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는 인두(목), 후두(성대), 기관으로 구성된 상기도와 기관지, 세기관지, 폐로 이뤄진 하기도로 구분된다.
호흡기 감염은 의료기관을 찾는 가장 흔한 감염병으로 성인에 비해 소아에서 발생률이 높다. 폐렴을 제외한 하기도감염(LRTD, LRTI)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생제 치료를 권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급성 기관지염으로 진단받은 소아의 62.5%(2017년 질병관리본부 항생제 사용지침)에서 항생제가 처방된 것으로 조사돼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표준지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기관지염과 세기관지염은 극히 일부에서만 세균이 원인이 된다. 폐렴은 2세 미만 소아의 경우 약 20%에서 세균이 원인이어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의사들은 경험칙으로 원인 불상의 급성 호흡기감염에 세균감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거나, 세균성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세균감염의 증거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거나, 신속한 회복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흔히 콧물, 기침, 목의 통증, 오한을 일으키는 감기(대표적인 상기도감염·URTI)와 같은 흔한 호흡기감염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고 필요하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감기 등 항생제의 적응증이 없는 질환에서 외래 기준으로 환자의 40~50% 안팎에서 항생제가 처방되고 있다.
항생제 처방 유용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원인 병원체를 밝힐 수 없고, 환자의 응급한 치료가 필요하며, 항생제 투여가 실보다 득이 많다고 판단되면 항생제 투여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감기, 기관지염, 폐렴을 중심으로 호흡기감염 질환에서 항생제 처방 개요를 알아본다.
감기의 항생제 처방
감기에서 항생제는 중이염, 축농증, 폐렴, 결핵 같은 2차 감염(합병증)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관점에서 항생제 투여가 이뤄지고 있다. 또 만성질환 등으로 저항력이 저하된 사람에게도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항균요법이 권고된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황색·갈색 가래 또는 피가 섞인 짙은 가래가 나올 경우(하얗고 누렇거나 연녹색의 콧물은 항생제 처방 대상이 전혀 아님), 고열이 심한 경우, 감기가 재발하는 경우, 중이염 및 축농증이 확실한 경우 등에 항생제를 처방한다. 3일 동안 항생제를 투여해서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다른 항생제로 바꾸는 게 권장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실제 지켜지는 경우가 그리 높지 않다. 증세가 없어져도 완전한 치료와 세균의 항생제 내성 획득 억제 등을 위해 1주일가량 쓰는 게 원칙이다. 미국 교과서에선 축농증, 기관지염, 중이염 등 합병증 우려가 있을 경우 최소 10일을 쓰라고 기술돼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환자는 감기 합병증으로 폐렴에 감염되기 쉬운데 감기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가래검사를 통해 폐렴으로 진단되면 병원에 입원해 강도 높은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페니실린(penicillin)계 또는 세파(cepha)계 광범위 항생제가 1차적으로 선택되고, 2차로 마크롤라이드(Macrolides) 계열, 3차로 플루오로퀴놀론(Fluoroquinolone) 계열을 복용한다.
감기의 급성 부비동염
감기에서 가장 흔한 증상인 급성부비동염의 경우 미국에서 성인 환자 8명 중 1명 꼴로 항생제가 처방됐다(2012년). 급성부비동염의 98%는 바이러스성이어서 항생제가 치료에 도움된다는 것을 보증할 수 없지만 1차 선택 항생제로 아목시실린(Amoxicillin) 단독 또는 amoxicillin/클라불린산(clavulanate) 복합제가 권고된다. 클라불린산은 페니실린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주가 갖고 있는 베타락타마제(β-lactamase)라는 페니실린 분해효소를 불성화시킴으로써 약효를 높이는 보조 엔진 역할을 한다.
