을 추천한다.노윤수 여행칼럼니스트 roh_ys@naver.com
2016-10-27 12:08:01
캐나다 여행 준비를 할 때 꼭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가 ‘로키산맥’이다. 캐나다 여행 관련 서적을 읽다 보면 로키산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명소’, ‘세계 10대 절경’ 등 다양한 수식어로 표현된다. 북아메리카 서부 대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로키산맥은 총 길이가 자그마치 약 4500㎞에 이른다. 이 엄청난 산맥을 어떻게 둘러봐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로키산맥은 밴쿠버가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와 앨버타주에 걸쳐 있다. 밴쿠버에서 로키산맥까지는 버스로 약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보통 남부에 해당하는 밴프(Banff)에서 북부의 재스퍼(Jasper)로 이동하거나, 그 반대로 여행하는 게 통상적인 루트다. 버스를 타고 꽤 오랜 시간을 가야하지만 로키산맥을 다녀올 기회가 또 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새벽 일찍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몇 시간 지난 뒤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하늘과 코앞까지 내려온 안개로 혹시나 로키의 절경을 놓칠까 걱정됐다. 하지만 로키산맥을 잘 아는 일행은 ‘이 또한 로키의 매력’이라고 말해줬다. 그는 여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느끼고, 맑음부터 흐림까지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만나볼 수 있는 게 로키라고 설명했다. 이 곳의 신비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느새 로키산맥에 들어가 있었다. # 음악 선율로 표현된 아름다운 호수,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오랜 시간을 이동한 끝에 드디어 세계 10대 절경의 하나를 만났다. 구름과 하나된 듯 장대하게 펼쳐진 빙하를 배경으로 에메랄드 빛깔의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오랜 시간을 달려온 데에 대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잠시 넋 놓고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호수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잔잔하게 움직이는 에메랄드 빛깔의 물결이 신비롭다. 호수 한쪽에는 레이크 루이스 인기 코스인 카누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 서 있다. 호수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문득 호수의 이름과 같은 ‘Lake Louise’(레이크 루이스)라는 피아노곡이 머리를 스쳐간다. 이어폰을 꺼내 귀에 꼽고,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을 재생한다. 그는 이 호수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음악의 선율을 들으며 호숫가를 따라 마련된 산책로를 걸어본다. 잔잔하면서도 웅장하고, 깊은 여운이 남아있는 게 묘하게 닮아 있다. 자연과 사람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만든 명작을 감상하며 레이크 루이스의 절경을 기억 속에 한껏 담아 본다. # 청록색 물감으로 칠한 듯한 ‘페이토(Peyto) 호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도로라고 불리는 캐나다 93번 국도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창밖의 멋진 경관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밴프에서 한 시간 정도 이동하니 페이토 호수에 도착했다. 함께한 일행이 추천한 덕분에 잠깐 들리기로 했다. 작은 숲 속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니 호수가 한 눈에 다 보이는 전망대가 나왔다. 전망대에 올라선 순간 작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93번 국도를 타고 이동하면서 에메랄드 빛깔의 다양한 호수들을 봐왔지만 페이토 호수는 뭔가 특별하다. 움직임 하나 없이 고요한 호수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맑고 선명한 청록색은 방금 물감을 끼얹은 것 같다. 1900년대 초 로키지역의 가이드로 활동하던 페이토가 이 호수를 처음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을 호수에 붙였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에 마치 곰 발자국 모양으로 생겨 ‘곰 발바닥’ 호수로도 불린다. 문득 이런 멋진 호수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사람의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다. 전망대 앞 페이토 호수 안내판에는 1885년에 촬영한 당시의 흑백사진이 눈에 띈다. 