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국내 제약회사 최초로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 기술로 개발한 GLP-1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용화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이른 2026년 하반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는 외국 비만 신약인 ‘위고비’ ‘마운자로’의 국내 진입에 자극받은 것으로 국내 제약사로는 최초로 연간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대형 블록버스터 품목을 탄생시키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행보다.
임상 3상 환자 모집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과체중 및 1단계 비만 환자에 최적화된 치료제로 속도감 있게 개발되고 있다. 이 비만 신약은 위고비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중에서 가장 우수한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 제약사들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주요 부작용으로 꼽힌다. 이들 약물은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을 돕지만, 위장관 운동에 영향을 미쳐 구토, 복통,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보통 약물 사용 초기나 용량 증가 단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며, 일부 환자에서는 증상이 악화돼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한미약품 로고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Slow Absorption’ 방식을 통해 위장관계 부작용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와 분명한 차별화를 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우수한 체중감소 및 혈당조절 효과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GLP-1 계열 약물 중 가장 우수한 심혈관 및 신장보호 효능 가능성까지 확인됐다.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impact factor: 176.1) 및 ‘서큘레이션’(Circulation, impact factor: 39.9) 등 다수의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약 4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글로벌 심혈관계 안정성 연구(CVOT)에서 주요 심혈관 및 신장 질환 사건 발생 위험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며 약물의 혁신성을 입증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연계할 ‘국내 1호 디지털 비만치료제’(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 사용 시 환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및 투약 안전성을 고려해 환자별 목표에 맞춰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 비만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첨단 바이오의약품 전용 공장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적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수입 제품과 달리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데다, 경제적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어 비만 환자들의 약물 접근성과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
H.O.P 프로젝트로 혁신적 비만치료제 순차 출시 노려
한미약품은 작년 9월 비만신약 개발을 위한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혁신을 이어갈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와 ‘신개념 비만치료제’를 글로벌 학회에서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H.O.P의 두 번째 라인업인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LA-GLP/GIP/GCG, 코드명 HM15275)는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비만대사 수술(bariatric surgery) 수준의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되며,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미국에서 1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2025년 하반기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 번째 라인업인 ‘신개념 비만치료제’(HM17321)는 최근 미국비만학회(Obesity Week)에서 근육 증가와 체중 감량이 동시에 가능한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될 잠재력을 확인했으며, 단독 및 병용요법 모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HM17321은 2025년 하반기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약품은 차세대 약물전달 기술력 기반의 저분자 경구제, 마이크로 니들 패치, 흡입형 분말제 등 비만 환자에 더 친화적인 제형을 개발 중이다. 각 제형은 환자의 치료 편의성과 순응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신규 모달리티인 mRNA와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표적 단백질 분해(TPD),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다양한 분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R&D 투자 규모는 2021년 1615억원, 2022년 1779억원, 2023년 2050억원, 2024년 23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매출액 대비로는 13% 이상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R&D 인력은 2021년 554명에서 2022년 584명, 2023년 627명, 2024년 675명으로,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연구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신약개발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미만이 잘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고유 분야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며 “창조적 힘과 혁신적 R&D 역량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선도하고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조속히 실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