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화’를 안고 살며 좀체 참질 못한다. 이를 빗대 ‘분노조절장애’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의학적 병명은 아니다. 정신의학 진단에서 이와 비교적 근접한 게 ‘간헐적 폭발성장애’다. 이 정신질환은 심각한 외적 손상이나 상해를 유발하지 않는 언어적 공격성의 폭발이 1주일에 2회 이상 3개월 내내 지속되거나, 재산 파괴나 신체적 부상을 입히는 심한 물리적 폭력이 1년 동안 3회 이상 나타나는 경우를 일컫는다. 한마디로 사소한 불편이나 짜증에도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내는 경우를 말한다. 사실 다른 동반질환 없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인의 분노조절장애는 정작 문제가 되는 상황 자체를 해소하려기보다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특징적이다. 가령 출근길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으로 위협하는 운전자로 인해 화가 치솟고, 무례한 웨이터 때문에 밥맛이 떨어지며, 까다로운 상사 때문에 하루를 망친다. 이때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화를 내지 못하고 분노가 치밀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이를 폭발시켜버린다.미국 정신질환 진단분류에서 ‘한국인 고유의 정신질환’은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화가 나도 윗사람이 어려워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알아서 잘 해주겠지’ 기대하는 경향이 짙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참는 게 미덕으로 여긴다. 이처럼 분노가 뭉쳐 있으면 ‘화병’이 나거나, 속칭 ‘강약약강’(강한 사람에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약한 사람 앞에서 강해지는 양상을 빗댄 신조어)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다.유은정 유은정의좋은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화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은 감정공격을 가볍게 튕겨버리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이 없다”며 “이를 방치하면 우발적인 ‘묻지마 범죄’, 약한 대상에게 자신의 분노를 분출하는 ‘막말’, 편견과 편가르기 현상 등으로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을 향한 분노의 최고봉은 ‘자살’”이라고 강조했다. 유은정 원장은 화를 내는 것도 습관이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도 정신질환의 하나로 볼 수 있어 전문적인 스트레스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화병이 생기는 사람들의 특징은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만큼 타인과 적절한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유 원장은 “분노하는 것은 자기를 보호하는 일종의 방어본능으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걸핏하면 핏대를 올리는 무절제한 분노는 자신과 주변에 해를 입히는 병”이라며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쌓이면 뇌에서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며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고 분노조절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노는 학습되는 것이어서 내버려두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등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분노를 자주, 유난히 강하게 표출하는 진짜 원인은 낮은 자존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부족한 부분보다는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 주변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습관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하다.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으로 어려움을 당해 왔다. 트웨인은 자신의 화내는 습관을 개선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종이에 쓰고, 이를 사흘간 곱씹으면서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분석했다. 이후 화의 강도가 적당한지 결정하고 미덕을 베풀거나 적절한 화를 낼 것인지를 결정했다. 또는 해당 내용이 담긴 종이를 찢어버려 자신의 화를 다스렸다. 이같은 방법은 문제를 해결하고 화를 표현하는 데 효율적이어서 이를 ‘마크 트웨인 테라피’(Mark Twain Therapy)라고 부르기도 한다.화를 다스리려면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게 좋다. 먼저 화가 난 이유가 무엇인지, 화가 난 이유가 제3자가 보기에도 타당한지, 상대방에게 바라는 반응은 무엇인지,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반응을 보였을 때 어떻게 할지, 다른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해도 화가 났을지, 화나게 만든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본다. 이를 통해 원인을 분석하면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게 돼 화를 조절하게 만들고, 분노의 방향이 화나게 만든 상대로 향하지 않게 된다.하지만 스스로 분노를 참아내지 못하거나 혹은 참기만 하고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른다면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받는 게 필수다. 유은정의좋은의원 부설 굿이미지심리치료센터는 상담을 통해 내담자의 ‘화’의 근본을 탐색해 분노를 줄이는 데 집중한다. 나아가 고객의 행복, 성공, 스트레스·비만 관리 등 전인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필요에 따라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상담센터는 정신과 전문의 2명, 석·박사 1급 심리상담전문가 5명으로 꾸려져 있다. 협진을 통해 분노조절장애, 폭식증, 우울증, 성형중독을 치료하는 ‘자존감 향상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유은정 원장은 현대인을 위한 ‘자존감 향상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자존감 향상을 위한 심리처방전인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의 저자로 방송과 신문에서 마음 건강, 자존감 높이기를 주제로 열강하고 있다.
2017-04-12 18:30:09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의지가 약해서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압박하고 철저하게 절제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조급하고 자극에 민감하고 충동적이다. 쉴 줄 모르는 사람들의 뇌는 많이 지쳐있다. 뇌를 스마트폰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고성능으로 만들었는데 배터리가 나가버리는 것과 같다. 지쳐 있는 뇌는 세로토닌이나 다른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생기고 감정과 충동 조절에 어려움이 생긴다. 우리는 피곤하고 힘들거나 외로울 때 24시간 배달음식과 편의점을 통해 손쉽게, 아주 빠르게 뇌를 자극하는 맛을 구할 수 있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 과거에는 음식을 구하려면 사냥을 해야 했고 농작물을 경작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현대사회는 그렇지 않다. 모두가 갈망하는 것들을 더 빨리, 더 쉽게 얻는 것을 성공이라 여긴다. 그것이 돈이든지 멋진 몸매든지 사랑이든지 말이다. 한편으로 빨리 얻지 못하면 그만큼 더 크게 허기진다. 이런 심리적인 허기는 한병철의 ‘피로사회’라는 책에서 언급한 ‘성과사회’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과거의 사회가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에 의해 이뤄진 부정의 사회였다면, 성과사회란 “할 수 있다”가 최상의 가치가 된 긍정의 사회이고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해야 하기에 자아는 피로해진다.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세상에서 뒤처지는 느낌이 앞선다. 과잉자극, 과잉활동에 피로해진 자아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심심함과 쉼이 필요한데도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인정받으려 한다.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뉴욕에 사는 여류화가 존시는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맨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위로에 기대는 대신 창문 밖 담쟁이덩굴의 잎새만 바라본다. 마지막 잎새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은 채 존재 자체만으로도존시에게 커다란 삶의 의미를 전해 준다. 인생의 위기에서 정신과 의사를 찾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죠?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나는 그들을 공감해주면 다음과 같이 말해준다. “어떤 시점에서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고 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나뭇가지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잎새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했던 것이다”라고.지금 우리 모두는 꼭 무엇을 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사람들은 쉴 수 없는 병에 걸리고 사회도 쉴 줄 모르게 되었다. 진정한 ‘인간성’을 뒤로 하고 갈망하는 것들을 가지려고 애쓰지만, 그럴수록 소망하는 것들이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확인하게 될 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을 확인받는 것은 너무도 잔인하며 맨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운 일이다. 이때 심리적인 허기가 일어나고 뱃속에서는 음식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친다. 식사한 직후에도 배가 자꾸 고프다면 ‘내가 심심해서 먹게 되는구나’, ‘지금 짜증이 나 있구나’, ‘화가 났구나’ 등 여러 가지 감정을 살펴봐야 한다. 우리 몸이 단 것을 찾는 것은 어찌보면 ‘나 좀 쉬게 해달라’는 외침과도 같다. 단 음식과 같이 특정음식을 계속 찾는 습관은 의학적 원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당연히 조절이 어려운 법이다.그러니 음식 하나 못 참는 자신을 제발 구박하지 말자. 이럴 때 필요한것은 오히려 스위치를 끄는 일이다. 식욕조절 호르몬은 수면과 깊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밤에는 몸과 정신을 과잉활동하게 하는 각성스위치를 끄고 수면스위치를 켜야 한다. 음식중독의 해결을 위해 ‘쉼’과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늘도 잠시 쳐다보고 자연 속에 가만히 머물러보자. 지친 뇌들은 아무리 얘길 해도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되고 창조성이 떨어진다. 주변을 돌아보며 잊고 지냈던 지인들에게 선의를 베풀어보자. 음식에 대한 집착이나 마구잡이로 먹는 행동은 겉으로 보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그 이면에 깔려있는 내면의 상태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음식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나를 사랑해야 한다. 현대인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이러니하게 들릴 것이다. 어느 때보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고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몸에 좋은 음식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의 편이 되어 주지 못한다. 항상 자신을 부족하고 결핍된 상태로 여기니 자신을 학대하는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인 것이다. 모든 중독치료의 첫걸음은 시인하는 것이다. 음식중독이 될 때까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심리적인 허기를 채우기 급급했던 동기, 상황, 외로움, 자존감 결여 등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자신을 포장하는 여러가지 타이틀을 벗고 먼저 ‘나는 누구인가?’를 자신에게 질문해봐야 한다. 본인을 잘못 정의하니까 거기에 맞춰 거짓된 삶을 살고, 이런 스트레스로 인해 모든 중독이 시작된다. 각자 자신만의 색깔이 있으며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존중해주는 게 바로 자존감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춘 내 모습으로는 어떤 만족감도 있을 수 없다. 자존감이나 자기존중감은 개인의 능력이 얼마만큼인지,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며 주관적이다.한 30대 중반의 전문직 여성이 직업적으로는 최고의 성공을 거뒀어도 지나가는 말로 옷차림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면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을 수 있다. 여성들은 특히 남의 말에 쉽게 상처받고,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혹독한 점수를 준다.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된다면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자신을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뜻하기도 한다. 감정을 스스로 관리하고 내 몸과 마음의 욕구에 귀기울일 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찾아온다. 자존감이 회복되면 굳이 과도하게 애쓸 필요도 없어지고 다른 사람 들의 이야기에 자연히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호르몬 분비체계가 정상적으로 바뀌어서 결국에는 음식에 집착하는 것도 없어진다. 음식이 일상의 행복이 아닌 중독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과의 전쟁을 멈추고 지친 내 마음과 몸을 돌봐줘야 한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리 뇌는 스트레스성 뇌탈진 상태에 빠지게 되고 불면증, 주변 사람에 대한 예민한 반응, 탄수화물과 같은 특정 음식에 대한 탐닉, 지나친 흡연과 음주, 행복둔감증, 자기 비하 등 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일상이 바쁘고 지칠 때 ‘나는 왜 즐기지 못하는 걸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 인생의 성공은 행복감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자신에게 야박하게 구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행복은 ‘그만하면 잘하고 있어’라고 자신을 칭찬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을 멈추는 데서 시작한다. 몸에서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이 특정 음식을 먹게 된다면 그것은 감정적으로 먹고 있는 것이며, 그 이면에 먹어도 배고픈 ‘심리적 허기’가 깔려 있음을 명심하라. 음식중독이라는 단어가 벗어날 수 없는 무서운 질병의 메타포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다스리는 훌륭한 도구’로써 활용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6-08-26 11:39:15
