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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우울증, 나이들어 나타나고 주위사람이 무관심하고 신체증상과 혼동돼 발견 늦어져
  • 변기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25-12-31 11: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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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년기 주요우울장애 유병률 1~4%, 경미한 우울증 4~13% … 국내 자살률 10만명 당 26명 vs 노인은 40.6명

최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개선되면서 과거처럼 ‘의지의 문제’, ‘낫지 않는 병’이라는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노년기, 즉 65세 이상에서 나타나는 정신질환은 대중의 관심 밖에 놓여 있다. 환자 본인과 가족 모두, 증상이 상당히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다. 

 

이는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청·장년기에 발병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반면 노년기에 처음 증상이 나타나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독립과 사회적 관계의 축소로 인해 주변에서 환자의 변화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기도 한다. 

 

게다가 노년기에는 다양한 신체질환과 인지저하가 동반되어, 정신과적 증상이 가려지는(masking)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식욕이 떨어지고 기력이 없을 때 이를 신체질환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로 인식하는 경우가 흔하다. 

 

노년기 정신질환 중 가장 흔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기분장애가 바로 우울증이다. 우울 증상이 가장 강도 높게 나타나는 것을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DD)라 한다. 

 

DSM-5(미국정신의학회 진단통계편람 제5판)에서는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즐거움의 상실이 있으면서, 다음 9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될 때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한다.

 

주요우울장애의 단서가 되는 9가지 주요 증상

⁕거의 하루 종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대부분의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의 현저한 감소

⁕체중의 뚜렷한 변화 혹은 식욕 변화

⁕불면 혹은 과수면

⁕정신운동성 초조 또는 지체

⁕피로감 혹은 에너지 저하

⁕무가치감이나 과도한 죄책감

⁕사고력·집중력 저하, 우유부단함

⁕죽음에 대한 반복적 사고, 자살사고 또는 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전과 비교해 이같은 우울 증상으로 인해 뚜렷한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직업, 가사,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 전반에 눈에 띄는 제약이 생기며, 그 변화가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증상이 이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일상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면 ‘지속성 우울장애(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 또는 ‘기타 명시된 우울장애’ 등으로 진단한다.

 

국가정신건강포털에 따르면 일반 노인 인구에서 주요우울장애 유병률은 1~4%, 경미한 우울증은 4~13%로 보고된다. 특히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에서는 이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한다. 이에 비해 전체 성인(만 18세 이상) 인구에서 주요우울장애 또는 경미한 우울증의 유병률은 약 7.8% 수준이다. 즉, 노년기야말로 우울증이 가장 흔한 연령대이다.

 

더 큰 문제는 우울증이 초래하는 가장 파괴적인 결과, 즉 자살이다. 2021년 국내 전체 인구의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26명이었으나,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40.6명으로 훨씬 높다. 즉, 노년기는 가장 우울하고, 동시에 가장 자살이 많은 세대이다. 이제 노년기 우울증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개입이 시급한 공중보건 과제이다.

 

노년기 우울증의 3대 특징 … 신체 증상 중심, 인생 주기 상실감, 인지 저하 중첩

 

노년기의 우울증은 다른 연령층과 구별되는 3가지 특징을 보인다.

 

우선 젊은 층에선 주관적 우울감, 무기력, 죄책감을 표현하는 반면 노년층은 두통·어지러움·가슴 두근거림·소화불량·허리통증 등 불특정한 신체 증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들은 일관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변화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진료과의 진료와 검사를 거친 뒤에야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면밀히 병력 청취를 하면, 대부분은 신체 증상 뒤에 우울감과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신체질환이 동반된 경우 처음부터 우울증의 동반을 의심하기 쉽지 않아서, 정신과까지의 내원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평생 근무한 직장으로부터의 은퇴, 자녀 독립, 배우자·친구의 상실 등은 노년기에 피할 수 없는 변화다. 이러한 상실이 반복되면 무력감과 무가치감이 깊어진다. 물론 삶의 변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우울감이 장기간 지속되고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면 의학적 치료의 대상이다. 우울 증상으로 인해 인생 주기의 변화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게 되면 이는 더욱 심각한 우울감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노년기의 어려움에 대한 여러 종합적인 도움 및 대책과 함께 우울 증상에 대해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매 위험은 빠르게 증가한다. 국내 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약 5.8년마다 치매 유병률이 두 배로 증가하며, 2023년 기준 노년기 치매 유병률은 약 9.25%, 경도인지장애는 28.4%에 달한다. 인지 저하가 있는 경우 기존 활발히 하던 활동에 참여가 줄어들고, 무감동증(apathy)이 나타나면서 감정 표현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치매 환자들이 우울 증상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치매의 경과에서도 우울 증상이 30~80%까지 동반되기에 이에 대한 치료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노년기의 우울 증상이 심할 경우 주의력 및 집행기능의 저하를 초래하여 마치 치매와 같은 인지 저하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에 의한 치매와 달리, 우울증에 의한 인지 저하는 적절한 치료로 인지 기능이 호전될 수 있다는 가역성(reversibility)가 있다. 치매와 우울증은 흔히 동반될 뿐만 아니라 감별도 어려워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요컨대 노년기 우울증은 생리적·사회적 노화 과정으로 치부돼 오랫동안 간과돼왔다. 하지만 노령 인구가 증가하고 액티브 시니어가 등장하는 등 새로운 변화의 기조 속에서, 노년기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의 소중한 인적 자원을 지키는 방향이다. 우울감을 느끼는 노인, 주변의 친지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범 사회적인 측면의 도움이 필요하다. 변기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변기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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