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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SD ‘윈레브에어’, 새로운 기전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 20년 만에 등장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08-13 15: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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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약은 폐동맥혈관 확장에 국한 … 폐동맥압은 스펀지에 물 적시듯 약해, 폐소동맥 비후 막는 ‘윈레브에어’가 적합
  • 3상 임상서 사망 또는 악화 위험 84% 낮춰 … 혈관구조 개선으로 혈압 정상으로 역전(Reverse remodeling) 기대
  • 미국·유럽·일본은 1차 치료제로 권고 또는 예정 … 국내 임상지침 개선 및 조기 급여화 기대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뒤처져 있는 우리나라의 폐동맥고혈압 치료 현실을 개선할 기대주가 등장했다.

 

조기 병용요법과 신약에 대한 접근성의 제한으로 좀처럼 치료 성적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던 가운데, 폐동맥고혈압의 근본 원인에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인 한국MSD의 ‘윈레브에어주’(Winrevair 성분명 소타터셉트. Sotatercept-csrk, 45mg 및 60mg 피하주사제)가 지난 7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윈레브에어는 ‘STELLAR’ 3상 임상에서 폐동맥고혈압으로 인한 증상을 크게 개선한 것은 물론 폐동맥고혈압 악화 또는 사망의 위험을 위약 대비 84% 줄여 화제를 모았다.

 

특히 좁아진 혈관을 확장하는 기존의 치료제들과는 달리 폐동맥 혈관벽을 두껍게 만드는 액티빈(activin) 신호를 억제, 두꺼워진 혈관벽 자체를 얇게 만들어 폐동맥고혈압으로 인해 변형된 폐동맥과 우심실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란 근본적 치료기전 덕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MSD는 12일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과 김경희 진료지침위원장(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을 초청,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윈레브에어의 임상적 의의를 살펴보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장

심폐 순환계는 좌심실(left ventricle)→대동맥판(aortic valve)→대동맥(aorta)→온몸→대정맥(vena cava)→우심방(right atrium)→삼첨판(tricuspid)→우심실(right ventricle)→폐동맥판(pulmonary valve)→폐동맥(pulmonary artery)→폐(lung)→폐정맥(pulmonary vein)→좌심방(left atrium)→이첨판(bicuspid valve)→승모판(mitral valve)→좌심실로 거듭 순환한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우심실)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주는 폐동맥(소순환계)에 이상이 생겨, 그 중에서도 폐소동맥의 벽이 두꺼워지고 내강이 좁아지면서 구조적으로 협착돼 혈압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기대 여명은 평균 7년에 불과하다.

 

정욱진 회장은 “폐동맥고혈압은 질병이 진행되면서 호흡곤란, 기침, 피로에서부터 현기증, 실신까지 겪지만 비특이적인 증상과 복잡한 진단 과정으로 진단까지 최대 3년이 걸리는 ‘진단 방랑’을 겪는다”며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은 걷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 운동은 물론 육아, 집안일, 사회생활 등 일상생활 전반에 심각한 제약을 받으며, 심한 경우 돌연사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상당수가 가정과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40대 여성이기 때문에, 이들의 투병 및 부재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크다”면서 “이들에게 건강한 일상을 돌려줄 수 있는 치료전략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 ERA)와 포스포디에스테라제5 억제제(Phosphodiesterase5 inhibitor, PDE5i), 프로스타사이클린(prostacyclin) 등 3가지 계열에서 10가지 이상의 치료제가 출시돼 활용되고 있지만, 주요국과 비교해 치료 성적에서 적잖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조기 병용요법의 제한으로, 일부 고위험군을 제외하면 대부분 치료 성적에 따라 최대 3가지 약제까지 순차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게다가 프로스타사이클린 계열의 혈관확장제인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플로란’(Flolan), 얀센의 벨레트리(Veletri) 등)은 중증 폐고혈압 환자의 생존율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괄목할 만한 효과를 보이지만 한국에서는 환자 수가 적어 수익성이 낮은데다가 우리 보건당국(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호의적으로 약가를 책정할 기미도 엿보이지 않아 1995년에 미국에서 허가됐지만 30년째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 일부 환자군에서 조기병용요법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 폐동맥고혈압 치료 성적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환자의 약 30%는 진단 후 5년 이내에 사망하고 있다. 

 

정 교수는 “과거 폐동맥고혈압에 효과적인 약제가 없었을 때, 전체 환자들의 평균 5년 생존율은 34%, 평균 생존기간은 2.8년에 불과했다”며 “현재 에포프로스테놀만이 유일하게 폐동맥고혈압에서 생존율을 개선한 약제인데도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 초기에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병용 투여해 폐혈관을 확장해놓고 이를 유지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며 “순차적으로 사용 약제를 늘리는 현행 건강보험 급여체계로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성적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희 위원장은 “저위험군 환자도 즉각적인 초기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개선돼야 한다”며 “학회는 △저위험~중간 위험군 환자 대상 초기 2제 병용요법 권고 △고위험군 환자 대상 초기 3제 병용요법 권고 △sGC(가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 기전의 아뎀파(성분 리오시구앗) 추가 및 치료제 격상 권고 △윈레브에어 추가 및 치료제 격상 권고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대한폐고혈압학회 진료지침위원장, 김 알버트 한국MSD 대표이사 (왼쪽부터)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도입된 윈레브에어는 2005년 6월 미국에서 승인된 ‘레바티오’(Revalio, 성분명 실데나필, Sildenafil), 2023년 10월 미국에서 승인된 ‘아뎀파스’(Adempas, 성분명 리오시구앗 Riociguat) 이래 20년 만에 새로운 기전으로 등장했다. 윈레브에어는 미국에서 2024년 3월 27일 허가받았다. 

