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애브비의 난소암 치료제 ‘엘라히어’(Elahere: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 mirvetuximab soravtansine-gynx)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시판 승인을 19일 받았다.
엘라히어주는 난소암의 성장‧전이‧치료저항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암세포 표면에서 고도로 발현되는 단백질인 엽산 수용체 알파(Folate Receptor α, FRα)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에 항암약물(세포독성 항암제)을 접합한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로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치료제로 허가됐다. 미르베툭시맙이 FRα에 대응하는 항체이고, 소라브탄신은 세포독성항암제(페이로드)이다.
적응증은 ‘이전에 1~3종의 전신요법을 받은, FRα 양성이면서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저항성이 있는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 성인 환자에서 단독요법’이다.장액성 난소암은 난소암의 가장 흔한 유형으로 난소 표면 상피세포에서 발생하며, 세포 모양이 불규칙하고 악성도가 높으며 장액성(serous) 특징을 보이는 암이다. 난관암(나팔관암)과 원발성 복막암은 난소암 병기 분류에 포함되고 동일한 요법 및 결과를 보이므로 상피성 난소암의 일부로 간주되고 있다.
식약처는 엘라히어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대상으로 2024년 10월 28일로 지정하고 신속심사를 진행해왔다. 식약처는 이날 FRα 양성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엘라히어주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환자 종양의 FRα 양성 여부 검사를 위한 한국로슈진단의 동반진단의료기기인 ‘VENTANA FOLR1(FOLR1-2.1) RxDx Assay’도 함께 허가했다. 이 동반진단검사는 난소암 검체 내 FRα의 발현 정도를 면역조직화학 기술을 이용해 측정한다. 이 검사를 통해서 종양 세포의 75% 이상에서 세포막 염색 강도가 2+ 이상으로 확인된, 즉 FRα 양성이어야 최소한의 투여 자격이 주어진다. 전체 난소암 환자의 35~40%가 FRα 양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라히어는 종양세포 표면 FRα 수용체에 결합해 강력한 세포독성 물질을 방출해 암세포를 사멸하고, 주변 암세포까지 제거하는 기전으로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에서 처음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전체 생존 개선을 확인하는 등 임상적 유의성이 관찰되었다.
허가의 기반이 된 3상 ‘MIRASOL’ 임상연구 결과, 엘라히어는 FRα 양성이며 이전에 최대 3가지 치료 경험이 있는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요법인 비(非) 백금 항암화학요법(의사들이 선택한 최적의 표준요법)과 비교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HR=0.65 [95% CI 0.521, 0.808]; p<0.0001). 엘라히어 치료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5.62개월로(95% CI 4.34, 5.95), 대조군의 3.98개월(95% CI 2.86, 4.47) 대비 개선됐다. 엘라히어의 객관적 반응률(ORR) 역시 42.3%로 대조군(15.9%)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높았다(odds ratio=3.81 [95% CI 2.44, 5.94]; P<0.001).</p>
엘라히어 치료군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16.46개월이었던(95% CI 14.46, 24.57) 반면 대조군은 12.75개월로 나타나(95% CI 10.91, 14.36)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으며, 사망 위험 또한 33% 감소했다(HR=0.67 [95% CI 0.504, 0.885]; p=0.0046).
엘라히어와 관련한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모든 등급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엘라히어 치료군 96.3%, 대조군 93.7%이었다.
이러한 임상적 유용성을 바탕으로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FRα 양성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의 치료로 엘라히어를 선호요법(preferred regimen)이자 카테고리 1(Category 1)으로 권고하고 있다. 대한부인종양학회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장 높은 근거 수준(Level I)과 권고 등급(Grade A)으로 엘라히어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김재원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교수는 “백금저항성난소암은 치료 선택지가 현저히 부족해 혁신적인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엘라히어는 3상 연구를 통해 FRα 양성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의 연장뿐만 아니라 전체 생존율 개선을 입증했고,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대조군과의 전체 생존 곡선 차이가 점차 벌어지며, 치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엘라히어는 백금저항성 환자 대상으로 국내에서 처음 허가되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ADC 약제로 국내 환자의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더불어 FRα발현율은 진단부터 재발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편으로, 백금저항성으로 진행 시 환자가 신속하게 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초의 난소암 조직 진단 시 동반진단검사를 통하여 FRα 양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지호 한국애브비 의학부 전무는 “이번 허가로 미충족 수요가 컸던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들에게 ADC 치료제의 혁신적인 치료 혜택을 처음으로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애브비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난소암에서 표적 치료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난소암의 전 단계에 걸쳐 치료 예후를 개선하고 여성들의 더 건강한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엘라히어는 미국에서 계열 최초의 FRα 양성 난소암 치료제로 2022년 11월 14일 가속승인을 받았다. 이어 2024년 3월 22일 정식 승인으로 승격됐다. 백금저항성 난소암 치료에 약 1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다.
혈관내피성장인자(VEGF-A)에 결합해 혈관신생(angiogenesis)을 억제하는 기전의 로슈 ‘아바스틴’(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 bevacizumab)은 파클리탁셀, 페그화 리포솜 독소루비신 또는 토포테칸을 포함한 화학요법과 병용하여 백금 저항성 재발성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 치료제로 2014년 11월 미국에서 승인된 바 있다. 아바스틴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3상 ‘AURELIA’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진 성과다.
엘라히어의 원 개발사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섬(Waltham)의 항체-약물 결합체(ADC) 항암제 개발 전문기업 이뮤노젠(ImmunoGen 나스닥 IMGN)이었는데 2023년 11월 30일, 애브비에 101억달러에 인수됐다.
국내에서도 올해 1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난소암 영역에서 생존 개선 효과를 인정받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