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2025년 1월말 기준 5개의 디지털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1호 에임메드의 불면증 인지개선 치료제 ‘솜즈’
2023년 2월 15일, 에임메드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Somzz)가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의료기기)로 승인을 받았다. 이전에는 혈압이나 혈당, 심전도 측정 등 건강관리를 해주는 앱이 무수히 많이 나왔지만 국내서 보건당국의 정식 승인을 받아 디지털치료제로 승인받은 것은 솜즈가 처음이다.
솜즈는 6~9주간 수면 습관을 기록하고 수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수면습관 교육 등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하는 스마트폰 앱이다. 병원에서 진료받은 다음에 환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입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형식으로 허가됐다.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아 일부 병의원에서 임시 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2호 웰트의 불면증 인지개선 치료제 ‘슬립큐’
2023년 4월 19일, 웰트가 개발한 ‘웰트아이’(WELT-I)가 국내 2호 디지털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후 이름을 바꿔 현재는 ‘슬립큐’(SleepQ)다.
슬립큐는 솜즈와 마찬가지로 불면증을 유발하는 습관을 교정하는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제다. 환자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 불면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개인맞춤형 디지털치료제다.
임상시험 결과 슬립큐로 치료를 받은 불면증 환자군은 7주 시점에 수면 효율 비율이 기저치(Baseline) 대비 약 15% 증가했다. 수면 효율은 환자의 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객관적, 정량적 지표이다. 2024년 6월부터 국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처방되고 있다.
3호 뉴냅스의 뇌졸중 환자 시야장애 개선 치료제 ‘비비드브레인’
2024년 4월 19일, 뉴냅스의 ‘비비드브레인’(VIVID Brain)이 뇌졸중으로 시야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의 디지털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개발했다.
비비드브레인은 시각 자극에 대한 반복적인 학습 훈련을 통해 시각 정보 인식능력을 향상시킨다. 가상현실(VR)에 기반한 모바일 앱으로 구현된다. 시야장애는 뇌졸중 환자의 약 20%가 경험하는 후유증으로, 시각피질인 후두엽이 손상돼 시각 정보의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시야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운전이나 독서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며, 좁아진 시야로 인해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지만 전 세계적으로 명확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비비드브레인을 처방받은 환자들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시지각 학습 훈련을 시행할 수 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앱을 실행한 후 VR 화면에 시지각 과제가 나타날 때마다 조이스틱을 누르는 훈련을 반복한다.
시각 자극에 대한 지각능력을 꾸준히 학습하면서 시야 민감도를 향상시키고, 뇌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의미하는 뇌가소성을 향상시켜 뇌졸중 병변 주변의 잠자는 뇌를 깨우는 개념이다.
비비드브레인은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시야장애의 양상과 패턴 분석을 위해 시지각 평가 과정을 거쳐 최적의 훈련 위치를 찾는다. 이후 훈련 성적에 따라 자동적으로 난이도를 조정하는 등 환자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환자는 앱으로 학습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으며, 주기적인 평가로 개선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훈련 진척도에 따른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신의료기술 평가와 보건복지부 고시(2024년 6월)를 거쳐 2024년 9월부터 선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4호 쉐어앤서비스의 호흡 재활운동 치료제 ‘이지브리드’
2024년 4월 19일, 비비드브레인과 같은 날짜에 쉐어앤서비스의 호흡 재활운동 치료제 ‘이지브리드’(EasyBreath)가 허가됐다.
이지브리드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폐암 등 환자에게 8주간 맞춤형 호흡 재활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유산소 운동능력과 호흡곤란 증상을 개선한다. 6분 보행검사를 바탕으로 걷기 등 유산소운동 중심 재활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불안정한 심혈관질환이 동반돼 있거나 치료하지 않은 심한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5호, 뉴라이브의 이명 치료용 디지털치료제 ‘소리클리어’
2025년 1월 17일, 경남 김해의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 의생명센터에 입주한 디지털의료기기 업체인 뉴라이브(NEURIVE)가 난치성 질환인 이명(耳鳴)을 치료하는 디지털치료기기인 ‘소리클리어’(SoriCLEAR)를 국내 5번째로 승인받았다. 고려대 의료기술지주 자회사인 뉴라이브는 송재준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솔리클리어 개발을 주도했다.
소리클리어는 환자의 나이·성별, 이명 주파수·크기 등을 수치화해 인공지능으로 환자의 장애 요인과 치료 표적을 예측한 뒤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이명 치료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병원용 디지털치료제로, 의료진이 맞춤형 앱을 내려 받아 환자에게 전달한다.
이명은 환자들에게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기능장애를 주는 질환이지만 여전히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소리클리어는 보다 정교한 개인맞춤형 이명 치료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다.
뉴라이브는 이미 이명 치료용 전자약 ‘소리클’도 개발해 브라질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전자약은 뇌를 자극해 질병을 보다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장치로, 소리클은 양쪽 귀에 쓰는 헤드폰 장비를 이용해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미주신경과 연결된 귀 부위(외이분지)를 전기 자극한다. AI로 조절되는 전기 자극이 뇌 혈류와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이명을 발생시키는 청각 피질 흥분을 가라앉힌다.
국내 시장상황과 개선방향
국내서 디지털치료제로 개발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예비품목은 무려 92개(식약처 집계, 2025년 3월말 기준)에 달한다. 디지털치료제는 신약 대비 개발비용이 훨씬 적고, 개발 기간이 3~5년으로 짧아(신약개발은 10~15년)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
문제는 유효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로 공급되는 것을 어떻게 건강보험 정식 급여로 확장할 수 있느냐가 숙제다.
정식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3~5년간의 임상자료 수집, 이를 기반으로 한 신의료기술 평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등재를 위한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급여화를 통한 완전 상용화에는 1~3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하지만 식약처 허가 이후 실제 처방된 건수가 100건도 못 넘긴 디지털치료제도 있다는 후문이다. 개발 기업의 존망이 상용화 성패에 달려 있다.
업계나 의료계는 의료실손보험을 통해 가급적 많이 처방되길 희망하지만 비용-효율성 입증과 적정한 보험수가 설정이 보건당국과 업계의 고민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