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요약하니 프로바이오틱스가 간단해보이지만 기능성을 탐구, 더 나은 유익성을 얻기 위해 균주를 개량하거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제제(제형)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최근 업계는 면역체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면역조절물질을 분비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박테리아 균주를 개발하고 있다. 또 크론씨병과 같은 특정질환에서 감소되는 장내 박테리아를 회복시키는 개념의 ‘마이크로바이옴’ 발굴에도 열중이다.
김치 유산균에 프로바이오틱스가 추가로 필요한 이유
김치를 담가 1주일 지나면 g당 1억마리(건강기능식품 기준치) 수준의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김치유산균은 1가지가 아닌 다양한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다. 김치의 다양한 효과는 입증됐지만 김치만으로 건강증진 목적의 기능성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프로바이오틱스의 추가가 필요할 수 있다.
참고로 배추는 pH 6.8~7.0을 띠다가 김치로 버무려지면 pH가 내려가 4.0~4.3 수준에서 약간 신맛이 도는, 가장 적당한 맛을 띤다. 김치는 2.5~3.0%의 염도로 담아 3주 정도 숙성시켰을 때 풍미도 좋아지고 건강상의 유익성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오래된 김치는 신맛이 강해지고, ‘묵은지’ 특유의 맛을 내지만 기능성은 약화돼 있다. 김치 유산균은 50일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3년 묵은 김치가 최고’라는 등의 얘기는 속설에 불과하다.
서구 학계에서는 김치를 비롯해 치즈, 콤부차(발효차), 사우어크라우트(발효 양배추), 된장, 생사과사이다식초 등에 들어 있는 유산균은 균일하게 함유돼 있지 않고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를 규정한다.
유산균음료의 유산균 수치
유산균음료(요구르트)의 유산균 수치는 1g(1ml)당 1000만~1억개다. 1만개 안팎의 일반 발효유와 1억개 이상의 농후 발효유로 나뉜다. 농후 발효유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주장과 프로바이오틱스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일반적으로 요구르트는 유통기한 내에서 상당수가 생존하지만. 대체로 섭취 후 위를 통과해 생존하기 어렵고 가수분해효소 및 담즙산에 의해 파괴돼 장까지 생존하는 비율이 저조하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으로서 법적 검증을 거친, 기능성 개선(장내 도달 세균수 등)을 입증한 프로바이오틱스만이 기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와 학계의 입장이다.
김치와 마찬가지로 유산균음료에는 단일 기능성 유산균이 들어가지 않고 다양한 유산균이 들어 있다. 또 제조과정상 생균 외에 다양한 사균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김치나 요구르트는 적극적인 건강증진 목적에는 부합하지 못할 지라도 충분히 예방적 개념에서, 소극적인 건강증진 면에서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다만 김치 같은 고염도 발효식품의 장기 섭취는 위암 발생을 높이는 잠재적 위험성을 안고 있다.
장내에 도달하는 유산균 수가 많은 게 중요
보통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규격은 g당 1억~100억마리의 유산균(또는 생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유산균 많을수록 좋다고 말할 연구 근거는 부족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유익성이 입증된 유산균이 생존한 채로 장으로 들어가 장내 환경을 바꿀 수 있느냐이다.
특히 동양인은 서양인과 비교해 대장의 길이가 길고 맵고 짠 음식을 즐겨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 유산균의 생존 확률이 낮은 편이다. 따라서 유산균이 안전하게 위와 장을 통과해 장까지 살아서 도착할 수 있는 튼튼한 유산균을 고르는 게 필요하다.
흔히 세계 3대 유산균 브랜드라는 듀폰다니스코, 크리스찬한센, 로셀 제품이 좋을 것이라고 선전되지만 서구인의 장내 환경에 맞게 개발된 균주들이 국내 환자에서도 통할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 도달하기 전 위산이나 담즙에 의해 파괴될 수 있다. 생균 상태의 유산균은 장내에 3~7일 동안 서식하면서 유해균을 억제하는 활동을 한다고 알려져 소비자는 생균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유통환경에 따라 생균의 생존율에는 제품별로 큰 차이가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엔 생산 단계서부터 소비자 전달 단계까지 저온상태로 유통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운영하는 업체가 생겼다.
유산균의 경우 균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4도, 10도, 20도 이하에서 각각 보관돼야 한다. 27도 이상에서는 보통 며칠이 지나면 모두 파괴돼 소멸된다. 또 실온 보관이 필요한 유산균도 상당수이므로 냉장보관하는 제품이 무조건 더 우수할 것이란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아울러 장용성 제품(Delayed release)도 개발, 공급되고 있다. 위의 산성조건에서 붕해되지 않고 장까지 가는 특수 코팅을 한 제품을 말한다.
