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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의 만성복통, 가볍다고 병원가기 꺼리지만 방치하면 숨은 병 있을까 걱정
  • 최호정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등록 2025-07-09 10: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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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성·급성 판별, 기질성·기능성 원인 가려 대응해야 … 소아수면내시경, 칼프로텍틴 검사 최근 도입돼 진단 수월

소아위장관 질환을 다루는 소아소화기영양과 외래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환자가 만성 복통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다. 그만큼 상당수 아동과 청소년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복통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큰 병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4~16세의 소아의 만성 복통은 10~15%, 즉 열 명 중 한 명, 많게는 두 명에서 존재하는 흔한 증상이다. 특히 4~6세의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 굳이 통계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내 아이나 주변의 아이들 중에 원인 모를 복통으로 학교나 유치원에서 조퇴를 하거나 학원을 가지 못하거나, 또는 식사를 다 마치지 못하는 경우들이 흔한 것을 생각해보면, 높은 빈도가 실감날 것이다. 

   

하지만 항상 고민이 되는 것은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증상이 경하고, 또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니 병원을 찾기에는 주저하게 되고, 그저 지켜보기에는 숨어있는 병을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소아 만성 복통의 형태와 원인 

   

먼저 배 아픈 아이의 증상이 급성인지, 만성인지 따져봐야 한다. 수일 이내에 시작돼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를 필요한 급성 복통과 달리 만성 복통은 증상의 지속 또는 반복이 최소 2개월 이상 경과하고 정상적인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

   

복통은 왜 발생할까? 위장관에 있는 통증 수용기는 물리적인 압력이나 화학적인 자극에 의해 통증을 느낀다. 즉 가스가 차거나 장이 당겨지거나 눌려지거나 꼬였을 때 통증을 느낀다. 또 염증이 생기거나 혈액공급이 잘 되지 않을 때 허혈이 일어난 부위에서도 분비되는 여러가지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으로 통증을 느낀다.

   

이런 신호가 시작됐을 때, 그것을 통증으로 느낄지를 말지를 결정하는 역치 값은 사람마다 매우 편차가 크다. 흔히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고 알려진 최신 개념에 따르면, 어떤 아이들은 장에서 발생한 정상적인 자극에 대해서도 뇌로 가는 잘못된 신호에 의해 정상 신호를 잘못 해석함으로써 병이 없는데도 통증으로 인지하기도 한다. 위장관염을 앓은 후에 만성 복통이 시작되는 경우도 흔한데, 이는 급성 장간막 림프절염이나 반응성 장염과 같은 경우에도 설명이 가능하다. 반면 위장관염으로 발생한 신경학적인 과민성에 때문에 최초의 트리거(trigger)가 되었던 감염이 완전히 호전되고 난 뒤에도 만성적인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즉, 병이 없는 정상적인 장에서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을 꼭 찾아야 할 때는?

   

소아에서의 만성 복통은 10~15%에서만 기질적인 원인이 발견되며, 대부분은 병이 아닌 기능성 복통이다. 즉 정상적인 상황에서 내장의 과민반응과, 아직 미숙한 장운동의 기능장애가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기질적인 병이 아니라고 해서, 소아의 만성통증을 모두 기능성 복통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동반된 증상들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즉각적인 검사 혹은 치료를 필요로 할 수 있는 중요한 ‘경고 증상’을 꼭 체크해봐야 한다.

   

복통이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있으면서 이로 인해 잠에서 깰 정도일 때, 간담도질환을 시사하는 지속적인 우측 윗배 통증이나 급성 맹장염을 시사하는 오른쪽 아랫배의 통증이 있을 때, 녹색 담즙이 섞인 구토가 있거나 원인불명의 발열이 장기간 동반될 때, 빈뇨·혈뇨·잔뇨 등 비뇨기계 문제를 고민해보아야 하는 배뇨증상이 있을 때, 만성적인 심한 설사나 피가 섞인 대변을 동반할 때,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가 있거나 성장 속도가 갑자기 둔화될 때, 위장관 염증질환이나 소화기질환의 가족력이 있을 때에서는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기질적인 원인을 감별해야 한다.

   

원인 질환을 찾기 위한 검사와 치료

   

이런 경고 증상이 있을 때, 소아소화기영양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좀 더 자세한 병력을 청취하고 신체 진찰을 하며 의심되는 질환의 종류에 따라 여러가지 검사를 시행한다. 

   

검사는 기본검사와 특수검사를 비침습적 검사에서 침습적 검사 순서로 진행한다. △CBC, ESR, CRP, 일반화학검사와 같은 혈액검사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 칼프로텍틴 (calprotectin) 등을 포함한 대변검사 △단순 복부 X선 촬영, 복부 초음파, 복부 컴퓨터단층촬영 (CT), 위장관 조영술 등 영상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또 염증성 장질환이나 궤양이 의심된다면 소아 수면내시경 시설을 갖춘 대학병원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인이 되는 질병을 진단하기도 하고, 기질적 질환의 가능성이 낮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질적이 아니라면 기능성 복통을 진단하는 과정을 밟는다.

   

만성복통에 대한 치료는 원인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음식과민 위장관질환이 의심된다면 경구 약제와 함께 원인 음식을 찾고 제거하는 식이 교육을, 만성 변비가 원인이라면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구 약제와 생활 습관의 변화에 대한 교육을, 만성 감염이 원인이라면 그에 대한 항생제나 제균 치료를, 췌장염이나 담관 질환이 있다면 그 원인을 찾고 치료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소아 크론병, 궤양성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도 반드시 감별돼야 할 중요한 질환이며 진단 후에는 스테로이드나 각종 면역조절제, 면역억제제 치료가 증상의 호전과 장기적 예후 개선에 필수적이다.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도 아니지만, 걱정만 하면서 지낼 필요도 없다.

   

과거에는 기본적인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소아내시경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장의 염증성 병변을 예상하고 다음 검사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많은 혈액검사 또는 대변검사(칼프로텍틴, calprotectin) 등이 도입됐다. 

   

만약 고민이 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우리 아이가 검사가 필요한 아이인지, 필요하다면 어느 수준까지 검사를 통해 기질적인 원인을 감별해야 하는지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원인이 있다면 원인을 해결하고, 기질적인 문제가 없다면 조금은 안심하고 식생활 습관의 변화와 증상완화를 도와주는 여러가지 약물의 도움으로 일상을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

   

만성복통, 너무 쉽고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도 아니지만, 걱정만 하면서 불안감으로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다.   최호정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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