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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수능약‧면접약으로 둔갑한 심장약 ‘인데놀’ 남용 위험 … 오남용하면 부작용, 기저질환 악화 우려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10-29 15: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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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황청심원도 수험 당일 졸음, 두근거림, 멍한 정신상태, 긴장감 저하로 오히려 역효과 초래

베타차단제 계열의 심부전 및 고혈압 치료제인 ‘인데놀정’(프로프라놀롤)이 불안감을 잠재우는 ‘수능약’ 또는 ‘면접약’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험생과 학부모,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들이 이 약이 시험 당일 긴장을 완화해 주고 떨림이나 가슴 두근거림을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후기에 귀를 솔깃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을 ‘불안 완화용’으로 임의 복용하는 것은 부작용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프로프라놀롤은  교감신경의 베타-1, 베타2 수용체를 억제해 심근 수축력과 심장 박동수를 감소시킨다. 혈압을 낮추고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므로 고혈압, 협심증, 부정맥, 심부전 등 심혈관계질환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약을 심장의 기외수축, 발작성빈맥의 예방, 빈맥성‧발작성 심방세동, 동빈맥, 협심증, 고혈압, 갑상샘중독증의 보조요법으로 허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비대 심근병, 심근의 재경색 예방, 진전‧떨림(Tremor), 편두통 예방으로 승인했다. 한 구매대행 사이트에 뜬 인데놀 소개 문구(사이트 캡처)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불안 증상, 편두통 예방에도 급여가 확대되며 해당 목적 사용 외에도 인데놀정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 복용 후 1~2시간 이내 최대 혈중농도에 도달해 가슴 두근거림, 떨림 등을 줄여주는 효과를 이용해 수험생, 취준생들 사이에서 ‘수능약’, ‘면접대비약’, ‘불안해소약’으로 불리며 긴장을 완화시키는 목적으로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0~19세 소아·청소년에게 처방된 인데놀정은 총 170만2422건이다. 2020년 20만7681건에서 2024년 36만7772건으로 4년 만에 약 1.4배 늘어났다.

 

현재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의약품적정사용정보(DUR) 시스템에는 인데놀이 ‘연령 금기’로 지정돼 있지 않아 소아, 청소년에게 처방을 막을 방법이 제한적이다.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쉽게 처방이 가능한 점도 늘어난 처방량에 한몫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데놀정은 증상 없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 부작용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치료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인데놀 성분 복용 후 보고된 이상 사례는 총 1175건으로 어지럼증, 졸림, 두통, 저혈압 등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조은비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약사는 “환자의 기저질환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약을 복용하면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서 호흡 발작을 야기할 수 있고,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의 신호인 가슴두근거림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혈압이 낮거나, 분당 60회 미만의 서맥 환자의 경우 관련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머리 좋아지는 약, 집중력을 높이는 약으로 메틸페니데이트(methylpenidate) 성분의 ‘페니드정’, ’콘서타오로스정’ ‘메디키넷리타드’ 등의 향정신성의약품 복용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식약처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현재 인데놀정은 식약처의 규제가 없는 상황으로, 전문의약품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치료 목적으로 제한적 사용이 필요하다.

 

인데놀정 복용 후 효과를 봤다면, 약물을 반복적으로 복용하기 쉬워지고 약물에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용량에 비례해 효과를 나타내는 약이 아니므로, 많은 용량을 복용한다고 해서 긴장도가 더 감소하지 않는다. 

 

우황청심원을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약’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시험 당일 자녀에게 권한다. 약국에서도 극구 이를 말리지 않는다.

 

우황청심원이 신경안정 측면에서 일정한 효과를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병통치약으로 여겨 오남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컨대 수험생에겐 수험 당일 졸음, 두근거림, 멍한 정신상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긴장감 완화 효과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정도의 긴장은 집중력을 향상시켜 문제 풀이에 도움된다. 하지만 약 복용 등으로 긴장을 너무 이완시켜버리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고난도 문제를 신속히 푸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환자가 우황청심원을 먹었다간 응급처치가 늦거나 기도를 막힐 가능성이 있다. 우황청심원은 일종의 응급약이므로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수험생용으로는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따라서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을 인데놀이나 우황첨심원 같은 약으로 쉽게 해결하기보다는 약물에 심리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건강한 긴장 완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 기르기, 스트레스 관리, 명상 등 마인드컨트롤이 내면의 단단한 힘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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