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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암 임상연구 수준 세계 6위 … 중국, 미국 대비 절대 건수 밀려, 주도자 임상연구 비중 낮아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12-18 15: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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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별 연구과제 정부 지원 2~3억원 수준, 과제별 집중투자와 연구주체간 소통 통한 효율적 배분 필요
  • 소아청소년암에 대한 임상연구 투자와 평생 모니터링 뒷받침돼야 … 국내 암 조기발견 늘고 생존율 향상은 고무적
  • 대한암학회, 2025년 암 연구동향 보고서 발간 … 2024년에 이어 두 번째, 암 연구정책에 기초자료 기대

대한암학회가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한암학회 암연구동향보고서 2025’를 발간했다. 국내 암 통계지표를 비롯해 임상연구 현황, 최신 진단 및 치료기술, 암 연구 정책 등을 망라했다. 

 

박도중 서울대 의대 교수가 발간위원장을 맡았으며, 22명의 암 연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특히 올해 보고서는 ‘소아청소년암’을 스페셜 이슈(Special Issue)로 선정해 소아청소년암의 국내 역학, 연구 및 치료 발전 현황 등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통해 소아청소년암 분야의 과제와 사회적 지원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학제 진료, 최신 수술기법, ctDNA, 유전체 연구, 정밀의료 등 최신 암 연구 현안에 대한 전문가의 특별기고도 수록했다.

 

소아청소년암은 전체 암 발생의 1~2%를 차지하지만, 15세 미만 소아에서는 사고에 이어 두 번째 사망원인이 될 만큼 중요한 질환이다. 백혈병, 뇌종양, 림프종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성인암과 달리 유전적 요인이 강하고 환경적 요인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성장 발달기에 있어 치료과정에서 장기적인 부작용과 삶의 질에 대한 고려가 특히 중요하다.

 

치료 측면에서 소아청소년암은 성인암 대비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 전체적으로 높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희귀질환의 특성상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 수행이 어렵고, 소아 전용 치료제 개발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치료 후 장기 생존자에서 나타날 수 있는 2차암, 심장독성, 성장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 만성 합병증에 대한 장기 추적관찰과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정책적으로는 소아청소년암 전문 의료진 양성, 전문 치료기관 지정 및 지원 확대, 소아암 환자와 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원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소아청소년암 생존자의 장기 추적관찰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사회복귀 지원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소아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 참여 확대와 희귀 소아암에 대한 정보 공유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암질환의 국내 생존율은 높아지고 사망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암 환자 5년 상대생존율은 2000년 46.5%에서 2018년 71.7%로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러한 성과는 암 발생 대비 사망비(M/I ratio, Mortality/Incidence ratio)를 통해 알 수 있다.암 발생 환자 중 얼마나 많은 환자가 생존으로 이어졌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값이 낮을수록 생존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위암, 대장암, 유방암의 M/I ratio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발간 부위원장인 김태용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낮은 M/I ratio 값은 암검진을 통한 조기진단과 의료현장의 우수한 치료 성과 덕분에 암이 많이 발생하더라도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와 정부의 지원, 국민의 적극적인 예방 활동 참여 등 여러 노력이 합쳐진 결과 높은 암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2년 기준 암 유병자수는 258만8079명으로 전체 인구의 5%와 65세 이상 인구의 14.5%에 이르는 만큼 개인을 넘어 환자의 가족과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암생존자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 글로벌 암 임상시험 수행 국가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암 연구 역량을 입증했다. 특히 폐암과 간췌담도암 분야에서는 글로벌 3위 수준을 기록했다.

 

2024년 기준으로 중국(63.7%)과 미국(50.5%)이 높은 비율을 보여주었고, 한국은 29.3%의 비율로 스페인(22.6%), 영국(22.3%)와 비슷한 수준을 보여줬다. 

