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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약가 인하 압박 … 제약사에 메시지 주는 효과 크지만 ‘생색내기 전시용’ 그칠 듯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6-01-02 09: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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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7월 최혜국 약가 요청한 17개사 중 1차 5社, 2차 9社 등 14곳 타결 … 현재 3곳 협상 중
  • 메디케이드 대상 특정 약만 할인, 그마저도 특허만료 藥 상당수, 현금 내야 할인 … 복잡한 美 의료체계도 발목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사와의 개별 협상을 통해 추진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인하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암젠(Amgen),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베링거인겔하임, 제넨텍(로슈), 미국 머크(MSD),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 사노피(Sanofi), 노바티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9개 제약사와 약가 인하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30일 화이자를 시작으로 10월 중순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릴리, 노보노디스크, 독일 머크(EMS세로노) 등 5개 제약사들이 미국에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MFN) 수준으로 의약품을 공급하겠다고 1차 선언한 지 거의 두 달여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일단 굴신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1일, ‘해외 최저 수준으로 약가를 인하하라’고 당부하는 내용을 서한을 보낸 17개 제약사 중 총 14개 제약사 가운데 3개 제약사(애브비, 존슨앤드존슨, 리제네론)만이 약가 인하 정책에 동참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협상 중이며 조만간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19일, www.TrumpRx.gov을 통해 의약품을 직구할 경우 대폭 할인된 약가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암젠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레파타’(에볼로쿠맙)의 경우 www.TrumpRx.gov을 통해 직구하면 종전의 573달러에서 239달러로 크게 인하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2025년 12월 19일 미국내 약가 인하를 결정한 제약사, 상품명, 적응증, 종전 가격, 할인 가격(출처 구글 검색) 

백악관은 이 합의에 힘입어 미국 내 전체주들의 의료보호(Medicaid) 프로그램을 통해 9개 제약사들이 발매 중인 의약품들의 최혜국 약가로 제공받게 됐으며, 이에 따라 연간 수 십억 달러의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취약한 환자들을 위해 의료보호 프로그램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역사적인 노력(historic efforts)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일 미국 정부와 계약한 9개 제약사들은 이밖에도 가까운 장래에 미국에서 제조시설에 최소한 총 150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합의에 따라 해외의존도를 낮추고, 비상 상황에서 미국에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 제약사들이 원료의약품 전략 비축시설(SAPIR)에 핵심 제품들의 원료의약품을 무상 증정키로(donating) 했다.

 

예컨대 GSK는 흡입형 천식 치료제의 원료의약품 알부테롤을 98.8kg, BMS는 항응고제 ‘엘리퀴스’ 정제의 유효성분인 아픽사반 6.5t, MSD는 복잡성 감염증 치료용 광범위 항생제 얼타페넴(Ertapenem) 3.5t을 각각 증정키로 했다.

 

그러나 이 협상은 특정 의약품으로 할인 대상이 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대상 품목 상당수가 이미 높은 리베이트가 적용되거나 특허 만료가 임박한 제품인 것으으로 분석됐다. 특히 할인 가격은 현금 지불 고객에게만 적용되며, 보험 가입자는 기존 급여·유통 구조에 따라 약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약가 인하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적 의지를 부각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즉 일종의 생색내기 전시행정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미국 의료전문가들은 “현금 가격 자체가 일반적인 본인부담금보다 높아 순가격 기준으로 보면 실질적인 약가 인하 폭은 거의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단 물꼬를 튼 약가인하 흐름이 향후에 적용 범위가 메디케이드뿐만 아니라 일반 사보험으로 확대되고, 영양가 없는 특허만료 신약이 아니라 핵심 신약까지 확대될 경우 제약사의 글로벌 가격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즉 글로벌 신약 가격이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미국에서 손해본 매출실적을 다른 국가에서 약가를 올림으로써 벌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자는 다국적제약사들의 엄포일 뿐 세계 최대 미국시장에서 약가가 내려갔는데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에서는 올라간다는 시나리오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의약품을 포함한 관세협상을 타결하고, 의약품 대미 수출 관세를 15%로 확정했다. 아울러 한국이 미국의 신약 약가 참조국에서도 제외된 만큼 한국의 글로벌 신약 약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 세계 시장에서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약가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정책 메시지 효과가 크지만, 복잡한 보험급여 구조와 리베이트 체계가 얽힌 미국 의료시스템 특성상 구조적인 약가 인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PBM(Pharmacy Benefit Manager, 의약품 급여 관리업체)를 매개로 한 제약사, 보험사, 의사, 약국 간 고비용 유통체계는 초법적인 청산 의지가 없다면 약가 인하를 실현하긴 어렵다. 

 

MFN 확대가 실제 집행 단계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약가 질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겠지만, 그 수혜가 미국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정도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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