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약에 많이 쓰이는 폴리에틸렌 글리콜(Polyethylene glycol, PEG)이 음주 후에 발생하는 간과 장관계의 손상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류담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양경모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강사, 정범선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은 생쥐를 이용, 알코올 단독 섭취군과 알코올과 함께 폴리에틸렌 글리콜을 동시에 섭취한 그룹으로 나눠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류담 교수팀은 두 그룹에서 혈액, 소장, 간 조직을 채취해 혈중 알코올 농도와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를 측정하고, PCR 검사도 시행했다. 행동 양상도 관찰했다.
측정 결과, 알코올 단독 섭취군에서 상승했던 혈중 알코올 농도와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알코올과 폴리에틸렌 글리콜을 동시에 섭취한 그룹에서는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장 및 간 조직 PCR에서도 알코올 단독 섭취군에서 상승했던 염증성 사이토카인 관련 유전자 발현이 폴리에틸렌글리콜 동시 섭취군에서는 현저하게 감소했다.
현미경 검사에서도 알코올 단독 섭취군에서 발생한 간 및 소장 손상이 알코올과 폴리에틸렌글리콜 동시 섭취군에서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알코올 단독 섭취군에서 악화된 마우스의 걸음걸이 등 행동 양상도 폴리에틸렌글리콜 동시 섭취군에서 유의미하게 회복되는 게 관찰됐다.
류담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왼쪽부터), 양경모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강사, 정범선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류담 교수는 “음주 후 폴리에틸렌 글리콜을 섭취하면, 배변을 촉진해 체내 장관계에 남아 있는 잔여 알코올 흡수를 억제함으로써 숙취가 줄어듦을 확인한 연구”라며 “폴리에틸렌글리콜은 소아 변비약에도 사용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이어서, 추가 연구를 통해 숙취로 인한 사회보건학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공동 연구자인 양경모 임상강사와 정범선 교수는 “과음 후에 발생하는 숙취를 해소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약제를 발견했고, 이를 통해 만성 음주자의 전반적 간 건강 회복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에탄올 섭취 후 폴리에틸렌 글리콜 복용의 장 및 간 염증 지표 감소 효과’(Co-administration of polyethylene glycol with binge ethanol reduces markers of intestinal and hepatic inflammation in C57BL/6J mice by diminishing ethanol absorption through the intestinal wall)라는 논문으로 ‘Alcohol Clinical & Experimental Research’(IF=3.2) 저널에 2025년 1월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폴리에틸렌글리콜은 변비 치료용 또는 내시경 검사를 위한 관장용 약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매일 17~34g을 복용하면 변비에 효과적이다. 부작용으로는 복부팽만, 메스꺼운, 복통, 설사, 직장출혈, 두드러기 등이 경하지만 종종 나타난다.
폴리에틸렌글리콜은 석유에서 추출한 모노머 에틸렌글라이콜로 만들어지며 일반적으로 액체 또는 융점이 낮은 고체 상태를 쓴다. 의약품에서는 외래자극에 대해 국소를 보호하는 피부 피복제, 침투성이 강하면서도 안정성이 높은 특성에 따른 연고기제, 고분자를 형성해 약물의 반감기를 연장시키지만 간과 신장에 의해 쉽게 제거되는 장점에 따른 의약품 용제로 쓰인다.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높은 삼투압을 보이는 특성에 따라 Macrogol 3350(분자량이 3350)은 전해질 복합제로 대장내시경검사나 수술 시 전처치용 하제로 사용된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피부컨디셔닝제, 윤활제, 유연제, 계면활성제, 유화제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포융합에 널리 쓰이는 시약 중 한가지로 체세포 유전학에 없어서는 안 될 시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