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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료계 파업 어언 1년 반 … 양심 있는 지식인은 아직 살아있나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06-27 2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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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파업 중 골프치는 의사 … 복귀하려는 의대생·전공의 가로막은 독단 … 이를 부추기는 선배의 몰양심

이재명 새 정부가 들어서고 지난 2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장기간 의료파업과 의대생 수업거부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이날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지난 1년 반,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겨드렸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가 사퇴한 배경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대다수 회원이 박 전 위원장의 독단과 소통 부재를 꼬집고 정권이 바뀐 마당에 입장을 전향적으로 선회해서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 전체가 살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여론을 모아간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가 대전협의 새 비대위원장으로 27일 선출됐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은 지난 대선 기간에 의대가 없는 지역(전남 등)에 의대를 설립하고, 지역의사제 도입 또는 의료사관학교 설립 등을 통해 의료 소요된 지역이나 특정 진료 분야에 의사를 배치한다는 공약을 세웠다.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특정하지 않았고, 지역에 국립대 의대를 세우겠다는 것인지, 공공의대를 설립해 이 곳 출신 의사들에게 필수의료만 진료하게 만든다는 것인지, 의료사관학교를 세워 국방도 강화하고 공공의료도 보완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포괄적인 공약이다. 

   

결론은 이 대통령의 스타일 상, 실용주의에 입각해 의대 정원은 늘리지 않되 그 형태가 뭐가 됐든 의대를 세워 정원을 약 500명가량 늘리는 선에서 봉합할 것으로 기자는 예상하고 있다. 실용주의라는 게 갈등은 피하면서 최소한의 목적 또는 명분만 달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의미 없는 얘기지만 만약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대선 기간 중 발언은 아마도 흐지부지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의대 정원 대폭 증원 정책을 그대로 추진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후보 단일화(사실상 강제화) 약속을 어긴 그로서는, 의대 증원 철회도 후보 단일화처럼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대규모 유급이나 제적해 직면하고 있다. 의사 면허를 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는 말이 파업이지 실제로는 의협이나 각종 의학회에서 개최하는 심전도 판독, 내과 초음파 진단, 피부미용치료, 마취통증의학과 기본치료, 선배와의 진로 상담, 정신과질환 이해 등의 연수강좌에 참여해 시간을 보냈다. 전문의 자격증을 따는 시점이 늦어질 뿐 병원 당직을 서서 돈을 벌기도 했고, 군대를 가서 버리는 시간을 줄이기도 했다.

   

그에 비해 의대생은 면허도 없어 돈도 벌지 못하고 억울한 희생양이 됐다. 강성 투쟁 선배의 강압에 수업에 참여할 수도 없었다. 의사 선배가 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것도 아닌데 귀한 청춘의 시간을 허비했다.

   

의사 선배들은 대놓고 파업과 수업 거부를 부추기면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 후배를 희생시켰다. 일부 병의원장들은 늘어난 사직 전공의들로 의사 구하기가 쉬워지고 의사 인건비도 10~30% 저렴해져 내심 반겼다는 말도 들린다.

   

의료파업으로 대학병원은 환자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된 반면 준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은 대학병원에서 수용하지 못한 아중증, 아급성 환자를 수용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작년 중반까지의 얘기이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의료계 전반에 경영난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파업 투쟁의 와중에 일부 지역의사회 간부들은 투쟁의지를 다진다며 골프 대회를 갖는 등 울화통 날 소식을 전했다. 이들 의사회는 보도자료까지 내며 골프 행사를 홍보했다가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보도자료를 회수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에 관련한 기사는 모두 포털사이트에서 사라졌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환자들의 피해는 숫자로도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올해 2월 5일, 의정갈등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한 작년 2월부터 7월까지 전국 의료기관의 초과 사망자 수가 3136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갔으면 죽지 않았을 사람이 3136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도 지난 2월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근거로 의료공백 기간인 작년 2월부터 11월까지 47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위암·간암·폐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6대 암 수술 건수가 전년 대비 16.7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의사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환자들은 더 죽고, 적기에 수술 못해 예후가 나빠졌다. 

   

아마 의사들의 파업 투쟁이 성공하려면 대학병원을 비롯한 병원, 의원 등 모든 의료기관이 ‘동시에’, 여론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하게’ 파업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 파업에 대응하여 업무개시명령, 감염병예방법 적용, 면허 정지 등 다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보다는 민주의식이 강한 한국 시민사회가 의사들의 탐욕과 오만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파업 실패의 요인일 것이다.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작년 상반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대 정원 대폭 증원에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면서도 이 정책에 상당한 지지를 보내며 의료파업의 피해를 감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용기 있는 서울대 의대 교수 몇 명이 “의대생 복귀는 파시즘”이라며 수업 복귀를 촉구하자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가 비난을 쏟아냈다. 스승은 당연히 제자들에게 공부를 시키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게 의무다. 지식인들이 용기 있는 말과 행동을 못하고, 시류의 눈치를 보는 요즘 세태에 던진 한 줌의 빛이었다.

   

의대생, 전공의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정부나 학교에 용서와 선처를 빌고 지금이라도 제자리에 돌아가길 희망한다. 의료계나 의대 선배들도 후배들과 국민들에게 지은 죄를 사과하고 참회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500명 선의 증원을 절충하여 적당한 명분과 실리를 의료계에 제공해 이 사태를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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