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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은 5년 사망률 50%, 입원 중 사망률 6% 위중한 질환 … 전문질환군 분류돼야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09-16 0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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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부전학회, “일반질환으로 분류돼 진료 환경 조성에 악영향, 현행대로 하면 표준치료 어려워져 환자 불이익”
  • 국내 환자 유병률 2002년 0.77%에서 2023년 3.41%로 증가세 … 사망률은 6.3배 급등 … 초고령사회 보건문제 대두

말기 심장병인 심부전에 대한 전문진료 질병군 지정이 이뤄지지 않아 상급종합병원이 이에 대한 치료를 기피할 여건이 조성되고 이에 따라 표준치료의 이행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건강보험 체계 하에서 상급종합병원에서 행해지는 특정질환에 대한 치료가 전문질환이 아닌 일반질환으로 간주될 경우 상급병원 지위 유지, 건강보험공단이 특정질환 진료 비중이 높아질 때 지급하는 인센티브 등에 대한 기회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심부전에 대한 진료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늘리고, 환자-의사간 불신과 갈등 구조가 형성된다는 입장이다. 

 

대한심부전학회는 11~14일 그랜드인터콘티넨탈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Heart Failure Seoul 2025 with CTC Asia 2025) 기간 중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심부전에 대한 전문질환을 지정을 미루고 있다며 전향적인 정책 결정을 촉구했다. 

유병수 이사장(오른쪽 세번째) 등 대한심부전학회 이사진이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심부전 관련 의료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심부전의 5년 사망률은 폐암과 비슷한 50%에 이르는 중증 질환이지만,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있다. 심부전이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면서 심부전 환자 치료·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주요 기준인 전문진료질병군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인력 증원이나 병상 배정, 입원 기간 연장 등 진료환경 조성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심부전은 심장에서 인체 전반으로 보내는 혈액 박출량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모든 심장질환의 마지막 합병증이다. 심장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입원 환자의 원내 사망률은 6%에 이르며, 특히 80세 이상 고령자는 이하 연령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2배 높다. 이를 감안하면 심부전 환자가 입원한 뒤 퇴원하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은 15%를 넘는다.

 

상급종합병원 심장내과 입원 환자의 약 35%가 심부전이다. 경북대의 경우 40%, 서울대병원의 34%다. 

 

학회의 이해영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이 일반질환으로 묶여 있는 것은 개원가에서 흉부 X-레이, 심장초음파, 혈액검사를 시행할 때 진단코드에 심부전이라 기입해 보험 급여를 쉽게 받으려는 관행 때문에 너무나 많은 환자가 심부전으로 기재돼 있는 게 한 원인”이라며 “입원 환자의 사망률이 6~10%에 달하는데 심부전을 위중한 질환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일반질환으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2024년 연말에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에서는 입원 환자 중 중증질환자의 비율을 7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일반질환군·전문질환군 분류는 질병 자체의 중증도에 기반하지 않고, 단순히 청구건수가 일반의원에서 많으면 일반질환군, 상급병원에서 많으면 전문질환군으로 분류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그 결과, 당뇨병은 일반(경증) 질환으로 분류되는 반면 이보다 임상적으로 덜 중증인 대사증후군은 전문질환군으로 분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따르면 적합질환자(전문질환군, 2차병원 전문진료 의뢰, 응급실 경유 중증 응급으로 입원, 소아 중증 입원, 권역외상센터 입원, 희귀질환 입원 등에 해당) 비중이 70% 이상이거나, 전년 대비 이 비중이 3% 포인트 상향돼야 정부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3년간 총 10조원을 이 사업에 투입하기 때문에 이 기준을 충족하면 병원별로 대략 매년 100억~200억원 이상을 지급받을 수 있다. 충족하지 못하면 정부 지원금을 놓치기 때문에 병원으로서는 아쉬움이 큰 금액이다. 

 

치료 전문성의 공백 문제도 있다. 심부전 약제 치료는 다약제 병용, 환자 특성별 맞춤 전략, 신기능·혈압 관리 등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상당수의 상급병원에서조차 권고된 표준치료 이행률은 50% 안팎에 그친다. 이럴 경우 6개월 내 사망 또는 재입원할 비율이 36%에 달한다. 

 

최근 글로벌 임상연구에 따르면 중증 심부전 환자의 2년 사망률이 10%미만으로 개선됐지만, 국내 심부전 환자의 6개월 내 사망·재입원율은 36%에 이른다. 글로벌 치료 성과와 뚜렷한 격차를 보이는 것은 전문진료 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라는 진단이다.

