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전체뉴스
황혼의 축 무너지지 않으려면 ‘척추 압박골절’ 주의하세요
  • 최성훈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 등록 2025-10-13 09:00:33
기사수정
  • 이사나 김장 도중 통증을 단순염좌로 오인해 방치 … 12번 흉추와 1요추가 가장 취약

10월 20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골다공증의 날’이다.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발생하는 상태로, 근감소증과 동반되면 노년기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 가운데 척추 압박골절은 단순한 골절을 넘어 척추변형, 만성 통증, 전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척추 압박골절은 주로 골다공증 환자에서 발생한다. 넘어지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사소한 충격만으로도 척추체가 눌려 찌그러지고, 심한 경우 신경이 압박될 수 있다. 외상 없이도 작은 충격이나 재채기와 같은 일상 동작만으로 발생할 수 있다. 통상 디스크처럼 약물치료로 경과를 지켜볼 수 있는 질환이 아닌, 약해진 척추뼈가 무너지는 골절이기에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흉추와 요추의 경계 부위인 제12흉추와 제1요추가 가장 취약하며, 노년 여성에서 흔히 발생한다.

 

국내 50세 이상 인구의 약 3명 중 1명이 골다공증을 앓고 있으며, 이에 따른 척추골절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절반 이상이 ‘나이 탓’으로 여기거나 통증이 줄었다고 방치하여 치료 시기를 놓친다는 점이다. 실제 외래진료에서는 이사나 김장 이후 발생한 허리·옆구리 통증을 단순 염좌로 생각하고 치료하다가, 통증이 지속돼 정밀검사에서 척추 압박골절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흔한 증상은 갑작스러운 허리와 옆구리 통증이다. 특별한 사고가 없어도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기침, 재채기 이후 통증이 시작될 수 있다. 허리를 펴기 힘들고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하며, 골절 부위를 누르면 압통이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골절 부위가 눌리며 유합되면 키가 줄고 등이 굽는 후만 변형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복부 압박으로 소화 장애나 폐활량 감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한 번 골절이 생기면 다른 부위 골절 위험이 급격히 높아져 ‘연쇄 골절’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독립 보행이 어려워져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척추 압박골절 진단의 첫 단계는 세심한 병력 청취다. 단순히 의자나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정도의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최근 낙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와 함께 폐경 여부, 가족력, 체중 변화 등 위험 인자도 평가한다.

 

영상검사에서는 단순 X-레이로 척추체 높이 감소나 직사각형 모양의 변형을 확인할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은 골절의 시기와 신경 압박 여부를 평가하는 데 가장 민감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은 세밀한 골절 양상 파악에 유용하다. 골밀도 검사를 통해 골다공증 여부와 재골절 위험도를 평가해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안정된 상태에서 보존적 치료, 로모소주맙‧데노수맙 등 골다공증 신약 투여, 통증 심하면 수술

 

안정된 척추 압박골절은 보존적 치료가 우선이다. 통증이 심한 급성 골절은 2~3주 정도 단기 안정이 필요하며, 통증 조절 약물과 흉요추 보조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모든 환자에서 반드시 보조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환자 상태에 따라 결정한다.

 

골강도를 높이기 위한 골다공증 약물치료는 필수적이다. 전통적으로 비스포스포네이트 같은 파골세포 억제제가 널리 쓰였으나, 최근에는 데노수맙, 로모소주맙 등 단일항체 기반 주사제의 사용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12개월 이내 골절 이력, 다발성 골절, T-score -3.0 이하와 같은 조건을 가진 주요 골다공증성 골절 초고위험군(very high risk patients)에서는 로모소주맙이나 부갑상선호르몬 제제 같은 골형성 촉진제를 적극 권장한다.

 

통증이 심하거나 골절이 불안정한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가장 많이 시행되는 척추성형술(Vertebroplasty)은 국소마취로 골시멘트를 주입해 뼈를 안정화하고 통증을 완화한다. 변형이 심해 척추 높이 회복이 필요한 경우 풍선척추성형술(Kyphoplasty)을 적용한다. 풍선척추성형술은 특수 바늘을 척추체 내부에 삽입한 뒤 풍선을 넣어 주저앉은 척추뼈를 교정한 뒤 의료용 골시멘트를 주입하는 게 다르다. 불안정성이나 신경 압박이 심한 경우에는 후방 감압술과 함께 고정술을 시행하며, 이때 후만 변형 교정도 가능하다.

 

미국 메디케어(Medicare)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척추압박골절 환자 중 풍선확장술이나 척추성형술 등 수술적 치료를 받은 환자는 비수술적 치료군에 비해 사망 위험이 3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수술법을 비교했을 때, 풍선확장술을 받은 환자는 척추성형술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23% 더 낮았으며, 의사 선호도를 반영한 분석에서는 풍선확장술 환자의 3년 생존율이 척추성형술 환자보다 7.29% 높게 나타났다. 

 

최근 척추성형술과 풍선척추성형술의 장기적 안정성과 효과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기존 골시멘트보다 체내 흡수성이 우수한 생체재료가 개발 중이며, 3D 프린팅 기반 맞춤형 척추보형물의 임상 적용 가능성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상하축 확장형 티타늄 임플란트를 이용한 경피적 척추압박골절 보강술’(일명 ‘스파인잭(SpineJack)’)은 2024년 3월 보건복지부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고시돼, 국내 일부 병원에서 도입 운용 중이다. 현재 국내 주요 전문병원에서 도입·운용 중이다.

 

약물 분야에서는 로모소주맙 같은 새로운 골형성 촉진제가 재골절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체질량지수(BMI)와 골절 발생 위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 낮은 체중은 척추·고관절 골절 위험을 동시에 높이는 반면, 높은 BMI 역시 특히 여성과 65세 미만 연령에서 척추 골절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골절 예측 및 예방 전략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척추 압박골절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과 조기 발견이 핵심이다. 폐경 이후 여성이나 65세 이상 남녀는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받아야 하며, 가족력이나 체중 감소 같은 위험인자가 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뼈 건강을 지키려면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고, 근력과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금연, 절주, 적정체중 유지와 같은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다. 가정 내 환경 개선도 중요하다. 미끄러운 바닥을 정리하고 조명을 밝게 하며, 욕실이나 계단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면 낙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생활관리와 정기검진을 통해 골절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한다면 노년기 삶의 질을 지키고 독립적인 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척추 압박골절은 단순한 허리 통증에 그치지 않는다. 한 번 발생하면 연쇄 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곧 보행장애와 독립적인 생활의 상실로 연결된다. 황혼에 접어든 노년층은 척추 건강을 돌아보고 작은 실천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  최성훈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1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동화약품
한국얀센(존슨앤드존슨)
동국제약
정관장몰
탁센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인하대병원
중앙대의료원
아주대병원
애브비
화이자
부광약품
동아ST
신풍제약주식회사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