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 중도에 들어선 레고랜드코리아리조트(이하 레고랜드)의 고객 무시, 이익지상주의 영업이 원성을 사고 있다. 한번 구입한 티켓은 절대로 환불이 안 되고, 하루 1만8000원에 달하는 주차요금이 횡포라는 게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이곳은 경차나 장애인차에 주어지는 주차료 감면 혜택도 없었다. 입장료도 성인 평일 5만4000원, 주말 57000원이고 어린이도 각각 4만5000원, 4만7000원이다. 에버랜드의 성인 5만6000원, 어린이 4만4000원에 버금간다. 레고랜드호텔의 성인 2인, 어린이 2인 숙박비(조식 포함 프리미엄 기준)은 무려 58만원에 달한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개장식에 맞춰 늦둥이 자녀 둘과 찾아간 레고랜드의 느낌은 레고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이라는 점 말고는 딱히 조경이랄까 서비스랄까 만족스러운 것은 없었다. 조경 수준은 에버랜드에 비하면 봉황과 참새 수준의 격차였다. 부지는 좁았고, 그늘막이 드리워진 쉴 자리도 부족했다. 그야말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만 좋아할 영유아용 놀이터, 미니어처 놀이공원이었다. 그나마 중도의 의암호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해적선 놀이터, 해상경비 놀이터(소형 보트 탑승장), 레고로 만든 서울 도심 축소 모형 등이 고객의 시선을 끌 만한 포인트였다. 하지만 인기 놀이코스는 워낙 길이 줄어 1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이용 가능했다. 레고랜드는 국내 놀이공원 최초로 ‘히어로패스’(패스트트랙)을 운영 중이다. 미국 등에서야 부자들이 돈을 더 내면 기다리지 않고 패스트트랙으로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한다. 이게 바로 서구 선진국의 정서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위화감’ 탓에 드러내고 이를 운영하는 게 부담스럽다.기자가 운영요원들에게 물어보니 “패스트트랙은 아니구요. 궁금하시면 매표소에서 물어봐주세요.”라고 했다. 어떤 직원은 “그냥 장애인들만 먼저 타라고 배려하는 정도입니다.”라고 불편한 거짓말까지 했다. 히어로패스의 가격은 공식적으로 홈페이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쉬쉬하는 것이다. 보통 이런 예민한 가격은 인플루언서나 블로거 등에 의해 공개되는데 이들마저도 레고랜드로부터 어떤 지침(?)을 받았는지 실제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기자는 그저 보통 입장권 가격의 3~10배일 것으로 추산할 뿐이다. 패스트트랙을 운영키로 했으면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비밀스럽게 작당하듯 하는 게 영 마뜩잖다. 기자의 직접 체험한 악몽 같은 불만은 이제 거의 ‘트라우마’가 됐다. 해상경비 놀이터에서 무려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소형 보트를 탔는데 실수로 휴대폰을 물에 빠뜨렸다. 운영요원은 건져 줄 생각도 않고 고객이 밀려 있으니 지체할 수 없다며 폐장 후 건져주겠다고 했다. 물이 깊고 안 보이면 이해하겠는데 1m도 안 되는 수심에 수상보트 근처 사각지대에 떨어진 것을 기자가 못 줍게 했다. 속이 터졌고 지금도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요즘에는 휴대폰이 내 근처에 잘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보는 ‘강박증’까지 생겼다.여기까지도 참겠다. 고객센터에서 향후 처리방안을 물어봤더니 “접 연락하는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겠다”며 “우리가 먼저 전화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또 “한참 바쁠 때 전화해봐야 받을 수도 없고 대답해줄 여력도 없다”고 했다. “당신이 전화해봐야 우린 바빠서 응대해줄 시간도 없으니 포기하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었다. 다음날 전화를 걸었더니 계속 통화중 또는 무응답이었고, 불쑥 기자 아내에게 걸은 전화를 통해 ‘건져놨다’는 게 전부였고 이후 통화가 되지 않았다. 기자가 생각하기에는 고객만족의 완료는 건진 전화를 고객에게 보내주면 최상이고, 최소한 어떻게 하실 거냐고 의향을 물어본 후 휴대폰을 폐기하든지 보관하든지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절충한다면 소정의 무료서비스나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도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레고랜드로서는 무난한 대응일 것이다. 5월 5일 방송매체들은 레고랜드 개장일에 맞춰 호화찬란한 그랜드 오픈 소식을 보도했다. 하지만 ‘뺀질거리는’ 레고랜드 직원들의 대응에 기분이 잡친 기자는 덴마크 국적의 상혼과 고객무시 영업에 분노를 금할 길 없다.레고랜드는 최문순 강원도 지사가 2011년에 투자합의각서를 레고랜드와 체결한 뒤 7000억원이 넘는 드는 도비를 들여 삼고초려가 아닌 십고초려하며 유치했다. 반면 레고랜드가 들인 돈은 많아야 1600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9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홍보내용과 달리 겨우 200명 안팎의 고용이 이뤄졌다. 한마디로 혈세를 퍼붓고 수익금은 덴마크 계좌로 빨려들어가게 생겼다. 우리나라에 에버랜드가 없는가, 서울랜드가 없는가, 굴욕적인 레고랜드와의 계약은 뭐며, 기자처럼 무시당하는 레고랜드의 영업 태도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연유는 뭔까…. 덴마크 회사는 굳이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했는데 십고초려하며 유치했다는 최문순 전 지사의 과오는 없는가?
2022-06-02 14:52:2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당선인 시절 대통령 집무실을 기존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긴다고 발표했을 때 국민의 약 3분의 2는 ‘무슨 예산 낭비냐’ ‘정권 이양기 안보가 위협 당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기자는 ‘웬걸, 신의 한수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자 등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흠결이 많은 내각 예정자들로 ‘인사 참사’가 빚어지면서 용산 집무실 이전은 빛이 바래나 싶었는데 최근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집무실 이전 퍼포먼스는 성공한 대통령 제1호 공약 실행으로 평가된다. 여론의 무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번 뱉은 말은 지킨다’는 윤석열의 신뢰를 굳히는 바로미터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기자는 지난 3월말 주위 지인들에게 “지금은 다들 윤석열 욕해도 청와대 구경 갔다온 사람들이 늘어나면 다들 칭찬할 걸 … 이명박 서울시장도 청계천 정비 밀어붙여 처음에는 욕 먹다가 나중에는 그걸 발판으로 대통령 됐는데”라고 말해줬다. 그 말은 현실이 됐다. 기자 같은 범인(凡人)도 이 정도 예측이 가능한데 용산 이전 때문에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득표에서 크게 손해볼 것이라고 예단한 것은 역시 반대파인 현 야당의 ‘부럽지만 실행할 수 없는 배아픔’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자는 용산에 거주하므로 최근 연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때문에 용산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기사의 수혜자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문재인 대통령 집권 시절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했던 게 마뜩잖고, 윤석열 현 정부 덕택에 또 오르는 것도 마땅찮다. 그저 어느 정도 하향 안정세가 돼야 젊은 세대도 집을 살 의욕이 생기고, 부동산 관련 세금도 덜 내지 않겠나 싶다. 필자의 집에서 바라보는 옛 미군용산기지는 벌써 비워준다고 공표한 지가 20년이 되도록 진척된 게 없다. 이젠 그런 기사에 관심이 가지도 않는다. 노무현 집권 당시부터 나온 ‘곧 있으면 미군이 나간다’는 말은 2018년 용산 미군기지의 주력 부대와 시설이 평택으로 이전한 뒤에도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 얘기다. 관리되지 않아 흉물스런 미군기지 시설이 4년째 방치 상태다.가끔 젊은이들이 미군 부사관이 쓰던 관사(官舍)를 구경한답시고 일부 개방된 용산기지를 찾아오는 데 무슨 궁상맞은 호기심인가 싶다. 그저 한국의 옛 주택공사가 지은 서민적인, 다소 미국 분위기가 나는 1, 2층 소형 서민주택일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혀서일까, 그저 막연히 조금이라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누리고 싶어서일까, 미국 문화에 대한 싸구려 동경일까 … 이럴 때 보면 무슨무슨 ‘K신드롬’의 바닥이 일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입성을 반긴 것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은 아니었다. 하루 빨리 용산기지를 국민공원화해서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국민으로서 실지(失地)를 조금이라도 일찍 회복하고 싶은 염원 때문이었다. 미군 기지라 해도 해마다 4월에 올라오는 환상적인 신록을 보면 빨리 기지가 공원화돼 만인에게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관저가 남향으로 들어선다면 기자의 집(북서향)이 마주하게 되는 것도 사소한 영광이라 하겠다. 과거 국무총리를 지낸 고건은 서울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청을 용산기지의 일부로 이전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6호선 녹사평역의 지하철역이 매우 깊은 것은 당시 서울시청 예정지를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고건의 뒤를 이은 이명박과 오세훈 시장은 지금의 위치에 신청사를 지었다. 유리로 정체성 없이,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면적을 차지하려 지은 신청사는 볼 때마다 답답하다. 차라리 그 공간을 공원화하고 용산으로 서울시청을 옮겼더라면 도심에 녹지공간이 더 생기고 용산도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기자의 사견으로는 서울시청이 청와대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어야 서울시장이란 자리가 대통령의 권위에 버금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던 게 아닌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은 일종의 ‘천도’(遷都)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 자리를 정할 때 무학대사는 인왕산을 주산(진산)으로, 정도전은 북악산을 주산으로 주장하다가 태조가 정도전의 손을 들어줘 지금의 자리에 경복궁이 섰다. 하륜은 무악(지금의 서대문구 안산)을 추천하기도 했다. 조선의 주궁인 경복궁 자리를 놓고 530년 전에도 옥신각신했는데,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데 당시에는 논란이 컸던 것을 떠올리면 하물며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이런 논쟁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본다. 용산은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이다. 조선시대의 서울 영역으로 보면 도성 남쪽의 한강과 가까이하는 변두리였다. 이촌동(二村洞)이란 지명은 한강가에서 고기잡이로 생업을 잇던 강가의 조그마한 두 마을이란 뜻에서 왔다. 강남으로 서울이 퍼지면서 지금은 용산이 서울의 중심이다. 중국 대륙으로 보면 중원(中原)이고, 바둑판으로 보면 천원(天元)이다. 풍수지리가에 따르면 황룡이 물을 마시는 황룡음수형(黃龍飮水形)의 땅이다. 용산에는 서부이촌동, 한남동, 보광동, 주성동, 후암동, 청파동, 동자동 등 도심인데도 1980년대 분위기 나는 낙후된 동네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인구는 적고 교통도 한적하다. 고층빌딩이 마구 들어서 발전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고 그런 면에서 고밀도화를 억제한 고 박원순 시장의 정책은 상당히 옳았다. 요즘 용산 거리를 보면 고만고만한 소형 오피스텔과 사무실 빌딩만 난립해서 올라간다. 기왕 지으려면 랜드마크 같은 건물도 들어서야 하고, 전원주택에 가까운 수준 높은 주거지도 조성돼야 하는데 중구난방이다. 오는 지방선거 당선이 유력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구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용산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신축 인허가 억제 등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큰 설계도를 갖고 고밀도화와 그린시티화를 조화시켜야 할 것이다. 용산 리뉴얼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자가 바라는 것은 시끌벅적한 용산이 아니라, 용산 미군기지가 대통령 집무실의 아름다운 파노라마가 되고 용산민족공원을 아우르는 여전히 한적하면서도 조금은 지금보다 세련되고 정화된 정도의 용산이다. 우리나라 최고 부자들이 산다는 한남동과 이태원동, 동부이촌동과 젊은이들의 용광로인 이태원동을 품고 있는 용산구는 용산미군기지의 뉴욕 센트럴파크 화(化)를 통해 더욱 쾌적하고 아름다운 시티로 거듭날 수 있다. 아울러 용산역 기지창과 서부이촌동 일대가 아파트가 아닌 관광 및 상업지대로 변신해 포트가 서고 유람선과 화물선이 정박하는 글로벌 강해(江海)도시로 탈바꿈하는 것도 꿈꿔본다.