 

다학제 진료가 이뤄질 경우 심부전 사망률을 24%에서 12%로 낮출 수 있는데 전문질환군 지정이 안 되면 다학제 진료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학회는 중증 심부전이라 하더라도 표준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면 (비 입원 환자의) 2개월 시점의 재입원 또는 사망을 18.1%(비 표준치료)에서 7.4%로 끌어내려 약 60%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표준치료가 이뤄져야 환자당 진료비를 96%(입원진료비 853만원 대 외래진료비 35만원)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심부전 환자 중 입원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87%로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크지 않은데도 정부가 심부전 환자를 증상의 경중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일반질환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해영 이사는 “만약 심부전 환자가 전문질환군으로 인정받으려면 우심도자술, 관상동맥조영술 같은 고위험. 고비용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는 환자에게 해롭고 의료적 필요가 없는 경우 부도덕하기 때문에 쓸 수 없는 방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심부전 환자에 대한 입원치료를 하면 병원에게 손해가 가고, 제도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의료제도는 시정돼야 한다”며 “환자가 있으면 알아서 치료하겠지라는 정부의 생각은 환자를 볼모로 잡는 행동이며, 시행해보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고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발 의학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위중한 질환이 많은 순환기내과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다른 진료과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심부전의 전문질환 지정을 미루는 것도 임상현장을 외면하는 사고”라고 비판했다. 

 

‘심부전 팩트시트 2025’로 본 국내 심부전 환자 현황과 관리 실태 


학회가 국민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2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심부전 환자 50%에 해당하는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7%에서 2023년 3.41%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기준 환자 수는 총 175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심부전 발생률 역시 2003년 인구 10만 명당 481명에서 2023년 753명으로 1.56배 증가했다.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은 2002년 인구 10만명 당 3.1명에서 2023년 19.6명으로 약 6.3배 증가했다. 


심부전 환자에서 당뇨병, 고혈압, 허혈성심질환, 심방세동, 만성신장질환 등의 동반질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입원율도 꾸준한 상승세다. 


의학발달로 치료 성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환자 생존율은 다소 향상됐으나 여전히 5년 생존율 79%, 10년 생존율 66%에 불과하다.


이찬주 학회 팩트시트위원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한국이 작년 12월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로 접어들면서 심부전 환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팩트시트에 나온 통계를 볼 때 한국은 세계 최고의 심부전 유병률 및 사망률 급증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병수 이사장(원주시 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유병률, 사망률 등이 급증한 자료를 접하고 회원들 모두 깜짝 놀랐다”며 “심부전이 단순한 만성질환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대응이 필요한 심각한 보건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회의 모토 “순조로운 세대교체, 다학제 진료, 첨단 치료기술”

 

이번 Heart Failure Seoul 2025의 메인 테마는 ‘Bridging Generations, Uniting Disciplines, Advancing Heart Failure Care’로 정했다. 날로 발전하는 심부전 치료기술을 배우려는 후배 의사들의 멘토가 되고, 다학제 진료로 치료성적을 높이며, 국내외 학회와 교류를 통해 첨단 치료기술을 습득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유럽 심부전학회(ESC-HFA), 미국 심부전학회(HFSA), 일본심부전학회(JSHF), 중국심부전학회(CHFA)과의 조인트 세션으로 국제적인 교류를 지속할 계획이다. 또 대한중재학회, 대한혈관학회, 대한폐고혈압학회, 한국심초음파학회, 대한비만학회, 대한부정맥학회, 대한흉부외과학회 등과의 조인트 세션으로 중증 환자의 다학제적 접근과 해결방안을 토론할 방침이다.


‘CTC Asia 2025’ 코너를 통해 회원들은 2023년에 이어 체계적인 임상연구 디자인과 진행, 그에 대한 자료해석 노하우를 접하게 된다. 

 

대한심부전학회는 일반인 대상 홈페이지를 새롭게 오픈하여, 심부전에 대한 궁금증을 쉽고 명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유튜브 채널 ‘심봤다 심부전 TV’ 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국민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심부전학회는 2025년 9월 27일 ‘세계 심장의 날(World Heart Day)’ 행사에도 적극 참여한다. 일반인과 함께 걷고 호흡하며 심부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현장 상담을 통해 심부전의 예방과 관리에 대한 실질적 도움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학회 기간에는 심부전 환자에게 있어 감염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에 집중했다. 인플루엔자, 코로나19, 폐렴구균 외에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심부전의 급성 악화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심부전, 뇌혈관질환 후유증이 있는 환자가 중증 대상포진에 걸리면 입원 중 단기 사망률이 각각 1.7배, 1.96배 증가한다. 학회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의 단백질 성분인 당단백질E와 면역증강제를 결합한 유전자 재조합 백신을 추전했다. 입니다. 

 

내년 심부전 주간 (Heart Failure Awareness Week)은 2026년 3월 23일부터 3월 28일까지이며 심부전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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