사진 속 페이토 호수와 지금 보이는 모습이 다른 걸 확인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층이 점점 녹아내리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페이토 호수는 빙하가 녹으면서 호수로 형성된 까닭에 계절에 따라 녹아내리는 빙하의 양이 달라지면서 호수 빛깔도 달라진다. 울창한 숲과 호수의 색이 내는 조화는 계절마다 다른 경관을 보여줘 유명하다. # 아사바스카 빙하(Athabasca Glacier)에 발자국을 남기다 로키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아사바스카 빙하로 출발했다. 영어 발음으로 인해 ‘애서배스카’ 또는 ‘아타바스카’ 등으로도 불린다. 한국에선 구경도 할 수 없는 빙하를 직접 밟아보고 만져볼 수 있다니, 도착하기 전부터 긴장되고 설렌다. 매표소에서 빙하로 올라가는 설상차 탑승 티켓을 끊었다. 빙원을 올라가기 위해서 특별 제작된 설상차는 어마어마한 무게와 크기를 자랑한다. 설상차에 오르니 빙하의 경사가 너무도 가팔라 속도가 느린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20분 정도 이동하니 멀리서 반짝이던 빙하가 점점 눈에 들어온다. 한 여름이지만 세찬 바람에 여행객들은 준비해 온 두꺼운 옷들을 꺼내 입었다. 마침내 필자도 먼저 온 관광객들과 뒤섞여 아사바스카 빙하에 발자국을 남겼다. 숱한 사람들이 오고간 길이지만,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딘 것처럼 뿌듯하다. 직접 밟아본 빙하는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았다. 얼음으로 뒤덮인 스케이트장 같은 모습인데 신기하게도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다. 빙원의 끝은 하늘과 맞닿아있다. 최대한 빙원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보니,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하다. 그 아래로 흐르는 빙하수를 받아 한 모금 마셔본다.시원하게 넘어가는 느낌이 상쾌하다. 한 번 마실 때마다 10년씩 젊어진다는 속설에 괜히 기분이 좋다. 다시 돌아갈 시간이다.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웅대한 아사바스카 빙하를 돌아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에 내려가는 내내 눈을 뗄 수 없다. 며칠 동안 로키산맥을 둘러보고 다시 밴쿠버로 발을 돌렸다. 먼 이동거리에 둘러보기만 해도 시간은 빨리 흘렀고, 여행의 감동은 오래 남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자연의 웅장함에 숙연해진다. 노윤수 여행칼럼니스트 roh_ys@naver.com
2016-10-06 09:11:29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평소처럼 야근을 하고 집에 가는 택시를 타고 가던 중 문득 결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여유’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도 여의도 건물 대부분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무엇을 위해 나는 이렇게 바쁘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매일 야근하며 바쁘게 살았던 것도 아니다. 다만 앞만 보고 달려온 스스로에게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첫 여행지는 캐나다 밴쿠버로 결정했다. 이번 밴쿠버 방문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 어학연수를 핑계로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건너갔었다. 그때의 여유로운 생활이 그리워 또다시 찾아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약 10시간을 비행한 후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장시간 비행으로 지칠 법도 한데, 밴쿠버의 모습이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나듯이 반갑고 신기하다. #. 잉글리시베이에서 밴쿠버의 일상을 만나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잉글리시베이로 향했다. 다운타운에서 데이비스트리트(Davie St)를 따라 잉글리시베이까지 걸었다. 옛 감상에 젖어 천천히 걸었는데도 금방 도착한 기분이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햇살이 비추는 잉글리시 베이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다. 오후 5시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많은 사람들이 잉글리시베이에서 시간을 보낸다. 해변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해안가를 따라 조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애완견들은 바다를 보고 신난 듯 이리저리 뛰어 논다. 아직은 차가운 바닷물이지만 거침없이 들어가는 젊은 친구들도 간혹 보인다.