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는 지난 1일 ‘국가 간암검진 권고안 개정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간경화증 또는 40세 이상의 만성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환자를 간암 검진이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선정하고 이들에게 간초음파와 혈청 알파태아단백(α-fetoprotein, AFP) 검사를 주요 검진 방법으로 권고키로 결론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검진 주기는 6개월로 권고키로 했다.
국가 간암검진 권고안은 2002년 국립암센터와 관련 학회가 공동으로 처음 개발한 이후, 2015년 한 차례 개정됐으며, 이번 개정은 10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1일 연세암병원에서 '국가 간암검진 권고안 개정 공청회'를 열어 국가 간암검진 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헀다.
이번 권고안은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GRADE(Grading of Recommendation Assessment, Development and Evaluation: 권고 평가·개발 등급화 기준) 방법론을 적용해 개발됐다. GRADE는 세계보건기구(WHO), 코크란(Cochrane) 등 주요 국제기구 및 연구단체에서 채택한 가이드라인 개발의 표준 방법론 중 하나로, 근거의 확실성과 질, 이익과 위해를 고려하여 권고를 도출하는 체계적인 접근 방식이다.
개정위원회는 GRADE 방법론에 따라 △체계적 문헌 검색과 선별 △근거의 확실성 평가(높음/중등도/낮음/매우 낮음) △이익과 위해의 균형 검토 △환자의 가치와 선호도 반영 △자원 사용 △권고의 강도 결정(강한 권고/선택적 권고) 등의 엄격한 과정을 거쳐, 국내외 3만4000여편의 문헌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논의를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과학적 권고안을 도출하였다.
이번 개정작업에서는 신규 간암 검진 대상군 및 1차 검사방법으로 간초음파 외 영상검사(CT, MRI 등)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졌으나, 충분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아 권고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의 우수한 의료 환경과 간초음파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병행 검사의 효과성을 바탕으로, 향후 국제적으로 적용 가능한 간암검진 표준을 제시했다는 데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알파태아단백(AFP)은 태아의 간과 배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출생 후 급격히 감소하지만 간 손상이나 간암이 있을 때 성인에게서 다시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
김도영 개정위원회 위원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번 권고안은 기존 권고안을 기반으로, 검진 대상 고위험군과 검진 방법에 중점을 두고 방대한 문헌 검토와 메타분석, 국내 의료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출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B형 간염 예방 백신의 보급으로 유병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B형 간염 유병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라며 “간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검진은 조기발견과 치료율 향상을 위한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이번 근거 기반의 권고안 개정은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개정 권고안은 추가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향후 근거 기반 국가암검진 정책 수립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