세파계로는 세팔렉신(cephalexin), 세파드록실(cefadroxil), 세프라딘(cephradine, 이상 1세대), 세파클러(cefaclor), 세푸록심(cefuroxime 이상 2세대), 세픽심(cefixime), 세프포독심(cefpodoxime), 세프프로질(cefprozil 이상 3세대) 등의 먹는 약과 세포탁심(cefotaxime),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 세포페라존(cefoperazone), 세프타지딤(ceftazidime 이상 3세대), 세프피롬(Cefpirome), 세페핌(cefepime 4세대) 등의 주사제가 많이 쓰인다.
하지만 세파계는 요즘 들어 예전만큼 많이 처방되지 않는다. 딱히 약효가 떨어졌거나 내성이 급증했다는 이유보다는 항생제 전용공장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규정(2012년)에 따른 채산성 악화, 정부의 강력한 항생제 사용억제 정책 및 약가 동결, 코로나19로 유행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특히 1세대 및 2세대 세파계는 마진이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마이크롤라이드 계열 항생제 중 아지스로마이신(azithromycin)은 연쇄상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의 최대 40%가 내성을 보인다는 이유로 추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기나 폐렴에서 처방되고 있다.
페니실린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환자에게는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이나 ‘호홉기용’ 플루오로퀴놀론 항생제로 불리는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 또는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또는 제미플록사신(Gemifloxacin)이 대안 치료제로 권장된다.
감기의 급성 비합병증성 기관지염
기침은 감기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으로 합병증이 없는 한 항생제가 추천되지 않는다. 진해제, 항히스타민제, 충혈완화제(Decongestant) 등이 처방된다.
비특정 상기도감염(흔히 감기)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최소 200종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통상 1년에 2~4번 감기에 걸린다. 비스테로이드성항염제(NSAIDs), 충혈완화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대증요법으로 쓴다.
감기로 인한 인두염
A군 연쇄상구균(Group A beta-hemolytic streptococcal, GAS)은 소아에서 흔히 분리되며 인두염, 중이염, 성홍열, 부비동염, 관절염, 임파선염, 봉와직염, 골수염 등을 유발하며 소아 만성질환인 사구체신염 및 류타티스열의 원인이 된다.
GAS는 인두염에서 항생제를 처방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된다. 원칙적으로 신속항원검출검사(rapid antigen detection test, RADT)를 통해 GAS를 진단하며 항생제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아목시실린,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가 1차로 선택되며 페니실린 알레르기가 있다면 세팔렉신, 세파드록실,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 마크롤라이드 계열 항생제가 대안으로 추천된다.
페니실린 및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는 원칙적으로 내성 발현 예방을 위해 10일가량 지속 투여돼야 한다.
GAS는 아지스로마이신 및 클린다마이신에 대한 내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감기에 의한 중이염
감기에 의한 중이염에는 국내의 경우 거의 100%에 가깝게 항생제가 투여된다. 아목시실린+클라불린산 복합 항생제가 주로 처방된다. 페니실린에 내성이 있으면 세프디니르(cefdinir, 3세대), 세푸록심. 세프포독심 등을 처방한다. 이들 치료제로 실패했거나 경구약 복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세프트리악손 주사를 권고한다. 하지만 세프트리악손을 남용하면 지역사회폐렴에서 페니실린 및 세파계 내성균이 현저하게 증가할 수 있으므로 적정하게 자제돼야 한다.
폐렴의 항생제 치료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마이코박테리아, 곰팡이(진균), 기생충 등에 의해 발생한다. 세균 및 바이러스가 가장 압도적인 원인이며 2가지 이상의 병원체가 개입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은 대개 세균성 감염의 동반으로 인해 더욱 심해진다.
폐렴은 지역사회획득폐렴과 병원획득폐렴으로 나뉜다. 전자는 대기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사람에서 무작위적으로 발병한다. 후자는 병원(특히 중환자실)·요양원·투석센터 등을 통해 감염되는데 동일한 병원체로 인해 발병할 확률히 훨씬 높으며 난치 성향도 더 높다.
