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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400~800명 늘려야 한다는 추계위 … 강경파 의사는 ‘의협 집행부’ 성토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6-01-02 13: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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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의 흐름과 의사 반발, 현실적인 문제 감안해 500명선에서 절충될 듯
  • 공공의대, 국방의대는 의사사회서 차별적 요소 있지만 필요한 증원
  • PA도입, 요양병원 증가, 인공지능 및 비대면진료로 의사 늘리기 불필요하단 입장은 ‘자기폄하적 자가당착’

의사단체들이 이재명 정부의 의대 정원 방안에 또다시 반기를 들고 있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40년 의사 수는 최대 1만1000명가량 부족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따라서 2027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400~800명 선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추계위는 의사인력에 대한 중장기 수급 추계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된 독립 심의기구로, 지난 8월부터 회의를 열어 미래에 필요한 의사 수를 논의해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추계위는 2040년 의사 수 부족 규모를 최소 5704명에서 최대 1만1136명으로 추산했다. 추계위는 국민 1인당 의료 이용량 변화와 의료현장에 실제 공급되는 의사 인력 규모를 산출하기 위해 여러 변수를 적용했다. 의료기관 특성에 따른 입원·외래 의료 이용량, 인구구조 변화,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 면허 취득 이후 임상의사 활동 확률 등이 주요 변수로 고려됐다.

 

이 추계 결과를 단순 적용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현재 3058명에 더해 400~800명가량 증원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계위의 의료계 인사들은 2040년 기준 최대 7000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반면, 학계와 의료수요자 측 의원은 2040년에 의사가 최소 1만~최대 3만명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딱 떨어지는 숫자가 나오지 않자 중앙값인 1만1136명이 산출됐고 내년도 증원 규모도 400~800명으로 넓게 잡았다.

 

의료계 전반의 관측으로는 아마도 의사의 저항까지 감안해 500명 선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결정했던 것과 거의 일치하고, 윤석열 정부 초기에 보건복지가부 밀어붙이려 했던 숫자와 비슷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2025학년도부터 정원을 2000명 증원해 5058명으로 늘리고, 2035년까지 총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증원분의 대부분(82%)을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하고, 이 중 지역인재전형 비중을 60% 이상으로 배정하여 지역 의료격차 해소한다는 방안을 밀어붙였으나 결국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과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올해 8월부터 백짓장 상태에서 추계위에서 논의해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제2의 의료사태(2024년 의사파업의 재현)’가 우려된다며 “(윤석열 정부) 의료 농단의 뼈아픈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의료를 정치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독단적인 정책 강행으로 의료계와 각을 세우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6일 언론브리핑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수급 추계 결과가 나오면 단식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 집행부는 대략 500명 증원은 전국민의 의대 증원 요구를 감안할 때 내심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강경파 의사회와 일부 의료관련 단체들은 의협 집행부를 성토하고 있다. 병원 봉직의사를 회원으로 하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추계위의 어이없는 발표내용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추계위에 다수의 위원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황당한 결과를 회원과 국민들로 하여금 확인하게 한 대한의사협회의 무능과 안일함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추계위에 의료계 인사들이 충분히 참여했음에도 이에 대해 수긍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공론화를 무시하는 처사로 비쳐진다. 

 

병원의사협의호는 의대 정원이 과도하다는 증거로 △정부가 이미 간호법 제정을 통해 의사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제도를 합법화시킴으로써 입원 의료 공급 영역에서 필요한 의사 인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음 △외래 의료 공급 영역의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의 확대로 인해 필요한 의사 인력은 줄어들고 있음 △정부의 요양병원 구조조정 및 돌봄 사업 확대로 인해 요양 관련 의료 공급에서도 필요한 의사 수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 △추계위가 면허의사의 사망은 반영하고 면허이탈자(의사로서 진료를 하지 않는 사람)는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장래 의사수요가 과도하게 잡힌 점 등을 꼽았다. 

 

이런 의사 자체의 시각이야 말로 스스로를 PA의 대체가능한 존재로 격하하고, 요양병원과 대등한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또 능동적으로 의료 인공지능 및 비대면 진료 환경에 적응할 생각은 않고 피해의식과 공포에 절어 있음을 토로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의사사망자나 면허이탈자 운운하는 것은 지극이 마이크로적인 변명에 불과할 것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025년 4월에 내놓은 ‘의대 정원 문제의 역사적 고찰’ 보고서에서 1981년부터 1996년까지 15개 의과대학이 무더기로 신설됨에 따라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됐고, 특히 1994년~1998년에는 9개의 의과대학이 단기에 인가됨으로써 그 부작용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2000년에 의약분업을 계기로 정부가 ‘의사 달래기’의 일환으로 의대 정원이 소폭 감축과 동결이 현재까지 이어져 의대 정원이 늘지 않았다. 이에 의사단체들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청와대, 국회, 교육부, 감사원 등에 의대 신설의 부당함을 탄원한 결과로 의대 정원 동결이 이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25년간의 의대 정원 동결은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료계 파업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과연 그럴까? 

 

그동안 의대 정원 증원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일종의 군의관 양성 사관학교, 속칭 국방의대) 설립이 추진됐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 수도권 의사 쏠림 현상과 지역의 필수의료 붕괴와 의사 근무 기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지방 공공병원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공공의대 설립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 의료계 반발로 수차례 추진이 막혔다. 

 

OECD 평균 대비 현저히 낮은 국내 공공의료기관 비율(5.2%)을 높여 국민의 보편적 의료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민 여론조사에서 83%가량이 공공의대 설립에 찬성하는 등 사회적 요구가 높다. 더욱이 자녀들이 좋은 직업을 갖기 원하는 신세대 부모들의 심리상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넓어지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의사사회에서는 1980년대에 세워진 의대 출신들을 무시하다가, 또다시 1990년대에 세워진 의대들을 ‘졸속’이라며 한번 더 낮춰보는 문화가 한 때 팽배했고 지금도 그런 분위기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의대나 국방의대에서 장차 배출될 의사들이 한동안 차별과 소외를 당하고, 의료계 적응에 애를 먹겠지만 인구 고령화나 직업 선택의 폭 확장을 위해 의사들이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의사 당사자나 관련 가족들말고는 별로 없을 것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출처 복지부)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국립대병원 중심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체계 구축 △지역사회 1차의료 혁신과 포괄 2차병원 육성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질환 중심 진료 전환 지원 등을 촘촘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등을 통해 필수과목과 의료취약지 인력을 확보하고, △공공정책수가 확대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 신설 등으로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가늠하기 어려우나 공공의대(지역의대), 국방의대 등을 통해 증원하려는 규모는 과거 최대 400명까지 논의됐던 것으로 볼 때 최소 그 절반인 200명 이상으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 단체장 출마자와 이를 돕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의대 유치를 경쟁적으로 공약할 것으로 보여 200~500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의사사회는 2024년의 의료대란을 재현하면서 기득권 챙기기에 나서기보다는 민심의 거대한 흐름을 읽고 합리적인 의대 정원 증원을 논의하는 장에서 국민이 공감할 주장을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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