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이야기 하는 커플을 보고 있으면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즐겁게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오랜만에 찾은 잉글리시 베이의 잔디밭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느껴보았다. 제법 강렬한 햇살이지만 밴쿠버 특유의 서늘한 바람 덕분에 기분 좋은 나른함이 감돈다. 잔잔한 바다 냄새가 코를 스쳐가고, 바다와 갈매기가 연주하는 이중주에 스르륵 눈이 감긴다. [TIP] 잉글리시베이의 랜드마크는 데이비스트리트와 덴만스트리트(Denman St)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모튼파크(Morton Park)의 동상들이다. 익살스런 표정과 동작은 따라하는 이들로 웃음을 자아낸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동작을 따라하며 기념촬영을 즐겨보자. 어느새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할 것이다. 또 매년 7월 말~8월 초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불꽃 축제가 열린다. 해안가나 잔디밭에 앉아 밤하늘에 수놓은 불꽃들을 보고 있으면, 벅차오르는 감동이 느껴진다. 여름에 밴쿠버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정확한 날짜를 알아보고 꼭 참여하자. #. 도심 속에서 만나는 쉼터, ‘스탠리파크’ 다운타운 팬더스트리트(Pender St)에서 19번 버스를 타고 스탠리파크로 향한다. 밴쿠버에서는 버스를 타고 내릴 때면 모든 이가 운전기사를 향해 땡큐라고 크게 외친다. 다소 올드하게 보이는 버스에서 이유 모를 정겨움이 느껴지는 이유는 이 때문인 듯하다. 필자도 스탠리파크 정류장에 내리면서 한번 크게 외쳐보지만 왠지 모를 쑥스러움이 느껴진다. 스탠리파크는 다운타운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 도심에 위치한 공원이라 정장 차림으로 벤치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러닝복 차림으로 달리거나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관광객들은 마차나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공원을 둘러보기도 했다. 본래 스탠리파크는 인디언 원주민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그 때문에 곳곳에 인디언의 흔적이 남아있다. 특히 원주민 부족의 전설을 조각한 토템 폴(Totem Pole)은 잘 보전돼 해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원 안내소에서 지도를 챙겨 산책로를 걸었다. 사람 키의 2~3배나 되는 나무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산책로를 제외하고는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서 있다. 공원이라기보다는 울창한 숲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의도치 않은 삼림욕에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조금 걷다보면 공원 외곽에 해안가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보인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다. 앞에 보이는 물이 강이 아니라 태평양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하늘과 바다, 공원이 만드는 절경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잠깐 벤치에 앉아 감상하니 해가 기울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약 2시간은 걸었는데, 공원의 3분의 1 정도 밖에 둘러보지 못했다. 관광객들이 셔틀버스를 타는 이유를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스탠리파크를 다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워 다음에는 공원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려 제대로 둘러보겠노라 다짐한다. 오후 8시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밝은 하늘을 바라보며 스탠리파크를 나왔다. [TIP] 스탠리파크에서 자전거 타기 스탠리파크 입구에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빌려주는 대여점이 있다.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산책로를 둘러보는 데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구간별로 다양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자전거 대여 가격은 시간당 약 10 캐나다 달러(한화 9000원 상당)이며, 신용카드나 신분증(여권) 등을 맡겨야 대여가 가능하다. 다시 방문한 밴쿠버는 기대한 그대로였다. 여전히 따뜻하고 포근했다. 잠시 동안 머물면서 가진 여유와 휴식은 지친 몸과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여행을 시작하며 ‘나’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시간과 일상에서 느끼는 소중함과 감사함을 만끽하는 중이다.
