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9 16:39:33
제로칼라(오른쪽)는 다이어트콜라에 비해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가 덜 들어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오는 14일(프랑스 현지시각) 아스파탐(aspartame, 인공감미료 일종)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아스파탐이 든 제로콜라·막걸리 등에 대한 '암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2B군'으로 분류될 예정이다. 그런데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햄, 소시지, 탄 고기와 소금에 절인 생선 등은 이미 '1군'으로 지정됐다.
국제암연구소는 1971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암을 일으키는 요인 총 1108종에 대해 발암성을 검토해왔다. 체외실험·동물실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적 연구 등에 근거해 발암 요인을 4가지 등급으로 나눈다.
사람에게 확실히 암을 일으키는 물질은 1군(Group 1, Carcinogenic to humans)으로 126가지가 있다.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는(Probably carcinogenic, 사람에게 근거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에서 근거가 충분한) 물질은 2A군(Group 2A)으로 94가지가 있다.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사람에게 근거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에서 근거가 덜 충분한) 물질은 2B군(Group 2B)으로 322가지가 있다. 동물에게는 암을 일으키나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게 확인되지 않아 아직 분류가 불가능한(Not classifiable as to its carcinogenicity to humans) 3군(Group 3)으로는 500가지가 있다.
아스파탐이 속할 것으로 예고된 2B군엔 경유, 휘발유, 에틸카바메이트, 캐러멜색소, 니켈, 납, DDT(농약), 휴대폰의 전자기장 등 322종이 포함돼있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발암물질이 1군이 아니라는 의미의 이면엔 사람에게 암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입증할 만한 연구와 근거가 1군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면서도 "2·3군이 1군보다 발암성이 약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추후 연구 결과에 따라 1군이 될 수도, 아니면 아예 제외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군을 제외한 경우 발암물질로 지정됐다가 제외되기도 한다. 실제로 커피는 커피에 소량 든 벤젠포름알데히드가 방광에 머물면서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1991년 '2B군'의 발암물질로 지정됐지만, 2016년에 제외됐다. 하지만 이는 커피산업계의 강력한 로비와 커피애호가의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커피는 대표적인 암 예방 식품으로 신뢰받고 있는데 집요한 커피산업계의 마케팅 입김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커피를 200~230도로 가열하면 항산화성분 중 대표적인 게 폴리페놀 화합물의 일종인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CGA) 같은 유익물질이 거의 사라진다. 가장 짙게 볶은 원두와 가장 옅게 볶은 원두의 항산화물질 양 차이가 20배 가까이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로스팅 과정에서 클로로겐산의 80~90%가 소실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식품은 100도 이상 가열하면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미드(acrylic amid)가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요컨대 필자는 아스파탐의 발암 수준이 커피와 같은 수준일 거라 짐작해본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먹으면 몸에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아스파탐이 커피보다 덜 해로울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막걸리와 제로콜라 섭취를 통해 몸에 들어오는 아스파탐의 양과 거의 매일 1~3잔을 마시는 커피의 미지의 발암물질 양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스파탐, 사카린 등 인공감미료의 일일 섭취허용량(ADI)은 체중 kg 당/40mg이다. 체중 60㎏ 성인의 경우 아스파탐 2.4g을 평생 매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얘기다. 체중 35kg의 어린이는 1.4g을 평생 매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계산이다.
이는 60kg 성인이 매일 다이어트 콜라(1캔에 250㎖·아스파탐이 약 43㎎ 함유)을 하루에 55캔 이상을 매일 마셔야 초과되는 양이다. 35kg 어린이는 매일 33캔 이상 마셔야 일일섭취허용량을 초과한다.