지역사회폐렴의 원인균으로 연쇄상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 흔히 폐렴구균 또는 쌍구균) 가장 중요한 원인균이다. 기저 폐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Haemophilus influenzae type b, Hib), Moraxella catarrhalis(기관지염, 폐렴, 뇌수막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유발)이 원인일 수 있다. 폐렴마이코플라즈마, 레지오넬라, 클라미디아,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등도 원인균이 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 유행 뒤에는 위생불량, 면역력저하 등으로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폐렴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병원획득폐렴의 원인균으로는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연쇄상폐렴구균, 황색포도상구균(특히 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등이 주된 병원체다.
녹농균에 의한 폐렴은 기저폐질환, 알코올중독, 잦은 항생제 치료 등의 조건이 겹쳤을 때 흔히 나타난다. 감염질환으로 병원에 자주 입원했다면 녹농균 외에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의 비율이 높아진다. 폐렴간균은 장내 상주균의 하나로 장에서는 무해하지만 폐 등 다른 부위로 옮아가면 매우 제압하기 힘든 균으로 돌변하며, 폐에선 중증 폐렴을 유발하게 된다.
폐렴은 원인균에 따라 일부 예방이 가능하다. 연쇄상구균폐렴, 인플루엔자바이러스,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Hib, 소아에서만 예방), 수두바이러스(소아에서만 예방),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등은 백신이 나와 있다.
폐렴은 중증인 경우, 환자가 만성·난치성질환으로 저항력이 떨어진 경우, 병원획득폐렴인 경우 우선적으로 광범위 항생제(페니실린계, 세파계, 퀴놀론계 등)를 투여한다. 이후 원인 병원체가 분리되면 그에 맞는 항생제를 선별 투여한다.
항생제 투여로 인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CD) 대장염에 의한 설사가 일어나면, 즉 CD 과다 증식으로 유익 또는 중립 장내균이 약화돼 설사가 유발되면 반코마이신(vancomycin) 또는 같은 계열의 피닥소마이신(Fidaxomicin, 국내 미 도입)을 투여한다. 반코마이신과 함께 리팍시민(rifaximin)을 병용 투여하면 설사 재발을 줄일 수 있다.
입원할 필요가 없는 폐렴 환자에서의 경험적 항생제 투여는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등 베타락탐(beta-lactam)계 항생제 단독요법 또는 베타락탐계 및 마크롤라이드 계열 병용 또는 베타락탐계 및 퀴놀론계 병용 또는 베타락탐계+마크롤라이드 계열+퀴놀론계 병용요법이 권장된다. 병용하는 처방제가 많을수록 박멸효과가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부작용 및 잠재적 내성 발현 가능성이 상승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마크롤라이드 계열 또는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 계열의 단독요법은 국내의 폐렴구균의 높은 내성률(47~93% 추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서구에서는 이들 약물의 내성이 한국과 달리 아직은 높지 않아서 단독요법이 권고되는 상황이다.
마크롤라이드 계열 항생제로는 아지스로마이신(Azithromycin), 클래리스로마이신(Clarithromycin), 에리스로마이신(Erythromycin, 내성과 부작용 문제로 국내서 퇴출된 상태, 미국에서는 사용) 등이 있다.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은 폐렴미코플라스마, 인플루엔자균(Hib), 연쇄상폐렴구군, 각종 성병에 두루 듣는다. 독시사이클린은 에리스로마이신보다 내성도 적고, 항균력도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약물 역시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내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린코마이신(lincomycin)은 클린다마이신과 함께 린코마이신 계열이다. 린코마이신은 폐렴연쇄구균, 연쇄상구균(장내구균 제외), 포도상구균 등에 적합한 항생제로 폐렴, 인두염, 기관지염, 중이염. 부비동염, 패혈증에 두루 쓰인다. 주사제(근육주사 및 정맥주사 모두 가능)와 먹는 약이 있어 편리하게 활용된다.
린코마이신은 리보스타마이신(ribostamycin)과 함께 국내서 가장 많이 투여되는 호흡기감염 치료용 주사제 중 하나다.
