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 발전으로 고령이어도 암이나 심장질환에 대한 고난도 수술치료가 늘어나는 가운데, 80세 이상에서도 척추수술이 안전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방청원(제1저자)·김영훈(교신저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은 65세 이상의 척추수술 환자 2056명 중에서 퇴행성 요천추질환으로 척추유합술을 받은 환자 400명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고령 환자의 수술을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령 요인에 초점을 맞춰 성향점수매칭 기법을 사용해 80대 환자 49명과 65세~79세 환자 49명을 선별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 전과 수술 후 통증 척도인 VAS(visual analogue score)나 요통장애 지수 ODI(oswestry disability index)뿐만 아니라 수술 후 주요 합병증 발생률에서 두 군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척추수술은 크게 척추를 압박하는 신경만 제거하는 척추감압술과, 감압한 부위를 나사 고정과 뼈 이식으로 붙이는 척추유합술로 나뉜다. 고령 환자는 척추 불안정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척추유합술이 더 흔히 시행된다. 최근 척추수술은 작은 절개창을 이용한 유합수술이 발전돼 상처와 흉터가 작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회복에 핵심적인 척추근육 손상을 최소화한다. 신경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방법으로 감압술 및 유합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은 더 안전하고 회복시간은 짧아졌다.
노인의 척추관협착증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통증을 줄이기 위한 약물치료나 신경관 주변에 소염제를 주입해 통증을 경감시키는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가 효과가 없고 신경 손상으로 보행이 힘들거나 배변, 배뇨에 문제가 생기면 척추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고령 환자는 수술에 부담을 느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훈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왼쪽), 방청원 교수
방청원 교수는 “대부분의 척추질환 환자들은 고령인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수술적 치료를 배제하고 비수술적 치료만 집중하는 게 안타까웠다”며 “이번 연구에서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가 척추유합술을 받더라도 입원 기간이나 비용, 수술 후 3개월 내 사망률 등을 포함한 모든 주요 지표에서 안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척추수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의사들이 더 고민해서 준비해 최신 척추수술을 적절하게 행한다면 고령의 나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영훈 교수는 “80세 이상의 환자라도 기저질환의 관리와 수술 계획만 잘 세운다면 큰 합병증 없이 잘 회복될 수 있음을 이번 연구로 확인했다”며 “고령 환자도 수술치료를 통해 척추질환으로 인한 고통에서 해방돼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Global Spine Journal’(IF=2.6)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