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선별할 수 있는 검사법이 국내에 도입됐다. SCL(재단법인 서울의과학연구소)은 정상에서 경도인지장애(MCI)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바이오마커인 아밀로베타의 바이오마커인 Aβ42를 측정하는 혈액검사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제공 중이다.
이 검사는 혈액에서 Aβ42와 Aβ40을 측정하고, Aβ42/Aβ40 비율을 분석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10~20년 앞서 예측한다. 비침습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이 검사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을 비롯한 주요 의료기관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SCL 오종원 진단검사의학과 부원장은 “Aβ42/Aβ40 혈액검사는 치매 위험도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예측 도구이며, 정기적인 모니터링 검사를 통해 뇌 건강을 체계적으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경계 수치가 확인되면 생활습관 조절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추라는 권고가 제시된다.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신체 활동, 균형 잡힌 식습관, 두뇌 활동 등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줄이고 이미 쌓인 물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상에서 치매로 악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계별 바이오마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 수가 2016년 196만명에서 올해 약 30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유병률보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은 조기진단을 통한 예방적 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2023년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와 알츠하이머협회는 아밀로이드 베타 42(Aβ42)를 조기 진단의 핵심 바이오마커로 지정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10~20년 전부터 뇌에 축적되며 이 과정에서 Aβ42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축적을 확인하려면 양전자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검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특히 뇌척수액 검사는 환자에게 고통을 수반해 비침습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요구돼 왔다. 혈액검사는 제한된 환경에서도 포괄적인 평가가 가능해 PET나 뇌척수액 검사 의존도를 줄이고 조기 진단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