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자 중 약 21%는 폐암이 원인일 정도로 폐암은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특히 폐암 환자의 약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은 종류와 특성이 다양해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 기존 치료는 주로 조직학적 특징에만 의존했지만, 정밀의학이 요구하는 분자 수준의 세밀한 분류와 맞춤형 치료법 제공에 한계가 있다.
김광표 경희대 응용화학과 교수팀은 비소세포폐암의 새로운 5가지 아형을 제시하고 종양미세환경과 관련된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기존 NSCLC 분류는 조직학적으로 폐선암(lung adenocarcinoma, LUAD)과 폐편평세포암(lung squamous cell carcinoma, LSCC)에 그쳤으나 보다 조직학적 특성을 나타내고 종양미세환경을 반영한 분류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한국과 임상암유전단백체컨소시엄에서 수집된 국내외 691명(229명은 한국 NSCLC 코호트, 462명은 기존 멀티오믹스 연구 데이터)의 비소세포폐암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중오믹스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조직학적 분류를 넘어서는 5개의 새로운 분자 아형을 발견했다.
아형 1은 EGFR 및 TP53 돌연변이가 있는 LUAD 여성(64%, 35/55)으로 주로 구성됐으며 전체 유전체 배증(Whole Genome Doubling, WGD, 특정 세포 안에서 염색체의 절반 이상이 복제되는 현상)이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WGD는 암 발현 초기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 불안정한 염색체 구조를 반영하며 전체 암 유형의 30~40%를 차지한다. NSCLC에서는 CDKN2A 유전자 복제 손실(copy number loss)의 크게 증가(결손된 카피의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아형 2는 주로 LUAD(71%, 32/45)와 EGFR 돌연변이(49%, 22/45)가 있고 WGD 사건이 없는 환자로 구성됐다. 이는 염색체적으로 안정적인 종양 유전자 주도하는 하위 유형이다. TP53 돌연변이의 빈도가 상당히 낮았고(6%), 다른 아형보다 종양 돌연변이부담(TMB)이 훨씬 낮았다(아형 2=Mb당 0.9개 변이, 다른 아형= Mb당 3.2개 변이).
아형 1과 2는 EGFR 경로의 상향 조절(upregulation)에도 불구하고, 분자 경로는 각기 특이적으로 풍부했다. 아형 1은 산화적 인산화, 미토콘드리아 기질, 세포 호흡 관련 단백질에서 상당한 상향 조절을 보였다. 이는 세포대사 경로와의 연관성을 나타낸다.
반면 아형 2는 IL-33의 인산화 및 Notch 경로에서 상당한 상향 조절을 특징적으로 보였다. 이런 분자적 특징은 초기 종양 형성 및 초기 NSCLC와 관련돼 있음을 의미한다.
아형 3은 주로 비소세포폐암의 편평세포암에서 발견되며, WGD 현상이 빈번히 발생해 염색체 불안정성이 높고, ‘XPO1’ 단백질 발현이 증가한 고증식성 아형이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셀리넥서(Selinexor)라는 XPO1 억제제가 아형 3에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반면 비소세포폐암의 선암 환자에게 주로 발견되는 아형 1은 셀리넥서의 효과가 미미했다.
아형 4는 단백조직학적으로 기존 NSCLC와 무관한 패턴을 보였으나 종양 전이 및 침윤이 두드러지며 높은 전이율과 불량한 예후를 보였다. 인산화된 아형 4에서 저산소증이 상향 조절되는 특징을 보였다. 호중구가 하향 조절되고 이런 부위에서 단백질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는데 종양의 전이에서 종양의 이동, 침윤, 대사가 관여함을 의미한다. 염색체적으로 안정된 중간엽 (mesenchymal) 타입의 암이다.
아형 5는 종양침윤림프구(tumor-infiltrating lymphocyte, TIL, 암세포 주위에 모여 있는 림프구, 혈액 내에 존재하는 말초혈액림프구(PBMC)보다 더 효과적으로 종양을 공격)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TNFα 신호경로 및 NF-κB 경로와 같은 면역관련 경로가 활성화된 상태를 보이며 보조요법(수술 후 항암치료)의 효능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면역상태가 높고 염색체적으로 안정된 유형이다. KRAS 변이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김광표 경희대 응용화학과 교수
김광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하는 다중 오믹스 기반의 아형 분류를 통해 기존의 조직학적 분석을 보완해 향후 개인맞춤형 치료법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향후 이라며 연구 의의를 밝혔다. 김광표 교수는 RNA 서열을 처음부터 끝까지 길게 결정할 수 있는 ‘long-read sequencing’ 기술과 고성능 질량분석법을 결합해 단백질 아이소폼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오믹스기반정밀의료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미국 국립암센터가 발족하고 경희대가 회원기관으로 참여하는 ‘임상암유전단백체컨소시엄(CPTAC)’과 ‘국제암유전단백체컨소시엄(ICPC)’과의 국제협력 연구로 진행됐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Nature Communications’(IF=14.7) 11월 23일자에 ‘Proteogenomic Analysis Reveals Non-small Cell Lung Cancer Subtypes Predicting Chromosome Instability, and Tumor Microenvironment’이란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