업체들은 투입하는 생균의 수보다는 장에 도달하는 생균의 수를 보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실험실내 실험 또는 인체적용시험에서 장내 도달 생존 생균수를 입증하였다 하더라도 고객 개인에게 투여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생존 생균수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 이는 ‘입증 데이터를 빙자한 허언’에 그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참고로 락토바실러스 아시도필러스와 비피도박테리움 아니말리스는 산에 강해 파괴되지 않고 장까지 도달하는 정착하는 능력이 우수하다.
락토바실러스 살리바리우스와 엔테로코쿠스 패시움은 대장 안에서 정상적으로 서식하는 세균의 장내 세균총 정상화에 도움을 준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균주 배합과 개인의 선택
대다수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유아용은 10여종, 성인용은 3~5종의 균종으로 만든다. 유아용은 다양한 유익균을 소량씩 배합하는 게 특징적이다. 유아용 중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19종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전부 담은 제품도 더러 있다.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처럼 각 균주의 효과를 고루 누려보라는 포석이다. 하지만 유아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변비형, 설사형 외에 다양해서 증상과 체질에 맞는 선택이 중요하다.
여러 제품의 유산균을 섞어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균주는 다른 특정 균주를 만났을 때 오히려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함유된 균주가 다양한 제품일수록, 또는 동시에 이런저런 제품을 혼용하는 게 효과를 높인다는 보장은 없다.
궁극적으로는 여러 제품을 접한 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콕 집어내는 수밖에 없다. 유산균 수보다는 필수 유익균(락토바실루스 람노서스·카세이·플란타룸·아시도필루스·루테리, 비피도박테리움 롱검·비피덤, 엔테로코커스 패시움 등)이 얼마나 다양하게 함유됐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일부 전문가는 조언한다.
한 제약회사 마케팅 자료에 따르면 락토바실러스+비피도박테리움+연쇄상구균 3가지 조합에 프리바이오틱스를 추가하는 게 좋다고 돼 있다.
또 다른 제약사 자료에 따르면 유산균(Enterococcus faecalis T-110), 당화균(Bacillus mesentericus Toa), 낙산균(Clostridium butyricum Toa) 3가지 조합이 정장작용(변비, 묽은 변, 복부팽만감, 장내이상발효 등의 개선)이 우수하며 비피더스균 증식에 유익하다고 돼 있다. 뭐가 더 좋을지 검증한 연구결과는 없다. 다만 너무나 다양한 균주의 복용은 서로 효과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3종을 초과하는 것은 무리인 것으로 판단된다.
장까지 도달한 유산균의 수가 많아야 효과가 보장되는 견해에도 약간의 맹점이 있다. 복용한 생균이 스스로 만들어 낸 젖산이 지나치게 많아 산도가 낮아지면 유산균이 죽게 된다. 또 장까지 도달했다 하더라도 소장 내에서 외래균을 억제하는 점액에 의해 소실되기 쉽다. 이처럼 유산균을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가 장까지 살아남아 효과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장에서 생존하는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골라야 하고, 사균을 함께 복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릴 수 있을 전문가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안전성에 관한 의문 제기
프로바이오틱스는 기본적으로 생균이기 때문에 영유아는 물론 성인에서도 과도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다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미숙아나 질환에 노출된 신생아가 아닌 영유아, 임산부, 고령자에게는 대체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 연구결과에선 대다수 프로바이오틱스는 복용 시 복부 내 가스팽만 같은 경미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으로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생균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기저질환 환자가 생균을 너무 과잉 복용하면 패혈증 또는 균혈증, 심장내막염, 폐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문이 나와 있다. 아울러 출혈성궤양이나 장누수증후군, 대장암, 면역억제제 장기 복용 등에 의해 장세포가 훼손이 된 경우에는 생균을 사용하기 어렵다. 특히 중심정맥관을 삽입한 면역저하질환 또는 암 환자는 피하는 게 좋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대체제로 사균만 함유된 제품을 이용하는 게 좋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제품마다 사용하는 균과 제조 공정 등이 모두 다르다. 실험 결과에 따라 적정권고량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권고사항에 따른 용량정도를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의학계 인정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는 ‘항생제 연관 장염 및 설사’ 정도
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의학계가 거의 유일하게 인정한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은 ‘항생제 연관 장염 및 설사’ 정도”라며 “다른 유형의 설사, 변비, 과민성장증후군 등에 대한 효과는 아직 여러 연구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아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사람들은 정말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만약 특정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변비나 설사 등이 호전됐다면 복용을 말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유익균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 꾸준히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해 체내에서 생존하도록 유지해야 한다”며 “어쩌다 한두 번 먹는 유산균 제품은 사실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한 달 정도 복용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으로 변경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긍정론과 비판적 지지론과 상반되게 극단적으로 불신하는 학자도 꽤 있다. “현재까지도 프로바이오틱스의 정확한 작용과 기능에 대한 동물·인체 실험이 진행 중으로 모든 효과에 대해 맹신은 금물”이라며 “생균 또는 사균을 섭취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복용법, 부작용, 주의사항 등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정립돼야 한다”고 한 전문가는 반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