리보스타마이신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Aminoglycoside) 계열로 박테리아 리보솜의 30S, 50S라는 하위단위에 결합해 peptidyl-tRNA에 의한 단백질 합성(번역) 과정에서 아미노산이 A위치에서 P위치로 옮겨가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항균 효과를 낸다. 편도염, 인두염, 기관지염, 폐렴, 부비동염, 중이염, 림프관염, 골수염, 각종 성병 등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항생제의 적정한 복용 기간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일단 복용하면 7일 이상 지속 복용하는 게 원칙이다. 세균을 제압해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료현장의 현실은 환자가 3일치를 복용한 뒤 다시 내원하지 않으면 강제하거나, 추적할 권한이 없다.
현재 감기에서는 3일 처방 후 주요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7일가량 투여하는 게 원칙이다. 폐렴의 경우 10~14일, 요로감염은 7~10일, 신우신장염, 뇌수막염 등은 최소 2주 동안 항생제를 복용하는 게 권고된다.
다만 이런 기간은 원인 미생물, 환자 상태, 항생제의 종류, 치료에 대한 반응, 동반 질환 및 폐렴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폐렴에서는 일반적으로 적어도 5일 이상 치료하며, 치료 종료를 위해서는 48~72시간 동안 발열이 없어야 하고, 치료 종료 전 임상 징후 중 1가지라도 남아 있으면 안 된다.
다만 아지스로마이신은 내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만약 내성이 없는 환자라면 아지스로마이신은 반감기가 길어(단일복용시 11~14시간이지만 여러 번 또는 여러 알을 복용하면 조직내 반감기가 최장 68시간 지속) 3~5일만으로도 치료가 된다.
균혈증을 동반한 포도상구균 폐렴, 폐 이외의 장기가 감염된 폐렴, 초기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은 폐렴에서 단기치료(5일 이내)로 불충분할 수 있다. 또 폐에 공동(cavity)이 형성됐거나, 조직괴사 징후가 있다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레지오넬라 폐렴의 경우 적어도 14일 이상 장기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처방된 항생제를 다 복용하지 않고 중단하면 내성이 커진다는 기존 원칙론에 반기를 드는 학자도 제법 있다. 주요 증상이 사라졌는데도 필요 이상으로 복용하면 오히려 공생균이 사라져 유해내성균이 더 번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거다.
이런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기성 학계는 불충분한 항생제 투여기간은 세균이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과정에서 세포막 또는 세포벽을 두껍게 함으로써 내성이 생기게 하고, 항생제를 투여하다가 중단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치료가 더 어려워지고 치료기간만 연장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지금의 항생제 치료기간 원칙은 면밀한 과학적 실험 또는 인체 임상시험을 통해 설정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의사들의 경험칙에 의해 정해진 만큼 심층적인 재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예컨대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경증 폐렴의 경우 항생제를 5일만 써도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감염병 치료 결과가 오로지 항생제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컨디션, 영양 상태, 면역력의 강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원칙이 정립되지 않는 한 의사는 검사 결과를 참조하거나 임상적 판단을 통해 각자 환자에게 맞는 투여기간을 설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관지염의 항생제 투여
기관지염은 크게 급성기관지염, 만성기관지염, 모세기관지염(세기관지염)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기관지염은 감기 후 기침과 가래가 1~2주 이상 장기간 지속될 때 나타난다. 열은 미열이거나 없는 것이 보통이다. 지속적으로 열이 난다면 폐렴 합병증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 호흡음이 거칠며 여러 가지 수포음(水泡音 폐를 청진기로 들을 때 물거품 터지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가래가 있음을 의미)이 들린다. 기침은 처음에는 건성이지만 수시간~수일이 지나면 소량의 점액성 가래가 나오고 나중에는 가래의 양이 많아지면서 점액성 및 농성으로 변한다. 완전히 농성인 가래는 2차적인 세균감염이 있음을 시사한다.
