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준 가천대 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이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장암에서 전이된 간암 환자의 예후와 생존율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최 교수팀은 AI 기반 기계학습 ‘라디오믹스 모델’을 활용해 대장암 간전이(colorectal liver metastases, CRLM) 환자의 치료반응과 생존율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기존 대장암 간전이 환자의 치료반응은 ‘고형종양반응 평가기준(RECIST 1.1)’에 따른다. 이는 주로 종양 크기의 변화만을 중심으로 평가기 이뤄진다. 이를 제외한 종양 내부의 복잡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반면 최 교수팀이 개발한 라디오믹스 모델은 종양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하고, 종양의 반응을 보다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의 생존율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정량화된 MRI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해 이뤄진다.
연구팀은 표적 항암치료를 받은, 외과적 절제 수술이 불가능한 소규모 대장암 간전이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치료 전후에 MRI를 3회 이상 촬영해 이를 데이터에 반영했다.
분석 결과, 라디오믹스 모델의 종양반응 예측 정확도는 76.5%로 나타났으며, 진단 성능을 평가하는 지표인 곡선하면적(AUROC, Area Under the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Curve) 값은 0.857(95% 신뢰구간: 0.605–0.976, P<0.001)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p>
이는 기존 종양반응 평가 기준인 RECIST 1.1 모델의 곡선하면적 값인 0.66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AI 기반 모델이 더 정밀하게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UROC는 인공지능 성능 평가의 대표적인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다.
연구팀은 또 라디오믹스 모델이 예측한 종양반응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라디오믹스 모델이 ‘질병 진행이 없는(non-progressing)’ 그룹으로 분류한 환자군의 전체생존기간(median overall survival, OS) 중앙값은 17.5개월(95% 신뢰구간)로 나타났다. 반면 ‘질병 진행이 있는(progressing)’ 그룹은 14.8개월(95% 신뢰구간)로 드러났다. 즉, 라디오믹스 모델을 바탕으로 한 환자 분류가 생존율 분석에도 더 정밀한 영향을 미쳤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 기반 라디오믹스 모델이 대장암 간전이 환자의 치료 반응을 조기에 예측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대규모 연구를 통해 모델을 더욱 정교화하고, 맞춤형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암 환자의 정밀의료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효과적인 치료 계획 수립을 위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Radiomics and machine learning analysis of liver magnetic resonance imaging for prediction and early detection of tumor response in colorectal liver metastases’라는 제목으로 대한임상종양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돼 주목받았다.
최승준 가천대 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국내 대장암은 환자 진단 당시 이미 10~15% 정도가 다른 장기로 전이돼 있는 상태로 발견된다. 이 중 약 50%는 대장암 간전이다. 대장암이 진행되면 혈류를 통해 간으로 암세포가 다수 퍼지게 되고 풍부한 혈액이 있는 간은 전이가 쉽게 이뤄지게 된다.
대장암 간전이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피로감 △식욕부진 △체중감소 △발열 △오심 △복부 팽만감 등이 있다. 간이 비대해지고, 복부에서 혹이 만져지기도 하며, 우측 상복부에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으며, 대부분은 원발성 대장암의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황달이나 체액이 쌓이는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대장암 간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대장암 간전이의 생존율도 병기에 따라서 극명하게 갈라진다.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서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대장암 간전이의 5년 생존율은 1~2기 경우 95~70% 수준이지만, 3기일 경우 40~80% 수준으로 매우 낮아진다.
대장암 간전이 치료는 간 절제술과 항암치료로 진행된다. 대장암 간전이 종양의 크기가 너무 커서 직접 제거가 어려운 경우 항암치료를 통해서 암 크기를 줄인 후 절제를 진행하기도 한다.
최승준 교수는 “절제가 불가능한 대장암 간전이 환자의 경우 표적항암제 등을 투여해 종양 크기를 줄이거나 그 자체로 치료를 도모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이번 라디오믹스 모델은 종양반응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