2016-08-03 11:45:42
하와이 전문 여행사 (주)투어파크코리아와 고잉나우하와이가 영어EDU투어와 하와이여행을 한번에 잡을 수 있는 2016년 맞춤형 하와이 투어 상품을 내놓았다. 총 10팀(팀당 자녀 1명, 부모 1명, 가족 추가 가능)을 모집한다. 시중가에서 315만원을 할인해 거품을 뺀 745만원으로 하와이에 다녀올 수 있는 이벤트를 오는 12월 29일까지 진행한다. 에듀투어란 교육(Education)과 관광(Tour)의 합성어로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환상의 섬 HAWAII’ 에듀투어는 2016년 1월 4일부터 14일까지의 9박11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현지에 40년 이상 거주한 현지 출신 교사가 인솔해 관광명소를 방문하고 현지 프로그램으로 놀이 및 영어체험학습을 진행한다. 환상의 섬 하와이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빼놓지 말아야 할 여러 명소를 둘러보고 체험한다. 박물관 견학, 자연생태 체험 피크닉, 하와이 문화체험 및 캠핑 등이 이뤄진다. 매일 마지막 일과에는 당일 체험한 내용을 교육 목적에 부합하게 담당 교사가 영어표현으로 리마인드 교육한다. 부모에게는 여행 기간에 어학연수 및 유학 관련 개인면담을 진행해 자녀의 영어교육 방향성을 가이드해준다. 특히 자녀의 어학능력 향상에 관심 많은 부모들의 심정을 반영, 현지에서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하는 카메하메하 스쿨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자녀의 어학공부 길을 터줄 예정이다. 고잉나우하와이 관계자는 “하와이 에듀투어 참가 대상자 모집에 들어간 이후 ‘실제로 자녀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에듀투어라서 일정이 너무 지루하지 않은지’, ‘우리 아이 어학연수를 고려하는데 하와이 직접 가보는 게 도움이 될지’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며 “교육과 관광을 조화시키고 이용자가 원하는 자유 일정을 포함시켜, 일반 어학원이나 여행사가 진행하는 틀에 박힌 일정과 차별화된 패키지를 꾸렸다”고 말했다. 이번 ‘고고싱! EDU투어 IN 하와이’ 프로모션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www.goingnowhawaii.com)와 고객센터(02-6219-5524)를 통해 상세하게 안내받을 수 있다.
2015-12-24 13:03:59
하와이 오하우에서 5박 후 새벽에 도착한 빅아일랜드의 공항. 빅아일랜드는 제주도의 8배 크기로 섬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광활했다. 두 곳의 공항 중 비행시간 여건 상 동쪽공항인 힐로공항으로 갔다. 우리가 묵을 힐튼호텔까지 차로 두 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간단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지방공항답게 단출한 식당에서 아침식사와 커피를 시켜먹는데 짐이 워낙에 많은지라 밖에 세워뒀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바로 창가에서 지켜보고 있는 데다 근처에 무장경비원도 있으니 별 걱정하지 않았다. 일행 중 한명이 짐에서 뭘 꺼내려하자 그 경비원은 총에 손을 얹은 채로 네 짐이 맞냐고 물어볼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명승지인 계곡과 폭포를 보기로 했다. 그러나 비는 멎을 생각을 하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빗속에서 북쪽을 돌아 서쪽으로 가는 내리막길은 여기가 만주벌판인가 싶을 정도로 광활했다. 한참을 달려도 변하지 않는 풍경에 눈이 익숙해질 무렵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떴다. 평생 처음 무지개의 끝이 땅에서 시작되는 걸 봤다. 왠지 그 무지개가 시작되는 땅을 파보면 보물이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이 떠올랐다. 여행하는 마음의 여유 속에서 처음 본 무지개 풍경에 눈이 한참이나 호강했다. 아마도 오랫동안 머리속에 각인될 것이다. 숙소에 도착한 뒤 또다시 발생한 고질적인 문제는 숙소의 방 정리가 덜 되었다는 것이다. 방 네 개 중 하나만 한 시간 뒤에 나왔다. 나머지는 두 시간 이상 걸려서야 나왔다. 한국사람들처럼 절대 빠르고 친절한 응대 따위는 없는 미국사람들. 그들은 ‘난 시킨 것만 해’라는 식의 행동으로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들로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마카오에 갔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마카오에선 진심으로 미안해 하고 간식 제공과 방을 업그레이드 해주는 등 적극적인 응대로 여행 내내 기분이 좋았지만 이들은 사람이 아닌 기계 같은 느낌이었다. 자동응답기에서 나오는 듯한 똑같은 대답과 무표정한 얼굴.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고?’하는 속마음이 읽혀지는 그들의 모습에 ‘왜 돈 써가면서 이런 대접을 받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짜증이 났던 두 시간이 지나고 모노레일을 탔다. 