막걸리 역시 성인(60kg)이 하루에 33병(병당 750㎖·아스파탐 72.7㎖ 함유 기준) 33병을 마셔야 일일섭취허용량(ADI)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식품의약약품안전처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아스파탐의 1일 섭취허용량 대비 국민 평균 섭취량은 0.12%로 매우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막걸리협회 “막걸리(750㎖) 한 병에 들어 있는 아스파탐은 일일섭취허용량의 0.0016% 정도에 그쳐, 과자 등 다른 제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왜 해로운가? 아스파탐은 아스파라긴산과 페닐알라닌이란 두 가지 아미노산이 결합한 다이펩타이드(dipeptide)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각각의 아미노산이 안전하므로 아스파탐도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스파탐이 함유된 제품을 먹으면 코티솔 수치가 증가하고, 아스파탐이 분해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면 소화관에서 음식물을 담당하는 미생물의 활동이 변화돼 몸에 해롭게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아스파탐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아스파르트산과 페닐알라닌, 메탄올로 분해된다. 메탄올은 간에서 대사되면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해된다. 이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메탄올의 절대량이 작아 과일이나 채소를 통해 매일 섭취하는 양에 훨씬 못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파탐에 들어가는 메틸알코올을 많이 섭취하면 간 독성, 시신경 손상, 사망에 이를 수 있다. 2005년 이탈리아에선 아스파탐이 백혈병이나 림프종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IARC는 이번 아스파탐의 발암물질 지정에 프랑스 연구를 참고했다고 한다. 프랑스 성인 10만명을 대상으로 8년 가까이 추적조사한 결과 갈수록 아스파탐 섭취량이 증가했으며 그에 따라 암 발생 위험도 크지는 않지만 비례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사 대상자들은 프랑스 평균 인공감미료 섭취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로 상대적으로 많이 아스파탐을 많이 먹은 군이 적게 먹은 군보다 발암위험이 높았다고 한다. 적게 먹어도 발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논거에, 왕창 먹어야 암이 생긴다는 식품업계 또는 식품안전당국이 동의할 것 같지는 않다.
참고로 아스파탐에서 분해돼 생성된 페닐알라닌은 페닐알라닌의 축적을 유발하는 유전질환인 페닐케톤뇨증을 악화시키므로 이런 환자에게 투여할 수 없다.
인공감미료의 대명사인 사카린은 1977년 캐나다에서 사카린을 먹은 수컷 쥐들이 방광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발암물질로 분류됐다. 그러나 1995년 유럽식품안전청(EFSA) 재평가 결과 “캐나다의 실험은 오류이며, 사카린나트륨은 인체에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후 2000년 국제암연구소(IARC)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되었고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감미료로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다.
아스파탐이 사카린과 같은 행보를 밟을지, 발암물질로 오래 동안 묶여 소비량이 급감하다 사라질지는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체는 익숙하지 않은 음식 성분, 그것이 천연당이라 할지라도 인체가 적응해 원활하게 대사하지 못하는 성분이라면 장내 이상발효를 일으키고 발암성을 일으키는 찌꺼기를 남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사카린 안전론’을 믿지 않는다. 비만이나 당뇨병 걱정이 없다면 당연히 자연당이 인공감미료보다 더 맛있고 건강에 좋을 것이다. 원가를 절감하고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첨가하는 게 식품산업의 노림수 아닌가.
IARC가 공연히 이슈를 일으켜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 가지 다중소비 식품을 발암물질로 규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는 2A군에 속한다. 뜨거운 물은 식도암, 구강암, 인후두암을 유발할 수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적색육도 2A군에 속해 있다. 꾸준히 많이 먹으면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을 증가시킨다는 게 역학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2015년 10월에 술, 담배와 함께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고지방, 고단백이 응축된데다가 가공 과정에서 첨가되는 발색제(아질산염), 방부제, 산도조절제, 향미증진제 등이 발암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살충제인 DDT가 2A군인 것에 비하면 가공육에 대한 발암물질 지정은 과도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그만큼 DDT는 현재의 생활환경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위험요인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김치·피클과 같은 절임 채소류, 알로에 베라 등은 2B군에 속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불결한 음식 보관 상태 때문에 국내에 위암 환자가 많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집집마다 냉장고를 갖춘지가 40년이 다 돼 가지만 위암 환자는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많고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여전히 많다. 이유는 채소를 절여 발효시킨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이라는 데 많은 국내외 의학자가 동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일단 사람에게 확실히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판명된 '1군' 발암물질을 일상에서 멀리하라고 조언한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1군 발암물질엔 알코올, 가공육, 그을음, 흡연, 햇빛(자외선), 매연, 톱밥 분진, 벤젠, 벤조피렌, 아플라톡신, 니코틴 등 126종이 포함돼 있다.
벤조피렌은 불에 구운 고기의 탄 부분에 주로 들어있다. 벤조피렌은 정상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도하는데, 탄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은 위암 발생 위험이 7배까지 높아진다.
국가암정보센터는 “가공육은 담배·알코올·석면·비소 등과 마찬가지로 발암물질 부류에 속하나 이들 물질보다 발암 위험률이 현저히 낮다”며 “가공육을 먹되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되더라도 당장 식품당국이 사용을 금지시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가공육(1군)보다 훨씬 안전한 2B군에 속하므로 섭취량을 줄이도록 노력하라는 선에서 행정지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아스파탐이 병적으로 많이 섭취하지 않는 이상 커피보다 안전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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