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팔의 통증과 저린 느낌, 손의 부종과 청색증, 심할 경우 손가락 근육 위축이 나타나는 흉곽출구증후군(Thoracic Outlet Syndrome)은 목디스크(경추간판탈출증)나 어깨질환으로 오해하기 쉽다.
이 증후군은 팔로 향하는 신경이나 동맥·정맥을 쇄골 안쪽 1번 갈비뼈가 압박해 생긴다. 목과 흉곽 상부 사이 좁은 통로에는 가슴에서부터 팔로 이어지는 쇄골 아래 동맥과 정맥, 상완신경총이 지나가는데 외상이나 반복적인 움직임, 또는 신체 구조에 의해 이 부분이 압박을 받으면 흉곽출구증후군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눌리는 부위에 따라 신경성·동맥성·정맥성 흉곽출구증후군으로 나뉘며, 이 중 90% 이상은 신경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만 명 중 2~4명꼴로 진단되지만, 다른 질환과 오인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발생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흉곽출구증후군에 대한 인식이 낮고 관련 연구도 없었으며, 병력 청취와 진찰을 통해 질환을 의심하는 것 외에 진단과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흉곽출구증후군은 주사치료나 반복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수도 있지만, 1번 갈비뼈 절제를 통해 눌렸던 신경과 혈관의 압박을 해소하는 게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일반적인 수술로 치료해오다 2022년부터 로봇수술을 도입했다. 로봇수술은 일반수술에 비해 수술 시야 확보에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주변 신경 및 혈관 손상 없이 섬세하게 수술할 수 있다.
김용희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왼쪽), 김인하 전문의
김용희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김인하 전문의는 2005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흉곽출구증후군으로 수술받은 환자 23명의 예후를 분석했다. 일반수술을 받은 환자가 10명,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가 13명이었다.
수술 후 약 2주와 10주에 회복 상태와 증상 개선 정도를 평가해보니 로봇수술과 일반수술 환자군 모두 수술 후 증상이 현저하게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90% 이상의 환자에서 손의 저림, 통증, 감각이상 등 신경학적 증상이 대부분 개선됐다.
김용희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이 흉곽출구증후군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수술 후 통증지수는 로봇수술이 3, 일반수술이 4.5로 로봇수술 환자에서 통증이 더 적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입원일수도 로봇수술 환자군이 평균 0.5일 더 짧아 회복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운동선수 등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 속했던 환자들도 로봇수술 후 빠르게 본업으로 복귀할 수 있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아울러 증상 발현 후 조기에 수술한 환자들의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도 입증됐다.
김용희 교수는 “흉곽출구증후군은 환자에게 큰 불편을 주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으로서, 환자들은 수년간 진료과를 옮겨 다니며 여러 방법으로 치료를 받지만 호전되지 않아 오랫동안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진단 아래 수술적 치료가 이뤄진다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변화될 수 있다”며 “로봇수술로 치료하면 안전하고 빠르게 회복 가능하니 증상이 의심되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열린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