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의 듀피젠트두필루맙가 국내에서 생물의약품 최초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적응증을 획득하며, 염증 기전에 기반한 면역학적 COPD 치료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사노피는 9일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에서 미충족 수요가 가장 높은 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중등도에서 중증 COPD 치료영역에 듀피젠트가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임상적 해법과 기전의 혁신성을 설명했다. 이번 적응증 확대는 지난 3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바 있으며, 생물의약품으로는 COPD 치료 분야에서 국내 첫 사례다.
듀피젠트는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제2형 염증을 조절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혈중 호산구 수치가 증가한 COPD 환자를 대상으로 흡입제 기반의 표준 치료에 반응이 불충분한 경우, 추가 유지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응증이 확대됐다.
특히 듀피젠트는 중증 급성악화 발생률을 낮추는 데 강점을 보였다. BOREAS 및 NOTUS 3상 임상시험에서 위약군 대비 연간 급성악화율을 각각 30%, 34% 감소시켰으며, 첫 중증 악화까지 걸리는 시간 또한 지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폐기능 개선 효과 역시 유의미했다. 기관지확장제 투여 전 1초 강제호기량(FEV1)은 52주차에 위약군이 70ml, 54ml 증가한 데 비해 듀피젠트 투여군은 153ml, 115ml가 증가했다.
이날 간담회에 연자로 참석한 이진국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COPD 환자의 절반 이상이 흡입제 기반 3제 병합요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반복적인 급성악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특히 호산구 수치가 높은 제2형 염증형 환자의 경우 급성악화 및 입원 위험이 매우 높아, 새로운 치료 기전의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COPD는 세계 3번째 사망원인으로, 국내에서는 40세 이상 성인 유병률이 10.8%, 70세 이상은 27.3%에 달한다. 그러나 진단율은 2.5%에 그쳐 상당수 환자가 질환을 인식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특히 급성악화는 심혈관계 질환 위험까지 증가시키며, 첫 중증 급성악화 이후 3.6년 내 사망률이 50%에 이르는 치명적인 경과를 보이기도 한다.
이 교수는 “듀피젠트는 기존의 광범위한 면역억제제와 달리, 염증의 핵심 기전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으로 급성악화 억제뿐 아니라 폐기능 개선, 삶의 질 개선 등 전방위적인 임상적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듀피젠트는 국내 진료지침에도 허가 전부터 언급될 정도로 기대가 높았던 치료제”라며 “실제 치료 접근성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듀피젠트는 이미 아토피피부염, 호산구성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 결절성 가려움 발진 등 다양한 제2형 염증성 질환에서 국내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는 치료제로, COPD는 여섯 번째 적응증이다.
신정원 사노피 한국 및 호주·뉴질랜드 의학부 면역학 리드는 “듀피젠트는 면역반응을 무력화하는 대신 특정 염증 사이토카인을 정밀하게 차단해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COPD 적응증은 듀피젠트가 천식 등 기도질환 치료를 넘어 더 넓은 염증 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배경은 사노피 한국법인 대표는 “COPD 환자들은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고, 급성악화가 언제 발생할지 몰라 늘 공포 속에 살아간다”며 “듀피젠트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으며, 면역학적 접근으로 치료의 본질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