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이 오면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들며 골다공증,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조기 폐경 여성에서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이 ‘국내 최초’로 규명됐다.
김미형(제1저자), 황정기(교신저자)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팀은 2009년 국가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여성 310만9509명 중 수술로 인한 폐경 환자와 데이터 누락자를 제외한 자연 폐경 여성 139만3271명을 2019년까지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총 3629명(0.26%)이 복부대동맥류 진단을 받았으며, 40세 이전 조기 폐경 여성은 55세 이후 폐경 여성보다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23% 높았다고 13일 밝혔다.
또 평생 월경 기간이 30년 미만인 여성은 40년 이상인 여성보다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20%나 높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즉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짧을수록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연령이나 흡연 여부 등 기존 선별검사 모델의 주요 위험 요인을 제외하고 ‘조기 폐경(40세 이전)’만을 독립적인 요소로 고려했을 때, 40세 이전 조기폐경 여성의 복부대동맥류 발생률이 40세 이후 폐경 여성보다 약 두 배(0.26% → 0.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기 폐경 자체가 여성에서 복부대동맥류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독립적이고 특이적인 위험 요인임을 입증한 결과다.
복부대동맥류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파열 시 사망률이 최대 80%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여성은 발병률이 남성의 4분의 1~6분의 1 수준으로 낮다는 이유로 검진 권고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으나, 일단 발병하면 남성보다 파열 위험이 4배 높고 수술 예후도 불량해 조기 진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미형 교수는 “여성호르몬은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조기 폐경으로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복부대동맥류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번 연구는 조기 폐경이 여성에서 복부대동맥류를 유발하는 독립적 위험 요인임을 규명한 첫 대규모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기 교수는 “조기 폐경 여성은 기존의 고위험 인자(흡연, 고혈압 등)와 함께 선별검사 대상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며 “여성 맞춤형 복부대동맥류 선별검사 기준 마련과 조기 진단 및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혈관외과학회가 발행하는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Vascular Surgery’(IF 4.3)에 ‘조기 폐경 여성에서 복부대동맥류 발생률 증가’(Increased incidence of abdominal aortic aneurysm in women with early menopause)라는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