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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해피아·국피아 ‘피아(fia) 전성시대’ … 이러다간 모든 부처에 피아 붙을 판
  • 정종호 헬스오 편집국장
  • 등록 2014-07-09 10:40:30
  • 수정 2021-07-20 20: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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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토피아·헬스피아·그린피아 등 좋은 ‘피아(pia)’는 가고 관료불신 팽배 … 벼슬할 자의 도덕 재무장 시급

세월호 참사 이후 ‘피아’란 접미사가 붙은 단어들이 몹쓸 말들이 됐다. 원래 있던 마피아, 모피아에서 관피아, 해피아, 국피아, 정피아, 철피아, 기피아 등이 생겨나 유행 신조어의 확장이 어디서 끝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요소요소에 부패한 정부조직 또는 관료화된 조직이 스며들어 있고, 크고 작은 부정이 관행화돼 뿌리가 깊다는 뜻이다.

잘 알다시피 마피아(Mafia)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발원한 비밀범죄 조직으로 밀주, 마약밀매, 매춘, 도박업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돈을 벌었다. 지금은 대기업화돼 재벌처럼 변모했다고 전해진다.

최근 일컬어지는 관피아의 원조는 모피아다. 모피아는 과거 재무부 출신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무부(MOF, 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재무부(이후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등 명칭 변경) 출신 인사들이 산하기관을 장악해 은행장, 국책금융기관장, 재무금융 관련 산하기관장 등을 싹쓸이 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이다.

해피아는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해양경찰철, 선주, 안전관리기관(선급) 등이 거의 패밀리가 돼 선박 및 운항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이권을 나눠 가지는 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해양에 관한 전문성과 실전경험은 특정인에 한정돼 있는데 감독자의 시선은 느슨하다보니 세월호 같은 참사가 일어났다. 해수부 출신, 해양대 일색의 형님 동생하는 이 분야의 인맥이 세월호 참사를 낳았다는 비판은 이미 수없이 제기됐다.

모피아, 해피아 탓에 국피아, 산피아, 복피아, 환피아, 농피아, 기피아, 법피아란 단어도 생겼다. 국피아는 국책 토목건설공사, 산피아는 원전건설 및 관리 등에 관한 비리와 부정에 대해 할말이 없는 상태다. 복피아는 S대 사회복지학과 출신 및 복지관료들이 산하기관 또는 관련 이익단체에 취업하면서 해당 이권을 들어준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법조 비리를 일컫는 법피아, 세무 비리를 말하는 세피아도 있다. 최근엔 철도시설공단의 납품비리와 관련, 철피아란 말도 나온다.

해마다 수억원대의 기상장비 도입을 놓고 납품비리에 대한 고발·투서가 난무하는 기상청도 전직 고위 관료가 퇴직후 기상진흥원이나 관련 업체에 자리잡는다. 환피아는 폐가전 재활용 사업을 환경부 출신들이 독식한다는 구설로 도마에 올랐다.

 
비리의 규모로 볼 때 복피아 환피아 기피아는 모피아 국피아 산피아 해피아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기상청의 경우 Y대와 S대 출신들이 파벌을 이루면서 대립하고 조직질서를 해치고 이권을 나눠갖는다는 얘기가 나온지 오래다. 규모만 적었지 그 행태는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파벌로 치면 농피아도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S대 고시 출신들의 끈끈한 인맥과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거대한 예산을 타놓고 흥청망청 쓰여지는 예산이 한두 푼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림수산식품부 일부가 합쳐 승격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약처 관료들은 농림부 출신의 과단성에 놀랐다고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예산 책정과 집행에 있어 ‘0’이 하나 더 붙는다는 것이다. 그 과단성이 선용된다면 다행이지만 끼리끼리 문화에 활용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농민을 위한다며 농민 위에 군림하고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우리 농촌이 여전히 후진성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책임은 어느 정도 농림 관료들에게 있지 않을까. 

국피아의 경우 ‘산하기관 낙하산이 가장 적은 편인데 이유는 워낙 건설 관련 비리가 많다보니 잘릴 사람은 이미 50대에 옷을 벗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관료들만 두드려 맞는 게 억울했던지 ‘정피아’도 타깃이 됐다. 국회의원, 당료, 보좌관 출신들이 여기저기 위원회나 산하기관을 자리잡아 전문성을 갖춘 관료들의 정책집행에 방해가 되고 자리보전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정치란 게 국민의 인기(선거 득표)를 통해 권력을 쟁취하는 ‘허업(虛業)’(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비유)이다보니 애초 그런 속성의 사람과 직업에게도 먹고 살 자리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오직 정치권력만이 끼리끼리 해먹는 관료집단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견해다. 너무 ‘국민의 사랑’을 팔면서 자기실천이 허약한 게 치명적 결함이지만 말이다.

피아의 접미사가 붙는 말은 원래 좋은 뜻으로 많이 쓰였다. 이상향(理想鄕)을 의미하는 유토피아(Utopia)에서 파생해 ‘헬스피아’, ‘가구피아’, ‘마린피아’, ‘그린피아’ 등등 해당 분야의 최고봉을 지향하는 상표명으로 널리쓰였다.

부정적인 ‘○○피아’와 긍정적인 ‘○○피아’의 쓰임새 차이는 철자가 ‘fia’에서 유래됐느냐, ‘pia’에서 왔느냐다. 유토피아의 라틴어 어원은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없는 ou-) 곳(장소 toppos)’이니 ‘부정적 fia’는 영원히 척결되지 않고 ‘긍정적 pia’는 요원할지 모른다. 

관피아·모피아 등 ‘부정적 피아’가 나쁜 점은 배우고 권력을 가졌다는 사람이 불의에 눈감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데 있을 것이다. 정통 모피아 출신으로 일컬어지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방계인 금융연구원 출신인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은행내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내홍을 벌이다가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과거 출세의 길이 외줄일 때에는 이런 트러블 없이 내부정리가 됐겠지만 주류와 방계가 아귀다툼을 벌이다 꼴이 우스워졌다.

따지고 보면 하나의 은행에 지주회사 회장은 뭐며 은행장은 뭔가. 이런 저런 구실을 대지만 위인설관(爲人設官)일지 모른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에 각 행정부처는 국민 눈치보느라 수개월째 수십자리의 고위관료 및 산하단체 기관장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런 자리를 장기간 비워도 국민생활에 불편이 없다면 없애도 되지 않을까.

공교육이든 엘리트교육이든 뭐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교육에 대한 철학적 지조도 없고 박사학위 따서 퇴임후 지방대·수도권 전문대 총장 자리나 노리는 고위교육관료, 그냥 내버려둬도 잘 나가는 기업들에 숟가락 하나 얹히고 생색나는 산업자원통상부 관료 등에 존재의 이유를 부여할 수 있을까. 부정적 피아들은 원래도 있었고 앞으로도 잔존하겠지만 세월호 참사에 수면 위로 부상하니 진도 앞바다 잠수구조대원의 시야만 부옇게 흐려놓는다. 무정부주의자가 되고 싶다는 서민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벼슬하고 싶은 자의 남다른 윤리무장과 학창시절부터의 가치관 교육이 새삼 강조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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