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 ‘불신’ 사면 규제만 강해질 뿐 … 콜마파마도 비슷한 사건 ‘솜방망이’ 처벌
바이넥스가 일부 의약품의 규정 외 ‘별지생산’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제약업계가 온통 흉흉해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바이러스감염증(COVID-19)에도 불구하고 1차, 2차 유행 때에는 비교적 잘 견뎌냈던 제약업계도 지난해 늦가을부터 유행한 3차 유행부터는 타격을 입어 작년 4분기 성장률이 1.8%에 머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5%p나 낮아진 것으로 충격파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이넥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별지 생산’을 통해 허가된 제조법과 다르게 생산했다는 점이다. 특히 당뇨병 치료제 ‘아모린정’은 주성분 글리메피리드 함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기준치 이하로 배합됐다. 게다가 이 회사가 위탁생산해준 동국제약, 조아제약, 씨엠지제약 등 24개사의 제품에도 불통이 튀었다.
비보존제약도 허가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한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더욱이 비보존은 관할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직원과 논의해 식약청 정기감사가 나오기 전에 이를 은폐하려 시도했다는 게 회사 회의록을 통해 드러났다. 지방청 직원이 업체의 불법 사실을 미리 알고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을 테니 내부 점검을 잘 하라고 조언했다는 내용이 비보존 ‘당뇨병약 대응 식약처 회의록’에 적혀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웬만하면 업체 이야기를 대변해야 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법행위’라며 18일 긴급 윤리위원회를 열고 징계 방안을 논의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윤리위는 구두경고, 서면경고, 자격정지, 제명(강제퇴출)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회사는 빨리 키우려는 조급함이 깔려 있다. 바이넥스는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수주하고 위탁개발생산 전문업체(CDMO)의 간판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현재 부산 공장 증설 작업도 벌이고 있다.
비보존그룹은 지난해 9월 중추신경계 및 통증 관련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비보존헬스케어를 통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인수했다. 비보존그룹은 지난달 초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새 사명을 비보존제약으로 변경했다. 그룹으로 부상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최근 중소제약사에서 중견제약사로 급부상한 모범사례로는 휴온스가 있지만 어느 정도 내부역량이 쌓이고 적정한 시간과 속도조절이 있었다. 하지만 바이넥스와 비보존은 경차 엔진에 대형차 외관을 입히려 무리하게 수주하고 사업을 확장하다가 이번 같은 사태를 야기했다.
한 중소제약사의 신제품 개발 담당이사는 “의약품 생산원가 중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해서 원가 절감 차원에서 정량보다 적은 량을 투입한 것 같지는 않다”며 “도저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해 정해진 것보다 용출률이 덜 나올 경우 부형제를 더 넣거나 덜 넣거나 또는 미세하게 부형제를 바꾸기는 해도 원료까지 통째로 그것도 양을 줄여서 넣는 법은 있을 수 없다”며 “만약 본질적으로 원하는 성능이 나오지 않으면 식약처에 변경 신고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부터 바이넥스와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왠지 서두르는 느낌이 들고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제품을 만든다는 이미지가 업계에 박혀 있었다”며 “어찌보면 두 제약사는 ‘용량 변경’ 수준이 이닌 ‘제조방법 변경’ 수준의 중대한 위법이어서 무거운 제약협회 징계와 식약처의 행정처분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벌써부터 국회에서는 2018년 7월 발암물질 검출 발사르탄 고혈압 치료제 사태 당시 제네릭 남발을 억제하기 위해 식약처가 공동·위탁생동 품목 허가 수를 원 제조사 1개에 위탁제조사는 3개까지로 제한하는 1+3 규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법안은 2020년 4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가 의약품 품질 개선 및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과 무관하다며 입법에 제동을 걸었던 내용이다.
제약업계에 대한 불신은 제약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은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콜마파마와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회사도 엄청나게 많은 위탁생산을 수주하는 회사다. 지난해 12월 29일 제뉴원사이언스에 인수됐다. 마치 손절매라도 하듯 회사를 넘긴 모양새다.
지난 2월,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은 허가 성분과 다르게 제조한 의약품을 제약업체 총 5곳에 153회에 걸쳐 10개 품목 5590만7376캡슐을 총 131억5172만원어치 판매한 콜마파마 우경명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콜마파마 주식회사에는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약사법을 크게 위반한 범죄 내용에 비해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콜마그룹은 자신이 갖고 있던 콜마파마와 한국콜마는 내던지고 새로 인수한 옛 CJ헬스케어를 HK이노엔으로 개명, 변신에 성공했다. 뭔가 찜찜한 우연의 일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