2022-05-24 11:29:45
수 년 전부터 권력을 가진 자의 ‘이기적 위선’과 ‘안면몰수 허위의식’을 일컫는 ‘내로남불’(naeronambul)이 한국 정치의 상징어가 됐다. 외국 영어사전에도 ‘재벌’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단어로 등재됐고 외국 언론도 한국의 잘못된 정치나 사회현상을 내로남불로 묘사하곤 한다 이 단어는 1996년 15대 총선 직후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신한국당)의 ‘의원 빼가기’와 관련해 야당(새정치국민회의)이 맹공을 퍼붓자 당시 신한국당의 박희태 의원이 ‘내로남불’로 응수한 게 지금은 신조어가 아닌 기성어가 된 내로남불의 효시가 됐다고 한다.‘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의 내로남불은 이후 두고두고 정치판에서 써먹고 있다. 야당을 하다가 여당을 하면 야당 때에 하던 주장을 뒤집고, 마찬가지로 여당하다가 야당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과거의 주장을 모른 체 한다.심리학에서는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 허구적 독특성(false uniqueness), 자기 편의적 위선(self-serving hypocrisy) 등으로 보는데 궁극적으로는 자기의 거짓과 위선을 방어하기 위한 기제로 내로남불이 활용된다. 사실 바람을 피워 본 사람은 다 알지만 결혼이란 제도의 틀을 깨고 배우자 몰래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을 당사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합리화한다. “아내(남편)는 말이 안 통하는데, 파트너(다른 이성)는 내 맘을 참으로 잘 이해해줘” “파트너만 만나면 모른 시름을 잊어” “파트너는 항상 나를 최고로 대해 줘” 라며 ‘도피’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파트너가 일시적으로 외도 당사자에게 최고인 것은 우리(가족)가 아닌 ‘신선한 타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선감이 가시면 그저 그런 관계가 되고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때로는 파트너와의 관계가 너무나 뜨거워 가정이 결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외도 관계가 발각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들면 각자 가정으로 돌아가 서서히 쿨링하며 원상복귀하는 게 통례다.세상에는 어떤 내로남불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배우자의 허락을 맡든가, 이혼하고 새 삶을 찾지 않는 한 내로남불은 잘못이다. 배신이자 속임수이기 때문이다.사람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마음에 없는 아첨을 하고, 때로는 비굴하게 하고 싶지도 않은 사과를 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것은 슬프기도 하고 용인할 수밖에 없는 구석이다. 우리 모두 허약하고 생존해야 하고 위기를 모면해 거듭나야 하니깐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치판을 비롯해 사회의 이런저런 썩은 구석에 내로남불이 도사리고 있다. 부정입학, 뇌물, 취업청탁, 논문베끼기, 음주운전 등 필자를 포함한 누구도 내로남불할 수 있다면 그 유혹에서 벗어날 도덕적 저항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 내로남불은 우리가 나약한 존재임을 이해하게 하는 성찰의 단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로지 권력투쟁을 위해 위선과 허위의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는 정치판에서는 내로남불이 언젠가부터 대수롭지 않게 행해지는 일상이 됐다. 적어도 미국, 유럽 등 현대 서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내로남불이 허용되지 않았다. 한번 배신하고 신뢰를 잃으면 ‘그걸로 끝’이고 다시는 표를 받지 못해 정치판에서 떠나야 했다. 염치와 명분이 있어야 정치를 계속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내로남불 대신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점잖은 단어를 많이 썼던 것 같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보자는 역지사지에는 인간이 나약한 존재임을 자인하고 서로 포용해야 한다는 너그러움이 담겨 있다. 하지만 내로남불은 포용이 빠져 있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이기적 동물적인 본성만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어 서글프다. 무엇보다도 나쁜 인식과 행동의 도돌이표가 내로남불을 통해 악순환되고 있음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
2022-04-25 14:13:54
지난 1월 7일 세계 최초로 미국 메릴랜드대학병원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시한부 환자 데이비드 베넷(57) 씨가 수술 두 달 만이난 지난 8일 사망했다. 환자의 생존 기간은 짧았지만, 의료계에서는 초기 급성 거부반응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베넷은 치명적 부정맥으로 입원해 6개월 이상 기계의 도움을 받아 연명했지만, 심장이식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지난 1월 미국 바이오기업 리비비코어(Revivicor)가 제공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다. 이 회사는 미니 돼지의 면역 거부 유전자 3개를 차단하고, 인체의 면역 체계에 순응하도록 인간 유전자 6개를 추가했다. 이식한 심장이 더 자라지 못하도록, 성장 유전자 기능도 억제했다.수술 후 수주 동안 베넷에게 아무런 거부반응도 일어나지 않아 돼지 심장 이식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넷은 사망 수일 전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기 전까지 재활치료를 정상적으로 받고 수퍼볼 경기도 시청했다고 병원은 밝혔다.리비비코어는 1996년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PPL테라퓨틱스(PPL Therapeutics)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리비비코어의 모회사인 생명공학업체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는 리비비코어가 개발한 유전자 변형 돼지를 이용한 장기이식에 도전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2021년 9월에도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는 면역거부반응을 없앤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 메디컬센터의 로버트 몽고메리 이식연구소 소장팀은 신부전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연결하는 실험을 했다. 의료행위로서의 이식이 아니라 사흘(54시간) 동안 거부반응 없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중단했다. 연구진은 돼지 신장을 환자 몸 밖에 둔 채 환자의 혈관을 연결한 뒤 3일간 면역 거부반응과 정상 기능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이식된 돼지 신장은 즉각적인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노폐물을 걸러내고 소변을 만드는 신장 기능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신부전 증상 지표 중 하나인 크레아티닌도 신장이식 후 ‘거의 즉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미국 앨라배마대 연구진도 지난해 9월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체외에 이식해 수술 23분 만에 돼지 신장이 소변을 생성하기 시작했고, 사흘간 정상 기능을 확인했다. 올해 연말까지 실제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정식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밝혔다.이들 3가지 임상연구 또는 체외실험에는 모두 리비비코어의 돼지 장기가 쓰였다. 미국 언론들은 이같은 시도에 대해 이식할 장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같은 작은 성공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희망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종 장기이식은 오래 전부터 시도돼 왔다. 1960년대엔 몇몇 환자가 침팬지 신장을 이식받아 최대 9개월까지 생존했다. 1983년엔 개코원숭이 심장을 이식받은 소녀가 20일 동안 생존했다.이후 의과학자들은 키우기 더 쉽고 6개월 만에 사람의 성인 몸집 크기까지 자라는 돼지에 주목했다. 그동안 돼지 심장과 신장 이식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해왔으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이식 실험은 안전상의 문제로 금지돼 왔다. 그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전자변형 돼지에 대한 의료용 사용 허가를 내줌으로써 이종간 장기이식 실험이 물꼬를 텄다. 이종장기이식은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가 많다. 우선 기술적으로 미완에 그칠 확률이 높다. 리비비코어가 창조한 ‘갈세이프(GalSafe)’는 면역거부 반응의 주범인 돼지 세포의 당 분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다. 그러나 단지 이런 것 몇 개를 해결한다고 해서 면역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면역학자들이 더 잘 안다. 면역체계는 워낙 복잡하고 미묘해 몇 가지 경로의 거부반응을 막는다고 해서 거부반응이 소멸될 리 없다. 지금 사람간 장기이식 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는 장기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전면적으로 막는다. 이 때문에 신독성, 신경독성, 고혈당,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각종 감염 등의 부작용을 안고 있다.흔히 돼지가 잡식성으로 사람과 먹는 게 비슷해 유전자가 가장 비슷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이종장기 동물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그칠 뿐이다. 돼지보다 인간에 가까운 것으로 개가 있고 그보다 더 가까운 게 영장류(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원숭이) 등이다. 인간과 침팬지는 99.4%의 동일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갖고 있었다. 쥐와 인간도 유전자의 80%가 똑같다.하지만 이런 수치조차도 비교하는 유전자의 범위와 종류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좀 더 보정해보면 사람 간 유전자는 99.9% 동일하다. 차이는 0.1% 미만에 그친다. 