 

국내 전체 암 임상시험을 보면 의뢰자 주도 암 임상시험(SIT)의 비중은 70% 이상으로, 연구자 주도 암 임상시험(IIT, 29.3%)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의 높은 임상시험 수행 능력을 보여주지만, 연구 생태계의 자율성과 공공 연구 지원 구조 등에서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자 주도의 독립적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의뢰자 주도 암 임상시험의 절대적인 숫자에 있어서는 미국 및 중국의 15~19% 수준

에 해당하여, 향후 수월한 임상시험 수행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액체생검은 혈액 등의 체액을 이용해 순환종양핵산(circulating tumor DNA, ctDNA)을 분석해 암의 진단, 치료제 선택, 치료반응 추적, 예후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침습적인 조직생검(tissue biopsy)과 달리 한 번의 혈액 채취로 환자에게 부담이 적으며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tDNA는 종양세포의 세포자멸사, 괴사, 활성분비를 통해 방출되는 DNA 조각으로, 혈액뿐 아니라 소변, 뇌척수액, 흉막액, 타액 등 다양한 체액에서 검출된다. 그 양은 종양의 크기 및 병기와 상관관계를 보이며, 종양이 클수록 ctDNA 양도 많아진다. ctDNA의 유전적 변이는 종양조직과 많은 경우에서 일치하지만, 때로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ctDNA가 종양의 이질성(heterogeneity)을 더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ctDNA는 혈중 농도가 매우 낮고 반감기가 2시간 미만으로 짧아, 검체 채취 및 보관, 분석 방법에서 고도의 민감도와 정밀도가 요구된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분석 기술은 특정 유전변이를 표적으로 삼는 실시간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CR), 디지털중합효소연쇄반응(digital PCR), 수십에서 수백 개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이 있다.

 

EGFR 변이(Exon 19 결손, L858R, T790M 등)의 검출을 위한 폐암 환자 대상의 액체생검은 다수의 기관에서 정규 진료로 자리잡았고, 유방암에서 PIK3CA 변이 검출을 통한 치료제 선택에도 사용되고 있다. 전립선암에서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에서 ctDNA 기반 BRCA1/2, ATM 등의 DNA 손상복구(DNA damage repair, DDR)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여 PARP 억제제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동반진단으로 적용되고 있다.

 

NGS 기반의 ctDNA 분석은 종양 특이적 변이를 광범위하게 탐지할 수 있으며, MSI(microsatellite instability), TMB(tumor mutation burden)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 분석에도 응용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암 진단 시장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년 2억6800만달러에서 2028년 6억56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AI 기술은 유전체 데이터 기반의 신약 개발, 정밀의료, 질병 예측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가 대폭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암 연구 과제별 투자 규모는 부처별로 다양한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보건복지부의 과제별 규모는 2.2억~3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기초-임상 간 중개연구, 세포치료제, 면역항암제, 항체-약물 접합체 등 새로운 개념의 약제가 등장하고 산학연계 연구 및 다학제 연구가 늘어나는 점에 비추어보면 과제당 지원액은 충분하지 않으며, 특히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데는 지원 자체도 많이 부족할 뿐 아니라 여러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각 과제별 특성을 고려해 유망한 과제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기초 및 임상 연구, 학계‧의료계‧기업 등 연구 주체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연구비 지원 분배를 논의해야 한다.  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이 18일 서울 소공동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암 연구동향 보고서 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대한암학회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보고서 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내용과 발간 의미를 알렸다. 

 

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은 “올해 두 번째 발간을 맞은 대한암학회 암연구동향 보고서는 국내 연구자의 미래지향적 암 연구 방향 설정과 국가 암 관리 정책 수립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암 연구 환경과 주요 동향 등을 담은 이번 보고서가 국내 암정복의 길잡이로서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암은 고령화로 인해 발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치료를 넘어 예방, 조기진단, 생존자 관리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적 연구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번 보고서가 빠르게 변화하는 암 연구 환경을 정확히 진단하고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있어 우리나라 암 연구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도중 교수는 “중국의 암 연구동향과 암통계 국제비교, 소아청소년암 등 새로운 내용을 수록해 국내 암연구의 우수성과 미충족 분야를 폭넓게 제시했다”며 “특히 정책입안자들에게는 암연구자 친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상욱 대한암학회 회장은 “연구자와 정부, 국민의 노력이 더해져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과 암연구 역량을 갖추게 됐으나, 여전히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라며 “암 정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대한암학회가 중심이 되어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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