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주요 제약사들과 협력해 할인된 의약품 가격 정보를 제시하는 웹사이트인 ‘트럼프알엑스(TrumpRX.gov)’를 최근(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9월 30일) 공개했다.
이 사이트는 홈페이지가 열리긴 하였으나 아직 구체적인 세부내용은 담긴 게 없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 사이트는 2026년 1월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전망이다. 당초 이 사이트는 TrumpRx.com으로 설정될 것으로 보도됐지만 공익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TrumpRX.gov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트는 처방약 가격을 해외 선진국의 약가 수준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미국인 환자에게 공급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최혜국(MFN) 약가’ 정책에 불을 붙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설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 웹사이트 개설과 관련, “미국인은 동일한 약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해왔다. 오늘로 그 시대는 끝난다”고 언급했다.
2026년 본격 가동을 예고한 미국 행정부의 의약품 할인 약가 정보 제공 사이트인 TrumpRX.gov 초기 화면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화이자(Pfizer)와 첫 계약을 체결, 화이자가 미국 내 의약품 생산 확대를 위해 700억달러를 투자하고 TrumpRX 플랫폼에서 50~85% 할인된 가격으로 약을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화이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의약품 관세 부과를 3년간 유예받는다.
이후 10월 10일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16일 독일 머크(Merck)의 자회사인 EMD세로노(Serono)도 참여를 결정했다. 각사는 만성질환 치료제, 불임 치료제 등 주요 품목을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된 TrumpRX.gov 웹사이트에는 트럼프 대통령 이미지와 함께 “TrumpRx는 의약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대신 환자를 최적의 가격으로 직접 연결하여 투명성을 높이고 제3자 마진을 최소화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미국 언론은 이 웹사이트에서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환자가 제약사로부터 직접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중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컨대 각 제약사가 할인 대상의 의약품 목록을 이 사이트에 게재하면 환자는 처방전을 바탕으로 메디케이드나 메디케어 프로그램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약물을 약국에서 조제받아 결제는 공보험 당국과 제약사가 결정한 방식에 맞춰 하는 식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약가 인상의 원흉의 알려진 약가급여관리회사(Pharmacy Benefit Manager, PBM, 특정 약품의 보험등재 및 약가 마진의 분배를 관리하는 중개사)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면서 약가가 상당 부분 인하될 공산이 크다. 나아가 약국, 보험사 등 PBM 관리체계를 통해 소정의 약가 마진 또는 경로 수수료를 챙겨온 주체들도 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트럼프는 10월 1일부터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수입 의약품에 관세(최고 100%)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놨으나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제약사와의 추가 계약 협상(온쇼어링 정책에 따른 미국내 의약품 제조 및 미국내 약가인하)에 집중하기 위해 관세 부과 계획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수입의약품은 각국별 일반 관세가 매겨지고 있는데 신약 수출 대국인 스위스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려 지난 8월 39%의 관세를 맞았다. 이에 따라 8월 한달 동안 스위스의 대미 의약품 수출 선적이 대폭 감소했으나 9월 들어서는 오히려 3.4% 소폭 증가했다. 이는 스위스 제약사들이 트럼프 정책에 동조해 미국내 생산을 약속함에 따라 39%를 넘는 관세를 맞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7월 31일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해외 최저 수준으로 약가를 인하하라’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미국이 2026년 1월 최혜국 약가제 시행을 목표로 올해 말까지 제약사 참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