침팬지와는 96~99% 동일하다. 고양이와는 90%, 쥐와는 80~85%, 개·돼지·소 등 가축과는 80% 정도로 동일하다.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도 큰 데 하물며 사람과 돼지의 동일성을 운운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이같은 과학적 사실을 모른 척하며 이종장기이식으로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희망고문’이자 ‘기망’에 가깝다. 유전자가 0.1%만 다른 사람끼리도 타인의 장기를 동종이식하려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20% 안팎 차이가 나는 돼지의 장기를 떼어다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기자가 서울대 의대, 수의대 등에서 이종장기이식을 연구한다고 접한 때가 이미 1990년대 중반이었다. 거의 30년이 다 돼 가는데 획기적인 성과는 없었다. 국내에서 이종장기이식의 선구자라는 제넨바이오도 결국은 이들 연구팀들이 주축이 돼 만든 바이오벤처다. 대학이 됐든, 바이오기업이 됐든 이들은 정부로부터 연구과제 수행비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원을 타다 썼다. 바이오기업은 주식시장을 통해 수 천 억원을 조달했다. 근거 없는 낙관을 바탕으로 조달한 투자자들의 쌈짓돈이다. 이종장기이식은 취지야 좋지만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연구자들 스스로 중단을 선언하는 게 맞다고 기자는 본다.2000년대 중반 서울대 의대 모 교수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종장기이식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사기’에요. 나도 연구비를 타서 연구에 동참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물론 연구과정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다보면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언젠가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랏돈이나 투자자의 돈을 투입할 더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한 연구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 점을 지적하고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봤지만 워낙 연구자들의 자기고집이 강하고 이는 그들의 살길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소용이 없더군요” 데이비드 베넷은 결국 돼지 심장 이식 후 60일 살다가 저승에 갔다. 환자는 수술을 앞두고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거나이다. 나는 살고 싶다.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시도라는 걸 알지만, 마지막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후 고인의 아들인 데이비드 베넷 주니어는 “병원 의료진이 아버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아버지는 실험적인 이식 수술을 받아 의학에 이바지했으며 장차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희망을 줬다”고 밝혔다.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만 이종장기이식의 성공 가능성을 비관하는 사람이 볼 때엔 씁쓸하다. 그럼에도 이종장기이식에 바이오기업이나 의학자들이 계속해서 도전에 나설 것은 확고해보인다. 미국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나 한국의 제넨바이오나 대중의 기대에 올라 타 가끔 호재가 생기거나 생명공학 바람이 불 때 주가가 상승하는 재미를 볼지 모르겠다. 특히 제넨바이오의 대주주(지분 7.22%)인 제넥신은 1999년 설립된 오랜 역사와 화려한 이름값에 비해 변변한 신약을 내놓지도 못한 기업이다. 제넥신은 지난 11일 오후 3시 40분, ‘제넥신, 엔데믹 시대 맞아 개발 전략 수정’이란 보도자료를 내놨다. 시장이 마감된 후 내놓은 보도자료의 내용은 ‘사업성이 낮아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하던 코로나19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2상, 3상을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2020년 코로나19 신약 또는 백신 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때에 ‘동물실험에서 효과’ ‘특허 출원’ ‘1상 결과 발표’ 등 설익은 내용을 생중계하듯 보도자료를 내놓아 15일 현재 42800원에 머문 주가를 2020년 9월 4일엔 17만6500원까지 부양시켜놨다. 호재성 보도자료는 아침 일찍 내고, 창피한 악재성 보도자료는 오후 장 마감 후 내는 작태야 말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설령 기술적으로 유전적 차이에 따른 이종장기이식의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했다 해도 문제다. 생명윤리 상 인간이 동물의 장기를 달고 사는 게 바람직하고 당당하며 인간의 존엄성,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느냐는 얘기다. 할 수 있다고 해서 하는 게 옳은 것은 아니다.
2022-03-15 16:51:17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정부에서는 현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를 전담하는 보건부와 사회복지 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로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석 국민의힘 코로나위기대응위원장 등 윤 당선인 측에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보건부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바 있다.10일 대한의사협회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향후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될 전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보건부를 설립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의협은 성명서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다른 감염병들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땜질식 방역이 아닌 의료인과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과학에 근거한 방역과 의료 대응이 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차기 정부에서는 보건부를 설립하여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소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보건소의 진료기능을 없애고 지역사회 건강증진, 감염병 예방에 집중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요구했다.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복지, 여성, 가족 등을 포괄하던 과거 비중 있는 부처에서 현재는 외청이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약처로 승격 독립하고, 산하기관이던 질병관리본부도 질병관리청으로 외청이 되면서 보건의료 분야에서조차 힘이 빠진 부처가 됐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직전 차관이 식약처장을 자청할 정도로 보건복지부는 무력한 조직으로 변했다. 따라서 과거처럼 질병관리청과 식약청이 보건복지부의 지휘를 받거나 새 보건부에 통합되는 게 해당 관료들이나 업계가 효율성과 전문성 면에서 더 선호하는 방향으로 보인다. 복지 분야에서도 국민연금공단의 막강한 재정능력에 비록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받긴 하지만 실제 공단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취약계층에 대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기준을 확대하는 등 취약계층에 우선한 복지정책이 강조되고 국민연금 개편도 강조되는 상황에서 이에 주력할 복지부가 독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복지 전문가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하기 싫은 ‘보건의료’ 업무를 억지로 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미지를 감안하면 복지부의 독립성이 타당한 측면도 있다. 특히 각종 연금 개편에 주력하면서 이 난제를 풀려면 독립부처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문제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운 점이다. 이번 대선 결과 표심에서 20~30대 여성 유권자가 국민의힘을 외면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옮아간 것으로 분석돼 이 공약은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 공약을 선호한 20대 남성(일명 이대남)의 표를 모으는 효과를 발휘하긴 했으나 그 정도는 젊은 여성표의 이 후보 쏠림현상에 비하면 약했다. 윤 당선이 역대 최소 표차로 신승했기 때문에 여가부 폐지의 명분이나 추진동력은 약해졌다.그렇다고 윤 당선인이이 이 공약을 마치 없었던 것처럼 뭉개기도 쉽지 않다. 그럴 경우 이대남의 불신을 사면서 다음 선거에서 이대남마저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당선인의 개인적 스타일로 봐 폐지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따라서 보건부가 생기면 분리될 복지부와 기존 여성가족부를 합쳐 복지여성가족부나 복지양성평등부로 새로 태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명막 정부 초기에는 보건복지부의 이름이 2년 동안 보건복지가족부였다. 요컨대 업무 효율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보건부가 독립되는 게 나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문성을 빙자해 ‘관료의 장막’을 치고 대중을 외면하거나 은폐일변도의 일방적인 행정을 펼칠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2022-03-10 11:12:15
