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 소재 안과질환 유전자치료제 전문기업 애드베럼바이오테크놀로지스(Adverum Biotechnologies, 나스닥 ADVM)를 최대 3억50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2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릴리는 이번 계약으로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wAMD)을 겨냥해 3상을 진행 중인 ‘익소베로진 소로파르보벡’(ixoberogene soroparvovec, ixo-vec, 익소벡, 개발코드명 ADVM-022)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애드베럼은 시력 회복과 실명 예방을 위한 기능적 치료법 개발을 목표로 유리체내 1회 투여하는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선도 자산인 익소벡은 유리체내 유전자 치료제로 단 1회 투여로 안구 내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애플리버셉트(aflibercept, 바이엘 ‘아일리아’ 주성분) 농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애플리버셉트를 생산하도록 코딩된 유전자를 독자적인 바이러스벡터 캡시드인 ‘AAV.7m8’에 담아 체내에 전달하는 원리다.
다른 안과 유전자 치료제의 경우 망막 아래 유전자 치료제를 투여하기 위해 수술이 필요하지만 익소벡은 1차 의료기관에서 1회 유리체내 주사를 통해 투여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효능을 제공하고 빈번한 항-VEGF 주사 치료로 인한 환자 부담을 줄이며 환자 순응도를 최적화하고 환자의 시력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익소벡은 올 3월부터 ‘ARTEMIS’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및 첨단재생의학치료제(RMAT) 지정을 받았다.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우선심사(PRIME) 지정, 영국 의약품규제청으로부터 혁신 패스포트(혁신의약품)를 받았다.
다만 익소벡은 2021년 4월에 고용량을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대한 유리체내 주사제로 투여한 결과 치료받은 환자의 눈 한쪽이 실명돼 임상이 중단된 바 있다.
릴리(위), 애드베럼 로고
계약에 따라 릴리는 주당 현금 3.56달러와 양도 불가능한 조건부가격청구권(CVR)으로 거래 종결 후 7년 이내에 익소벡이 미국에서 승인을 받을 경우 주당 최대 1.78달러, 거래 종결 후 10년 이내에 익소벡 연간 전 세계 순매출이 10억달러를 초과할 경우 주당 최대 7.13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잠재적 주당 가치는 최대 12.47달러이며 완전 희석 기준 총 지분 가치는 최대 3억3400만달러다.
애드배럼의 24일 종가는 4.07달러인데 3.56달러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아무래도 애드배럼의 재정 상황이 빈약한 탓이 크다. 애드버럼은 지난 7월에 4470만달러의 현금 보유액을 갖고 있었으나 3상 임상 진행과 인건비 등 경상비 지출도 재원이 바닥나면서 불가피하게 릴리에 SOS를 친 것이다. 만약 이번에 릴리에 인수되지 않았다면 11월부터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일 뻔했다.
다시 말해 이번 거래에서 애드버럼의 순수한 주식 가치는 7400만달러에 그쳤으며, CVR이 최대한으로 행사된다면 2억6000만달러를 애드베럼 주주들이 추가로 챙기게 돼 저가 매각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전망이다.
릴리는 이런 조건으로 애드베럼의 발행 주식 전량을 인수하는 공개매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거래 절차는 연내에 완료될 예정이다.
릴리 그룹 분자발견 부문 부사장 앤드류 아담스(Andrew Adams)는 “익소벡은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치료 패러다임을 반복적인 유리체내 주사를 통한 반복 치료에서 편리한 단회 치료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애드베럼 동료들을 환영하며 이 혁신적인 의약품을 보다 신속하게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애드베럼 바이오테크놀로지스의 로랑 피셔(Laurent Fischer)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만성질환 및 연령 관련(노인성) 질환에 대한 혁신적인 의약품을 발굴, 개발, 상업화하는데 있어 입증된 실적을 가진 릴리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며 “릴리의 심도 깊은 과학적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은 수백만 명의 wAMD 환자들에게 시력을 회복하고 보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원 앤 던(One and Done)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구질환 관련 유전자 치료제로는 존슨앤드존슨이 X-연관 망막색소변성(X-linked retinitis pigmentosa) 치료제 후보물질에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한 ‘botaretigene sparoparvovec’(bota-vec, 보타벡)이 지난 5월 3상에서 실패해 차질을 빚었다. 이 신약후보는 retinitis pigmentosa GTPase regulator(RPGR) 유전자 사본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에 실어 망막에 주입해 망막색소 변성을 막는 기전을 갖고 있다.
반면 오푸스제네틱스(Opus Genetics), 메이라(MeiraGTx), 비컨테라퓨틱스(Beacon Therapeutics), 4D몰리큘러테라퓨틱스(4D Molecular Therapeutic) 등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