음식중독에서 가장 흔한 게 바로 ‘설탕중독’, 즉 탄수화물중독이다. 설탕중독은 한마디로 ‘나쁜 남자’로 설명된다. 그 사람이 나에게 해로운 건 알지만, 어느덧 그에게 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도 모르게 그의 치명적인 매력에 중독되어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가 없으면 쓸쓸하고 허전하기만 하다. 주변에서는 그를 가까이하지 말라고, 너는 그 남자에게 또다시 당하고 싶냐고들 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사이에 나는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그가 없이는 이 세상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중독의 기본 증상인 ‘갈망과 금단’이 바로 설탕중독과 나쁜 남자의 공통점이다. 단것을 먹지 않아 발생하는 감정 기복 등 정신적 질환을 ‘슈가 블루스(Sugar Blues)’라고 한다. 단 음식을 끊으면 손발이 떨리고 산만해지며 우울과 무기력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마치 담배나 마약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금단현상과 비슷하다. 중독의 또다른 증상은 바로 내성이다. 실제로 단 음식은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해 필요한 만큼 이상의 음식이 들어오면 포만감 신호를 보내서 그만 먹게 하는 조절기능을 무력화시키고 더 먹게 만든다. 그만큼 설탕중독은 특정한 중독현상이며,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케 하여 마치 마약을 복용할 때 뇌의 변화가 동일하게 나타난다. 비만전문가 박용우는 만성스트레스, 수면부족, 설탕, 트랜스지방, 밀가루 등을 음식중독의 다섯 가지 원인으로 꼽았다. 원인을 살펴보면 인류가 물질적 만족과 편리함을 추구하며 발전해오다보니 결국 휴식과 수면이 부족하게 됐고 가공음식을 서둘러 먹어야 하는 바쁜 라이프스타일로 스스로를 몰아갔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인류의 역사는 권력과 부를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숙했지만 이를 행복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한국인들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경제적·기술적 성취를 이뤘지만,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1위이다. 행복도 조사에서도 멕시코, 콜롬비아 등 저개발 국가들보다 뒤처져 있다. 그렇다면 ‘단것을 먹어야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통념은 그렇다면 잘못된 것일까? 스트레스가 많은 수험생, 야근이 잦은 직장인이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산다. 두뇌활동이 증가하면 뇌가 에너지원으로 혈당을 쓰기 때문에 단것에 대한 욕구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것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당분에 중독되고 심한 경우 정상적인 뇌 활동이 불가능해지며 오히려 저혈당으로 무기력해지는 결과를 일으킨다. 혈당량을 조절하기 위해 달콤한 음료수만 끊으면 될까? 그렇지 않다. 흔히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는 제품도 알고 보면 엄청난 설탕 덩어리다. 예컨대 즐겨먹는 과일청은 과일과 설탕을 1대1 비율로 섞는다. 과일 1㎏에 설탕 1㎏인 식이다. 과일청 원료로 쓰는 매실, 오미자, 유자 등은 신맛이 강하기 때문에 설탕 없이 먹을 수 없다. 흔히 ‘설탕과 과일을 1대1로 섞어 병에 담아두면 설탕이 발효되면서 건강에 좋은 효소가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설탕 농도가 워낙 높아 효소로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다. ‘홍삼원액’이나 ‘블루베리농축액’이라 부르는 건강음료도 알고 보면 원액추출물 50~70%에 물과 사카린 같은 당분을 첨가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술안주나 아이들 간식거리로 자주 먹는 말린 과일은 보통 생과일에 함유된 천연당보다 5~10배 많은 첨가당이 들어 있다. 나쁜 남자인 줄 모르고 그에게 빠져들 듯이 인스턴트음료는 물론 과일청, 가공한 과일, 원액식품이 몸에 좋다거나 병을 낫게 해주고 먹고 있는 셈이다. 이는 설탕을 숟가락으로 퍼먹는 셈이므로 오히려 해가 된다.설탕중독으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자 지난 7월 정부는 처음으로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영양표시에 당류의 ‘% 영양성분 기준치’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며 탄산음료, 사탕에 ‘고열량·저열량’ 문구를 넣는 것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음식을 선택할 때 나도 모르게 속고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것이다.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6-08-18 16:47:56
‘표준체중보다 적게 나가야 한다’는 믿음은 오늘날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특정 몸매의 이미지를 만족시켜야만 매력적이라는 공식을 심어주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다이어트 강박과 불안감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를 습관적으로 검색하고 따라 한다. 평생 체중을 자기 마음대로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믿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다이어트 방법으로 쉽게 포기하게 되고 결국 요요현상과 체중 증가가 반복된다. 이렇듯 무작정 따라하기식 다이어트는 부작용을 일으키며 무리한 체중 감량은 요요현상으로 나타난다. 다이어트와 요요의 반복으로 생긴 ‘나는 해도 안 돼’라는 자기조절감 결핍은 결국 정신적인 스트레스, 우울증, 무력감, 자괴감으로 더욱 과식과 폭식에 매달리게 만든다. 폭식이나 음식중독이 시작되는 시점을 살펴보면 다이어트와 스트레스가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여성들 중에 정상체중임에도 불구하고 더 날씬한 몸매를 만들고자 굶는 방법, 식욕억제제 등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다이어트를 하기 전보다 체중이 증가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들에게는 우울증, 불면증은 물론 가까운 친구조차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대인기피증이 나타났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런 경우가 적잖다. 오프라 윈프리, 레이디 가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린제이 로한, 제시카 심슨 등도 폭식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레이디 가가는 공식 홈페이지에 민낯에 속옷만 입은 사진을 공개하며 “나는 15살 이후로 폭식증, 거식증과 싸워 왔다”고 밝혔다.일반적으로 폭식증 환자들은 정크푸드, 고탄수화물 음식, 초콜릿, 케이크, 탄산음료 등 설탕이 많이 들어있고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한다. 특정 음식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콜라 1.5ℓ를 한 번에 마신다는 여성도 있을 정도다. 이들은 혼자 먹는 것을 선호한다. 음식이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긴 하지만 자신의 행동, 즉 먹는 행위에 혐오를 느껴 남에게 자신의 ‘그런 혐오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싫어한다. 폭식하면서 속이 더부룩해지는 등 복통을 느끼며, 구토를 하면 이런 증상이 없어지지만 ‘결국 또 먹어버렸어’ 하는 자책감으로 우울증에 빠진다. 나는 정신과 의사로서 오히려 날씬하고 예쁜 여성들의 상당수가 폭식증을 겪는 것을 발견했다. 폭식증 여성이 다이어트를 하는 진짜 목적은 체중 감량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곧 권력인 세상에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식욕조절이 전혀 안 된다면 스트레스, 우울, 짜증, 외로움 등을 달래기 위해 감정적으로 먹고 있는 것이므로 마음이 굶주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주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8~2013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에 따르면 폭식증으로 2013년 진료받은 환자 중 20~30대 여성은 전체 진료 인원의 66.5%로 이는 젊은 여성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증거다. 이들은 미모와 날씬함을 대접해주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성형시술, 무리한 다이어트를 강요받고 있으며 자존감이 낮은 여성일수록 외모의 기준이 현격하게 높아 종종 자기비하에 빠지게 되고 ‘내가 살이 찌면 사람들이 알아볼 것이고 나는 인생의 실패자가 될 것’이라는 강박감에 빠져 다이어트가 삶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 결국 날씬함이라는 권력을 좇다가 일상의 소소한 모든 행복을 잃어버리고 만다.유은정 좋은클리닉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6-06-27 12:53:30
만약 당신이 우울하거나 참을 수 없이 많이 먹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자주 낸다면 이 문제를 단지 마음 탓이라고 하지 말라. 마음은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마음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말, 기억, 뇌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다. 그것은 말이다. “난 너무 재수가 없고 불행하다.” 가슴이 탁 막힐 정도로 자신의 운을 막히도록 하는 말들.그 말들은 저절로 튀어나온다. 곧 내가 생각하는 바가 말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 반대도 성립된다. 내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내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환자가 의사에게 “치료 잘 해줘 고맙다고”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고마워 할 수는 없을까. “병원까지 와서 스스로 좋아지려고 애쓰는 걸 보니 너무 고맙다” “빨리 회복해주어 고맙다” 등의 의사의 말은 상상할 수 없는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예상했던 고마움이 아니라, 인사치례가 아니라, 진정성이 묻어나는 칭찬과 감사 말이다.부모라면 자녀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너 정말 잘 컸구나. 엄마 아빠가 별로 해 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고맙다.”아내라면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차린 아침밥을 맛있게 먹어주줘 고맙다.” 인생의 모든 막힌 답답함을 뚫어내고 원초적인 외로움과 고독을 씻어내는 한마디, ‘고맙다’.자동적으로 화를 내고 자동적으로 내뱉는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이라면 더 자주 긍정적인 언어를 써야 한다. 비타민보다, 항우울제 한 알보다도 강력한 효과가 있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서 흘러나오는 치유 광선은 놀랍다. 나쁜 생각에 시달리고 독을 품는 말을 내뱉는 이유는 기억 때문이다. 마치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휴지통에 버려도 완전히 삭제되지 않고 컴퓨터 메모리 어느 구석에 묻혀져 있는 것처럼 고통을 가져다주는 기억들 역시 영원히 폐기되지 않고 우리 무의식의 끝자락에서 쉼 없이 재생되고 있다. 그 기억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것들이다. 예를 들어 어려서 엄마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울어대는 아이는 지극히 아이의 관점에서 엄마가 눈앞에 사라졌다는 게 마치 자기가 버림받았고 버림받을 만한 존재라는 느낌으로 괴로운 기억으로 저장됐을 것이다. 이혼한 부모님들을 바라보는 초등학생은 부모들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은 아이가 아니어서 부모가 서로 헤어졌다는 막연한 좌절을 기억장치에 저장했을 것이다. 내 과거가 어찌되었든 내가 다 통제할 수 없지만, 감사와 칭찬이 담긴 긍정적인 말은 내 노력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이다. 문제는 과거의 불편한 기억들이 재생될 때 나타난다. 이를 시련이 아닌 기회로 봐야한다. 폭식증으로 나를 찾아온 환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를 찾아와줘서, 치료를 결심해줘서 고맙다. 폭식을 없애기 위해서 온 것 잘 안다. 그 문제를 반드시 같이 해결해보자. 하지만 폭식이 영원히 제로로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폭식은 나에게 시련을 줘 없애야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괴로울 뿐이다. 폭식이라는 증상을 이렇게 바라보자. 폭식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인이다. 마치 엔진오일이 떨어지면 자동차에서 경고등이 켜지듯 말이다. 어떤 사람은 폭식이라는 증상으로 사인이 나타나지만, 다른 사람들은 두통이나 조금만 무리해도 팔이 저리는 목디스크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사인이 오면 좌절하기보다는 ‘아, 나에게 쉴 시간이 필요하구나. 내 몸에 무리가 갔구나. 나를 잘 돌봐야겠다’라고 바꿔 생각해야 한다.” 가끔 동료 정신과 의사들이 수많은 정신질환 중에서 어떤 이유로 폭식증에 집중하게 되었냐고 묻는다. 폭식은 쉽사리 고쳐지지도 않고 내과적 문제, 중독, 자살시도 등을 내포한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들이 어려워하는 병 중 하나이다. 내가 만나온 폭식증 환자들은 남을 해치지도 않고 오로지 먹는 행동으로 자신을 괴롭힐 뿐이다. 다들 너무 착하고 완벽주의이며 성실하다. 나는 그래서 폭식증 환자들이 좋다. 과거에 부모의 불화, 버려진 느낌, 낮아진 자존감으로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가진 그들이 측은하기만 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서 그들의 슬픈 과거를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의사인 나도, 당사자도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재생돼도 현재의 일상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둔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치 큰그림을 멀리서 봐야 이해하듯 어떤 일이 실제로 벌어졌던 것인지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심리치료의 과정이다. 과연 심리치료가 생각만큼 효과가 있을까. 서양문화에서 시작돼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한 심리치료이다. 당사자가 마음치유 책을 읽고 가족, 성직자, 친구들과 이야기해도 남아 있는 감정의 찌꺼기들을 마치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치석을 제거하듯이 씻어내는 작업이 심리치료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오를 때 로컬 쉐파가 외국인 등반객들을 안내하듯이 심리치료사는 상담이라는 여정을 안내하는 가이드이자 숙련된 전문가이다. 여행길에선 마음 속 깊숙이 숨겨둔 기억들을 마주하기도 하고, 그 기억에 대한 현재의 해석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다. 그것은 뇌다. ‘아는 것도 많고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지적 변비에 걸린 사람처럼 여전히 위로받지 못하고 평안과 행복을 끌어당기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제가 약먹으면 좋아질수 있을까요?’라고 부정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현대의학의 힘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속았던 경험, 믿지 못하는 습관 탓에 저절로 이런 말이 흘러나오게 한다. “그럼요. 약을 한 달 정도 먹으면 많이 좋아지실 거에요. 그래도 안 좋아지면 그건 당신 탓이 아니라, 순전히 의사인 제 탓입니다. 처방을 잘 못내린 저를 욕하세요.” 약물이 마약은 아니므로 갑자기 기분이 나아질 것이라고 환상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지만, 혈당조절을 위해 당뇨병 환자가 평생 인슐린을 필요로 하듯이 마음 다친 환자에게도 정신과약에 대한 믿음이 요구된다. 만성적인 허무감에 시달리는 한 여성 환자가 “외로워요, 아무도 날 이해해주지 않아요.”라고 말할 때 “그런 생각을 버려요.”라는 조언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을 버릴 수 없는 자신이 더욱 한심해지기 때문이다. 위로가 되는 말 한마디는 이것이다. “‘심층 변연계’라는 본능의 뇌에서 우울한 생각을 유발하는 것이니 안심하세요.” “자꾸 산만해지고 정리정돈이 잘 안돼요.”라고 말하는 자녀가 있다면 방 좀 치우라고 혼내기만 할 것인가. 주의력결핍과 충동성의 문제가 뇌의 전전두엽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눈이 나쁜 사람에게는 안경을 권하면서 강박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성격을 고치라고 말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성격이나 마음을 바꾸는 열쇠는 ‘뇌’에 있는데도 말이다. 정신과 약물복용을 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인데도 성격 탓, 의지 탓은 이제 그만 좀 하자. 굿이미지(Good Image)라는 심리치료센터를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굿이미지는 ‘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자는 이야기이도 하지만 원래 타고난 내 모습을 있는 받아들여 ‘생긴대로 살자’는 모티브를 갖는다. 정신과에 오기 전에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는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 문제로 고통받은 자신의 마음을 다독거리고 알아줄 그 무엇이 필요해서 정신과를 온다. 문제가 해결되거나 풀리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기 스스로 자신을 더 괴롭히지 않게 되며, 그렇게 버티다보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없어지거나, 영향력이 줄어든다. 폭식증 환자들은 음식 자체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배가 고프다는 걸 느끼고 음식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인데, 배고픔은 곧 살이 찌면 안된다는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많이 먹어서 후회되는 기억이 연결돼 있고, 살이 쪄서 숨고만 싶었던 자신을 수치스럽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폭식이 시작되고 내 마음대로 먹는 것 하나 조절하지 못한다며 스스로를 더욱 괴롭힌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세 가지 방법은 감사와 칭찬의 언어습관, 스스로를 괴롭히는 기억에서 자유로워질 심리치료, 이를 보좌할 약물치료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2015-12-18 09:33:39