지난 2월 초만 해도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에 걸리면 밀접접촉자로 간주돼 최소 1주일, 길게는 2주간 옴짝달싹을 못할 정도로 가둬놓던 정부가 이달 1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돌연 중단했다. 과도한 방역으로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곤란하다는 원성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원천봉쇄를 고집하던 정부가 올해 들어 서서히 방역 태세를 완화하더니 정책의 일관성도 없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사전에 충분한 예고도 없이 방역 장벽을 허물었다.우선 지난 2월 3일부터 정부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방침을 바꿨다. 양성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한 꼼수인 게 명확했지만 하루에 감당할 PCR 검사 역량을 넘어섰다고 정부는 둘러댔다. 올 1월 초까지만 해도 하루 5000명 신규 확진자도 많다며 걱정하던 보건당국이 2월 5일 3만6362명이 되자 아연실색하더니 4일 신규 확진자는 26만6853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하루 4만명 정도나 검사할 인프라가 한 달 만에 7배로 갑자기 늘어났다는 말인가. 한국은 이 정도는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을 바이오 인프라가 있는데 정부가 엄살을 피웠을 뿐이다.음식점, 은행, 관공서, 마트 등을 출입할 때마다 해애 했던 QR코드 인증은 4개월 만에 중단됐다. K방역의 수작(秀作)이라고 자화자찬하더니 사실상 ‘폐지’인데 ‘잠정 중단’이라며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청소년 접종, 전국민(성인)의 부스터샷을 거의 강권하더니 이제는 그런 말이 쑥 들어갔다. 청소년들에게 4월 1일부터 방역패스를 하니 예방접종을 하라고 애원하더니 이젠 아무 소리가 없다. 가족 중 확진자가 생기면 온 가족이 격리 대상이더니 지금은 확진자 동거인의 자가격리 의무화가 없어졌다.결국 못살게 군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틀어막던 정부가 오는 9일 대선을 앞두고 약 한 달 전부터 방역 태세를 급격히 느슨하게 했다. 정부 스스로 ‘선거용 방역’이란 의심과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정부는 확진자 폭증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의 순한 ‘오미크론 변이’에 적응하는 ‘엔데믹화(endemic化 독감처럼 유행성 감염질환으로 관리)’에 들어갔다고 항변하지만 이제 마스크를 쓰는 것만 제외하고 확진자를 제외한 아무나 어느 곳이든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이러다간 거리 전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될 ‘가족 전파’를 어떻게 감수하려는지 모르겠다.결론은 자영업자의 표를 의식한 ‘선거용’ 정책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자영업자는 560만명 정도가 된다. 전체 경제인구의 20%를 약간 넘는다. 자고로 국내 역대 선거에서 자영업자, 서울과 충북을 잡지 못하면 이긴 적이 없다고 한다.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지난 2월 23일부터 자영업자(소상공인)에 2차 방역지원금 300만원씩을 지급했다. 1차 방역지원금(2021년 12월 27일부터 100만원씩)보다 대상도 많고 금액도 많다. 게다가 1차 때에는 거의 한달 후에 지급되더니 2차는 며칠 만에 통장이 들어왔다. 사실상 자영업자에 대한 매표 행위나 다름 없다. 물론 방역지원금을 받고 여당 후보를 찍지 않아도 되지만 인지상정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 여당은 2020년 4월 총선 때에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180석이 넘는 국회 의석을 차지하는 쏠쏠한 재미를 봤고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재난지원금을 풀어 효과를 봤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지난달 26일 방역지원금 최대 1000만원 즉시 지급, 손실보상률 100% 보장, 채무 재조정(채무 삭감 또는 면제) 등을 골자로 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책을 제시했다. 결국 국민에게 선거는 자주 할수록 좋은 것이며, 선거 때마다 뭐 ‘공돈 생기는 게 없나’하는 요행심만 불러일으키게 생겼다. 정부가 한 달 전까지 방역패스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은 미접종자의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방역을 느슨하게 하면서 지난 1월 4510명이던 전체 영유아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월 5만9071명으로 13배 폭증했다. 인구 100만명 확진자 수도 3188명으로 OECD 주요국 중 가장 많았다. 독일(1268명), 일본(572명), 미국(146명)을 크게 앞질렀다.코로나19의 엔데믹화는 이제 시작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 수가 45만명에 이르는 정점에 도달한 뒤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러야 거리두기까지 해제하는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한 달 내지 두 달을 견뎌야 하는 데 정부는 오히려 5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약 2주간 사적모임 인원은 6명으로 유지하되,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 1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기왕 엔데믹화에 진입하기로 했으나 방역 고삐를 더 풀어보자는 전략인데 이런 모험이 성공할지 우려스럽다. 거꾸로 가는 방역 정책에 혼란스럽다. 선거에 휩쓸려 그동안의 원칙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린다는 게 더 불안하게 만든다. 누적된 민생경제의 손실을 지금부터라도 해소하기 위해 현행 거리두기 지침을 조기에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돌변은 ‘선거를 의식한’ 현 정부의 ‘총동원’이자 간접적 선거개입이 아니라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2022-03-04 15:33:38
벌써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PCR 검사를 받으러 대기줄에 선 게 어제로 다섯 번째다. 정말 걱정돼서 받은 것은 2020년 망년회 술자리에서 과음과 피로, 목감기 증상이 겹쳐 걸리지 않았을까 우려된 게 딱 한 번이고 나머지는 전부 어린이집 다니는 자녀를 위해 ‘안 걸렸다’는 증명을 내보이기 위해서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게 검사받으러 오는 사람이 다들 ‘밀접접촉자’이거나 이들과 접촉했다고 우려되거나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됐는지 확인하러 온 사람일 텐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다. 장시간 대기줄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는 사람이나 심지어 같이 온 동료와 희희낙락하며 대화하는 사람도 있다. ‘위험지역’인데 이래도 되나 싶은데 관리자들도 제지하려 하지 않는다. 개입했다가 ‘인권’이니 ‘개인권리’니 하며 대드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지난 3일부터는 정부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방침을 바꿨다. 두 검사를 받는 인파가 합세하니 검사 현장이 어수선하다. 용산구보건소에 배치된 관리자는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받을 사람을 구분하지도 않고 뒤섞어놨다. 센스 없는 필자는 가뜩이나 추운 날 신속항원검사 줄에 30분 가까이 섰다가 뒤늦게 알고 PCR 검사를 받았다. 노고가 많은 관리자들에게 침묵으로 넘어가려다 결국 참지 못하고 기자는 역정을 내며 항의했다. 양념이긴 한데 보건소가 나눠준 신속항원검사 신청서에는 피검사자 성별에 ‘남녀’가 아닌 ‘여남’으로 기재돼 그 중 하나를 체크하라고 돼 있었다. 여성 피검사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좀체 적응하기 어려운 서류양식이었다. 으례 그랬듯이 코로나19 피검사자는 젊은층이 노년층보다, 여자가 남자보다는 더 많았는데 이날은 무려 4분의 3 정도가 여성이었다. 8000~1만원하는 자가진단키트 값을 아끼려 보건소를 찾은 인파가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보건소에서 검사받았다는 증빙이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신속항원검사 결과로 음성을 인정해주는 직장이 몇이나 될까 싶다. 무료검사를 받으러 온 인파에서 질서는 없었다. 1m도 안 되게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서고, 어떤 이는 헐렁한 마스크에 코와 입에서 나온 공기가 내 호흡기에 들어올 것처럼 위험해보인다. 또 어떤 이는 감염됐을까봐 걱정된다며 침착하지 못하고 흐느낀다. 검사받으러 왔다가 더 걸릴 것 같다는 푸념이 공연한 말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회당 1만5000원(원가 개념)하던 PCR 검사를 물쓰듯이 권고하던 정부가 갑작스럽게 이를 제약하고 신속항원검사로 전환한 저의가 의심스럽다. 검사비 재정 절감 효과도 있겠지만 확진자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줄여보려는 ‘눈 가리고 아웅’식 정부 전략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젠바디와 수젠텍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을 신규 허가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작년 4월 23일에는 휴마시스와 SD바이오센서 제품이, 7월 13일에는 래피젠 제품이 허가된 이후 국내 자가검사키트는 3개 제품으로 꽉 막아놨다. 그래서 거의 모든 약국에는 SD바이오센서 제품이 깔려 있었고 현 정권이 이 회사를 ‘특별대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기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 설 연휴 전에 자가진단키트를 4세트(8인분) 샀고 2세트를 자가격리 중인 아들을 위해 보건소로부터 받았다. 자가진단키트 걱정 없이 언제고 불안해보면 검사할 수 있어 심적으로 안심이 된다. 물론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는 41~50%로 미약한 수준이다.신속항원키트는 집에서 스스로 해보는 자가진단키트와 병원에서 의사가 검사해주는 전문가용 키트로 나뉘는데 그 차이는 면봉 길이 차이란다. 자가진단키는 비강까지만, 의사는 비인두까지 찌른다고 하는데 깊게 찌를수록 검사 정확도가 높다는 게 익히 알려져 있다. 또 양쪽 코로부터 비강 분비물이 흥건하게 채취해서 가급적 많이 짜내서 키트 위에 점적해야 더 정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루 5000명 신규 확진자도 많다며 걱정하던 보건당국이 1월 30일 1만7528명, 2월 5일 3만6362명이 되자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럴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검사 대기줄의 어수선한 풍경을 목도하면서 보건당국이 혼이 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7일간의 격리기간을 채운 기자는 오늘 오전에 음성 판정을 받으면 격리에서 해제된다. 그러나 밀접접촉자나 격리대상자에 대한 관리는 많이 느슨해진 것 같다. 5일째 보건소로부터 건강 체크 전화가 오지 않더니 내일 집밖으로 나가도 될지 물어볼 길이 없다.
