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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디지털치료제, 부작용 없고 비용 절감되지만 근거입증, 환자참여는 어려워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01-31 13: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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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신개념 치료제다. 소트프웨어를 개인컴퓨터(PC),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웨어러블기기 등에 탑재해 환자의 건강 데이터 및 행동 패턴에 맞게 개인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통적 의약품은 화학물질, 생약물질, 생물학적제제 등으로 구성되지만 디지털치료제는 이와 달리 소프트웨어를 조정 또는 업데이트해가면서 지속적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환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게 된다. 병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을 교정한다거나, 병적 인지 및 행동을 개선한다거나,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형성시키는 게 디지털치료제의 기전이다.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약을 물리적으로 복용할 필요가 없어 부작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환자의 비용이 절감되며, 환자의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게 이점이다. 

   

디지털 치료제의 분류

   

단독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탑재 소프트웨어

   

구성에 따라 단독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와 하드웨어 탑재 소프트웨어(Software in a Medical Device, SiMD)로 나뉜다. 

   

단독 소프트웨어는 모바일 및 PC 기반 앱, 인공지능, 빅데이터(Big Data),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챗봇, 게임 등을 말한다. 

   

앱은 디지털 치료제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일반인의 건강증진 및 자가관리를 위한 ‘웰니스 앱’과 질병을 예방·처치·치료하는 모바일 의료용 앱(Mobile Medical Application, MMA, 디지털치료제)은 목적과 기능이 엄연히 다르다.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현실과 유사한 가상의 환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컴퓨터가 구현해내는 기술이다. 증강현실은 가상의 영상이나 이미지 정보를 합성해(특정 부분만 강조)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VR이나 AR을 치료에 이용하면 안전하고 표준화된 환경에서 질병이나 장애 원인을 재현할 수 있으며, 게임 요소를 넣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게임 형태의 디지털치료제는 치료나 재활 과정에서 환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은 의료용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특정 패턴을 인식해 질병을 예측 또는 진단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맞춤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드웨어 탑재 소프트웨어는 의약품, 의료기기와 함께 쓰이는 것을 일컫는다. 예컨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 BCI, 또는 BMI(Brain Machine Interface)나 브레인테크로 명명됨)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뇌파를 통해 컴퓨터나 기계를 제어하는 인터페이스 기술로서 루게릭병, 뇌졸중, 척수손상, 뇌성마비 등에 쓰인다. 뇌와 근육 간 신경이 연결되지 않는 신경계 손상 환자와 재활 환자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다. 

   

대체 디지털치료제와 보완 디지털치료제

   

대체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 치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제로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의약품처럼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검증하고 규제 기관의 인허가를 얻어야만 전문의 처방을 거쳐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

   

보완 디지털 치료제는 독립적인 치료 효과가 없기 때문에 기존 의약품의 약효를 높이는 데만 사용할 수 있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주로 비급여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치료방식(치료영역)에 따른 분류 

   

인지행동치료제 : 주로 정신과적 질환을 일으키는 인지를 개선해 그 결과인 행동을 교정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수면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심인성 통증, 공황장애 등 중추신경계질환을 개선하는 용도다.

   

생활습관 교정 및 복약관리용 치료제 : 혈당이나 혈압을 관리하고, 질병(비만 등)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을 교정하거나, 중증 질환(암 등)의 예후관리가 필요할 때 쓰인다. 생활습관 교정으로 치료효과가 크거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약물복용 등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될 때 활용된다. 

   

신경재활 목적 치료제 : 약시, 뇌졸중 및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한 신경손상,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처럼 신경기능의 재활과 개선을 통해 치료 목적을 달성하는 치료제다. 

   

발전 단계에 따른 세대별 분류

   

1세대 디지털 치료제 : 스마트폰을 이용한 단순한 건강 모니터링 앱으로, 환자의 신체데이터를 기록하고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2세대 디지털 치료제 :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기반 솔루션으로, 주로 정신질환(불면증, 불안장애 등) 치료에 활용되며, 정량화된 데이터 기반의 치료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3세대 디지털 치료제 :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단계로, 원격 모니터링 및 개인별 치료 최적화 기능이 포함된다. 

   

디지털치료제의 특징 

   

근거 기반

   

기존 의약품 임상시험과 동일한 수준의 과학적 근거를 요구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국의 규제기관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디지털 바이오마커(Digital Biomarker)를 기반으로 웨어러블 센서와 AI 분석 기술을 활용해 실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 RWD)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정밀한 치료 효과를 분석하는 게 가능하다.

