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진행이 빠르고, 생존율이 낮아 암 중에서도 치명적인 암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전이성 췌장암은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항암화학요법이 치료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췌장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암제를 미리 선택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천영국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췌장암 환자의 항암치료 반응을 혈액 기반 ctDNA 분석을 통해 TP53 유전자 변이를 평가함으로써 조기에 평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FOLFIRINOX와 Gemcitabine/nab-paclitaxel 등 두 가지 항암요법을 받은 뒤에도 암이 제어되지 않은 진행성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 전후의 TP53 유전자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치료 전 TP53 변이가 존재하던 환자 중 약 42%는 치료 후 이 변이가 사라졌고, 이들 환자들은 종양 크기가 감소하고 생존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TP53 변이가 치료 후에도 지속되는 환자들은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종양 크기가 감소하지 않거나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천영국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천 교수는 “TP53 유전자 변이가 치료 후 사라지는 것(Clearance)이 치료반응을 잘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췌장암 환자에서 항암치료의 효과 여부를 조기에 판단하여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료 진행 중 TP53 유전자 변이의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항암치료의 효과를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향후 개인맞춤형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치료 전 예측 마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혈액검사인 CA 19-9가 치료반응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연구팀은 CT스캔이나 CA 19-9 수치 변화만으로는 치료 반응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TP53 유전자 변이를 추적하는 혈액 기반 순환종양핵산(circulating tumor DNA, ctDNA) 분석을 통해 훨씬 더 민감하고 정확한 치료반응 평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천 교수는 “진행성 췌장암에 대한 치료는 환자마다 유전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개인맞춤형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TP53 유전자의 치료 전후 변화를 통해 치료반응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TP53 유전자는 대표적인 종양억제 유전자 중 하나로,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췌장암 환자의 예후가 악화되고 항암치료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Clearance of TP53 Mutations in ctDNA Reflects Therapeutic Response in Advanced Pancreatic Cancer Patients’(진행성 췌장암 환자에서 ctDNA의 TP53 변이 소실로 확인하는 치료반응)이란 논문으로 ‘Anticancer Research’(IF=1.7)에 지난달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