2022-02-06 02:29:08
스물아홉에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지만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여성이 상담을 청해왔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나 언니들을 보면 ‘저게 뭐지?’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당장 자기 큰 언니만 해도 맞벌이를 하는데 가사를 전담하다시피하고 육아를 책임질 사람이 없어 임신도 미루고 있단다. 꿈도 많고 야무진 언니였는데 자기 인생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1남 3녀 중 막내로 엄마가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키웠고 하고 싶은 공부도, 꿈도 많은데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남자친구가 내년엔 결혼하자는데 두렵다고 했다. 결혼하면 자기 인생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고 남편 하나만 믿고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단다.큰 언니나 친구들처럼 아등바등하며 살고 싶지 않고 굳이 애를 낳아야 하나 싶지만 애가 없으면 부부관계가 소원해진다니 망설여진다고 했다. 정말 결혼하면 자신의 인생이 사라지는 것이냐며 그나마 남친을 사랑하니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사연을 듣고 내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았다. 걱정 많은 겁쟁이가 문제인지, 그냥 달려들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무모한 용기가 더 문제인지. 사실 이건 문제라기보다는 성향의 차원이다. 유전적으로 겁쟁이형도 있고 무모한 용기형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타고난 성향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인생을 남들 사는 대로 대충 사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적당히 기뻐하고 적당히 괴로워하고 적당히 걱정하고 적당히 허무해하다 죽으면 된다. ‘겁쟁이’의 미래형 유사어가 ‘적당히’인 것 같다. 겁쟁이로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만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행복의 산물들은 주변과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기에 에너지가 안으로만 쏟아지면 실제 삶은 적당히 이루어지거나 공허하고 허무해지기 일쑤다. 나이가 들수록.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감성시스템은 적당히 보다 훨씬 큰 극한의 즐거움과 쾌락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절대 밋밋한 시스템이 아니다. ‘마음이 가난해야 천국에 이른다’는 성경구절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를 심리학적 표현으로 바꾸면 순수한 진실 속에 절정의 행복과 쾌락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당신은 본인이 순수하고 착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친구관계는 어떤지? 친구들이 예쁘고 못 나가는지, 아님 모 생기고 잘 나가는지? 내 예상엔 예쁘고 잘 나가는 친구는 곁에 두지 못할 것 같다. 왠지 질투도 많고 비교도 잘할 것 같다.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매일 끝도 없이 쫓기는 꿈, 시험공부 안하고 시험 보는 꿈 등을 꿀 것 같다.겁쟁이의 핵심적 특징은 순수해 보이는 외양 뒤에 숨어 있는 이기심이다. 손해 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항상 불안하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기회비용의 계산이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더 받을 것인가가 이슈다. 심리 경영도 마찬가지다. 겁쟁이 심리상태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큰 성과를 이룰 수 없다. 실수 없이 고만고만하게 살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역설적으로 겁쟁이치고 꿈이 작은 사람이 없다는 거다.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허무함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심리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거다. 상담 의뢰자에게 묻고 싶다. 언니는 꿈이 없어졌다 했고 당신은 하고 싶은 공부도 있고 꿈도 많다 했는데 일단 공부는 잘 하시는지?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 건지? 스물아홉 살에 꿈도 많다고? 공부도 하나의 기능이자 재주니 적성에 맞는다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그런데 서른이 다 되어 결혼도 미루고 공부에 매진할 정도라면 이것 아님 안 된다고 할 만큼 하고픈 공부, 그걸로 이루고픈 꿈이 명확해야 할 텐데 꿈이 많다고 하니 당혹스럽다. 사연을 보면 ‘물’의 반대가 ‘공부’인 것 같다. 손에 물 묻히기 싫은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여자가 집안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반대다. 단지 물 묻히기의 반대가 공부는 아니라는 거다. 손에 물 묻히기 싫으면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야 하는데 비용이 들어가니 본인의 능력으로 어렵다면 그것을 대줄 수 있는 마음과 능력을 가진 남편을 구하는 게 정답이겠다.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다시 듣고 싶다.남친을 사랑하기 때문에 고민해서 사연을 보냈다고 했지만 내가 남자라면 나를 정말 사랑하는 게 맞나 싶을 것 같다. ‘남편 하나 믿고 살기 두렵다’, ‘애 키우는 건 부담인데 애 없으면 부부관계가 오래 못 간다 하니 걱정된다’고 했다. 정말 남친을 사랑하는 게 맞는가?상담 의뢰자에게는 겁쟁이적 불안과 이기심을 뚫고 들어가 그 안에 있는 격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끓어오르게 하는 남자가 필요하다. 겁쟁이는 에너지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에너지가 너무 커서 주변으로 발산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안으로 향하게 하고 숨어서 걱정만 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어정쩡한 당신과 당신의 남친 나이다. 아직 죽음을 생각지 않는 나이이기에 인생의 중요한 주제인 일과 사랑에 대한 함수가 복잡한 거다. 40대 중반을 넘기면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 죽는데 대한 걱정이 생기면 함수가 간단해진다. ‘적당히 살자’ 아니면 ‘모든 기득권을 던져서라도 순수한 그것을 찾자’로.당신의 인생은 작년보다 올해 일 년 짧아졌다. 당신을 방어하는 껍질을 깨고 나와 뜨겁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너를 닮은 아이를 너무 낳고 싶은데 집안일은 하기 싫으니 돈 많이 벌어와라, 그리고 나를 평생 미치도록 사랑하라, 그럴 자신 없으면 떠나라가 당당하게 이야기하면서.일도 하고 애도 낳고 평생 사랑하는 부부로 살 수 있다. 이런 이기심은 버리면 안 된다. 현실의 삶은 이기적으로 살되, 마음은 가장 순수한 사랑과 열정으로 가득 차게 하라. 지금 당신은 행동은 이타적이되 마음이 이기적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울화병이 되는거다. 세상은 전부 비슷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다. 쫄지 말고 기죽지 말고 꿈을 이루어 나가기를 바란다.
2022-01-28 14:10:06
추운 날씨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외부활동이 뜸한 요즘 같은 시기에는 활동력이 떨어지고 몸이 경직되기 십상이다. 또한 면역력도 떨어져 평소 건강했던 사람도 쉽게 감기와 독감에 걸리기도 한다. 이처럼 운동량 부족으로 인해 뼈나 관절에 이상이 생기고 면역력 저하로 감기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두충(杜仲)이다.두충은 두충나무과(Eucommiaceae)의 두충나무 껍질을 말린 약재다. 한국에서는 두충이라 읽고 한자를 두중(杜仲)으로 쓰지만 중국과 일본은 두충(杜沖)이라 쓴다. 이는 옛날에 두중(杜仲)이라는 사람이 이 약을 먹고 득도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사중(思仲), 사선(思仙)이라는 이명도 같은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두충나무는 잎이나 나무껍질에 실 같은 투명한 섬유질이 많아서 목면(木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두충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옛날 어느 강가에 두충이라는 착한 청년이 살았다. 그 지역 나루터 배는 강 사이를 밧줄로 연결하여 밧줄을 당겨가며 건넜다. 동네 사람들은 밧줄을 당기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았는데 오래 일한 어르신들은 어지럽고 허리와 무릎이 아파 고통스러워했다. 어느 날 약초 캐는 백발노인이 배에 타자 두충은 아프신 어르신들을 치료할 약재가 없는지 물어보았다. 백발노인은 나뭇가지 하나를 꺼내 보이면서 효력이 있음을 일러주며 강변의 절벽을 가리키면서 절벽 위에 이 나무가 있다고 했다.산세가 험해 아무나 오를 수 없는 산이지만 두충은 곧바로 출발했다. 천신만고 끝에 그 나무를 발견하고 약재를 가져간 보따리에 챙겼다. 하지만 흥분한 나머지 급히 하산하다가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 강으로 굴러 떨어졌고 동네 사람들이 간신히 두충을 건져냈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그런데 숨진 그는 손에 약보따리를 꽉 움켜잡고 있었다. 아프신 어르신들은 그 약재를 달여 먹고 쾌유했다. 훗날 두충의 희생정신을 기려 그 약재를 두충이라 불렀다. 달고 따뜻한 성질에 매운맛 … 차로 마시면 건강 유지에 으뜸한의학적으로 두충의 성질은 따뜻하고 달면서 약간 매운맛이 있다. 한의학 고의서인 ‘동의보감’에는 “두충은 허리와 등뼈가 아프거나 다리가 시리면서 아픈 것을 치료하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며 음낭 밑이 축축하고 가려운 것,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 등을 치료한다. 정력을 좋게 하며 갑자기 허리가 아픈 것을 낫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두충은 운동량 부족으로 뼈나 관절에 통증이 일어나기 쉬운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허리근육이 약하면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어 벽에 기대거나 조금만 무리를 해도 허리에 힘이 빠져 통증이 생긴다. 이때 두충을 사용하면 허리근육이 강화돼 통증이 덜해진다. 특히 퇴행성관절염의 경우 온도나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찬바람이 불거나 습도가 높아지면 통증이 심해지는데 두충은 체내의 습하고 냉한 기운을 몰아내주고 관절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들며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따라서 관절염, 골다공증 등에 효과가 있으며 뼈의 성장발달을 촉진하며 뼈 건강에 두루 도움이 된다. 또한 혈관 건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혈액의 흐름을 순조롭게 만들어주며 좁아진 혈관을 확장하고 혈압을 내려준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성인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도 두충이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두충은 체력 저하로 피로를 많이 느끼는 사람들의 피로 해소를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뼈는 물론이고 근육의 피로를 풀고 경직된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데도 효과가 있어 운동 후 근육통에도 도움이 된다. 방광 등의 근육을 강화하여 요실금과 같은 치료에도 사용이 된다.두충의 껍질에는 구타페르카·알칼로이드·폴리페놀류·플라보노이드류·비타민 C 등이 함유돼 있다. 있다. 두충 껍질은 고무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구타페르카가 들어 있으며 항산화작용이 있는 폴리페놀류는 체내에서 발생한 유해산소로부터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는 바닐산, 카프로산 등을 함유하고 있다.두충은 주로 차로 마시는데 잎과 껍질을 모두 이용한다. 잎차는 이른 봄에 어린잎을 따서 뜨거운 솥에 볶아 말려두었다가 녹차처럼 우려 마시면 좋다.요즘 같은 겨울철 따뜻한 실내에 있다 갑자기 추운 바깥 공기를 쐬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면서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 평소 혈압이 높은 사람은 겨울철 반드시 혈압 관리를 해야 하는데 두충차는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미국화학회지에 실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두충 껍질로 차, 술을 만들어 고혈압 환자에게 먹인 결과 2~4개월 후 환자의 94%에서 고혈압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두충차는 물 1L에 두충 50g을 넣고 센 불에서 30분간 끓인 후 약한 불에 2시간 정도 달이면 된다. 이처럼 뼈 건강과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두충이지만 섭취 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두충은 약재로 사용하기 위한 법제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두충을 임의로 먹게 될 경우에는 오히려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성질이 따뜻한 만큼 감염으로 발열 증상이 있거나 음기(陰氣)가 부족해 몸에 열이 과도하게 많은 사람 또는 맥이 빠르게 뛰는 사람의 경우 가급적 두충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2022-01-27 14:55:44