숙소는 리셉션에서 3번째 정거장에 위치했다. 모노레일과 보트 중 선택해서 탈 수 있지만 모노레일은 더 자주 오는 데다 인원도 넉넉하게 탈 수 있어 더 선호된다. 방을 배정받은 뒤 창문을 활짝 열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바다의 색이 잔디와 어우러져 색의 조합이 빗속을 뚫고 왔던 우리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섬 서쪽은 대부분 날씨가 맑고, 동쪽은 비가 자주 오는 지역이었다. 이 섬에선 멀리 가지 말고 리조트 안에서 놀자는 주장과 그래도 여행인데 관광을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관광은 해야하지만 관광에 찌들려서 피곤하게끔 돌아다니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봐야지, 저것도 봐야지 하다보니 몇 군데 더 들리기로 했다. 화산섬이니 화산을 가보기로 했다. 화산이 흘러내린 자리와 아직도 수증기를 뿜어내는 유황냄새 가득한 화산은 가볼 만 했다. 크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자료를 준 박물관에도 들렸다. 박물관 안엔 과학적인 자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섬과 관련된 전설을 설명해 아이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갔다. 거북이들이 살고 있는 검은모래바닷가에는 거북이들이 줄지어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이 바닷가는 화산재로 이뤄졌는데 꽤나 고운 모래였다. 신기함에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래를 가져나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나중에 보니 병에 담아 팔기는 했지만. 우리는 점심을 싸가져간 도시락으로 먹는데 원주민들은 차에 차양과 그릴 등을 바리바리 싣고 와 점심을 만들어 먹고 있었다. 리조트 안에서는 거북이가 살고 있는 바다와 연결된 인공호가 있었다. 아이들에 맞게 물가는 깊이가 얕지만 조금만 나가면 깊이가 깊어져 다이빙하기에 괜찮았다. 깊어봐야 3m도 안되는 곳이지만 다이빙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 정도는 됐다. 거북이를 찾아 인공호를 뒤지다 보니 폭포 아래가 거북이들의 집이었다. 거북이들은 오히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와서 발로 툭툭 치고 가고는 했다. 폭포에서 생기는 기포에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 갑자기 눈앞에 거북이가 나타나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다. 거북이들은 그런 걸 즐기는 것 같았다. 자연보호가 생활화된 곳이라서 그런지 새들까지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야외 뷔페 식당에 새들이 유리창 등에 다칠까봐 그물을 쳐 놓은 곳 사이로 새들이 종종걸음을 치고 다니는 걸 보면 말이다. 이 곳 옆에는 돌고래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건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관계로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는데 아이들은 그게 많이 아쉬웠나보다. 돌고래 인형 두 마리가 아이 침대에 같이 있는 걸 보면. 돌아오는 길은 여행의 끝이 그렇듯 아쉬웠다. 날짜변경선을 다시 지나기 때문에 갑자기 하루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올 때 하루를 번 느낌만큼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갈 때는 뒷바람이 시속 100㎞ 이상으로 불어줘 더 빨리 오지만 돌아오는 길은 맞바람이 돼 1시간 반 정도 더 걸린다. 한국에 도착하면 저녁 6시여서 시차적응을 위해서라도 졸린 눈을 비벼가며 11시간 정도를 뜬눈으로 버텼다. 이코노미 좌석은 앞자리 사람이 뒤로 젖히면 뒷사람이 불편한 것은 당연지사다. 오랜 시간 가야 하니 약간 접히는 건 상관없지만 천연덕스럽게 끝까지 밀어대는 사람들은 꼭 있다. 렌트라는 개념을 한시적 소유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특성답게 내 앞자리 아주머니 한 분이 뒤로 밀었다. 자기 옆 아이의 좌석도 뒤로 끝까지 밀었다. 모니터가 의자에 달려 있다보니 그렇게 젖혀대면 모니터를 보기도 불편해진다. 좋은 말로 좌석이 좁으니 좀 앞으로 당겨달라 부탁했다. 면도를 안한 얼굴에 인상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는지 얼른 자리를 원위치 시켰지만 나중에 또 같은 일이 반복됐다. 그럴 것 같아 뒤로 많이 넘어오지 못하게 책을 미리 끼워둬 그전처럼 무릎이 닿는 불상사는 없었다. 떠나는 인천공항은 설레임으로 다가오지만 도착할 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여행은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를 제외하면 참 좋았다. 다음 여행 땐 같은 돈을 쓰더라도 잘 쉬고 잘 대접받고 오고 싶다는 게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래서 다음엔 우리가 ‘갑질’할 수 있는 ‘세부’나 ‘발리’로 가기로 했다.