감기 바이러스에 의한 기관지염이 오래 가고 심해지면 열이 나고 흉통이 동반되며 기침과 가래가 심해지면서 만성기관지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만성기관지염은 1년에 최소한 3개월 이상 가래가 나오는 기침이 2년 이상 계속된다. 천명(쌕쌕거림), 호흡곤란증이 따르며 만성염증으로 기관지벽이 파괴될 경우 일부 기관지는 오히려 늘어나서 기관지확장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대개 노령일수록, 여자보다는 남성이, 농촌보다는 도시에서, 쾌적한 기후보다는 안개가 끼거나 춥고 습한 기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만성기관지염을 세분하면 흰색 또는 무색의 객담이 배출되고 호흡곤란이 따르지 않는 단순 만성기관지염, 기도가 좁아졌다 넓어지길 반복하며 천식과 같은 호흡곤란 양상을 나타내는 천식성 만성기관지염, 기관지에 병원체(주로 세균)가 감염돼 가래의 색깔이 누렇고 탁한 화농성 만성기관지염, 호흡곤란이 극심한 만성폐쇄성기관지염 등이 있다.
만성폐쇄성기관지염은 천식발작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호흡 시 기도저항이 증가해 산소-이산화탄소 간 가스교환 시 환기장애가 나타나며 이로 인해 탄산가스 분압은 증가하고 산소분압은 감소한다.
감기가 아닌데도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만성기관지염, 폐렴, 폐암, 기관지천식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모세기관지염은 주로 아직 성장이 덜 돼 모세기관지가 좁은 생후 6~24개월 무렵의 유·소아에서 나타난다.
모세기관지염은 기관지와 폐포를 이어주는 모세기관지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붓고 염증이 생겨 호흡이 곤란해지는 질환이다. 처음엔 콧물, 기침, 코막힘, 미열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다가 2~3일이 지나면 천명(쌕쌕거림), 코 그르렁거림 등 호흡곤란이 심해진다. 이후에는 식욕부진 등 기력이 처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더 악화되면 저산소증을 일으켜 인공산소호흡이 필요하다. 모세기관지염 환자의 1%는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른다.
기관지는 유·소아가 성장하면서 보통 3살, 8살에 거쳐 두 번 굵어지며 유·소아 시절에 각종 호흡기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기관지염은 단순히 기관지의 염증인지, 만성비염·기관지확장증·기관지폐알레르기·만성폐쇄성폐질환·편도비대증(이 중 가장 흔한 게 아데노이드(인두편도)의 영향인지 구분해야 한다. 후자의 기저질환들이 있으면 기관지염이 쉽게 재발하기 마련이다.
급성 기관지염은 대증요법으로 NSAIDs, 충혈제거약, 거담제를 쓴다. 진해제는 마른기침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래가 끈적하고 심한 경우에는 가래 배출을 방해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도 기관지 분비물을 마르게 하여 가래 배출을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관지염에서 진해제와 항히스타민제는 이를 감안해 써야 한다. 급성 기관지염은 대증요법을 쓰거나,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보통 몇 주 안에 증상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급성 기관지염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므로 박테리아에만 효과적인 항생제는 사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2차 세균 감염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특정 환자에게 처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충분한 수분섭취와 가습기 가동이 필요하다.
성인의 만성 기관지염 치료에는 항생제가 주된 치료제다. 이와 함께 감기·독감·기관지천식에 사용되는 대증요법 약물이 많이 병용된다.
만성 기관지염이 급성으로 악화되는 시기에는 호흡기 분비물 내의 병원성 세균의 수가 증가하고, 이렇게 증가한 세균의 부하에 비례하여 숙주의 염증성 반응이 증가한다는 게 항생제 필요성의 근거다.
