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체약물접합체(ADC)인 ‘트로델비주’(Trodelvy, 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 Sacituzumab Govitecan-hziy)가 단독요법으로 삼중음성유방암(TNBC) 1차 치료에서 효능을 확인했다.
길리어드는 트로델비의 3상 ‘ASCENT-03’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한 긍정적인 톱라인 결과를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트로델비는 PD-1/PD-L1 억제제 치료가 적합하지 않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1차 치료 환자, 즉 PD-L1 음성이거나 면역요법을 받을 수 없는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화학요법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한 것으로 입증됐다.
주요 2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는 무진행 생존기간 1차 분석 시점에 성숙하지 않았다. 다만 전체생존기간에 유해한 영향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한다. 길리어드는 지속적인 환자 추적 관찰과 추가 분석을 통해 전체 생존기간 결과를 계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ASCENT-03 연구에서 트로델비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 연구와 일치했고 이 환자군에서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PD-L1 양성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트로델비와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병용한 ‘Ascent-04’ 임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은 지 한 달만에 공개됐다. 길리어드는 오는 20일부터 내달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5)에서 Ascent-04의 자세한 결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ASCENT-03의 자세한 임상시험 결과는 곧 열리는 다른 학회에서 발표된다. 길리어드는 이를 토대로 보건당국과 트로델비 적응증 확장을 논의할 예정이다.
길리어드는 트로델비가 ASCENT-03과 함께 최근 발표된 ASCENT-04 연구의 긍정적인 결과를 통해 모든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1차 치료 환자에서 백본(backbone) 치료제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 최고의학책임자 디트마 베르거(Dietmar Berger) 박사는 “ASCENT-03 연구 결과는 TNBC에 대한 1차 치료 조건에서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화학요법 대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이라며 “이처럼 공격적이고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을 조기에 치료함으로써 전이성 TNBC 환자가 직면하는 높은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치료 옵션을 개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로델비는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에 대해 4건의 긍정적인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나온 유일한 항체약물접합체이며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과 HR+/HER2- 전이성 유방암에서 의미 있는 생존 이점을 입증한 유일하게 승인된 Trop-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다.
트로델비는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임상진료지침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적응증 2개(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mTNBC)의 3차 치료제,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인 호르몬수용체 (HR) 양성 및 인간 표피성장인자수용체2 (HER2) 음성 유방암의 2차 치료제)에 대해 카테고리 1 선호요법으로 권고되고 있다. 전자의 적응증으로는 유럽종양학회(ESMO) 임상적 혜택 규모 척도(Magnitude of Clinical Benefit Scale, MCBS) 5등급을 받은 유일한 항체약물접합체다. 또 HR+/HER2- 전이성 유방암에 대해 ESMO-MCBS 4등급을 받았다.
현재 길리어드는 내분비요법을 받은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ASCENT-07 임상시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ASCENT-05 임상시험을 포함해 HER2 음성 유방암에 대해 트로델비를 연구하는 3상 시험을 추가로 진행 중이다.
2024년 글로벌 트로델비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13억달러를 기록했다. 트로델비는 2030년까지 연간 최고 매출 2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시티은행은 이 수치를 32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트로델비는 TROP2를 표적하는 ADC로 현재 2가지 후발 의약품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올해 1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다트로웨이’(Datroway, 성분명 다토포마탑 데룩스테칸, datopotamab deruxtecan)은 이전에 내분비요법과 화학요법을 시도한 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HR 양성, HER2 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또 MSD와 중국 쓰촨성 커룬제약(Kelun-Biotech, 四川科倫博泰生物醫藥)이 공동 개발 한 sacituzumab tirumotecan(sac-TMT, 옛 SKB264/MK-287 0)과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는 지난해 11월 이 약을 ‘이전에 최소 2회 이상 전신요법(최소 1회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을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TNBC)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올 2월엔 전이성 HR+/HER2- 유방암 3차 치료제로 국내 승인 … 내달부터 전이성 TNBC의 3차 치료제로 급여
한편 트로델비는 오는 6월부터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의 3차 치료제로서 국내 급여를 받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상한액은 1바이알당 105만2300원으로 책정됐으며 연간 약 4420만원(3주마다 2회 투여, 연간 34~36회, 체중마다 달라짐)의 약값이 들지만 본인부담금 5% 적용 시 221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앞서 트로델비는 지난 2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이성 호르몬수용체(HR) 양성 및 인간 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 음성 환자 치료에 대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트로델비는 2023년 5월 9일, 식약처로부터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제로 허가 받은 데 이어 적응증을 추가함으로써 적응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트로델비는 두 번째 국내 적응증을 통해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인 HR+/HER2-(IHC 0, IHC 1+ 또는 IHC 2+/ISH–) 유방암으로 내분비 기반 치료와 진행성 단계에서 최소 두 번의 추가 전신 치료를 받은 성인 환자 치료’(3차 치료제)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HR+/HER2-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이 유형의 유방암 치료를 위해 다양한 약제가 개발됐으나, 내분비요법에 저항성이 생긴 전이성 HR+/HER2- 유방암은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고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어서 치료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현재 전이성 HR+/HER2- 유방암의 1차 치료는 내분비요법과 CDK4/6 억제제의 병용이다. 그러나 내분비요법에 실패한 이후의 치료는 여전히 독성이 강하고 반응률이 낮은 세포독성 항암제로 제한되어 있으며, 이 경우 중앙생존기간은 약 12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내분비요법에 저항성을 갖는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생존을 연장시킬 뿐 아니라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의료수요는 여전히 높다.
트로델비는 3상 ‘TROPiCS-02’ 임상에서 이전에 내분비치료를 받고, 진행성 단계에서 최소 두 번 이상 전신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R+/HER2- 유방암 환자 543명을 대상으로 의사가 선택한 단일 항암화학요법과 비교 평가를 받았다.
트로델비는 단일 항암화학요법 치료군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하며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켰다(5.5개월 vs 4.0개월, HR: 0.66; 95% CI: 0.53–0.83; p=0.0003). 이와 같은 효과는 이전의 치료 이력, 내장기관 전이 여부 등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하위 그룹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edian OS)은 트로델비군 14.4개월, 대조군 11.2개월로, 트로델비군에서 3.2개월 연장돼 사망 위험이 통계 및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21% 감소했다(HR 0.79; 95% CI: 0.65-0.96l p=0.0200). 또 객관적 반응률(ORR) 및 반응지속기간(DOR)에서도 대조군 대비 트로델비 치료군에서 더 크고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21% vs. 14%; 8.1개월 vs. 5.6개월). 트로델비 치료군의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중단율은 6%로 관리 가능한 수준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으며,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HR QoL)도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이로써 트로델비는 대규모 임상 3상을 통해 이전에 치료 경험이 있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와 전이성 HR+/HER2- 유방암 환자 모두에서 생존 혜택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최초의 ADC로 등극했다. 이에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유방암 진료 가이드라인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 이어 전이성 HR+/HER2- 유방암 환자에서도 트로델비를 우선 권고(Category1, Preferred)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