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와 일본 에자의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인 ‘렌비마’(Lenvima, 성분명 렌바티닙Lenvatinib) 병용요법의 3상 임상시험이 중단됐다.
양사는 절제 불가능한 비전이성 간세포암(HCC)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LEAP-012’ 3상의 업데이트 상황을 29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하면서 이를 알렸다.
사전 지정된 중간 분석 결과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과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을 동시에 실시할 경우 TACE 단독과 비교했을 때 1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는 향후 분석에서도 전체생존율이 프로토콜에서 명시한 통계적 유의성 기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현재 데이터에 대한 추가 분석을 진행 중으로, 연구자들과 협력해 그 결과를 학계와 공유할 예정이다.
이전에 보고된 바와 같이 키트루다와 렌비마는 TACE와 병용했을 때 또 다른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율(PFS)을 충족했다. TACE 단독요법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는 2024 유럽종양학회(ESMO)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란셋(The Lancet)에도 게재됐다.
머크리서치래버러토리의 그레고리 루비니에츠키(Gregory Lubiniecki) 글로벌 임상개발 부사장은 “이 연구에서 무진행 생존 결과는 고무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키트루다와 렌비마를 TACE에 추가했을 때 기대했던 전체생존기간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자이 종양학 글로벌 임상개발 책임자 코리나 더트커스 수석부사장은 “LEAP-012 연구의 전체 생존 결과와 이전에 보고된 무진행 생존 개선 결과는 절제 불가능한 비전이성 간세포암 치료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TACE는 수십년 동안 간암 환자들을 위한 표준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많은 환자들이 12개월 이내에 질병 진행을 경험한다”며 “우리는 LEAP-012를 통해 이 환자 집단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고자 했다”고 아쉬워했다.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국가에서 진행성 신세포암 1차 치료제, 이전의 전신요법 이후 진행이 확인되고 수술적 치료 또는 방사선 치료가 부적합한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microsatellite instability high) 또는 불일치 복구 결함(dMMR, mismatch repair deficient)이 없는 진행성 자궁내막암 치료제로 승인됐다. 중국에서는 올해 6월에 절제 불가능한 비전이성 간세포암 치료를 위한 TACE와의 병용요법으로 이미 승인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올해 6월에 절제 불가능한 비전이성 간세포암 치료를 위한 TACE와의 병용요법으로 이미 승인을 받았다. 이번에 미국에 실패한 적응증이 이미 중국에선 인정을 받은 것이다.
MSD와 에자이는 LEAP-012 임상시험 결과가 현재 승인된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 적응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여기에는 중국 내에서 TACE와의 병용요법 승인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렌비마 단독요법은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서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됐다.
키트루다는 ‘이전에 PD-1/PD-L1 요법을 제외한 전신 요법으로 치료 받은 B형간염 관련 간세포암 환자의 치료’(단독요법, 2차 치료제)라는 적응증을 미국, 한국 등에서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전에 소라페닙으로 치료받았던 경험이 있는 간세포암’ 치료제로 2024년 1월 25일 승인됐는데 아직 국내서는 허가되지 않았다.
반면 키트루다의 경쟁약인 한국오노약품공업과 한국BMS제약이 공동 판매하는 PD-1 억제제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와 CTLA-4 억제제 ‘여보이주’(Yervoy, 성분명 이필리무맙, Ipilimumab) 병용요법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간세포암의 1차 치료제로 미국과 한국 등에서 허가를 받았다. 키트루다+렌비마가 ‘비전이성’이라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암을 겨냥한 반면 옵디보+여보이주는 ‘전이성’이라는 보다 악화된 암을 표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키트루다는 이번 임상 중단으로 인해 간암 분야에서 옵디보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