만성기관지염에 의한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의 급성 악화의 50~70%가 호흡기 감염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 선택적으로 항균제를 투여하면 더 좋은 효과가 있음이 밝혀져 있다. 특히 이런 효과는 경증의 급성 악화 시보다는 중증의 급성 악화일수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기관지염에서 항생제는 세균 감염이 의심될 때 한해 처방돼야 한다. 세균성 감염의 판단은 노란색 또는 푸른색을 띠는 끈적끈적하고 점도 높은 가래가 보이느냐에 따라 주로 이뤄진다. 발열이 있고 호흡이 곤란해지고 진한 가래와 함께 기침이 증가하면 처방을 고려할 충분한 조건이 된다. 반면 기류 제한을 일으키는 만성기관지염의 급성 악화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게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대개 항생제의 투여기간은 3~14일이다. 주로 사용되는 항생제는 베타락탐계 항생제다. 그 중에서도 세프포독심 같은 3세대 세파계 항생제가 선호된다. 또는 호흡기용 퀴놀론계 항균제가 처방되지만 근래에 이에 대한 내성 빈도가 증가하고 있어 무분별한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만성기관지염의 처방되는 항생제의 1차 선택제로는 암피실린(ampicillin), 아목시실린,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트리메토프림+설파메톡사졸(trimethoprim-sulfamethoxazole), 2~3세대 세파계인 세픽심·세프프로질·세푸록심·세프포독심, 퀴놀론 계열의 레보플록사신·목시플록사신·제미플록사신·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로메플록사신(lomefloxacin)·오플록사신(ofloxacin), 독시사이클린 등이 있다.
2차 선택제로는 아지스로마이신, 에리스로마이신, 클래리스로마이신 등 마크롤라이드 계열이 있으나 내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세파계 중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1~2세대 세파계인 세팔렉신(cephalexin), 세파클러 등은 2차 선택제로 분류된다.
모세기관지염에서 성인의 경우 항생제 겸 면역조절제인 에리스로마이신을 투여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다. 1일 4회 250mg씩 또는 2회 500 mg씩 또는 3회 333mg씩 투여한다. 에리스로마이신이 국내에서 퇴출됐으므로 아지스로마이신, 시프로플록사신, 레보플록사신, 아목시실린, 암피실린, 세파계 항생제 등을 쓸 수 있다. 유·소아와 달리 성인은 모세기관지염이 잘 걸리지 않으며 설령 발병해도 항생제 등을 사용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유·소아의 모세기관지염은 주로 바이러스감염에 의해 발병하므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신중하게 쓸 수 있다. 드물지만 세균감염에 의한 만성기관지염은 주로 4세 이하 어린이에 나타나며 항생제를 투여해 병원균을 잡으면 비교적 쉽게 호전된다.
유소아의 모세기관지염은 바이러스성이라고 가정될 경우 소아천식에 준하는 치료를 해 증상을 완화시킨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연무기(煙霧機 nebulizer)로 기관지천식에 쓰는 염증억제제(스테로이드)나 기관지확장제(β₂교감신경촉진제, 항콜린제 등)를 투입하는 것이다.
모세기관지염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에 의해 종종 유발되는데 애브비의 단일클론항체 ‘시나지스주’ (팔리비주맙)가 RSV 감염 위험이 높은 소아(조산아, 선천성 심징질환, 기관지폐이형성증 등)에서 하기도감염(LRTD)에 따른 입원치료를 줄일 목적으로 예방적으로 투여된다. 과거에 RSV 감염에 대한 항바이러스제로 리바비린(ribavirin, C형간염 치료제)이 투여되기도 했으나 유효성 부족으로 지금은 활용되지 않는다.
2023년 7월 17일 아스트라제네카와 사노피가 공동 개발한 신생아 및 영유아용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 단일클론항체 ‘베이포터스’(Beyfortus 성분명 니르세비맙, nirsevimab-alip)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었다. 생애 최초의 RSV 유행 시즌(북반구의 경우 가을~겨울)에 직면한 신생아 및 영유아와 생애 두 번째 RSV 시즌을 거치면서 여전히 중증 RSV 질환에 취약한 생후 최대 24개월 연령대 소아에게 RSV로 인한 하기도감염증을 예방하는 항체로 사용될 수 있다.
앞서 2023년 5월 3일과 31일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이어 화이자가 60세 이상 성인 RSV 예방백신을 승인받았다. 화이자는 산모 예방접종을 통해 아기가 RSV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예방접종 적응증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인데, 오는 8월 FDA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