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신 국립암센터 신경외과 교수가 지난 17~21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2025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에서 셀랩메드가 개발 중인 IL13Rα2 CAR-T 치료제(코드명, CLM-103)의 1상 임상시험 결과를 구연 발표했다.
곽 교수팀은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악성 뇌교종 환자를 대상으로 뇌종양 세포 표면에 많은 IL-13Rα2(인터루킨-13 수용체 알파2)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CAR-T 치료제의 안전성 및 내약성(부작용을 견디는 정도)을 평가하는 1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재발성 악성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정맥 투여했을 때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다.
임상은 국립암센터 단독으로 치료가 어려운 악성 뇌종양 환자(WHO 기준 3~4등급) 1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환자들은 IL13Rα2 단백질이 있는지 확인한 뒤, 자신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제작한 CAR-T 세포를 일회 정맥주사로 투여받았다.
투여된 CAR-T 세포는 평균 7일(3~14일)에 활성 및 증폭돼 최고 혈중농도에 도달했으며, 고용량군 일부 환자의 뇌척수액에서도 검출됐다. 이는 정맥으로 투여된 CAR-T 세포가 중추신경계까지 전달됐음을 확인해준다.
종양 반응 평가에서는 6명의 환자가 3개월 추적관찰에 포함되었고, 이 중 3명에서 암이 악화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했다. 전체 환자 중 9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2.6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0.9개월로 다른 고전적 치료법에 비해 우수한 생존기간을 보였다.
곽 교수는 ‘재발성 악성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IL13Rα2 CAR-T 세포치료제의 1상 연구: 임상 결과 및 체내 작용 분석’(Phase I trial of an IL13Rα2-targeted CAR-T cell therapy for recurrent malignant glioma: Clinical results and pharmacokinetics)라는 ESMO에서 직접 발표했다. 국내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서 개발된 CAR-T 치료제의 최초 임상시험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는 항원인지 부분을 개선한 CAR-T 치료제를 정맥 투여로 뇌암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임상 사례 중 하나로,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곽호신 국립암센터 신경외과 교수
곽호신 교수는 “기존 CAR-T 치료제들이 혈액암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온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례로, 특히 교모세포종처럼 치료가 어려운 뇌종양에 대한 면역치료 전략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전처리요법 최적화, 뇌척수액 주입을 포함한 투여 경로,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 등을 개발하고 암종을 다양화해 후속 임상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임상시험용 CAR-T 개발을 담당했던 셀랩메드 관계자는 “암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3000여 편의 초록 중 단 200여 편만이 구두 발표로 선정됐는데, 그 중 하나로 채택되어 매우 뜻깊다”며 “곽호신 교수팀과 협력해 후속 임상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재발성 악성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혁신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