현대인들은 서구화된 식생활과 운동부족 등으로 열이 많고 각종 심혈관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 좋은 자양식품 중의 하나가 바로 더덕이다. 더덕은 예전 전방 지역에서 군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나 산행하던 사람들이 발견해 캐면 자랑도 하고 안주 삼아 술 한잔을 할 정도로 특별한 식재료였다.특유의 향과 쌉싸름한 맛, 두툼하고 고기 느낌의 식감을 가지고 있어 입맛을 돋워주는 더덕은 ‘산에서 나는 고기’라 불릴 만큼 약에 버금가는 효능과 탁월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혈당을 떨어뜨리고 피를 맑게 하며 몸에 지나치게 상승한 열을 내려준다. 더덕(학명 Codonopsis lanceolata)은 쌍떡잎식물 초롱꽃과(Campanulaceae)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사삼, 백삼이라고도 부른다. 주로 숲속에서 자라는데 뿌리는 도라지처럼 굵고 식물체를 자르면 흰색의 즙액(汁液)이 나온다. 잎은 어긋나고 짧은 가지 끝에서는 4개의 잎이 서로 접근하여 마주나 모여 달린 것 같으며 길이 3∼10cm, 나비 1.5∼4cm로 바소꼴 또는 긴 타원형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앞면은 녹색, 뒷면은 흰색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지에 서식하고 있다.더덕은 한의학에서 양유근(羊乳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더덕의 뿌리를 자른 면에서 나오는 하얀 즙액이 양의 젖과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의학에서는 더덕의 효능에 대해 “폐음(肺陰)을 보(補)한다”고 하는데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건조해진 폐와 기관지 등의 호흡기를 촉촉하게 해 주고 기능을 보완해서 면역력을 증강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향약집성방’에서는 더덕을 가덕(加德)이라 기록하고 있다. 100여 가지의 각종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좋은 약초로 독성이 적어 능히 평상시에 음식으로 즐겨 먹어도 좋기 때문이다. 식용·약용으로 널리 사용 … 사포닌 성분 혈관질환 예방 도움이처럼 음식으로 약초로 쓰임새가 많은 더덕에는 혈관 속의 ‘기름때’를 제거해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줘 여러 가지 성인병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다량의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어 콜레스테롤제거와 혈당 강하에 효과가 있으며 혈관질환과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이눌린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이눌린은 천연 인슐린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혈당 조절에 효과적인 성분이다.더덕에는 또 칼륨·철분·칼슘·인 등 무기질이 풍부해 가슴 통증을 동반한 기침이나 가래·천식·고혈압·콜레스테롤 제거·염증 치료와 피부 해독·자양강장기능 등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더덕은 다양한 무기질을 함유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육류와 함께 섭취하면 고기의 산성 성분이 중화되어 궁합이 좋다. 특히 더덕은 돼지고기와 맛은 물론 영양상으로도 궁합이 잘 맞는다.이와 함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덕에는 모유 분비 촉진 효능도 있다. 직접적으로 유선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지만 폐와 대장이 약한 산모라면 더덕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더덕의 효능은 이 뿐만이 아니다. 더덕은 양유(羊乳)라고 불릴 만큼 뿌리에 흰 즙이 많아 뼈와 관절에 좋은 윤활유 역할을 한다. 이 끈적한 우유같은 진액은 뇌혈관의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면서 뇌세포 노화 예방에 좋다. 이외에도 더덕의 잎에는 항산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노화방지와 암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공기 오염과 황사, 미세먼지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더덕은 꼭 필요하다. 더덕의 하얀 사포닌은 폐의 기능을 도와 가래를 없애고 찬 공기와 담배연기로 좁혀진 기관지와 폐세포를 살리기에 충분하다. 섬유질도 많아 대장의 원활한 움직임을 촉진해서 변을 시원하게 보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장에 가스가 많이 차거나 변이 시원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장의 점막을 촉촉하게 하면서 부드러운 연동운동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어 변비로 인해 피부에 염증이 생겼거나 비만으로 체중감소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더덕이 건강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특유의 쌉싸름한 맛 때문에 섭취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 이럴 경우 껍질을 벗기고 나서 소금물에 10분간 담갔다 꺼내면 쓴맛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물에는 더덕을 오래 담그지 않는 게 좋다. 더덕의 쌉싸래한 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오래 담가두면 사포닌 성분이 모두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22-01-20 15:13:24
욱하는 성격 때문에 고민이라는 40대 직장인이 이메일로 상담을 청해왔다. 자신이 사회생활하며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게 ‘거짓말, 시간 개념 없음, 자기 맘대로 일하기’인데 부하직원들이 이를 어기고 변명하면 경고를 주곤 하는데 얼마 전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근데 문제는 그러고 나면 오히려 맘이 안 좋다고 한다.평소 성격도 쾌활하고 배려심도 깊어 대인관계도 원만한 편인데 한 번 꼭지가 돌면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넌다고 했다. 욱하면 백날 잘해도 한 번에 다 망치게 되고 스스로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아는데 어찌하면 좋겠냐고 하소연했다. 욱한 마음이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욱하고 나서 맘이 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곤란하다. 상대방에게 언어적, 행동적 공격을 가하고 나서 마음에 동요가 전혀 없다면 사이코패스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한 의학용어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정신병리로 ‘자기애성 인격장애’가 있다. 두 인격장애 모두 타인에 대한 공감 결여와 착취, 사기성 등을 보인다.사연을 보낸 사람은 욱하기는 하지만 이런 문제로 사연을 보낼 만큼 고민하는 것을 보면 사이코패스나 자기애성 인격장애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사이코패스라 하면 매우 폭력적이고 감옥에나 있을 법한 살인마를 떠올리지만 상당한 지적 능력과 인간적 매력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들이 적잖다. 산업심리학자인 보드와 프리츠는 영국 CEO들의 인격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사이코패스의 특성과 일치했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상당히 먹힐 만한 효율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당히 무리한, 때론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일을 지시하고 추진하면서도 전혀 양심에 가책이 없다면 업무추진 에너지가 대단할 것 같지 않은가?이런 사이코패스 상사는 부하직원과 일종의 피학-가학 관계를 형성한다. 병적인 관계지만 그 안에 안정성과 일관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학 자체보다 일관성 없는 상사의 태도가 때론 더 힘들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성격적으로 무난해도 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서 ‘욱하기’만 잘하는 상사는 최고 진상이 될 수도 있다. 기대치가 흔들리는 것,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예상치 못한 야단, 특히 인격적 모욕이 담겨 있기라도 하면 그것만큼 사람을 처참하게 하고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없다. 평소 성격도 쾌활하고 배려심도 있었던 사람은 부하들의 기대치도 높았을 텐데 한번 욱한 것만으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분노 반응도 더 크게 일어난다.욱하는 것은 여러모로 손해가 많다. 일단 자신부터 후회하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힘들다. 욕먹은 부하직원도 일정하지 않은 기대 경험치 때문에 힘들다. 그들에게 욱한 당신은 그 옛날 ‘마징가제트’에 나온 악의 축, 아수라 백작이다. 회사 주변 호프집의 제일 잘나가는 안주가 아마 당신일 게다.욱해 놓고 미안한 당신은 회식이라도 해서 직원들 기분 풀어줘야 하니 경제적 손실이 생긴다. 이에 짜증난 직원들도 당신의 화해 제스처에 억지로 웃으며 임해야 하니 두 번 괴롭다. 화를 못 참는 건 감성의 뇌가 지쳐 있기 때문이다. 신경생물학적으로 감성의 뇌, 즉 변연계(limbic system)가 제멋대로 작용해서 나타난다. 변연계는 분노하거나, 공포를 느끼거나, 웃기도 하는 등 감성 에너지를 표출하는 역할을 한다. 변연계가 망가지면 아무 데서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실실 웃으면 사회적 규범에서 어긋나는 사람이 된다. 그러기에 이성을 지배하는 전전두엽이 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인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라고 너무 강하게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성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피로가 쌓이면 ‘욱하는’ 성격이 표출된다고 봐야 한다. 욱, 즉 화를 조절하려면 감성의 뇌에 쾌감을 줘야 한다. 주말에라도 사색하며 걷는다면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웃으며 넘길 수 있을 것이다.또 하나 욱하는 것은 상대방이 내 기대치를 저버렸을 때 나오는 감정 반응이다.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적어도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리더가 되기도, 직원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기대치가 모두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세로 사는 게 남는 장사다. 미안한 마음에 쓰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회식비가 절약될 테니 말이다.화는 결과물이다. 결과물을 직접 통제하면 정말 화병에 걸린다. 마음의 화가 유통될 수 있는 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라는 존재의 작음을 실감할 때 우리는 나와 상대방의 결코 작지 않은 가치에 대해 역설적인 기쁨을 느끼게 된다.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단, 사랑할 수 있는 만큼 만이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의 70%만 활용해야 한다. 무엇이든 과열되고 에너지가 결핍되면 욱하는 화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작은 사랑이라도 일관성 있게 전달하는 게 신경생물학적 측면에서 좋은 사랑이다.
