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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백색가루’로 불리던 사카린, 과연 안전할까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4-08-14 18:49:15
  • 수정 2016-02-18 03: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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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폐기물 콜타르서 합성 유래 … 유해한 근거 없지만 국민우려 불식없이 전면 허용 서둘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27일 전격적으로 사카린 전면 사용을 발표해 많은 소비자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공감미료 ‘사카린나트륨(사카린)’의 사용범위를 어린이 기호식품까지 허용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그동안 젓갈, 김치, 시리얼, 소주, 잼, 뻥튀기 등 일부 제품에서만 사용 가능했던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사실상 전면 허용이다.

사카린은 등장 초부터 논란이 많았다. 산업폐기물인 콜타르에서 분리한 톨루엔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977년 캐나다 보건부에서 쥐를 대상으로 사카린나트륨 5%를 사료에 첨가해 120주 동안 투여한 실험 결과가 나오자 ‘공포의 백색가루’라는 말을 들었다. 실험 결과 100마리 중 수컷쥐 14마리에서 방광종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캐나다는 사카린을 발암성 물질로 규정했다. 미국도 ‘델라니 조항’(모든 발암성 물질은 설령 미량이라도 첨가를 금지한다)을 근거로 사카린의 판매를 금지했다.

1985년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사카린나트륨을 7.5% 수준으로 첨가했을 때 수놈에서는 용량-반응 관계를 보이며 방광암을 일으켰으나 암놈에서는 유의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식품에 첨가하는 사카린의 농도는 0.01%로 7.5%는 실제 용량의 750배에 해당하는 과도한 용량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고 쥐와 사람의 대사과정 및 방광구조가 달라 사카린이 사람 방광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는 반론이 나와 캐나다 연구에 따른 오해는 풀렸다.

1980년대엔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국내에서도 이를 답습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유해하지 않다’는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1991년 사용 금지 법안이 철회됐다. 국내서는 1990년대 들어 식품업계와 이익단체들이 사카린 사용 재개를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사용 폭이 늘었다. 이에 따라 1992년 빵류, 과자, 캔디류, 빙과류, 아이스크림류, 코코아가공품, 껌, 과자류, 간장 등을 제외한 식품에서 사카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2000년엔 미국독성연구프로그램(NTP)이 사카린을 발암성 물질 목록에서 삭제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2010년 유해우려물질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국내서도 사카린은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1966년 5월 24일 삼성그룹의 계열사였던 한국비료가 미국에서 사카린 2259포대(약 55톤)을 건설 자재로 속여 들여와 판매한 사건이 벌어졌다. 뒤늦게 부산세관은 1059포대를 압수하고 벌금 2000여만원을 부과했다. 그 당시 국내에서 사카린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건으로 삼성그룹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은 잠정 은퇴를 선언했고 한국비료는 국유화됐다. 이에 직접 관여한 이 회장의 장남 맹희 씨는 이를 계기로 사실상 경영전선에서 발을 떼야 했다.
이로 인해 야당의 김두한 의원이 정부가 이를 눈감아 줬다며 정일권 국무총리에게 국회에서 분뇨를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고, 김 의원은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정국은 요동을 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카린의 제한적 판매로 국내 사카린 생산업체 3곳 중 2곳은 폐업했다. 남은 한 곳이었던 제일물산은 김동길 JMC 회장이 2004년 인수하면서 살아남았다. 김 회장은 미국, 유럽 등 제약·식품회사에 300억~400억원 규모로 사카린을 수출하며 회사를 성장시켰다.

이번 규제 완화로 사카린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기업인 JMC가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사카린이 가격 면에서 국내 사카린보다 유리하지만 중국산 식품을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는 식품첨가물 규제에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한다. 하나는 과학적 근거의 유무다. 둘째는 소비자의 정서다. 과학적인 근거가 확실해도 소비자들이 정서적으로 외면하면 사용을 허가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사카린 사용 재개의 근거는 사카린이 유해하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동안의 우려를 불식시킬 유의할만한 무해성 근거도 확립된 게 없다. 

당뇨병 환자에게 사카린은 설탕을 대신할 값싼 인공감미료이자 치료제가 된다. 서민에겐 비싼 설탕 대신 감미를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첨가료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인공화학비료보다 유기질퇴비를 높게 쳐주는 정서를 볼 때 아직 국민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는데 언뜻 방심한 사이를 틈타 기습적으로 사카린 사용을 사실상 전면 허용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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