 

레바티오와 리오시구앗은 크게 보면 혈관확장제다. 레바티오는 cGMP(cyclic guanosine monophosphate)를 분해하는 효소인 PDE5(phosphodiesterase type 5)를 억제하여, cGMP 농도를 높게 유지시킴으로써 혈관을 이완시켜 폐동맥(레바티오의 약리기전) 또는 음경(비아그라의 약리기전)으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킨다. 

 

리오시구앗(Riociguat)은 가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sGC)를 직접 자극하거나 내인성 산화질소(NO)와 sGC의 결합을 안정화시켜 sGC 경로를 활성화한다. 이런 기전으로 혈관을 이완시키고 폐동맥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통해 폐동맥고혈압을 치료한다. 총체적으로 혈압을 낮추고 심장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혈관확장으로만 폐동맥고혈압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폐동맥의 정상 압력은 평균 9~16mmHg 정도(14±3.3mmHg)이다. 폐동맥고혈압은 이 압력이 25mmHg 이상인(20mmHg 이상으로 잡기도 함) 경우다.

 

정 회장은 “폐동맥고혈압은 정상 압력이 일반 혈관에 비해 매우 낮아 마치 ‘스펀지’로 물을 흡착했다가 번지게 하는 것과 비슷한 패턴으로 혈류가 순환한다”고 비유했다. 그는 “페동맥의 말단에 해당하는 폐소동맥이 마치 암이 증식하듯 두꺼워지는 게 폐동맥고혈압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를 해소하는 게 폐동맥을 이완 확장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치료 기전”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측면에서 ERA, PDE5i, prostacyclin 등 기존 치료제들은 모두 혈관확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폐동맥이 두꺼워지는 것을 억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윈레브에어는 ActRIIA-Fc(Activin receptor type IIA-Fc) 융합 단백질의 일종으로, 폐혈관 친 증식성 인자인 액티빈을 차단한다. 즉 비상적인 액티빈의 성장촉진 신호를 차단, 혈관 형성(비후)에 제동을 걺으로써 폐동맥고혈압을 개선한다.

 

2023년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회의(ACC.23/WCC)에서 발표된 STELLAR 임상 결과는 이 같은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세계보건기구(WHO) 기능 분류(FC) 2급 또는 3급인 폐동맥고혈압 환자 3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기관, 무작위배정, 위약대조 3상 임상으로,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1대 1로 나뉘어 기존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에 더해 위약 또는 윈레브에어(3주 1회 피하주사)로 치료를 받았으며, 24주간 1차 치료를 진행한 후 확장 연구를 위해 치료를 이어갔다. 

 

연구의 1차 평가지표는 24주차에 평가한 기저시점 대비 6분 보행거리의 변화였다. 2차 평가지표는 △6분 보행거리 30미터 이상 개선 △NT-proBNP가 30% 이상 감소하면서 300pg/mL 미만 달성 또는 유지 △기능 분류 2로 유지 또는 개선 △폐혈관 저항(PVR) △사망 또는 임상적 악화 사건까지의 시간 △위험도(French risk score) △폐동맥고혈압 증상영향 척도(PAH-SYMPACT) 등으로 정의했다.

 

이 가운데 1차 평가지표인 치료 24주차 6분 보행거리 변화는 위약군이 기저시점 대비 1.4m 감소한(이하 중앙값 기준) 반면 윈레브에어는 40.1m 증가했다(P<0.001).</p>

 

Hodges-Lehmann location shift 분석으로는 윈레브에어군의 6분 보행거리가 기저시점 대비 평균 40.8m, 최소 33m 이상 증가했다.

 

2차 평가 변수 중 △6분 보행거리 30m 이상 개선 △NT-proBNP가 30% 이상 감소하면서 300pg/mL 미만 달성 또는 유지 △기능 분류 개선 또는 2로 유지를 모두 달성한 환자는 윈레브에어군이 38.9%로 위약군의 10.1%보다 네 배 가까이 더 많았다(P<0.001). 또 위약 대비 폐혈관 저항은 234.6dynㆍsecㆍcm-5가량, NT-proBNP는 441.6pg/ml가량 개선됐다.</p>

 

나아가 사망 또는 첫 번째 임상적 악화까지 위험은 윈레브에어군이 84% 더 낮았다(HR=0.16, 95% CI 0.08-0.35, P<0.001). 이런 사건 발생은 각각 9건(5.5%) 대 42건(26,3%)이었다. </p>

 

이같은 결과는 역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성적으로, 단순히 폐동맥 압력을 낮추는 게 아니라 폐동맥의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치료원리를 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김경희 위원장은 “윈레브에어가 혈관벽을 두껍게 만드는 액티빈 신호를 차단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혈관의 증식을 억제해 재형성된 폐동맥과 우심실을 되돌릴 수 있는(reverse remodeling)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유럽과 미국에서는 진료지침 위원회 전문가들이 추후 폐동맥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시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윈레브에어)의 추가 병용을 권고했으며, 일본에서는 2025년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통해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의 추가 병용을 빠르게 업데이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폐고혈압학회도 국내 폐고혈압 진료지침에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를 추가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윈레브에어는 혁신적 기전과 임상적 효과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우선평가약제로 지정돼 신속하게 허가됐다. 특히 식약처의 제2차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통해 한국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치료에 접근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MSD 관계자는 “심평원과 윈레브에어의 급여 적정성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적정한 가격으로 협의해 조속히 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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