2022-01-14 13:39:39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종식의 희망은 보이지 않고 새해 정초부터 어수선하기만 하다. 기자는 체념하듯 으레 하던 올해의 목표를 선정하지도 않았고, 그럴 엄두도 나지 않았다. 정치, 경제, 사회, 안보면에서 불안하기만 하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관련, 벌써 세 사람이나 죽어나갔다. ‘성남 대장동 사업 특혜사건’으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세상을 떠났다. 두 번째로 12월 21일에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사망했다. 유 씨는 화천대유에 유리한 수익배분 구조를 설계한 혐의를 받던 사람이고, 김 씨는 초과 수익 환수를 주장하다가 결국엔 백기를 든 착한 사람이었다. 세 번째로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이모 씨(55)가 지난 11일 숨진 채 서울의 모텔에서 발견됐다. 김 씨와 유 씨는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중압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이모 씨는 심근경색이 사인으로 규명되긴 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지병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죽음에도 이재명 후보는 ‘잘 모르던 사람이다’ ‘죽음에 관한 입장은 당에 물어봐라’ ‘고인의 명복을 빈다’ 등으로 얼렁뚱땅하면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선거운동에 ‘올인’이다. 그러니 민주당원조차도 당성이 약한 사람은 차츰 이재명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다.그 와중에 도입한 지 36년이나 된 노후 기종인 F-5E 전투기를 몰던 심정민 대위(29)가 11일 오후에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향리 야산에 추락해 순직했다. 정부는 사고 후 고인의 계급을 소령으로 추서하기로 했으나 그것이 사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고 가족에게 무슨 위로가 될 것인가. 추락 순간 민가로 떨어지면 많은 사상자가 날까봐 비상탈출을 포기했다는 보도를 접하며 마음이 저며 온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까지 병장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자고 한다. 20대의 표를 얻기 위해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을 줄이고 군 사기를 진작하자는 취지로 이런 공약을 내놓았다. 만약 노후기를 신예 전투기로 진즉에 바꿨다면 심 대위의 사망사고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방위력이 일취월장 나아졌을 것이다. 20~30년전 지금 기성세대는 나라를 지킨다는 ‘품앗이 공공선’의 정신으로 군대에 갔지 돈 벌려고 간 게 아니었다. 고달픈 군 생활이었지만 월 1만~2만원, 그야말로 담뱃값 정도를 받고 국가에 봉사하러 갔다. ‘멸공’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이란 단어조차 ‘호전광’이란 소리를 듣는 작금의 ‘국방태세’가 좌파 운동권 출신의 산물이라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최근 우리나라에 3대 ‘오너 리스크’가 생겼다고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멸공통일’을 게시했다가 좌파 및 주식투자자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중국, 베트남 등 공산국가에서 사업을 벌이다가 현지 정권의 압력에 의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철수한 가슴아픔은 익히 다 아는 사실이지만 거대기업의 수장으로서 기업을 위해서나, 중국과 무역하는 사람을 위해서나, 임직원과 투자자를 위해서 전혀 무익한 일을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더욱이 본인이 인위적인 체중과다 조작을 통해 병역을 회피했으면서도 ‘멸공의 화신’이나 되는 것처럼(물론 본의는 아니었으나) 최전선에 선 게 우습다. 정 부회장은 우리 집안은 사업하는 집안이라며 외할아버지인 이병철의 유훈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을 내세워 병역 회피를 정당화하려 모습까지 보였다. 누군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이라도 있다면 사업보국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재명, 윤석열 후보도 석연찮은 핑계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유권자로서 오는 대선 투표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까. 두 번째 오너 리스크는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다. 이 회사 이 모 자금담당 부장이 자본금의 80%가 넘는 2215억원을 기업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개인계좌로 이체시켜 훔치는 황당무계한 사고가 일어났다. 과연 오너가 몰랐을까? 지라시나 벤처업계에 돌아다니는 소문에 따르면 최규옥 회장이 횡령을 지시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경찰이 최 회장의 공범 가능성을 살펴보고는 있지만 수사 의지가 강해보이지는 않는다. 오스템 횡령사건의 책임에서 최규옥 회장이 전혀 자유스럽지 못하다. 익히 도덕성이 땅바닥에 떨어졌음이 몇 번의 사고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에 치과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준다는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횡령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최 회장은 섹스스캔들로도 시끄러웠다. 2012년 9월에는 다른 남성과 함께 한 호텔에서 당시 스튜어디스인 유부녀와 2대1로 수차례 쓰리썸 성관계를 가진 것이 해당 여성의 남편에게 발각돼 고소당하기도 했다.이번 횡령 사건은 최 회장이 개입됐든 그렇지 않든 그의 책임이 크다. 자금부장이란 사람이 오너로부터 잘못된 면을 배웠을 것이라고 해도 최 회장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자금부장의 아버지도 횡령사고에 가담해 수치심 때문인지 자살을 택했다. 이재명 후보와 관련한 3인의 사망과 중첩되면서 ‘악의 음산한 그림자’가 넘실대는 것을 느낀다. 세 번째 오너 리스크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다. 그를 포함한 8명의 경영진은 스톡옵션 매입 비용과 주식 취득 후 납부해야 할 소득세를 마련하기 위해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11월 3일 상장한 지 한 달 여만 지난달 10일 대량매도했다. 23만주 900억원어치를 챙겼고 개미들은 ‘비전이 없어 경영진도 버리는 주식을 샀다’며 탄식했고 주가는 3일간 14.3% 폭락했다.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전혀 무관한 일반인조차 허탈감에 빠졌다. 여기에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 3명이 6일 진화작업을 하다 순직했다. 무리한 진화 명령이 화근이었다. 또 광주광역시에선 현대산업개발이 화정아이파크 공사를 하다가 6명이 실종돼 아직 생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겨울철의 무리한 공기단축 노력과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다. 덧없이 누군가는 죽어나가는데 이를 따뜻하게 품지 못하고, 합리도 작동하지 않고, 그저 바람만 타고 한자리 차지해보겠다는 탐욕으로 선거판은 시끄럽고 정치력의 부재가 더욱 휑해보이는 요즘이다.
2022-01-14 00:14:01
추운 날씨와 활동량 감소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에는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으로 몸이 약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는 게 중요하다. 겨울철 따뜻한 꿀물 한 잔 마시는 것도 미처 알지 못했던 보약이 된다. 꽃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벌이 있고, 벌집에는 벌들이 모아온 꿀이 고이기 마련이다. 인류는 나무에서 열매를 채집하고 수렵을 통해 단백질을 얻었고 벌을 통해 꿀을 모았다. 꿀은 설탕보다 훨씬 오래된 천연감미료로 기여해왔다. 고대 그리스인은 꿀을 ‘신들의 식량’이라 했고, 로마인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로 여겼으며, 이집트에서는 사체의 방부제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인류는 예부터 자연꿀인 벌꿀과 사탕수수와 사탕무 등에서 얻어진 당밀(시럽)을 단맛을 내고 에너지를 얻는 영양급원으로 사용해왔다. 우리나라도 예부터 벌꿀을 귀한 약품이자 식품으로 아꼈다. 민간요법에서 기침이 나고 목이 따끔거릴 때 꿀을 한 스푼 먹거나, 꿀을 잔뜩 넣고 푹 삶은 배숙(梨熟, 전통화채의 일종)을 먹으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요즘도 감기 기운이 있으면 많이들 먹고 있다. 이처럼 민간요법에서 활용되던 꿀의 감기에 대한 효능이 서구에서도 입증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꿀과 감기에 대한 효능을 연구한 결과 꿀이 일반 약물보다 감기나 독감 증상 완화에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꿀이 코와 인두, 후두의 감염성 염증질환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조상들의 오랜 경험과 지혜가 다시 한 번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한의학에서도 오래 전부터 꿀의 효능을 인정해 왔다. ‘동의보감’에는 “꿀이 허약한 기운을 북돋고, 소화기를 강화하며, 통증을 줄여주고, 해독 작용이 있다”고 씌어 있다. 또 ‘사상의학’에서는 “꿀이 소화기가 약하고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체질인 소음인에게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효소와 각종 비타민 함유 … 면역력 강화·감기에 효과꿀은 여러 가지 효소와 각종 비타민을 함유해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예컨대 감기 등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들에 좋다. 특히 아침에 먹는 꿀은 피로 해소에 좋고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잠을 깨는 데도 도움을 준다. 약 83% 이상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거의 대등한 비율로 섞여 있다. 단당류이니 만큼 섭취하는 즉시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꿀은 체내 신진대사를 촉진하기도 해 몸속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 배출에 도움이 되고 변비 해소에도 좋다. 꿀은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성분이 흡수되기 쉬운 형태를 띠고 있어 피부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 아미노산은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들어 준다.꿀의 당 성분은 보습효과가 탁월하고 각질 제거 효과가 있다. 꿀을 활용한 다양한 뷰티 제품이 출시된 것도 이 때문이다. 건조한 입술에 꿀을 바르고 랩을 잠시 붙여두면 한결 입술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유 또는 와인, 녹차 가루를 꿀에 섞어 세안제를 만들어 사용해도 좋다.꿀은 항균성을 가지고 있어 상처 조직을 자극해 상처 치유를 촉진한다. 규칙적으로 섭취하면 잇몸질환을 비롯한 상처 치유에 효과적이다. 플라보노이드, 페놀화합물 등 항산화물질이 함유돼 세포막을 보호하고 신체의 활성산소를 제거해 해독작용, 면역력 증가,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오랜 시간 뒤척이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에도 꿀은 특효다. 꿀의 단맛이 수면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을 분비해 숙면을 유도한다. 많은 건강상의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과다하게 꿀을 섭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칼로리가 높고 당분이 많아서다. 