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라 가톨릭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공동 교신저자), 박진실 가톨릭류마티스연구센터 연구교수(공동 제1저자), 정하연 의생명건강과학과 연구원(공동 제1저자) 연구팀과 박성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공동 교신저자) 공동 연구팀이 난지성 질환인 전신경화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단백질 기능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신경화증(Systemic Sclerosis)에서 미토콘드리아 이동 단백질인 ‘GRIM-19’(the retinoid–IFN-induced mortality-19)가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임을 밝혔다.
전신경화증 질환 모델에서 ‘GRIM-19’를 과발현시킨 결과,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제거 과정이 원활해졌으며, 섬유화 관련 단백질들의 발현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GRIM-19’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조절을 통해 전신경화증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전신경화증에서 미토콘드리아 이동 ‘GRIM-19’ 단백질이 전신경화증에 중요한 메카니즘 중 하나인 JAK-STAT pathway를 억제해(전사인자 STAT3 억제) 면역병인과 섬유화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내 STAT3를 이동시켜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시키고,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미토파지를 활성화시킴에 따라 전신경화증이 치료됨을 확인했다. 따라서 GRIM-19가 전신경화증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단백질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전신경화증에서 병증이 진행될 때 증가하는 전사인자 ‘STAT3’의 활성을 억제하며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관여하는 GRIM-19 단백질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신경화증을 유도한 생쥐 모델을 통해 섬유화 지표인 알파-스마(a-SMA), 콜라겐 타입1(Col I), STAT3 발현이 증가하고 GRIM-19 단백질의 수치가 감소함을 확인했다.
GRIM-19 단백질의 발현을 높이는 유전자치료를 시행하자 전신경화증을 앓는 생쥐에서 피부 진피의 두께가 감소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섬유화 단백질의 발현이 감소했다. 자가면역 병인 면역세포인 Th2, Th17 세포의 감소도 관찰됐다.
분석 결과 GRIM-19 단백질은 STAT3의 활성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내로 이동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미토파지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실험에서는 GRIM-19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 내 STAT3의 이동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섬유화를 억제하는 게 확인됐다.
조미라 가톨릭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왼쪽부터), 박진실 가톨릭류마티스연구센터 연구교수, 박성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연구팀은 “GRIM-19 단백질 조절을 통해 병의 원인인 면역세포의 억제와 섬유아세포의 미토파지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해 전신경화증의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며 “병리 기전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성환 교수는 “전신경화증은 신약개발이 어려운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라며 “미토콘드리아 이동을 유도하는 GRIM-19 유전자 치료제가 전임상 평가를 거쳐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면 매우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전신경화증 환자의 혈액면역세포를 동물(쥐)에 주입해 환자의 면역상태를 반영하는 전신경화증 아바타 모델이 구축하고 보다 정확한 표적치료제 개발을 준비 중이다.
조미라 교수는 “난치성 면역질환에서 면역세포와 병변 부위에서 STAT3 전사인자의 활성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관찰됐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규명한 GRIM-19 단백질은 이러한 문제를 동시에 조절할 수 있어, 섬유화 난치질환을 예방하거나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치료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면역학 분야 국제저명 학술지 ‘실험 및 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F=9.5)에 ‘GRIM-19-mediated induction of mitochondrial STAT3 alleviates systemic sclerosis by inhibiting fibrosis and Th2/Th17 cells’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전신경화증은 피부뿐만 아니라 폐,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섬유화가 진행되는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으로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피부가 두꺼워지고 모세혈관까지 혈액순환을 방해하며 폐섬유화 발현으로 호흡에 문제를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