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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가 유일하게 복용하는 ‘타이레놀’에 트럼프 자폐증‧ADHD 유발하니 ‘먹지 말라’ 저격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09-23 13: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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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세트아미노펜에 태아 뇌 노출되면 신경발달 저해해 자폐증 유발한다는 추론에 바탕
  • 기성 의학계, “산모가 38도 이상 고열에 노출되면 태아 신경관손상이 더 위험. 타이레놀 복용 이득이 손해보다 커”
  • 류코보린(엽산 결핍 방지제) 자폐증 치료제로 추천 … 자폐증 30%에서 엽산 결핍된다는 근거 기반, 신빙성은 미지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기자회견장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아기에게 자폐증(자페스펙트럼장애, Autism Spectrum Disorder, ASD)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혀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다수 의학 전문가들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영연방 등 유럽에선 파라세타몰(paracetamol)로 지칭, 대표 상품명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이 산모에게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치료제라며 트럼프가 과학적 근거 없이 사용하지 말라고 한 것은 임산부들의 불안감만을 자극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중신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타이레놀은 임신 중 가장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약물이다. (자폐증 유발과)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꼭 필요할 때, 최소한의 용량을 쓰는 것은 그렇게 위험하다고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견해는 바로 행정 집행 부서인 미국 식품의약국(FDA)로 실행에 옮겨질 전망이다. 이날 FDA는 ‘타이레놀’과 유사제품들을 포함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들의 상표 표기내용을 변경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임신 기간 중 산모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소아의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신경계질환 위험성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입증자료들이 상표 표기내용에 새로 삽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FDA는 또한 의료인들에게 주의를 요망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마티 매거키 FDA 총괄국장(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FDA가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잠재적 위험성을 뒷받침하는 상당한 수준의 입증자료가 존재함을 부모와 의사들에게 환기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입증자료들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선택은 부모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전예방 원칙 덕분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임신기간 중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복용을 피하도록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대부분의 미열(微熱)은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진통소염제 가운데 아스피린은 태아에게 발육지연, 미숙아. 출혈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임신중독증(자간전증) 위험이 있는 산모는 태아 성장 지연 및 조산 위험 감소를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보통 81mg)을 복용할 수 있다. 아스피린은 혈전(혈액 덩어리) 생성을 억제하여 태아에게 가는 혈류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임신중독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아스피린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바이러스(독감, 수두 등) 감염 후 아스피린을 복용했을 때 발병하는 ‘라이증후군’(Reye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어 금기다. 라이증후군은 구토, 혼란, 발작, 혼수상태 등으로 진행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므로, 소아청소년의 바이러스 감염 시 아스피린 복용은 절대 금지해야 한다. 

 

이부프로펜은 임신 중기(20주) 이후에 자궁동맥 조기 폐쇄 및 양수과소증과 같은 태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태아의 장기가 형성되는 시기인 임신 초기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태아 신장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나프록센도 이부프로펜과 거의 비슷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반면 아세트아미노펜은 이런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많이 추천돼왔다. 더욱이 산모가 38도 이상 고열일 때 이를 방치하면 태아의 신경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임신 초기에 태아의 신경관결손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고열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으로 열을 낮추는 게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는 이유로 아세트아미노펜이 추천돼왔다. 

 

따라서 FDA의 견해까지 감안한다면 산모는 미열 상태에서는 가급적 아세트아미노펜을 삼가야 하고, 고열일 때에는 아주 신중하게 복용해야 한다. 태아의 신경손상이 산모의 체온이 어느 정도일 때 초래되느냐는 개인차도 있고, 태아의 임신주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뭐라 특정하기 어렵지만 산모가 아세트아미노펜 만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말도 마땅하지 않고, 반대로 고열인데도 참으라는 것도 부적절하다. 고열과 통증에 대한 개인의 참을성(저항성)과 감수성은 천차만별인 것도 가부를 가리기 어려운 포인트다. 

 

현재까지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정확한 기전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아세트아미노펜의 90% 가까이가 간에서 대사되는데 황산화 또는 글루쿠론산화 포합(해독 과정)을 통해 간내 글루타치온이 고갈된다. 그 결과 글루타치온에 의한 해독 기능이 저하돼 독성이 강하고 반응성이 높은 화합물들이 산화적 간손상을 일으키고, 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장기간 연용하면 간독성이 심하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ADHD도 뇌신경발달이 저하돼 유발되기 때문에 자폐증과 같은 맥락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의 태아 노출로 인해 ADHD가 초래될 수 있다는 추론이다. 

 

하지만 자폐증은 환경적 요인, 산모의 태내 조건, 태아 신경계와 초연결 또는 과소연결, 유전적 요인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아직도 명쾌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타이레놀이라는 약물 하나만으로 자폐증이 생길 수 있다고 추론하는 것은 산모와 가족들의 불안만 가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하 내용은 24일에 보충됨)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유럽 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현재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 사이의 가능한 연관성을 확인하는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됐다”며 “현재까지 일관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럽 의약품청(EMA)은 임신 기간에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열(熱)을 낮추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이 변함없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EMA의 스테판 티르스트루프 최고의학책임자(CMO)는 23일(현지시각)“파라세타몰이 임신한 여성들에게 나타난 통증이나 열을 치료하기 위해 변함없이 중요한 대안의 하나”라며 “우리의 조언은 가용한 학술자료를 대상으로 엄격하게 진행한 검토결과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EMA는 자궁 내에서 파라세타몰에 노출되었던 소아들의 신경발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기존의 연구자료를 대상으로 검토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EMA는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고, 신경발달 장애와 상관성이 확립되지 않는다른 결론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항암제인 류코보린을 자폐증 치료제 후보로 언급했다. 류코보린(leucovorin 또는 Folinic acid)은 엽산의 환원형으로 1950년대부터 항암제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의 독성을 줄이는 목적으로 사용돼 왔다. 메토트렉세이트가 엽산을 고갈시키고 활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류코보린으로 이를 상쇄하는 것이다. 류코보린은 뇌내 낮은 엽산 수치를 높여 뇌내엽산결핍(Cerebral Folate Deficiency, CFD)을 개선하기 때문에 자폐증에서도 통한다는 논리다. 일부 엽산 신봉론자들은 자폐증의 10~30%가 CFD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행정부와 접촉한 일부 의사들은 케네디 장관이 류코보린을 자폐증 치료제로 신속승인(fast-track)할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최근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는 류코보린 칼슘 정제 승인을 예고하는 FDA 문건이 올라왔으나, 곧 철회됐다. 최근 연구에서 엽산 결핍과 ASD 연관성이 제기되면서, 류코보린은 언어·발화 개선 및 자폐 중증도 감소 가능성을 보였으나, 여전히 초기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 백악관 홈페이지)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5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클로로퀸)과 아연제제를 복용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클로로퀸을 승인했다가 철회한 것처럼 류코보린이 자폐증 치료제로 사용되기에는 근거가 미약해 ‘클로로퀸 코메디’를 재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클로로퀸은 간 손상, 심정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이다.

 

현재 FDA 승인 자폐증 치료제는 없으며, 존슨앤드존슨(J&J)의 리스페달(Risperdal)과 오츠카의 아빌리파이(Abilify)가 자폐 아동의 과민성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자폐증 원인 규명을 지난 미국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9월까지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내 자폐증 진단 아동은 36명 중 1명꼴로, 2000년(150명 중 1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케네디 장관은 그 자신이 백신반대론자로 인위적, 획일적인 약물치료에 대한 반감이 많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개인적 철학이 이번 아세트아미노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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