FDA와 EMA는 최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뒤센근이영양증(DMD),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디지털 평가지표(Digital Endpoint) 기반 임상시험을 승인하는 등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의 임상적 유효성 검증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개인맞춤형 치료

   

환자의 실시간 건강 데이터(RWD)를 분석해 증상 변화에 맞춰 치료 방법을 조정할 수 있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기기와 연동해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데이터 기반의 정밀치료(Precision Medicine) 접근이 가능하다. 

   

경제성 및 확장성

   

디지털치료제는 기존 신약 대비 개발 비용이 현저히 낮으며, 제품 출시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다. 물리적 제조 공정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이 용이하다.

   

초기 연구개발 비용이 낮아 스타트업 기업들의 진입이 용이하며, 기존 제약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 제약시장과의 융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국내의 경우 한독-웰트, 한미약품-베이글랩스, 노바티스코리아-에버엑스 등 다양한 협업이 추진되고 있다.


종합적 결론

   

디지털치료제는 기존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을 통한 치료 효과 검증, 규제 당국 심사, 의사 처방, 보험 급여(환급) 과정 등을 거쳐야 환자에게 공급될 수 있다. 

   

반면 △인체에 직접 물리적으로 투입되지 않는 치료 방식 △환자가 치러야 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 △거의 미미한 부작용 △ICT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 면에서 기존 의약품과 차이점을 보인다. 

   

디지털치료제는 의사로부터 처방받은(비처방 일반의약품도 극소수 존재) 소프트웨어로 치료가 필요한 신경과 뇌의 특정 부위를 자연스럽게 자극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는 치료 방식을 택한다. 따라서 독성이나 부작용 우려가 거의 없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디지털치료제 개발은 신약개발보다 유리하다. 신약개발은 신약후보물질 선정부터 연구개발, 임상시험, 출시까지 약 10년에서 15년이 소요되며 13억달러 이상(8억~22억달러)의 개발비가 투입돼야 한다. 반면 디지털치료제는 개발 기간이 3~5년으로 짧고, 개발 비용이 1000만~2000만달러에 불과하다.

   

더욱이 디지털치료제는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거치므로 의약품보다 임상시험 규정이 까다롭지 않다. 게다가 첨단의료기기 또는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될 경우 

정부로부터 각종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 날로 발전하는 IT, BT, NT 기술을 신약개발보다 조기에 반영함으로써 혁신을 기할 수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기존 의약품이 커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예컨대 24시간 연속 혈당측정기에 기반한 당뇨병 디지털치료제는 인슐린펌프와 연계해 적정 혈당관리를 항시적으로 유도함으로써 당뇨병성 합병증을 줄이는 데 이바지 할 수 있다.

   

테바(Teva)가 2018년 12월 FDA 승인을 받은 ‘ProAir Digihaler’는 소형 센서가 부착된 흡입기 디지털치료제(Electronic inhaler monitoring, EIM)로서 의료비 부담이 큰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를 케어해준다. 흡입기를 언제, 어디서 사용했는지 기록해 정기적인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폐기능을 개선하고, 급성 악화를 줄이며, 복약순응도를 개선한다. 

   

24시간 환자 모니터링과 그에 걸맞은 환자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디지털치료제만이 할 수 있는 기능이다. 

   

환자 부담면에서 연간 가격은 reSET-O(마약중독 치료제)의 경우 6000달러, Sleepio(불면증 치료제)는 500달러. AspyreRx(당뇨병 치료제)는 300~660달러, AspyreR, EndeavorRx(성인 ADHD 치료제)는 1200달러가 든다. 미국의 경제수준으로 보면 비싼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치료제가 기존 의약품 치료를 완전 대체하지 못하고 보완 또는 병행하는 실정에서는 환자에게 추가 부담이 된다. 더욱이 여러 디지털치료제 개발 업체의 도산과 경영난에서 보듯 보험환급이 쉽지 않고, 환자가 작위적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소비자 확산 및 상업적 성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ICT, BT, NT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질병을 진단하는 단계를 넘어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혁신적인 디지털치료제의 적용 영역이 넓어지고 환자에게 미치는 혜택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디지털치료제의 유효성 입증, 경제성 확보, 환자접근성 제고, 급여 확대, 개발기업의 산업적 성공과 이에 따른 업계 선순환이 숙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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