“도대체 내 삶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무엇을 해도 만족이 없고 하루 하루가 너무 피곤해요.” 대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M에게 과연 무엇이 그리도 부족한 걸까? 어려서부터 눈에 보이는 성공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지금 너무 불행하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M처럼 직장인의 90%가 마치 달리는 기차에서 당장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한다. 번아웃증후군은 단순히 일에 지친 육체적 스트레스가 아니다. 수면장애, 우울증, 인지능력저하, 대인기피, 심리적회피 같은 정신적 질환까지 유발하며 심하면 자살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 심리검사 결과를 보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 내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남이 원하는 삶을 살다보면 어느새 지치기 마련이다. 휴대폰을 충전하듯이 우리 몸과 마음도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사인을 무시하지 말자. 남에게 겉으로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타인의 기대수준에 맞추기 위해 틀에 박히게 생활하다보면 만족은 없고 하루하루 피곤하고 불행해진다. 잠시라도 이런 고통을 잊기 위해서 강렬하고 짜릿한 자극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고통을 잊는 일종의 마취제가 필요한 것이다. 일, 운동, 술, 담배, 사랑, 섹스, 쇼핑, 인터넷 등에 대한 중독현상이 그것이다. M 역시 자신이 그려놓은 기준에 맞춰 사는 모범생이었지만 남몰래 이성을 만나면서 외도를 일삼았다. “내가 이러고 다니는 줄 아무도 모를 거에요. 이젠 떳떳하게 살고 싶어요.”이런 그녀의 고백에서 변화를 추구하려는 동기와 단호한 의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외도를 그만 둔다고 해도 계속되는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들은 얼마 후 나는 교회에서 진행하는 치유세미나에 등록했다. 세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신령한 ‘금은보화’를 볼 것이라는 기도를 받고 대단한 치유를 경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2박3일 세미나에서 마지막까지 금은보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시간에 나는 기도했다. “도대체 말씀하셨던 금은 보화는 무엇인가요?” 너무나도 유머러스하게 영어 한 문장으로 간단명료한 답변이 마음을 울려왔다. “The precious is YOU.” 뭐, 금은보화가 결국 나라고? 간단한 기도 속에서 나는 뜻밖에 무너졌다. 치유세미나에 참석해서도 나는 내가 어떻게 참가자들을 도울 것인가, 어떤 기적을 볼 것인가, 진료에 어떻게 적용할까라는 생각에만 전념했다. 내가 얼마나 일 중심적으로 살아왔는지 알수 있었다. 하지만 신의 관심은 내가 행하는 일도, 상담도, 힐링도 아닌 ‘나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나를 위한 재충전 시간을 의도적으로 최우선 순위에 두기 시작했다. 재충전을 통해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은 덤으로 찾아왔고 나를 만나는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게 됐다. 다가올 저성장시대에 모두들 힘들어하는 분위기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자.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부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재충전을 통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습관을 가지자. 누구나 실천할수 있는 재충전 TIP (1)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기 전 미니여행 : 잠시 슈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자.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자. 동네 한 바퀴를 멍하게 돌면서 ‘slow time’을 가진다. ‘컵에 물이 찰랑찰랑 차 있듯’ 여유가 없으면 어느새 ‘왈칵!’ 쏟아진다. 행복한 습관, 가정과 일의 조율은 결국 ‘남 탓’에 있지 않다. 작은 일상의 습관들이 일터와 집을 구분지어 준다. (2) 일과에서 도망쳐 나 홀로 시간 : 일상의 반복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목욕은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내 몸을 씻겨내면서 스트레칭도 하고 머릿속 부정적인 생각과 불쾌한 감정을 벗겨내자. 로즈향이 나는 거품 목욕을 하다 보면 직장상사의 말 한마디나 아이들의 못마땅한 습관도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하루에 한 번, 반신욕으로 목조에 몸을 담가보자.
2015-12-10 22:30:42
착한 여자들을 주변에서 흔히 만나 볼 수 있다. 나 역시 스스로 착한 여자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착한 여자 테스트’를 해보고 나서 높은 점수에 깜짝 놀랐다. 정신과 상담실에서도 상처투성이로 가득한 착한 여자들을 자주 만나면서 절대로 혼내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녀들은 지금껏 타인으로부터 ‘너는 착한 여자이고, 정말 바보같이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살아왔기 때문에 나 역시 세상과 같은 메시지를 주지 않으려 애쓴다. 그 대신 같은 편이 돼 상대방을 함께 욕해주곤 한다. “착한 너에게 어떻게 그 사람이 막 대할 수 있니. 너는 정말 너무 착하다. 그 사람이 정말 뭐가 잘못되긴 잘못된 사람이다.” 하지만 함께 욕하다 보면, 지나치게 착한 사람이 되려고 자신을 돌보지 않은 것을 이해하게 되는 치료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같이 헤맬 때도 있다. 이 때 필요한 작업은 ‘착한 게 지나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M은 우울증 치료로 나에게 왔던 20대 후반의 착한 여자였다. 우울증이 회복되면서 알게 모르게 찐 살을 빼고 싶다는 말에 함께 비만치료를 시작했다. 10㎏ 가까이 빠진 모습에 환자도 필자도 아주 흡족해 했다. 석 달이 흘렀을까. 모습을 보이지 않던 M은 살이 다소 붙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그 이후로 살은 빠지지 않았다. ‘응급’ 상태로 판단하고 분석해본 결과 새로 사귄 남자친구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겪은 생활의 변화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남자친구는 야간 타임 알바를 구하지 못해 M에게 도와달라고 했고, M은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떡해’라는 생각으로 퇴근 후 힘든 몸을 이끌고 야간 알바를 강행했다. 든든히 먹어야 일을 열심히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에 ‘라면과 김밥’으로 야간 일과를 시작했다. 밤새 지친 몸을 이끌고 새벽녘에야 집에 들어가길 반복했다. 나의 처방은 ‘남자친구의 알바를 당장 그만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 알바생 구하기 어려운 시기라며 몇달 동안 계속 알바를 다녔다. “남자친구를 좋아하니까 그 사람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거에요. 지금 그만둔다고 하면 힘들어 할 것이고, 아직은 내가 할 수 있으니까 더 해도 돼요. 아직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그녀에게 돌아오는 가장 큰 보상은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결국 자신에게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다. 이밖에 착한 여자들이 자주 들려주는 익숙한 이야기들이 있다. 예컨대 “밤에 남친과 전화통화를 몇 시간씩 하는 바람에 너무 피곤해서 화장도 지우지 못하고 잠들었어요.”라든가, “남자친구가 영화보자고 해서 이미 본 영화지만 또 봤어요. 제가 그 영화를 아주 좋아해서요.” 같은 얘기다. 한국인에게 너무나 친숙한 도덕적 가치로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면 남을 먼저 대접하라”는 격언을 들 수 있다. 기독교인에게도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은 핵심 교리가 아닌가. 그렇지만 “남에게 대접받지 못하더라도 계속 남을 대접하라”는 것을 옳다고 해야 할까? 남에게 어디까지 대접해야 하는 걸까.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이 정말 가능한 걸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대접하는 것은 아주 좋은 덕목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되새겨봐야 한다. 정말 상대방을 위한 마음인가, 아니면 거절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를 보고 있는 내 자신을 위한 것인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채우기 위한 나의 완벽주의 때문인가? 교회 모임에서도 더 친절하고 배려하되, 내가 하는 행동의 의도에 대해 스스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착한 여자보다 ‘더 착한 여자’는 자신의 삶에서 균형을 찾을 줄 아는 여자다. 거절할 때와 승낙할 때를 아는 것, 당신이 남을 도와주듯이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것,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남들과 솔직하고 꾸밈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 완벽주의를 청산하고 불완전한 자기를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기존 착한 여자에 대한 정의는 결국 남들의 칭찬을 받으려 애쓰고 자기 모습이 없어지는 것도 감수하는 여자였던 것이다. 한데 다른 사람과 나의 바운더리를 지키지 않으면 착함이 착함으로 끝나지 않고 비극이 되기 일쑤다. 따라서 나를 살찌게 만드는 것들,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과 멀리 할 수 있게 ‘NO’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완벽주의를 버리는 것도 놓치면 안되는 포인트이다. 착한 여자는 착하기만 한 것 같지만 사실 남을 위해서 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착해진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인정과 사랑을 위해서 완벽해지고 또 완벽해지려고 한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야 결국 내가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어찌 보면 남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바닥에는 낮은 자존감이 마음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내 존재 자체만으로는 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목말라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늘 열등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물질만능주의, 성형중독, 노력해도 비전이 없다고 절망하는 흙수저론, SNS(소셜네트워크)의 자랑질을 보고 느끼는 상대적 불행감 등은 남의 눈에 보이는 잣대로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며 부족한 면을 메우기보다 스스로 포기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한국사회는 지금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 산업화 이후 눈에 보이는 성공에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비중을 두며 건강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2015-11-10 10:22:36
마지막 학기를 두고 휴학을 결정하는 대학생들. 일명 ‘스펙 쌓기’를 하기 위해서다. 토익시험과 함께 영어회화도 늦춰서는 안된다. 이같은 ‘스펙 쌓기’를 해도 취업이 쉽지 않아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4%로 나타났다. 취업난과 비싼 대학 등록금 등 경제적 문제로 2030세대들의 아픈 청춘을 지칭해 ‘3포세대’, ‘5포세대’, ‘N포세대’라는 별명이 생겼다. 3포세대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다. 5포세대는 3포에 내집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이들이다. 모든 게 취업조차 힘들고 학자금 대출의 빚도 남아있는데, 어떻게 결혼을 생각하고 아이까지 기대할 수 있느냐는 입장에서 비롯됐다. 한국사회의 피할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지만 꿈과 희망마저도 잃어간다는 게 정신과의사로서 마음이 아프다. 이들을 내가 어떻게 위로해줄 수 있을까. 첫째, 정해진 기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라. 그런 법은 없다. 20대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면서 25년 전의 나의 20대 생각과 달라진 바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여전히 일류 대학에 가야 하고, 대학을 나와서는 쉬지 않고 곧바로 대기업에 취업해야 하며,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만 하고, 결혼했다면 집을 사고 아이들을 낳아서 키워야 하는 것을 정석으로 삼는다. 3포나 5포를 원하지 않는 부류도 있지만, 이것은 선택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N포세대’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의미도 자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수동적인 포기에 가깝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른바 몇 살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수학공식과 같은 삶이 왜 정석이 되었을까. 부모가 바라는 삶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석에 가까운 삶의 기준에 맞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생의 루저’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다. 