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기요양시설 노인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률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지난 22일 ‘2024년 한국보건사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장기요양시설 노인의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률이 86.8%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23년 장기요양수급자(시설수급자 18만7077명, 재가수급자 70만4109명)를 대상으로, 복용일 기준을 연간 1일과 28일로 나누어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환자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가장 최근의 중추신경계용 약물 사용현황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
분석 결과 전체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 중 연간 1일 이상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환자 비중은 79.2%였으며, 이 중 시설수급자의 약물복용 비율이 86.8%로 높었다.
시설수급자와 재가수급자 중 중추신경계용 약물 1일 이상 복용환자 비율은 각각 86.8%, 77.2%로 시설수급자에서 사용 비중이 9.6%p 더 높았다.
연간 28일 이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시설수급자와 재가수급자의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환자 비율은 각각 76.7%, 56.6%로 20.1%p의 차이를 보여 재가수급자보다 시설수급자에서 중추신경계용 약물의 장기복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수급자에서 1일 이상 복용률이 가장 높은 약물군은 마약성진통제(57.6%)와 항정신병제(53.2%)로 나타났으며, 연간 28일 이상 복용 건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항정신병제(50.7%), 항우울제(33.3%) 순으로 높았다.
약물군별 복용률은 마약성진통제의 경우 연간 1일 이상 복용률(57.6%)에 비해 28일 이상 복용률(27.3%)이 크게 감소한 반면 항정신병제는 연간 1일이상 복용률(53.2%)과 28일 이상 복용률(50.7%)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 환자가 장기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약물 성분별로는 항정신병제 중 쿠에티아핀(quetiapine)은 1일 이상 복용률이 46.1%로 가장 많은 환자가 복용한 성분으로 나타났으며, 28일 이상 복용률 또한 45.1%로 큰 차이가 없어 장기복용률이 높은 성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시설수급 노인에서 항정신병제의 사용률이 높아 서로 다른 중추신경계용 약물군이 병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 환자에서 서로 다른 약물군이 각각 180일 이상 처방된 경우를 병용이라고 간주했을 때, 항정신병제와 항우울제의 병용은 15.3%, 항정신병제와 항불안제의 병용은 10.2%의 환자에서 관찰됐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성진통제, 항정신병제, 항불안제, 수면진정제, 항우울제 등 중추신경계용 약물은 중독과 의존, 낙상 및 골절위험,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 세심하게 투약하고 상태를 관찰·조정해야 하는 약물이지만 장기요양시설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변진옥 공단 보험정책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일반 노인들에 비해 신체 및 정신적으로 취약한 장기요양 시설수급노인의 중추신경계용 약물사용에 대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의 최신 현황을 본 것이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 장기요양 시설수급노인의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률이 31.7~78.0% 수준인 외국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연구개발실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성과공유 심포지엄을 통해 '빅데이터 기반 병원획득 폐렴 분석 사례'를 발표했다. 공단은 진료비 청구자료를 활용해 2023년 병원획득 폐렴 발생 현황을 분석했다.
2023년 발생한 1265만6490건의 입원 중 4일 이상 입원 548만9733건(전체 입원의 43.4%)을 대상으로 병원 획득 폐렴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2023년 병원 획득 폐렴 발생률은 1.13%로 추정됐으며, 2021~2022년에 일시적으로 증가한 후, 2023년에는 다소 감소했다.
2023년 병원 획득 폐렴 발생률은 요양기관종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요양병원(5.04%)이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으며, 이어 병원(0.80%), 상급종합병원(0.57%), 종합병원(0.45%), 의원(0.18%), 한방병원(0.05%) 순으로 조사됐다
요양병원은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의 집단시설이며 입원 환자의 대부분이 감염에 취약한 노인이기 때문에 병원 획득 폐렴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성별 병원 획득 폐렴 발생률은 남성 1.23%, 여성 1.04%로 남성의 발생률이 높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병원 획득 폐렴 발생률도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
80세 이상에서 추정된 병원 획득 폐렴 발생률은 3.10%로 고령일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는 추이를 보였다.
입원기간이 길수록 병원 획득 폐렴 발생률도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으며, 300일 이상 입원의 병원 획득 폐렴 발생률은 7.17%로 가장 높았다.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가 병원 획득 폐렴에 노출될 위험성을 높여 환자의 건강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단은 “이번 연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가 수준의 병원 획득 폐렴 규모를 추정한 세계 최초의 연구”라며 “2023년 입원으로 인한 원내 폐렴 발생은 100건 당 1건 수준인(1.13%) 데 반해 요양병원의 발생률은 5.04%로 가장 높아 요양병원의 감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입원기간이 길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의 입원으로 인한 폐렴 발생률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며 “선행연구에서는 병원 내 폐렴 감염에 따른 사망률이 10%가 넘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병원 내 감염에 취약한 노인환자 등의 입원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23년에 도입된 ‘요양병원 감염예방·관리료’ 등 여러 제도적 지원을 적극 활용해 요양병원 내 감염 발생 모니터링 및 예방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용자 역시 불필요한 또는 장기 입원을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