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진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학교실 교수
강형진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학교실 교수팀은 국제공동연구팀과 함께 소아암 환자에 대한 ‘에멘드’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분석한 무작위배정 비교 3상 임상시험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생후 6개월~17세 소아암 환자 중 비교군은 에멘드와 기존 항구토제인 ‘온단세트론(ondansetron)’, 대조군은 온단세트론만을 복용케 한 뒤 항암치료를 실시한 결과 구토 예방 비율이 비교군은 51%, 대조군은 26%로 두 배 가까이 차이났다.
구역·구토는 항암제 치료시 환자가 겪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로 세로토닌과 P물질로 인해 발생한다. 두 가지 신경기전을 억제해야 항암제 투여 후 구역·구토를 예방할 수 있다.
이 중 세로토닌 기전을 막는 온단세트론 등은 1990대에 개발돼 소아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에멘드의 경우 소아에게 사용할 수 없었다.
제약사들이 좋은 약을 개발해도 소아를 대상으로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약자인 소아를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는 게 비윤리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펴져있고 환자 수가 적은 소아용 의약품은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소단위 임상시험이나 경험을 통해서만 소아에게 약제를 사용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사가 소아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면 해당 신약의 특허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허기간이 늘어난 만큼 다른 회사는 복제약을 만들 수 없다.
결과적으로 시장성이 낮은 소아 환자도 효과적인 약을 경험할 수 있는 공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제약회사에게는 특허기간 연장을 통해 경제성을 보장해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 4월호에 게재됐다. 이 학술지는 임상종양학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로 영향력을 알 수 있는 인용지수가 24.725이다. 여기에 논문이 실리면 의학적인 치료 방침이 바뀌는 등 전세계 의료 종사자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강형진 교수는 “소아 임상시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이번 연구는 국내 의료진이 주도한 소아 대상 연구 중 처음으로 영향력지수가 높은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고 말했다.
리처드 그랄라(Richard Gralla)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대(Albert Einstein) 교수는 “이번 연구는 향후 소아에서 수준 높은 임상 근거를 창출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