성형수술이 유행하는 것도 어떤 미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기 모습이 별볼일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버스 안에서 여고생들의 대화를 듣게 된 적이 있다. “너는 코해야겠다. 코가 뭉뚝해서.” “엄마한테 해달래야지. 엄마가 나 대학가면 해준댔어.” “정말? 너희 엄마가 해준대?” “엉, 내 코를 이렇게 낳아줬으니 엄마가 수술시켜줘야지.” 얼핏 본 그아이의 콧대는 평균 이상의 예쁜 코모양인데, TV화면에 늘상 비치는 ‘연예인 모양의 코’만이 예쁜 코라고 생각하나보다. 이미 유럽에서는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선택의 권리를 존중해준다. 가족이 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예외도 있다. 모든 남녀가 일정한 때가 되면 꼭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통과의례를 강요할 수는 없다. 이제 초혼연령이 32세. 세상은 달라졌다. 이제 30대 여성에게 해야 할 질문은 ‘왜 그 나이까지 결혼 안하고 있냐’가 아니라 ‘왜 벌써 결혼했냐’가 됐다. 둘째, 부모를 탓하지 말자. 아무런 득이 안된다. 가장 불행하고 우울한 순간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우리 집안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부모님이 돈이 많아서 나와는 다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신과의사를 하다보면, 같은 부모에게 나온 형제나 일란성 쌍둥이들조차도 너무 다른 성품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목구비가 다 다르듯이 내 인생과 저 사람의 인생은 비교나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는 법이다. 진료실에서 만난 두 자매는 서로 비난을 일삼았다. 언니는 동생이 어려서부터 예뻤기 때문에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결혼도 먼저 하게 되었다며 자기 삶을 비관했다. 동생은 언니가 첫째라서 교육의 혜택을 더 받아 좋은 대학을 가고 전문직 여성이 되었다며 둘째라서 서럽다고 하였다. 불평불만을 시작하다보면 끊임 없이 나올 수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런 불평불만을 이제 좀 버려라. 불평해봤자 변하는 것은 없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 내 결핍감은 커지고 자포자기가 되니 아무런 이득이 없다. 기성세대가 ‘노력’을 통해 성취할 수 있다고 인식한 데 비해 요즘 청년들은 노력보다 ‘물려받은 것’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현실적 어려움이 반영된 사고방식이겠지만, 몇 살까지는 무엇을 해놔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인생에서 뒤진다는 조급함도 문제다. “내가 서른살이 되면 이보다는 더 나을 줄 알았어요.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서른살까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100년 인생에서 서른살 이후에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것이다. 부모 곁을 떠날 나이가 되면 대다수는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고, 어떤 위치에 오르면 나하나 말고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생긴다. 부모 덕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주눅이 든다면 당신은 지금 허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말자. 셋째, 내 시간의 주인은 내가 되자.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물질만능주의가 되다보니 국민소득이 높아져도 여전히 만족할 수가 없다.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무조건 더 행복에 가까워보인다. 부모님 시대와 달리 이제는 좀 천천히 벌고 여유 있게 살아도 되는데, 이만하면 되지 않았을까라고 만족할 순 없는가. 바쁘다는 게 자랑인 삶. 바쁘지 않으면 나는 뒤지는 듯하다. 나 역시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정신없이 달려왔고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자부했었다. 10여 년간 가진 것은 점점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미국 유학을 결정하는 순간은 마치 달리는 기차에서 몸을 던져 뛰어내리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빈들을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는 느낌으로 미국 생활이 시작됐다. 아무도 조급하게 굴지 않았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한심하고 불안했다. 미국에서 제일 처음 배운 것은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 35년간 단 한번도 내 마음대로 내 하루 24시간을 써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이 처음에는 얼마나 길게만 느껴졌는지 모른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 예컨대 시장을 봐 밥을 해먹고 치우는 일, 소파 덮개를 만드는 일, 화분에 꽃을 심는 일 등이 새롭게 다가왔다. 비록 돈이 많이 드는 여가가 아니더라도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꾸려나가면서 ‘자기조절감’, 즉 자존감이 높아짐을 느꼈다. 좇기는 삶이 아니라,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인간성의 회복이라고나 할까. 미국 유학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재충전할 나홀로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챙기는 얄미운 이기심을 갖는 것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은 마음이 충전돼 감정의 찌꺼기도 잘 씻어내고 인정욕구에 목말라 허우적거리는 시간들을 절약할 수 있다. 넷째, 쉬는 시간도 일의 연장이다.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 프랑스는 한달간 휴가를 법적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신입사원까지도 당당하게 한달 휴가를 떠난다. 우리나라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법정 공휴일조차도 눈치를 보면서 쉬어야 한다. 성경을 읽다보면, 예수님도 무리를 떠나서 혼자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곳곳에 있다. 이 구절이 굳이 왜 성경에 씌여져 있을까. 3년간 사람들을 가르치고 치료한 내용만으로도 꽉 찰텐데 말이다. 쉬는 시간도 곧 일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메시지를 믿는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시간을 내서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음을 고쳐 먹어보자. 직장을 마치고 길 건너에서 운동을 시작하거나, 퇴근 길 30분간 집근처를 걸어보자. 내 퇴근시간은 운동이 끝나는 시간, 운동도 내 업무의 연장이다. 내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계속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때 커피 전문점이 왜 인기가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커피가 맛있어서가 아니다. 일상을 떠나 잠시나마 한가로이 커피를 마실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제공해서다. 일상에서 단 몇 분만이라도 도망쳐보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다가 눈을 들어보면 벌써 바깥이 어두워졌다고들 한다. 가끔은 건물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고 호흡을 해보아라. 조금은 농땡이를 쳐도 된다. 그만큼 일했으면 됐다. 학교나 직장생활 몇 년쯤 하다보면 잠시 쉼표를 찍을 때도 있을 것이다. 너무 불안해 말아라. 조급하겠지만, 내가 뛰어갈 방향을 고를 시간도 필요하다.
2015-09-02 09:29:21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실패하는 수많은 독자를 위해 20년 전의 나에게 알려주고 싶은 ‘다이어트 시크릿’ 10가지를 공개한다. 류시화 시인의 잠언시 제목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처럼 필자가 임상경험과 개인적인 다이어트체험을 통해 느낀 다이어트의 난적과 해법, 10가지 중 5가지를 지난 4일자 칼럼에 소개한 데 이어 나머지 5가지도 적어본다. 시크릿6. 저주받은 하체도 결국은 내 탓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있는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여의도의 한 공원 앞. 유니폼을 입은 여성들의 몸매에서 유난히 엉덩이와 허벅지로 몰린 살들과 부은 다리가 눈에 띈다. 하지부종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아침식사를 꼭 챙겨먹어야 한다. 저지방 우유와 시리얼만이라도 좋다. 점심을 과식하지 않으려면 공복 상태로 12시간씩 허기지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자정 무렵에 잠자리에 들어도 다음날 점심시간까지는 열두시간이나 공복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에 들어가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하려 들기 때문에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부종이 생기는 것이다.점심식사는 여럿이, 다양한 메뉴로 먹어야 오후에 간식하지 않게 된다. 식사 후 동료들과 산책하는 것도 좋다. 저주받은 하체를 가진 사람은 대체로 다이어트한다고 혼자 직장에서 점심식사하는 사람들이다. 구부려진 다리를 펴고 가슴을 활짝 펴고 30분만 가까운 공원이나 도보코스를 걸어보자. 점심 메뉴 선정에 세심해야 한다. 가급적 간이 세지 않은 음식으로 균형있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한정식이 좋겠다. 저주받은 하체의 핵심은 역시 습관이다. 결국 유전 탓도, 체질 탓도 아닌, 내 탓이다. 하체를 빼겠다고 무턱대고 러닝머신을 1~2시간 뛰는 사람은 명심하자. 너무 많이 걸으면 오히려 체형이 뒤틀리고 셀룰라이트가 악화될 수 있으니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마사지·좌욕 등으로 다리순환을 돕고, 다리를 꼬지 않고 허리를 세우는 자세로 좋은 틀을 잡아야 한다. 근육의 과사용이 오히려 다리 부종이나 셀룰라이트의 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시크릿7.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다 거짓말! 하루 종일 앉아있는 사람들은 살이 쉽게 찔 뿐만 아니라,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심지어 수명이 감소한다고 한다. 앉아서 일하는 도중 짬을 내서 화장실에 갈 때도 다른 층을 이용한다든지 동선을 길게 만드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운동하기 싫은 것은 운동을 거창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소 안하던 자세를 취해보는 것이 운동이라면 생각이 달라질수도 있다. 꼭 헬스클럽이나 요가스튜디오에 가야만 운동이 아니다. 주 2회라도 운동할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드문지 아는가. 하루는 대기업 여자 상무가 다이어트를 하러 병원에 찾아왔다. 도저히 운동하러 갈 수 없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맹렬 여성이었다. 체중을 모범생처럼 잘 빼온 그녀가 선택한 운동법은 사무실에서 앉았다 일어나기, 수건을 이용한 스트레칭, 케틀벨이나 아령을 이용한 팔운동, 다리운동 등을 하루에 20분을 실천에 옮기는 것. 역시 성공한 사람들은 시간활용을 잘하나보다. 이렇게 소소한 습관을 들이다보면 멈추어진 대사속도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운동은 습관이다. 따로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숙제나 지옥훈련이 아니다. 운동은 바로 건물 안에 갇혀 앉아있거나, 침대 위에 누워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사냥하러 다녔던 구석기시대처럼 신체를 움직이는 모든 활동을 늘리는 것이다. 시크릿8. 뱃살빼기에 효과없는 윗몸일으키기 체중은 정상보다 적게 나가지만 체지방이 30% 이상 되고, 복부만 불룩한 경우를 ‘마른 비만’이라고 한다. 건강에 더 위험할 뿐 아니라, 살을 빼기도 더 어렵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감소해 점점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복부비만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특히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여성들은 더욱 근육량이 부족해 복부에 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체질로 바뀐다. 말라보이지만 근육이 없고 활력이 없어서 쉽게 피곤해지고 점점 움직이지 않으니 근육량이 점차 소실되는 악순환을 보이게 된다.근육이 있어야 뱃살도 빠진다. 운동할 때 체지방을 연소시키는 곳이 바로 근육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30세가 지나면 매 10년마다 3㎏의 근육이 줄어든다고 하니 전략적으로 근육량 보존에 힘써야 한다. 뱃살을 빼겠다고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데 사실 별로 효과 없다. 날씬한 복부는 근육량과 비례하므로 허벅지 강화운동, 즉 등산이나 앉았다 일어서기 등으로 허벅지근육을 키우는 게 근육 보존에 효과적이다. 시크릿9. 홀짝 홀짝 마시는 음료수가 주범 일하면서 중간 중간 주워 먹는 간식이나 홀짝 홀짝 마시는 음료수 때문에 살찌는 여성들이 많이 있다. 새벽같이 출근하면서 하루의 의식처럼 들러서 주문하는 ‘까페 라떼 톨 사이즈’. 무심코 마시는 음료수에 들어있는 설탕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 방송의 ‘설탕중독’ 주제 프로그램에서 한 전문가가 바나나 우유와 이온음료에 각설탕 8개 가량의 당분이 들어있다고 소개해 나조차 놀란 기억이 난다. 필자는 한 프로그램 말미의 ‘설탕은 ○○이다’라고 정의하는 코너에서 ‘설탕은 나쁜 남자다!’라고 말했다. 뭐가 나쁜지 잘 모르겠는데 자꾸 눈길이 가고 유혹에 못이겨 중독이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설탕중독은 마치 알코올중독이나 게임중독처럼 뇌의 특정한 부위를 활성화시켜 매일 더 많은 양의 당분을 찾게 만든다. 미국에서는 소아들이 당분에 중독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학교 근처에 청량음료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소아청소년의 TV 시청시간대에는 패스트푸드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이든 중독되면 끊어버리기 어렵다. 시크릿10. 생각의 예방주사로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를 어떻게 날려버리세요. 정신과의사만의 비법이 있나요?“ 내가 많이 받아온 질문 중 하나다. 급성 스트레스는 식욕을 감소시킬 수 있지만, 만성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호르몬에 의해 식욕억제호르몬 분비가 저하돼 과식하게 된다. 그래서 혈중 코르티솔 레벨은 허리사이즈에 비례한다고 한다. 코르티졸은 인슐린저항성을 유도해 지방이 저장되는 방향으로 신진대사가 이뤄지게 한다. 결국 코르티솔이란 놈을 잡지 않으면 아무리 다이어트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소리다. 스트레스는 없앨 수 없다. 다만,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생활습관과 생각의 예방주사를 챙겨야 한다.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세로토닌이라는 행복호르몬을 올릴 수 있는 생활습관이 있다. 많이 걷기, 사색하기, 복식호흡, 햇빛 쬐기, 트립토판이 함유된 음식(콩·두부·우유·바나나 등) 섭취하기 등을 실천하면 좋다.완벽주의를 버려야 한다. 업무달성도를 낮춰 80%만 만족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50%만 만족시켜도 그만이다.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순간 기대치가 높아지고 자신의 감성을 억눌러야 하기 때문에 욕구불만이 생긴다. 이는 끊임없이 배고프게 하고, 먹는 것에 집착하게 만든다. 스트레스의 궁극적인 해결은 삶의 목표와 의미를 찾는 데 달려 있다. 직장인이든, 주부든 내가 살아가는 이유, 다시 말해 재미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일상에서 하나라도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자.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을 나만의 여가가 필요하다. 재충전하는 시간을 통해 내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가꾸어야 적절한 체중을 평생 유지할 수 있다.
