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석좌교수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발작성야간혈색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PNH) 환자에서 심각한 혈관 외 용혈(Extravascular hemolysis; EVH)을 동반한 경우, 혈관 외 용혈을 억제해주는 다니코판(Danicopan)을 라불리주맙(Ravulizumab) 또는 에쿨리주맙(Eculizumab)과 병용 투여할 때 장기적인 유효성과 안전성을 규명했다.
PNH에 쓰이는 다니코판은 경구용 소분자 보체경로 D인자(Complement factor D) 억제제인 아스트라제네카 ‘보이데야정’(Voydeya, 성분명 danicopan)이 대표적이다. 이 약과 기전이 다른 C5 보체 억제제로는 같은 회사의 ‘에쿨리주맙’ 또는 ‘라불리주맙’(이상 아스트라제네카의 ‘솔리리스주’ ‘울토미리스주’)가 있다.
PNH는 적혈구 보호 단백질 합성의 장애로 인해 혈관 내 용혈(Intravascular hemolysis; IVH)이 발생하는 희귀 혈액질환이다. 혈관 내 용혈(IVH)은 수명이 끝난 적혈구가 정상적으로 비장이나 간에서 파괴되는 게 아니라 혈관 내에서 파괴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유리 헤모글로빈이 혈액 내로 유출돼 혈전증과 신부전 등의 다양한 합병증이 초래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100만 명당 15.9명의 유병률을 보이며, 국내에는 약 500명의 환자가 있다.
이번 연구는 말단보체(C5보체) 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는 PNH 환자 중 ‘혈관 외 용혈’로 인한 헤모글로빈 농도가 9.5g/dl 이하(빈혈)이 지속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15개국에서 총 86명의 PNH 환자를 모집해 경구용 D인자 억제제인 다니코판(150mg, 1일 3회)을 라불리주맙 또는 에쿨리주맙과 병용 투여한 그룹과 위약을 병용 투여한 그룹과 비교하는 3상 연구를 수행했다.
12주간의 1차 치료 기간(TP1)에서 다니코판 투여군은 헤모글로빈(Hb)이 평균 2.8g/dL 증가하며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또 수혈 회피율(Transfusion avoidance rate) 증가, 절대 망상적혈구(미성숙 적혈구) 수(ARC) 개선, 삶의 질(QoL) 지표 향상 등 모든 평가지표에서 긍정적인 치료 효과가 의미 있게 관찰됐다.
위약군도 12주 후 다니코판으로 전환(TP2)한 후 24주 측정에서 헤모글로빈의 현저한 개선이 관찰됐다. 장기적으로 72주까지 헤모글로빈 개선 효과가 지속됐다. 기존에 알려진 부작용 외에 새로운 부작용이나 예기치 못한 안전성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 기간에 다니코판 병용 치료 시 돌발성 용혈(Breakthrough hemolysis) 발생률은 환자 100명당 연간 6건으로 보고돼 기존 치료 대비 안정적인 양상을 보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액학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블러드’(Blood, IF 21.1) 2월 20일자에 ‘Long-term efficacy and safety of danicopan as add-on therapy to ravulizumab or eculizumab in PNH with significant EVH’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종욱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석좌교수
이종욱 교수는 “라불리주맙 또는 에쿨리주맙과 다니코판 병용요법은 PNH 환자 중 혈관 외 용혈(EVH)로 인한 빈혈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유용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며 “라불리주맙은 혈관 내 용혈(IVH)을 차단하고, 다니코판은 혈관 외 용혈(EVH)을 억제함으로써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PNH 병용치료 전략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이사장을 지낸 이종욱 석좌교수는 재생불량성빈혈, PNH 등 골수부전질환 분야의 국제적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