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담관이라고 하는데, 간 속에 있는 부분을 간내담관, 간 바깥부터 십이지장까지 연결된 부분을 간외담관이라고 한다.
간외담관에 생긴 암은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률이 높지만 재발 가능성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팀이 간단한 피검사로 재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유 교수팀은 간외담관암 수술 및 보조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종양유전체 분석을 위해 혈액검사를 받은 환자 89명을 분석한 결과, 순환종양핵산(ctDNA)이 양성인 경우 암이 재발할 위험이 약 4배 높았다고 11일 밝혔다.
순환종양핵산은 암세포의 찌꺼기다. 암세포는 성장하면서 주변 정상 세포를 변형시키는데, 특정 형태로 변형된 유전자 조각 즉 순환종양핵산이 혈액 속에 떠다닌다. 암 발생 여부를 조기에 예측하기 위한 방법으로 순환종양핵산 검사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2017년 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순환종양핵산 검출 여부와 무질병생존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수술 후 보조항암치료 전, 보조항암치료 실시 12주 후, 24주 후 총 세 번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순환종양핵산이 계속 양성으로 나왔거나 음성이었다가 양성으로 바뀐 환자는 47명, 모두 음성으로 나왔거나 양성이었다가 음성으로 바뀐 환자는 42명이었다.
무질병생존율에 대한 순환종양핵산 양성인 환자의 위험비는 3.81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순환종양핵산이 검출된 양성 환자는 음성 환자에 비해 간외담관암 재발률이 약 4배 높았다.
보조항암치료 중 혈액검사 결과 순환종양핵산이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는 지속적으로 음성이었던 환자와 생존율이 유사했다. 즉 순환종양핵산 상태 변화가 생존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으로 순환종양핵산이 음성으로 나온 환자의 24개월 생존율은 80.4%,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는 75%였지만, 계속 양성으로 나온 환자는 50%, 음성에서 양성으로 전환된 환자는 45.5%였다.
보조항암치료 중 혈액검사 결과에서 순환종양핵산이 음성에서 양성으로 전환됐고 실제로도 나중에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간외담관암이 재발한 11명 중 3명은 재발이 실제로 발견되기 평균 222일 전, 5명은 평균 174일 전에 혈액검사에서 순환종양핵산이 음성에서 양성으로 전환됐다.
순환종양핵산 양성 전환 당시 CA19-9, CEA와 같은 기존 종양표지자검사는 정상으로 나타나, 이들보다 순환종양핵산의 재발 위험 예측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외담관암에서 종양표지자로 흔히 사용되는 CA19-9은 위음성, 위양성 문제를 안고 있어 신뢰도 높은 새로운 바이오마커가 필요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간질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저널 중 하나인 ‘유럽간학회지’(Journal of Hepatology, IF=26.8)에 최근 게재됐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유창훈 교수는 “간외담관암이 수술 후에도 재발률이 높다보니 재발 위험을 더욱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에 대한 필요성이 임상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는데,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암 재발을 발견하기 전에 상대적으로 간단한 피검사로 순환종양핵산 검출 여부를 통해 재발 가능성을 초기부터 파악해 선제적인 치료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