2015-08-05 13:11:51
77세 여성도 살을 빼러 병원을 찾는다. “할머니가 다이어트를 한다고요?”라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그분도 살을 빼야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최근 불어난 체중으로 무릎관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비만클리닉에는 다이어트 고민으로 오는 환자가 초등학생부터 77세까지 폭넓다. 다이어트는 여성들이 평생 가지고 갈 숙제인가 보다. 살이 쪄서 놀림을 받는다는 초등학생, 공부보다도 외모가 더 중요한 사춘기, 남자들의 한마디에도 민감해지는 여대생, 지친 일상에 허덕이다가 주말만 되면 폭식을 일삼는 직장인, 아이를 출산한 뒤 불어난 체중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부, 거울을 멀리하기 시작하는 40대 여성, 사춘기 자녀와 불꽃 튀는 전쟁을 치루는 갱년기여성, 빈둥지 증후군로 허전한 60대, 그리고 “이 나이에 무슨 다이어트?”라고 되묻는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각자 나름의 다이어트 이유가 있다. 필자도 그랬다. 어릴 적 통통한 편이었고, 10대에 첫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시험을 앞두고도 먹는 양을 조절해야 했던 의대 시절. 20대의 나 역시 대부분의 여대생처럼 다이어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인턴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를 지불하며 효소다이어트 제품 한 박스를 구매했던 여의도의 한 지하 사무실에 대한 기억도 생생하다. 결국 다이어트는 실패했다. 운동을 안하고 누워만 있어도 살이 빠진다고 해서 들어갔던 보디관리숍. 속옷만 입고 사이즈를 측정 당하며 살쪘다고 혼났던 기억. 수치심으로 가득차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붕어빵 열 개를 사서 한꺼번에 먹었었다. 그만큼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내가 무서웠다. 의사인 나조차도 살이 찔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체중 스트레스까지 받으니 광고에 현혹된 셈이다. 정신과 의사로 개원하자마자 비만클리닉을 시작해 어언 1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우연은 아니었다. 나를 포함해 모든 여성들에게 왜 이렇게 다이어트는 힘든 것일까. 살은 왜 이렇게 죽어도 안 빠지는 것일까. 15년간 임상경험과 비만학회 강연을 통해 성찰해보면 다이어트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어느 시 제목처럼, 다이어트 때문에 울고 웃는 수많은 여성분들과 함께 하면서 내린 결론을 내가 ‘이십대부터 알았더라면’…. 20년 전의 나에게 알려주고 싶은 ‘다이어트 시크릿’은 몸을 잘 알아야 살을 뺄 수 있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 뺀 살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크릿1. 정상인처럼 먹어야 성공한다 몸을 잘 알지 못하고 도가 지나치게 다이어트를 하면 강박증까지 걸릴 수 있다. ‘다이어트강박’은 다이어트 성공을 막는 최대의 적인데도 말이다.다이어트강박이란 진단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로 요요현상을 경험하고 나서 살이 찔까 두려워하거나 △정상체중인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1㎏만 늘어도 불안해하고 먹고 나서 운동을 하거나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여서 열량을 소비하거나 △하루 종일 다이어트만 생각하느라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이를 의심해볼 수 있다.극단적인 경우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고, 친구들과 약속장소에도 나갈 수 없으며, 가족들과도 식사하지 못하게 된다. 다이어트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은 “지긋지긋한 다이어트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체중 재는 것 이제 그만할래요. 다른 아이들처럼 저도 정상적으로 먹을 것 다 먹고 살고 싶어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웃으면서 밥 먹고 싶어요. 닭가슴살 좀 이제 그만 먹고 싶어요. 나도 라면이랑 빵 먹어도 되나요?”라고 말한다. 이런 말들만 봐도 다이어트로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짐작이 된다. 다이어트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는 것은 마음다스리기에 달렸다. 시크릿2. 다이어트 성공에 대한 고정관념 마음다스리기의 핵심은 먼저 다이어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먼저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다이어트는 무조건 ‘빨리빨리’ 감량해야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모 TV방송에서는 육중한 사람들을 마치 가축 다루듯 무게를 재고 살인적인 운동 스케줄로 쓰러지기 일보직전까지 만든다. 이게 다이어트란 말인가? 다이어트 기간과 그렇지 않은 기간에 차이가 나지 않도록 건전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하거늘, 지옥훈련을 견뎌내야 성공할 것처럼 호들갑이다.여자들의 뇌에는 ‘다이어트=고통의 시간’이라는 공식이 일찌감치 프로그래밍되어 버렸다. “다이어트? 헉, 내일부터 해야지. 일단 오늘은 실컷 먹자”라는 이야기 속에 진리가 있다. 다이어트는 미루고 싶은 ‘평생 숙제’라는 말이 맞다. 대다수 여자들은 고교 때까지 공부만하다가 대학에 들어가고나서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자기 성적을 다시 매긴다. 적게는 10㎏, 많게는 20㎏까지 대학 입학 전에 일단 다 빼야만 하는 것. 성형수술의 최고봉은 역시 다이어트. 마치 수능시험같이 ‘체중감량 10㎏’라는 성적표만을 강조한다. 결과만 강조하는 입시문화가 창조해낸 ‘극기 다이어트’는 과도한 음식의 제한, 무리한 운동, 지옥훈련을 낳고 이는 다이어트강박의 가장 주된 요인이 된다. 채소만 먹는 다이어트, 닭가슴살만 먹는 다이어트를 누가 지속할수 있단 말인가. 10대들은 수능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다시 다이어트 스트레스에 빠져 자신을 채찍질한다. 다이어트는 절대로 고통스러워서는 지속할 수가 없다. 다이어트는 한마디로 자기관찰의 시간이다. 내가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인지, 적당량을 먹으면 배가 적당히 불러오는지, 먹는 속도는 빠르진 않은지,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고 건강한 식품인지 체크하는 시간이다. 음식은 곧 나다. 먹은 대로 살이 찌고 체중이 불어가는 법이다. 물만 먹어도 살찌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듯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정상이 아니다. 하루 활동량이 적당한가, 수면리듬은 좋은가, 생활이 규칙적인가. 다이어트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보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시크릿3. 술집 여자들이 다 날씬한 이유 10대 후반부터 시작된 다이어트는 20~30년 다이어트 인생을 통해서 체중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체성분 측정표를 보면 50㎏도 나가지 않는데 체지방은 30%가 훌쩍 넘는 20대 여자들이 있다. 20대 중반부터 각종 호르몬이 감소되고 근육량이 줄어들면 뱃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대 초반까지는 조금만 먹는 것을 줄여도 잘 빠지던 살이 20대 중반부터는 아무리 운동해도 소용이 없어진다. 말라 보이는데 뱃살이 볼록 나온 여성들은 기름진 음식을 적게 먹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뱃살이 잘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뱃살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여자들도 요즘 복부비만의 원인이 술자리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술 때문에 살찐다고 말해주면, ‘술집 여자들은 다 날씬하고 예쁜데 왜 그래요?’라고 되받아치는 환자들이 있다. 술을 먹어도 괜찮다고 자기합리화하고 싶은 모양이다.“알코올은 영양소는 없으면서 1g에 7㎉를 내는 고칼로리랍니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다른 영양소가 산화돼 칼로리로 소모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술은 주로 밤에 먹게 되고 다른 안주를 같이 먹게 되므로 운동할 시간은 없고 안주로 섭취되는 열량이 밤새 그대로 저장됩니다. 소주 한 병을 마셨다면 운동을 몇시간 해야하는 줄 아세요? 3시간 가까이 해야 합니다. 그래도 계속 소주 2병씩 마시겠어요? 20대 후반이 넘었으면 이제는 주위에 술 잘 마신다고 알려졌을 텐데 앞으론 술 못마시는 여자로 이미지 변신하세요. 그동안 마실 만큼 마셔봤고, 놀 만큼 놀아봤잖아요. 꼭 술이 들어가야만 재미있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술집여자도 아니고, 왜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술을 마셔대야 하죠. 내 몸까지 망쳐가면서….”그럼, 매일 술마시는 술집여자들이 왜 살이 안 찔까? “그분들은 안주나 밥을 안 먹고 밤새도록 술만 부어라 마셔라 하기 때문이에요. 지방과 근육량이 감소하고 영양결핍으로 인해 체중이 적게 나가게 되는 것 뿐이지 생각보다 배가 나와있는 경우가 많아요. 직장인이라면 술자리를 피할 수 없겠지만 아무리 술자리가 많아져도 주 2회로 술 약속을 조절하고 한번 마시고 나면 2~3일 정도 해독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술자리 가기 전에 식사를 미리하고 간다든지, 중간중간 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 확실히 음주량을 줄일수 있답니다.” 배가 자꾸 나온다면 밤에 먹는 술과 음식을 제일 먼저 체크해보라. 시크릿4. 밥배보다 먼저 채워야하는 빵배 “나는 밥과 김치만 먹고, 별로 먹는 것도 없는데 살찐다”라는 사람의 식단을 살펴보면 국수, 흰 쌀밥, 떡 등 탄수화물 과잉이 흔하다. 다이어트할 때 빵 먹으면 안된다고 참다가 한꺼번에 먹지 말고 ‘보상음식’으로 중간중간에 선물하라. ‘빵=살찐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서구인들은 쌀을 먹지 않고 주로 빵을 먹는다. 과일은 살이 찌지 않는다고 한두 개씩 먹게 되는데 식사후 과일은 혈당이 급속하게 치솟아 지방이 많이 쌓이는 원인이 된다. 살빼겠다고 무리해서 운동하면 나면 정말 효과적일까? 수영, 골프, 에어로빅체조를 마치고 식사한 뒤 커피에 케이크를 후식으로 곁들이게 되면 하루 종일 운동한 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히려 운동했다는 보상심리로 식사도 많이 먹게 되고 피로감을 잊으려고 단 것을 더 찾게 된다. 많이 안먹는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남이 권한다고 따라 먹는 사람들이 많다. 여자들이 특히 더 그렇다. 먹기 싫어도 같이 가서 먹어주는게 예의라고 동참해주다보면 ‘내가 먹기 싫었었나?’ 싶을 정도로 밥을 방금 전에 먹었다는 사실조차 까먹는다. 밥배, 배 따로 있는 사람들은 과일과 디저트가 정 먹고 싶다면 이를 차라리 한 끼 식사로 간주해야 한다. 그래야 죄책감 없이 맛을 즐길 수 있다. 필자는 외식할 때 가끔 달달한 것이 먹고 싶으면 메인요리를 주문하기 전에 먼저 시킨다. 디저트를 먼저 주문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젠 필자의 식습관이 되어버렸다. 먹고 싶은 것을 안먹을 수는 없으니까. 시크릿5. 구석구석 살을 붙게 만드는 자세 어떤 환자가 “골프 치러 나가면 말이죠. 멀리서 샷을 준비하는 사람들 보면 나이가 가늠이 되죠.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의 주름을 보지 않아도 서있는 자세만 봐도 50대인지, 60대인지 알 수 있어요.”라고 말해줬다.맞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의 기립근이 약해지고 자세가 뒤틀려 거북목, 두꺼운 어깨, 우람한 팔, 지방이 쌓인 겨드랑이가 아가씨 시절의 가녀린 상체를 망가뜨린다.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나 오랫동안 앉은 자세로 컴퓨터 앞에 있었던 직장인이나 마찬가지다. 골반의 뒤틀림, 인대의 과사용, 단단해진 결체조직으로 인해 자세가 구부정해지고 굳어져 있다. 이로 인해 통증이 생기고 두둑해지는 체형이 되어버린다. 이럴 경우 아무리 운동해도 자세만 망가질 수 있으므로 체형교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세를 바르게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근막에 염증까지 생겨서 어깨나 목이 단단하게 뭉치고 좌우가 비대칭으로 보인다면 체외충격파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 근막의 통증과 염증을 완화함으로써 체형까지 개선할 수 있다. 체형과 자세를 바르게 교정하는 게 비만해소와 항노화의 기본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가 나오는 사람들은 턱도 앞으로 빠져 나와 있고 어깨가 숙여져 있으며 등이 구부정하다. 하체근육은 대부분 약해져 있고, 다리는 종일 부어서 아프다. 이른 바 ‘저주받은 하체’를 갖고 있다.