2015-05-10 17:30:35
3년전 장인어른의 칠순잔치 대신에 여행을 가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다. 평생 한 번이니 조금 멀리 가자는 의견이 대세여서 결정한 곳은 하와이였다. 국적기로 가게 되면 비행기값만 1인당 150만원이라는 결코 싸지 않은 여행경비에 그 때부터 네 가족은 14명의 여행자금마련을 위해 적금을 들었다. 다들 틀에 박힌 여행은 피하자며 비행기표 예약부터 호텔, 이동수단에 대한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국적기를 포기하는 대신 하와이안항공을 택했다. 가격이 80만원대로 저렴한 데다 하와이 중심지인 호놀룰루(오아후섬)에서 빅아일랜드로 이동할 때 할인 혜택까지 준다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인천공항에선 ‘기타’ 해외국적 비행기로 취급받아서인지 전차를 타고 게이트로 이동해야 했다. 비행기 이륙시간도 자기들 편의에 따라 좌지우지돼 그나마 지연했으면 다행일 텐데 오히려 앞당겨서 잘못하면 못탈 뻔했다. 하와이에 도착해서는 이동에 대한 문제가 가장 컸다. 14명이 동시에 움직이려니 가이드를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짐이 20개나 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호텔까지만 기사가 딸린 미니버스를 예약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해본 결과 번화한 곳에서는 트롤리버스를 타고, 조금 멀리 나갈 경우에는 차를 렌트하는 게 최선이었다. 하와이의 주도 오아후에서 5일, 빅아일랜드에서 3일 묵었다. 오아후에서는 힐튼호텔에서 4일, 새벽비행기를 타고 빅아일랜드로 이동하는 전날에는 저렴한 방에서 숙박했다. 빅아일랜드에서도 힐튼호텔에 보냈다. 두 힐튼호텔은 수영장·인공염호 해수욕장 등 휴양시설이 다양하고 호텔단지 내 쇼핑이나 식사가 여유로워 가족여행에 괜찮은 편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불꽃놀이를 즐겼다. 아름다운 광경에 넋이 나갔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니 다른 것을 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6살짜리 조카 하나가 인파에 휩쓸려 사라지자 가족들 모두 흩어져 찾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0분쯤 지났을 때 조카가 어느 외국인 여자품에 안겨 있는 걸 봤다. 그 여자는 가족이 맞냐 물어보고는 경비원에게 말하고 데려가라 했다. 자기가 신고했기 때문에 그들이 알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첫번째 미아 발생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됐다. 물론 미아발생은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이튿날은 트롤리버스로 쇼핑과 맛집 기행을 했다. 맛집 대부분은 변형된 일식이었다. 무수비라고 불리는 김으로 싼 밥이 저렴했지만 야채나 반찬이 없이 먹는 식습관은 낯설었다. 원주민 대부분이 비정상적인 과체중인게 이해됐다. 고기와 쌀로 대부분 끼니를 때우는 그들의 식사는 우리에겐 의외로 고역이었다. 짜고 단 스타일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기에 가져간 컵라면으로 우리의 미각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컵라면과 짜장범벅은 당분간 입에 대지 않을 생각이다. 다들 바닷가에서 고기를 사다가 구워먹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원주민들은 대부분 밴을 가지고 있어 그릴이나 차양을 가지고 왔지만 우린 저렴한 그릴 하나만 구입했다. 14명이 먹어야 하니 너무 작은 건 피하자고 해서 그럴 듯 한 걸 골랐는데도 가격이 50달러가 안 됐다. 국내서는 20만원하는 괜찮은 물건이었다. 호텔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자리를 잡고 육류를 포식했다. 어두워지고 짐을 정리하려는 데 또다른 조카 하나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화장실에 다녀오던 필자는 “이쪽이에요”라고 먼발치서 말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미심쩍어 본능적으로 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바닷가에서 주차장까지 한달음에 달려가니 다른 동양계 사람들과 아이가 섞여 있었다. 모처럼 동양계 사람들이 우르르 이동하니까 아이가 가족 일행인 줄 알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따라간 거였다. 