꿀 자체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과다 섭취하면 몸에 열이 나거나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비만한 사람이나 평소 몸이 잘 붓는 사람은 섭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꿀에 보툴리눔균이 들어 있을 수 있어 돌을 지나지 않은 영아가 섭취하게 될 경우 근육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돌이 지난 영·유아라도 단맛이 너무 강한 만큼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2022-01-13 15:45:2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5일 당사에서 ‘청년 탈모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간담회까지 열면서 남성탈모 환자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한 약가로 탈모약을 복용하게 해주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내 남성 성인 탈모증 환자는 800만명~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해 1인당 10만원씩만 건보 재정이 투입돼도 연간 8000억~1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오리지널인 한국오가논(옛 한국MSD)의 ‘프로페시아정’(성분명 피나스테리드)는 한 달 분(1㎎짜리 28정) 가격이 5만원~6만원 선이다. 이에 비해 국내 제네릭은 한 달 분이 2만1000원~4만5000원으로 저렴하다. 이 약을 싸게 먹기 위해 피나스테리드가 5㎎씩 들어 있는 동일 성분의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비정상적인 경로로 구해서 4등분 또는 5등분해서 먹는 편법이 이뤄지고 있다. 아는 의사를 통해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아 이 약을 받기도 하고, 아는 약사나 의약품 도매업자를 통해 얻어내기도 하며, 해외 직구를 통해 외국 제네릭을 구입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국산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한 알에 700원꼴이어서 5등분하면 하루치 약값이 140원으로 떨어진다. 이재명 후보가 탈모인의 이런 불편에 주목해 공약을 내놓은 것은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이 후보는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선거공약 광고에 출연해 타고난 ‘꾼’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이에 막상 이런 것을 생각조차 못했던 야권과 보수언론은 ‘모(毛)퓰리즘’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항암제 등 보험급여가 안 되는 약도 수두룩한데 건강이 아닌 ‘미용치료’에 건보 재정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 비판이 많다. 이재명 후보는 “700억~800억원이 들 것”이라며 “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남성탈모 환자 수요도 많은데다가 후보로서 한번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지는 못하겠다는 뜻이다.기자는 곰곰 생각해봤다. 정말 나라에서 작정하고 약을 공급한다면 인도나 중국에서 벌크로 원료의약품을 들여와 찍고, 만약 건강보험공단에서 저가 입찰 경쟁을 부친다면 실제로 80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급여가에 남성탈모약을 공급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문재인 케어’를 하느라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를 찍는 데 10배가 넘는 비용이 늘어났다. 필요해서 찍었다고 하지만 사실 두통이나 치매를 MRI로 찍어 확인하는 게 과연 의미있는 진료 행태인지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비판이 많았다.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무릎관절염, 중증 어깨질환처럼 원인이 확실한 질환 외에 이들 영상진단은 의미가 반감되는 진단 수단들이다. 문재인 케어 덕분에 정형외과, 신경외과만 덕을 본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남성탈모증 약 급여화는 오히려 문재인 케어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른바 ‘핀셋공약’으로 ‘소확행’ 표를 싹쓸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전략상 탁월하기도 하다.그러나 문제는 미용치료에 대한 급여화가 봇물이 터지기 시작하면 건보재정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가뜩이나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료를 상대적으로 많이 내는 30~50대 연령층(시간이 없어 병원 가는 일이 드문), 부유층(건강검진과 꾸준한 자기관리 등으로 아픈 일이 적은)은 날로 올라가는 건강보험료가 불만인데 미용치료까지로 급여가 확대될 경우 더 많은 부담을 지어야 한다.그런데 7일 민주당 선대위 신복지위원회 보건의료분과장인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탈모가 중증이면 가발과 모발이식에도 건보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과 최근까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용익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와 선후배 사이인 김윤 교수도 대선 승리 후 한자리를 하겠다는 욕심인지 ‘관변학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 의료시스템의 효율성과 공익성을 추구하는 학문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포퓰리즘이 가미된 정책을 구상하고 입안하려 애쓰는 게 학자의 책무이겠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상투적으로 항암제 급여화에 쓸 돈을 탈모약 급여화에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싶지 않다. 연간 수천만원 대의 첨단 항암제를 써봐야 수명연장 효과는 고작 수 개월이고 살아 있다한들 삶의 질이 좋은 수준도 아니다. 다만 가발, 모발이식까지 운운하면 나중에 점빼기, 얼굴흉터치료까지 끝도 없이 나갈까봐 걱정이 된다. 더욱이 여성들도 탈모 치료에 형평성 있게 급여를 해달라고 하면 효과가 미흡한 미녹시딜 바르는 약이나, 고가이면서 아직은 검증이 덜 된 17-알파에스트라디돌 외용제에도 급여를 주지 않을 수 없다. 한번 무너진 ‘미용치료에 대한 급여 허용’ 둑은 다시 세울 수 없기에 남성탈모약 공약은 신선하면서도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2022-01-10 21:52:54
술을 못하는 탓인지 유독 회식자리가 불편하다는 30대 직장인이 상담을 청해왔다. 직장생활 1∼2년차 때는 회식의 중요성을 몰랐는데 경력이 쌓일수록 아무리 일을 잘해도 회식에서 마이크를 놓지 않는 동기나 후배들 앞에서 자격지심이 든다고 했다. 특히 사내에서 라이벌인 직원이 있는데 자신도 그 직원처럼 음주가무에 뛰어나고 싶다고 했다. 회식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 직원에 대한 칭찬이 다음 날이면 열 바퀴는 돌기 때문이란다.노래교실이라도 다녀야 하는건지, 회사생활에 정말 회의보다 회식이 중요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조언을 청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에선 회의보다 회식이 중요하다. 회사, ‘company’라는 단어의 어원은 ‘com’은 함께, ‘pany’는 빵이라는 뜻이다. 빵을 함께 먹는 곳이 회사란 말이다. 그러니 같이 밥먹는 곳이 회사의 뜻인데 당연히 회식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동지(companion)란 말도 다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것이다. ‘companion’ 은 같이 빵을 먹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함께 회식을 해야 동지인 것이다.회사에서 일할 때 제일 짜증나는 유형이 일할 때는 “우리 동지 아이가, 친구, 서로 나눠서 대충 합시다”하다가 회식이나 회사 행사 때는 “난 파트너야. 내 업무만 하면 되지 근무 외적인 것까지 신경 쓰거나 그갈 평가받고 싶지 않아. 왜냐면 난 도도한 프로페셔널이거든, 흥” 하는 종족들이다.‘저 자식은 일도 못하는 주제에 회식에서 아부만 떨어서 나보다 먼저 승진하고, 더러운 세상이야’라는 푸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일만 죽어라 하는 사람보다 회식에서 상사 기분 잘 맞춰주는 사람이 더 인정받고 먼저 승진할까. 그 심리적 메커니즘은 뭘까?그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근거한 속물 이데올로기 메커니즘 때문이다. 속물이란 사회적 지위와 자신의 본질적 가치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내가 승진하면 나의 인간적 가치도 올라가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칭찬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된다.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는 불같이 분노가 일어나고 힘으로라도 그 사랑을 가지려 한다. 그 마음의 기저에는 ‘회식에서 직원들에게 칭찬받고 사랑받으려는 욕구가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 뻔한 아부에도 기분 좋은 게 우리네다. 속물적 상사일수록 칭찬에 예민하다. 왜냐하면 사회적 타이틀 이외에 자신의 가치를 지켜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칭찬에 민감하고 칭찬을 좋아한다. 속물적 상사가 가장 싫어하는 부하직원은 일은 똑 부러지게 잘하면서 회식에서 아부하지 않는 부하직원이다. 바로 상담을 청한 사람 같은 경우다. 왜?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 잘하는 직원이 바로 아래 직급이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잠재적 경쟁자일 수 있는데 그런 직원이 회식에서 충성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불안함에 내칠 수도 있다. 따라서 회의에만 집중하고 회식에서 충성 서약을 하지 않다가는 일만 하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울화병이 생기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회사생활을 가장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며 즐겁게 보내는 것 아닐까. 회사를 마치 내 인생의 전부인 양, 자신의 자아와 회사의 존재를 일치시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너무 안타깝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도 들들 볶지만 아랫사람에게 주인의식이다 로열티다 하며 끝없는 희생을 요구하기 일쑤다.회사에서 회식은 업무의 상징인 회의 이상으로 생존과 커뮤니케이션에 중요한 자리다. 특히 어렵게 승진해 자리 잡은 이들이 자신의 고생을 보상받는, 매우 중요한 의식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회식은 회의보다 더 정교한 전략들이 오가는 전쟁터와 같다.동서양, 과거, 현재, 미래에도 회식이란 의식은 직장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상사들이 자기 내면에 있는 타인의 사랑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있는 성스러운 의식이자 자신이 고생해서 얻어낸 위치에 대한 심리적 보너스를 만끽하는 자리다. 부하직원들은 상사와 정서적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자리고. 서류상으로 오가던 드라이하던 관계에서 끈끈한 정서가 혈관을 통해 오가면 정서적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회식자리에서는 감성적 교감이 중요하다. 사람은 애초에 정서적 동물이기에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는 해도 자신의 정서적 흐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기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이 감성과학의 진실이다.우리가 사는 세상은 디지털 세상이다. 그러나 모두 디지털에 젖어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적인 능력 자체는 아무런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조물주가 디자인한 우리 뇌, 감성 시스템의 본질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세상은 돌고 돈다. 정반합의 변증법처럼 인류역사는 돌고 돌아 균형을 잡아간다. 디지털 세상이기에 아날로그적 감성과 테크닉이 다시 빛을 발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다시 인문학과 예술의 시대가 오는 것처럼.
2022-01-07 16:2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