2015-08-04 11:15:17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더라도 열심히 운동하면 된다‘는 말은 폭식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식단조절을 해도 주말 단 한 번의 폭식으로 모든 다이어트는 수포로 돌아가니 말이다. 다이어트의 성패는 역시 식욕조절에 달려 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는 식욕억제가 가능하다는, 성분조차 알지 못하는 약이 판매되고 있다. 비만·스트레스 클리닉을 2001년부터 운영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식욕억제제를 다년간 복용해온 환자를 보는 경우다.식욕억제제는 매끼 배고픔 자체를 느끼지 못하게 해주니까 결국 끼니를 거르게 되고 급격한 체중감량을 이뤄 마치 다이어트에 대성공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식욕억제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4주 이상, 의사처방시 3개월 이상 처방하지 못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정받았다.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약을 중단하면 약물 반동현상으로 그동안 못먹었던 것까지 먹는 환자들을 종종 보아왔다. 폭발하는 식욕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다이어트에 돌입하면 절식과 폭식을 오고가는 ‘고무줄 체중’ 길에 들어서게 된다. JTBC ‘화이트 스완’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례자 중 반복된 다이어트로 기분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대인기피, 학업집중장애, 자신감 저하 등 심리적인 문제를 겪은 여성을 여성을 도와준 적이 있다. 그녀는 다이어트에는 운동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운동을 열심히 하기만 했다. 체내 유해활성산소가 증가하고 근육에 무리가 와서 체형이 뒤틀렸다. 식습관을 교정하지 않은 채 운동만으로는 살이 빠질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할 수 없기에 체중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몸이 단단하게 근육질과 부종으로 차있는 몸을 탓하고 운동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 그녀에게 내린 처방은 2대8 법칙이었다. 폭식, 운동강박, 다이어트 스트레스가 있는 환자에겐 잘못된 식단이나 운동에 의한 문제가 20%, 심리적인 문제가 80%다. ‘나는 절대 살을 못 뺄거야. 살 때문에 내 인생은 성공 못할거야.’라는 예견된 실패감으로 체중조절에서 가장 필요한 동기부여나 의지가 약해지는 게 이런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다. 내가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있어야 체중조절을 위한 습관을 바꿔나갈 텐데 그럴 힘이 없는 것이다. 고무줄 체중은 셀룰라이트가 큰 원인이다. 체중은 정상 범위인데도 허벅지나 복부 라인이 울퉁불퉁하게 무너져버리니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자책에 빠지는 것이다. 우울감이나 대인기피, 무기력이 생긴다면 근력 또한 약해져서 복부와 엉덩이는 처지고 지방이 많이 차오르게 되고, 특히 무릎 주변과 겨드랑이는 불룩해지게 된다. 이런 경우엔 근육과 뼈대의 인대를 풀어내고 잘못된 근육을 이완하고 올바르게 정렬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사용해온 근육의 긴장과 뭉침을 해결하면 신체 노폐물 배출이 빨라지면서 체형이 잡혀가는 원리를 이용한 게 체외충격파 시술이다. 약물이나 주사를 사용하지 않고 말초신경을 자극해 림프 배출과 혈액 순환을 도울 뿐만 아니라 근육부착점의 근막염증을 해결해주고 근육대사량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폭식은 재발이 50% 이상 흔하므로 체형을 바로 잡기 전에 근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습관부터 해결해야 한다. 자존감 심층심리치료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즉, 내 몸과 마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폭식증이 완치되기 어렵다. 폭식증 치료를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과 평정심 호르몬인 세로토닌 약물치료를 동시에 적용해야 여성들이 다이어트 광풍에 휩쓸리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15년 넘게 비만과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면서 얻은 결론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와 자아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5-07-03 14:13:17
외모 프리미엄이 연봉을 높여준다?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붕대를 감은 중국인들과 똑같은 얼굴을 한 20대 한국 여성 몇 명과 함께. 눈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였다. 왜 그렇게 어색했을까. ‘성형수술’이라는 현대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아름다움을 정의하는데 수학 공식을 넘어선 사고가 필요하다. 부모 몰래 알바로 번 돈으로 마치 머리를 염색하듯 동네병원에서 당일에 수술받고 나오는 10대들을 종종 본다. 이들을 겁 없이 성형수술받는다고 혼낼 수 있을까. 아름답게 태어난 것은 귀한 선물이다.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능력을 부여해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인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외모가 뛰어나면 연봉을 더 받을 수 있지만, 못생긴 외모로 인한 불이익은 잘생긴 외모로 얻는 ‘외모 프리미엄’보다 10% 이상 더 크다고 한다. 매력적인 외모를 회사에서 뽑는 진짜 이유는 2005년 Olson의 연구에서 증명됐다. 매력적인 얼굴들을 화면에 1초 동안 띄웠을 때 매력적이지 않은 얼굴보다 긍정적인 단어들에 대한 반응시간이 향상되었다.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들은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주며,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판매가 더 잘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랑하는 자녀나 가족이 성형수술을 하겠다고 선언할 때 부모가 준 외모를 운명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치열한 생존경쟁은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모라는 제한된 부분만이라도 조정함으로써 최소한 사회적, 경제적 이득을 얻으리라 굳게 믿고 있다. 성형수술 전후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이유 성형수술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꿈꾸는 여성들을 위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정신과 의사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지원자들을 상담하면서 수술 전후 우울증 점수의 급격한 변화에 나 또한 깜짝 놀랐었다. 항우울제를 처방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외모의 변화가 낮아진 자존감을 한순간에 드높인다니 성형외과의사들이 진정 ‘칼을 든 정신과의사’인가. 성형외과 의사가 수술하는 것은 외모뿐만 아니라 환자의 내면세계, 세계관, 삶에 대한 태도 등을 총괄한 것이다. 과거 노예들의 낙인을 지우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성형수술. 노예의 낙인이 지워지면서 과거의 자기 모습은 이제 없어지는 의미였다. 외적인 변화가 내면의 트라우마까지 완전하게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변화를 향한 동기를 부여한다고 믿는다.하지만 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성형수술의 심리학적 효과는 평균 6개월 정도만 유지됐다고 보고한다. 이후의 삶은 자기 인생의 꿈과 그것을 이뤄가려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꿈이라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이다. ‘나다운 꿈’은 꿈을 찾아 헤매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하나씩 시도해가다보면 어느 위치에 도달한 나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성형수술을 마친 지원자들에게 적성·진로검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자존감은 외모뿐 아니라 인정받음, 사회적 위치, 성공으로 강화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작은 성취들을 경험하지 못하면 수술 후 외모에 집착하게 되면서 ‘연예인 누구’와 같은 얼굴이 되고 싶다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꿈꾸게 된다. 이런 경우 상담자로서 “어디 한번 해보자”가 아니라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말해줘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코나 신체 부위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은 자신의 독특한 외모에 만족해한다. 특징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라 해서 인생에서 성공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진 않는다. 반복적으로 얼굴에 손댄 20대 여성은 진료실에서도 계속 거울을 보면서 자기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약점이 있더라도 스스로를 좋게 여기고 적응해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내 얼굴도 내 인생도 마음에 안드는 것이었다. 수술 이후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여기지 못하면 부정적인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고 직업적으로도 성공하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코가 휘어져 있다고 강박증을 느껴 거울을 너무 자주 보는 30대 남성도 만났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코 부위에 신경쓰는 것 같이 느껴져서 사람들 시선이 의식된다고 했다. 신체이형장애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오기까지 성형수술을 여러 차례 반복해 받았고 성형외과 의사들과 소송 중이었다. 성형중독이 된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상상도 못한다. 성형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성형수술 전후 정신과 상담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들 이것만 쳐다본다고요. 이 징그러운 흉터를 보세요. 무슨 흉터를 말하는 거죠? 이것 때문에 너무 못생겨 보여서 미치겠어요.” 이들은 자존감이 낮아진 환자의 전형이다. 그 상처를 제거해주지 않으면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가거나, 모자를 눌러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대인기피증에 빠진다. 신체이형장애는 성형수술을 받으려고 하는 이들 중 10%에 해당되니 수술만이 해답이 아닐 것이다. 마음의 상처까지 제거해주어야 여성의 자존감이 낮다고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요인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외모를 비하했던 경험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들을 건넨다. “어제 라면 먹고 부었니? 얼굴이 왜 그래. 요즘 살찐 것 같은데” 외모에 대한 언급은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듯이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쳐놓을 수 있다. “옷 예쁜데 잘 어울려. 10년은 젊어 보인다” 이런 사소한 칭찬은, 거짓말일지라도, 들었을 때 긍정적인 에너지를 샘솟게 한다.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처럼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 외모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내가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자존감이다. 초등학교때 전교에서 가장 예쁘다는 소리를 듣던 동창은 ‘어린이 미스롯데’ 선발전까지 나갔다. 20대의 그녀를 오래전 까페에서 만나 깜짝 놀랐다. 자신이 기대한 모습대로 살지 못했다는 게 외모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반면 학교 다닐 때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았던 외톨이 소녀가 20년 후 자신감 넘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외모 개선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운동, 직업의 성취, 성공한 결혼생활 등을 통해 충분히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성형수술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러 정신과에 찾아와서 약을 처방받거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심리치료를 시작하기도 한다. 심리치료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신체상과 수술을 결심하게 된 동기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얼굴은 자기 자신의 역사를 나타낸다. 성형수술을 받거나 한 사람은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얼굴을 갈아치우면 내 인생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때 소중했던 젊었을 때 모습을 되찾기 위해, 여성스러움을 한번쯤 강조하기 위해, 신체적인 상처나 관계의 상처를 떠올리는 일들을 완화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희망한다.어떤 사람은 인생이 안풀린다고 홧김에, 얼굴만 고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망상적 믿음에서, 버림받은 아픔을 감추기 위해, 배우자나 남자친구의 배신을 복수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수술을 결정한다. 심지어 다른 여자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성형 부위가 남의 눈에 잘 띄느냐 아니냐 하는 정도와 무관한 경우도 있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무의식적인 동기도 숨겨져 있다. 외모의 결함이 심각해 어려서부터 열등감이 극심하다면 성형수술 전 마음의 수술을 받아야 수술의 결과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수 있다.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은 심리치료의 효과 외모를 좋게 하려는 노력은 실제로 우울증이나 다른 스트레스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화장이 잘 먹거나 머리를 새로 한 날, 실제로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진 경험을 해보았는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좀더 예뻐보이면 뇌에서 쾌락중추를 자극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자세도 당당해지고 더 자주 웃게 됨으로써 외모가 미묘하고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한다. 그 결과 기분뿐만 아니라 외모도 더 보기 좋아진다. 반대로 지속적으로 화를 내거나 슬픔을 느낀다면 장기적으로 미간주름이 영구적으로 패여서 정말 화난 얼굴이 되어 버린다. 자신감이 좀 더 생기고 기분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에 암병동에서 화장을 시켜주는 봉사단체가 있다. 코수술을 받고 행복해진 한 여성이 자살기도를 포기하고 새로운 남편을 만났다. 취업이 되지 않았던 남성이 수술후 일자리를 얻었다면 외모를 가꾸려는 노력을 ‘허영심’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름다워지는 노력은 단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평생에 걸쳐 자기자신을 바라보고 좋은 점들을 찾아내려는 심리치료와 같은 법이다. 수술 후 외모가 나아지거나, 심지어 완벽한 미의 기준을 만족하게 되어도 매력적이 되란 법은 없다. 매력적인 것은 단지 외모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마음의 상태, 곧 자존감에서 우러나오게 돼 있다.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거나, 직장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함으로써 매력이 넘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고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만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들도 긍정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은 바로 이런 모습을 보인다.