이 조카는 11살이어서 엄마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다만 외국이라 한국국가번호를 눌러야 한다는 걸 몰랐을 뿐이다. 이 때문에 다들 휴대폰을 로밍해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일행을 놓쳐 헤매는 사태가 이날로 끝나지 않았다. 다들 영화 ‘나 홀로 집에’서 엄마가 주인공인 케빈을 잃어버리고 여행을 떠난 것에 대해 격하게 공감하게 됐다. 을 하고 있었다. 3일 째 되는 날 7인승 다목적 밴을 두 대를 빌렸다. 여행 가기 전 이미 운전할 남자들 넷은 국제운전면허증까지 받은 터라 운전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한국어가 지원되는 네비게이션도 있으니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네비게이션(그들은 GPS라 부른다)은 빠른 의사결정을 해주질 못했고 우린 도로표지판과 지도를 봐가며 운전해야만 했다. 관광지를 찾아갈 땐 대부분 두 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하지만 길이 복잡하지 않고 차량이 적은 시간대에 이동하니 운전하는 맛도 쏠쏠했다. 다이아몬드헤드로 가는 길은 드라이브코스로 꽤 좋았다. 이날 하와이에 대한 인상이 나빠진 것은 매표소 주차장 여직원의 고압적 자세였다. 자기들은 미국인이고 조그마한 동양인에 대한 멸시라는 느낌일까.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자리 없어. 밖에 세워”. 나는 그녀에게 혹시 화난 거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주차장 안에 들어가 저 줄 뒤에 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와이의 관광서비스 종사자들은 동남아 등에서 대부분 들을 수 있는 sir나 ma`am이라는 호칭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와이 여행에서 가장 옥의 티라고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관공서나 공항에서의 고압적인 자세는 영 거슬렸다. 렌트카 대신 트롤리버스로 14명이 이동하는 게 비용은 싸게 먹히지만 어른 8명에 아이들 6명의 이동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게다가 짐도 큰 건 들고 탈 수 없었다. 버스를 택한 것은 경비를 줄이는 만큼 몸의 피로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간과한 실수였다. 오아후는 하와이에서 제일 큰섬은 아니지만 호놀룰루가 있는 가장 번화한 섬이다. 번잡스러운 큰 휴양지가 싫었던 우리는 동네주민만 이용하는 작은 바닷가에 가기로 했다. 다 합해야 20명 남짓 밖에 없던 바닷가에 우리는 나무그늘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인들의 특성상 자신의 사유지는 아니지만 자기집 앞에 타인이 와 노는 것을 프라이버시 침해라 생각하고 경찰을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리는 미리 그곳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했다. 젊은 집주인은 나무가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부탁했다. 오기 전에 미리 구매한 스노클링 장비는 가격 대비 성능이 훌륭했다. 수경과 스노클, 핀을 가지고 수영하니 부러울 것이 없었다.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해 레스큐다이버와 응급처치강사까지 딴 나로서는 다이빙을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장비들로 실컷 달랬다. 너무나 고운 모래에 해변 가까운 곳에서는 시야가 혼탁하지만 조금만 나가면 물고기와 거북이를 구경할 수 있었다. 괌에서 만났던 거북이나 상어는 사람을 피하기 바빴는데 하와이의 거북이는 사람과 친숙해서인지 가까이 다가와서 쳐다보곤 했다. 빅아일랜드로 가기 전날 우리는 김치찌개를 해먹기로 결정했다. 숙소는 방이 세 개인 제일 큰 곳을 빌렸다. 쇼파베드까지 있는 곳이어서 다들 몇 시간 눈 붙이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소주와 함께 먹는 해외여행 4일째날의 김치찌개 맛은 느껴본 사람만 안다. 새벽에 빅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하우에서 산 그릴도 함께. 물론 이 그릴은 한국까지 따라왔다.
2015-05-06 09:4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