2015-06-02 09:30:54
이메일 도착 알림음, 휴대전화 벨소리 등이 끊임 없이 일상을 파고든다. 이런 소리들이 들리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다. 아침에 눈뜨면 확인하는 메시지 창, 침대에 누워 잠이 들 때까지 만지작거리는 스마트폰 앱. 화면이 뿌옇게 보이면서 눈이 침침해진다. 손가락도 점점 저린다. 벌써 새벽 두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에게 스마트폰은 또 다른 자아, 곧 자기자신이다. 온라인상에 내가 따로 있다. 실제의 나와 거의 관련 없는 가치관과 성격을 가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현실의 내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는 30대 초반 여교사입니다. 평소에는 수줍은 성격이지만 온라인에서는 LTE급 사랑을 추구하죠. 그곳에서 만난 ‘제트’와는 아무 때나 우리가 원할 때 만나서 사랑을 나누죠. 우리는 쏘쿨(so cool)해요. 잠자리에서도 그 사람의 여자친구 이야기를 해도 되는 관계이죠. 성에 대해서도 굉장히 개방적이죠. 헤어질 때도 아쉬운 거 없어요.” 그들의 관계는 늘 어디서나 접촉이 가능하다는 점, 어떤 이야기나 행동도 서로 포용한다는 점, 서로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우리가 오랫동안 상상해왔던 ‘사랑’의 판타지를 충족해준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야기를 지속하면서 양자 관계의 깊이와 진정성이 실제 친밀감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허무해진 그녀가 나를 찾아왔었다. 스마트폰 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건강 조건을 꼽으라면 ‘자아정체성’이다. 온라인상에서나 현실에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냐는 말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그동안 어떤 스펙을 쌓아왔냐는 것 말고. 학교를 도대체 가지 않으려하는 남자 고교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학교를 왜 가야하나요? 미래에도 과연 학교가 필요할까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스마트폰에 들어있는데요. 손가락만 움직이면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즉각 연결되는 세상이 여기 있어요. 학교에서 쓸 데 없는 것 배울 시간에 저는 스마트폰에게 배운다는데 뭐가 문제냐고요?” 당신의 자녀라면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과연 이 주장이 맞는지 어른들은 답해줄 수 있어야 한다. “무슨 소리, 학교는 당연히 가야지. 학교에서 공부만 하나, 친구들도 사귀고. 사회규범도 배우고.” 진료실에서 이런 진부한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 스마트폰 잘 쓰면 훌륭한 도구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여러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탐색하는 것은 긍정적인 교육 효과이지만, 앱이 정해준 포맷과 답변에만 국한돼 사고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깊이 사고하지 않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줄도 모르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지 못하면서 단지 스마트폰에만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본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5가지 습관 1. 일주일에 한번, ‘스마트폰 프리 데이’를 정하라 나를 비롯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매일 우리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로 습관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은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습관들을 양산해냈다. 운전하기 전에는 로드맵 앱을 켜게 되고, 필요한 물건도 클릭 몇 번으로 집에서 받아볼 수있다. 무인도에 단 한 가지만 챙겨갈수 있다면, 모두 ‘스마트폰이요!’라고 답할 정도로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두고 의존성과 자립성 사이를 오가고 있는 세상에서 정신과, 안과, 정형외과가 성행할 것이라고 한다. 불면증, 안구건조증,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니 아예 스마트폰을 없애라고 할 수도 없다.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 습관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스마트폰의 부작용은 줄이는 길이다. 스마트폰을 지금처럼 사용하되, 차라리 1주일에 하루라도 ‘스마트폰 프리 데이’를 두라고 권한다. 방법은 무척 쉽다. 그냥 집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오거나, 주말에 꺼두거나 서랍 안에 감춰두느는 것이다. 대다수가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한다. 2. 때로는 ‘멍때리기’ 고수가 되라 필자는 대학생 시절, 강의가 없으면 학교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거나, 낮잠을 자기도 했다. 카페에 모여앉아 수다를 떨기도 했고, 동아리 활동으로 ‘으샤으샤’ 다같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을 대학가에서 보기 어렵다. 1인용 탁자에 앉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으니 우리의 두뇌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숙면 다음으로 두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소위 ‘멍때리기’가 스마트폰을 서치하는 시간으로 대체되었다.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순간들이 사라졌다. 아니, 혼자 있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하게 됐다. 쉴새 없이 카톡으로 친구와 연결되거나,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보면서 자기존재감을 확인해야 한다. 카톡을 하면서 동시에 이메일을 확인하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운전 중에도 이런 멀티태스킹이 거뜬해졌다. 멀티태스킹이 두뇌가 진화한 증거로 보이지만, 사실은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모두 활성화됨에 따라 사고의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뇌는 쉽게 피로에 빠진다. 마크 바우어라인이 디지털세대가 ‘가장 멍청한’ 세대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세상을 향한 시야가 더 넓어진 게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가 교류하길 기피하고 고립된 공간에 몸을 움츠리고 점점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세대는 필요한 물건을 직접 나가서 고르고 만져볼 생각을 않는다. 지도앱을 켜지 않으면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실수로 잘못된 길에 들어서서 헤매는 경험을 해야 그 길을 익힐 수 있는데, 그런 실수를 용납하기 싫어한다. 헤매는 시간이 아깝고 귀찮은 것인데 과연 그럴까. 3. 귀찮아도 ‘그러면 안되는 것’이 있음을 알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카톡을 실컷하다가 더 이상 대화하기 싫으면 그냥 ‘나가기’를 눌러버린다. 연인끼리 헤어질 때에도 문자로 통보한다고 하니 얼마나 하기 싫은 일들을 귀찮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친구의 페이스북에 더 이상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요. 한참 구경하고 나면 이 친구는 뭐가 이렇게 잘났고, 나는 왜 이렇게 못살까하며 스트레스를 받다 잠들거든요. 다들 잘났어요. 정말!”이라고 욕하는 이도 자신을 멋지게 포장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전략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생일 축하’메세지를 보내거나, 댓글을 달기 바쁘다. 실시간으로 사진도 올리면서 내가 보여지고 싶은 모습, 살아가고 싶은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간다. 동성애 친구를 두고, 외국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성숙한 인격을 자랑한다. 하지만 앱이 싫증나면 삭제해버리듯이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게 해버린다. 다른 사람들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쿨한척 하는 것이 대세다. 애인사이에도 애착이나 희생은 지극히 감정낭비이다. 지하철에서 몰카를 찍는 학생들이 정신과에 의뢰되기도 하지만, 그들은 지극히 정상이다. 다만 반사회성이 높고 남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자기애성 인격성향이 많다. 4. 온라인세상에서 지켜야 할 법과 윤리가 있다 인류 역사상 이처럼 방대한 정보의 홍수를 만난 적이 있을까. 우리는 처음 맞는 환경이지만 당황하지 말고 절제된 태도를 지켜야 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행동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리포트를 쓸 때 다른 사람의 글을 자기 글인양 인용하는 것, 페이스북 상대에 대한 안좋은 정보를 올리는 것, 타인이 만든 노래가사를 원저작자를 밝히지 않고 인터넷에 퍼뜨리는 것, 저작권 없이 영화나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것, 채팅방에서 집단 따돌림을 하고 폭언하는 행위, 댓글로 인신공격이나 스토킹하는 것 등은 모두 범법행위이다. 앱에 대한 의존성을 떨쳐버릴 때 만나는 자유를 받아들여 보자. 낯선 곳을 찾아가는데 내비게이션이 갑자기 작동이 되지 않는다고 화내봐야 소용 없다. 당황스러워하지 말고 묘하게 차오르는 자유와 해방감을 느껴보자. 여행지가 블로그와 다르다고 울음을 터뜨렸던 여대생을 기억한다. 그녀는 여행지 블로그 검색에서부터 여행이 시작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여행지에서는 내비게이션도, 스마트폰도 꺼둘 필요도 있다. 여행이나 인생이 계획한대로 간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5. 온라인이나 현실에서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예의를 잊지 말라 온라인은 늘 연결돼 있지만, 소통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을 이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사람들에게 외로움과 소외감을 주어서는 안된다. 에릭슨이 인간발달 과제에서 말했듯이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은 심리적 안정을 이루는데 중요한 도전과제이다.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다루듯 인간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 애인은 서로에게 실망하거나 상처를 주고받는 아픔을 겪으면서 관계가 지속돼간다. 약속도 갑자기 문자메시지로 취소하면 안된다.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면서 약속을 못나가는 이유를 설명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별이나 절교 선언을 문자메시지로 통보받고 마음의 상처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말한다. “그 사람에게 그동안 나는 뭐였을까?” 아무리 직접 만나기 껄끄러웠다고 하더라도 나와의 관계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끝내버릴 수 있냐는 분노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다. 같이 사는 가족들도 식탁에서 마주하기보다는 온라인에서 할말들을 대신한다. 각자 너무나 바쁜 나머지 못다한 대화를 온라인에서라도 대신하면 차라리 다행이다. 서로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고 상대의 감정표현에 공감해주는 예의는 온라인이나 현실에서 서로를 소중하게 만들어준다.
2015-04-29 09:47:47
얼짱, 몸짱에 이어 이제는 ‘뇌섹’이 매력의 한 요소로 뜨고 있다. 뇌섹남이란 ‘똑똑하면서도 생각이 깊고 개성이 뚜렷한 남자’라는 뜻이다. 뇌섹남은 이성을 대표하는 ‘뇌’와 성적 욕망을 의미하는 ‘섹시’의 결합이 독특한 사람들이다. 대체로 남을 신경쓰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이다. 외모와 몸매 이상으로 중요한 어떤 매력이 바로 ‘뇌섹’이라는 단어에 녹아 있다. 진료실에서 체중감량하러 온 남녀에게 나는 꼭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당신의 매력포인트는 무엇입니까?” 대부분은 대답을 못한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겸손해하며 웃기만 한다. 정신과 의사의 역할 중 하나는 상대의 매력을 찾아서 이끌어 내주는 데 있다. 체중감량으로 변신한 외모와 함께 자신감, 매력을 보너스로 얻는 환자를 보면서 치료자로서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 이제 못 알아보겠어요” 우리 병원 직원들은 찾아오는 연예인 지망생 가운데 매력을 찾고 자신감이 생긴 후 ‘뜬 사람’이 많다고 좋아한다. 옷은 마음을 입는다 지난 15년간 비만과 스트레스 환자를 만나면서 느낀 점은 ‘패션이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대변한다’는 것이었다. 무채색의 칙칙한 옷을 입고 병원을 내원한 사람도 체중이 감량되고 우울감이 해소되면서 점차 화려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M은 하얀 얼굴에 고등학생 티를 아직 벗지 못한 대학교 2학년 여대생이었다. 엄마가 살을 빼야 한다고 해서 억지로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 어려서부터 엄마 말 잘 듣고 사춘기 한번 크게 겪지 않았다. 흔히 요즘 아이들이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나, 진료실에서 만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오히려 자기주장이 없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가족이나 직장도 내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데, 남들의 눈치나 보며 원하지 않는 인생의 결정을 내렸다. “옷이 안 어울린다. 바꿔 입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 다시 옷을 갈아 입었던 M은 10㎏ 이상 체중감량에 성공했지만, 늘씬한 서구형 미인을 부러워하고 자기 장점은 보지 못했다.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쁘띠 사이즈’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캐릭터이니 그 매력을 살려라!” 생활습관도 살이 안찌는 건강한 습관으로 바뀌었고, 옷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살아나고, 표정과 눈빛마저도 자신감으로 활기가 넘쳤다. 바로 ‘뇌섹’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 성숙한 여인으로 바뀐 사례였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은 반드시 있다 매력적인 사람은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 소개팅이나 면접을 가는 남녀에게 필자는 “단 몇 분이라도 상대방이 같이 있는 내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어보라. ‘이 사람, 한 번 더 만나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하게끔 첫인상을 남겨보라. 외모가 잘생기고 예쁜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바로 미소와 목소리이다. 성형수술로 눈과 코를 고치기도 하지만, 얼굴의 미세한 근육들은 성형수술 없이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웃는 눈매와 올라간 입 꼬리는 거울을 보면 연습할 수 있다. 소개팅 파트너와 면접관은 잘생긴 외모를 찾는 것이 아니라, 호감 가는 첫인상을 기억한다. 대화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자신 있게 소신을 말하는 태도와 눈빛의 그 사람을 주시한다. 나는 기자들에게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배가 나와 죽겠어요. 뱃살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에요?” 그러면 나는 웃으면서 “사랑에 빠져 보세요”라고 말한다.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물질은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기고 매일매일 삶에 활력이 생길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도파민의 역할로 사랑이 즐겁고 다이나믹해지며, 신진대사도 원활해지고 면역기능까지 높아진다. 더불어 왕성한 식욕마저 사라지니 정말 최고의 다이어트 효과다. 애인이 없다면, 사랑할 대상을 만들어라. 내가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보라. 애완견이든, 연예인이든,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든 다 좋다. 내가 좋아하는 그 무엇,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있으면 된다. 그게 바로 삶의 의미라는 것이다. 아침에 눈뜨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사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의미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지 발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종일 하나하나 선택들을 결정하는 주체가 바로 내가 되는 것이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 삶의 기준을 바로 내가 세울수 있는 자립성 말이다. 성형수술을 하거나, 학원을 다니거나,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자존감이 생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다양한 삶의 형태를 취할 수 있고,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가질 수 있으며, 각자 자립성을 존중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이 늘어날 때 ‘뇌섹’도 많아질 것이다.
2015-04-02 10:20:23
10대 후반부터는 조금만 많이 먹어도, 먹은 것에 비해 움직임이 조금만 적어도 금세 살이 찌기 마련이다. 성장호르몬 등 각종 호르몬이 감소되고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뱃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나잇살은 사망 원인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심장병 등의 원인이 된다. 나잇살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뱃살은 몸매만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의외로 건강에 해롭다. 기름진 음식을 적게 먹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뱃살이 빠질 거라고 여기기 쉽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은 술자리 때문에 복부비만이 더욱 악화되는 게 심각하다. 알코올은 영양소는 없으면서 1g당 7㎉의 고열량을 낸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다른 영양소가 산화돼 칼로리로 소모되는 것을 방해한다. 또 술은 주로 밤에 먹게 되고 다른 안주를 같이 먹게 하므로 소주 한 병을 마셨다면 운동을 3시간 가까이 해야 합니다. 주위에서 매일 술을 마시는데 살이 안 찐 사람이 있다면 밥이나 안주를 잘 먹지 않는 알코올중독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방과 근육량이 감소하고 영양결핍으로 인해 체중이 적게 나가게 된다. 주2회로 술자리를 줄이고 적어도 2일 이상 금주해서 술이 해독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 술자리 전에 꼭 식사를 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음주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폐경기 전후엔 체중 5kg 증가 밥과 김치만 먹는데 나는 왜 살찌나요? 집에서 혼자 보내는 주부들의 식단을 살펴보면 국수, 흰쌀밥, 떡 등 탄수화물 과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혈당지수(GI)가 높은 음식으로 탄수화물이 체지방으로 잘 저장되기 때문에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과일은 살이 찌지 않는다고 하루 한두 개씩 먹게 되면 혈당이 급속하게 치솟아 결국 지방이 쌓이게 된다. 밥과 김치에는 단백질이 없기 때문에 근육이 점점 줄어들수 있고, 폐경기 전후엔 단백질원이 특히 중요해 필요하면 단백질 파우더라도 대체 섭취해야 한다. 운동으로 살뺀다고 너무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은 좋지 않다. 수영, 골프, 에어로빅체조를 하고 나서 커피 한잔에 간식을 먹게 되면 하루 종일 운동한 게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오히려 운동했다는 보상심리로 더 먹는 경우도 있고 피로감을 잊으려고 단 것을 찾기도 한다. 중년 여성들은 남이 남긴 음식을 먹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몸이 쓰레기통은 아니다. 남이 권한다고 따라서 먹어서도 안된다. 여자들은 흔히 먹기 싫어도 같이 가서 먹어주는 것을 우정이나 의리로 여기는데 피해야 한다. 밥배, 빵배, 디저트배가 따로 있으니 상관없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생리주기 중 황체기에 에너지 소모율이 15%나 증가한다. 폐경이 되면 이런 에너지 소모가 없어지므로 이전과 같이 똑같이 먹고 운동해도 체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폐경은 결국 나잇살의 주범이 된다. 대한폐경기학회는 약 절반의 폐경기 여성에서 5㎏ 이상의 체중증가가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폐경기 여성의 복부비만은 결국 노화의 증거다. 나이가 들면 척추의 기립근 약화, 뒤틀린 자세로 인한 거북목, 어깨 두꺼워짐, 팔 지방 축적, 부종 등으로 체형이 많이 망가지게 된다. 오랫동안 앉은 자세로 지내는 직장인 역시 골반의 뒤틀림, 자세의 망가짐으로 인해 인대의 과사용, 결체조직의 굳어짐 등으로 통증이 오고 몸통이 두둑해진다. 이는 그냥 살만 찐 게 아니라 근막염증과 함께 셀룰라이트, 부종 등이 함께 생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체외충격파 치료로 이런 근막의 통증과 염증을 해결해야만 사이즈를 줄일 수 있다. 요즘 체형교정이 비만과 항노화의 기본치료인 이유다. 멀리서 서있는 자세만 봐도 50대인지, 60대인지 분간할 수 있다. 몸이 뒤틀려 있으면 아무리 운동해도 오히려 더 자세만 망가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폐경기 이후 혼자 남아서 밥을 대충 때우는 습관, 부족한 수면, 음료수나 술 섭취, 영양의 불균형 등은 비만과 이로 인한 우울증을 초래하기 쉽다. 자녀들도 내 품을 떠나는 ‘빈둥지증후군’이 우울증의 또다른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새로운 전성기라고 보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육아와 가사에서 벗어나 인생의 2막을 준비할 나만의 꿈을 찾을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식사는 나만을 위해서, 여왕처럼 균형 있게, 양보다는 질을 챙기도록 한다. 자녀들에게 신경 쓰던 에너지를 남편이나 친구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취미나 여행에 쏟아붓도록 하자. 저주받은 하체도 결국 나잇살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있는 직장인들은 복부뿐만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로 몰리는 살과 하지부종으로 고민한다. 부종이 생긴다면 아침식사를 꼭 하도록 하자. 저지방 우유와 시리얼도 좋다. 점심에 과식하지 않으려면 공복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복이 되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가 되어 점점 더 지방을 저장하려 들고, 몸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무심코 들이키게 되는 음료수나 커피, 간식에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어있는지 명심해야 한다. 다이어트한다고 혼자 밥먹는 것도 옳지 않다. 식사는 여럿이, 다양한 메뉴로 먹어야 오후에 간식을 피할 수 있다. 점심식사 후 동료들과 산책하면서 걷는 것도 좋다. 가까운 공원이나 걸을만한 코스를 살펴보자. 화장실을 갈 때에도 다른 층을 이용한다든지 이동거리를 만들어서 동선을 길게 해야 한다. 사무실 안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수건돌리기, 스트레칭. 케틀벨·아령을 이용한 팔운동, 다리운동을 한다면 멈춰진 대사속도를 높일 수 있다. 직장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점심 메뉴다. 도시락을 싸간다든지 주변에 균형 있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점심뷔페를 이용해보도록 하자. 하체를 빼겠다고 너무 많이 걸으면 오히려 체형이 뒤틀리고 셀룰라이트가 더 악화될 수 있다. 근육의 과사용이 때로는 오히려 다리의 부종이나 셀룰라이트를 촉발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마사지, 좌욕 등으로 다리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다리를 꼬지 않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도록 한다. 마른비만이 더 빼기 어렵다 체중은 정상보다 적게 나가는데 체지방이 30%이상 되고 복부만 불룩한 경우를 ‘마른 비만’이라고 한다. 건강에 더 위험할 뿐만 아니라, 살을 빼기도 더 어렵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감소해 점점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복부비만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특히, 다이어트를 반복적으로 한 여성들은 근육량이 더욱 부족해서 살찌기 쉬운 체질로 바뀌게 된다. 다이어트를 많이 해서 말랐다고 보이지만 근육이 없고 활력이 없어서 쉽게 피곤하고 점점 움직이지 싫어해 근육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근육이 있어야 뱃살도 빠지는 법이다. 운동할 때 체지방을 연소시키는 곳이 바로 근육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30세가 지나면 매 10년마다 근육이 3㎏씩 줄어들고, 한 살 먹을 때마다 기초대사량은 1%씩 떨어진다고 하니 덜 먹어서 감량하는 다이어트보다는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뱃살을 빼야겠다고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데 사실 별로 효과가 없다. 날씬한 복부는 근육량과 비례하므로 허벅지 강화운동, 즉 등산이나 앉았다 일어서기 등이 적절하다. 스트레스는 마른 비만의 주범이며, 별 약도 없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생활습관과 생각의 예방주사가 필요하다. 세로토닌이라는 행복호르몬을 올릴 수 있는 생활습관으로는 많이 걷고 사색하기, 복식호흡, 햇빛쬐기, 트립토판이 함유된 콩·두부·우유·바나나 섭취하기, 잠 푹자기 등을 추천할 수 있다. 생각의 예방주사로 100%의 완벽주의를 버리고 80%만 일하라고 권고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50%만 만족시키자고 생각해야 한다.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순간 기대치가 높아지고 자신의 감성을 억눌러야 하기 때문에 욕구불만이 생기게 된다. 욕구불만은 끊임없이 배고프고, 먹는 것에 집착하게 만든다. 궁극적인 해결은 삶의 목표와 의미를 찾는 것이다. 직장인이든, 주부이든,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알고 일이 재미있어야 한다. 작은 일부터 하나씩 재미있는 것을 찾아보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미혼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1.8%가 자신의 체중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그만큼 많은 여성들이 비만도와 상관없이 다이어트 강박증을 보이고 있다. 건강한 체형으로 나이 들어가려면 내 몸을 소중하게 여기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2015-03-04 19:0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