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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너도나도’ … 요행을 바라는지, 치료를 원하는지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3-18 15:16:00
  • 수정 2021-03-21 14: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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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렘데시비르·밤라니비맙·레키로나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 … 긴급성 탓에 재정 털고 주가부양에 악용
아마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치료제 개발에 국내외 제약사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치료제 및 예방백신 독려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리할 정도로 트럼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압박하며 코로나19 치료제를 지난해 12월 대선 전까지 내놓으라고 난리를 쳤고 그 결과 졸속으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베클루리’(Veklury 성분명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작년 5월 1일 전격적으로 긴급사용승인을 얻었다. 당시 산소공급이 필요한 중증 환자에서만 회복기를 15일에서 11일로 4일 정도 줄이는 효과를 보여 폭넓은 유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안전성도 문제였다. 

베클루리는 많은 논란 끝에 시장에 나왔다. 이 약은 작년 5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 당시 산소공급이 필요한 중증 환자에서만 회복기를 15일에서 11일로 4일 정도 줄이는 효과를 보여 폭넓은 유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중등도나 경증 환자에서는 그나마 효과가 없거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바이알 당 390달러로 책정된 높은 약가, 간기능과 신장기능의 저하 같은 부작용도 문제가 됐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 작년 10월 22일에 정식 승인됐다.

현재 국내서 많은 의사들이 베클루리를 처방하고 있지만 혹여 환자가 악화되거나 치명적인 상태에 빠지면 ‘면책’ 차원에서 쓰고 있지 무슨 확신을 갖고 투여하는 게 아니라는 의사사회의 여론이 비등하다. 

그것과 비슷한 게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960mg’(성분명 레그단비맙 Regdanvimab, 코드명 CT-P59)에 대한 졸속 허가다. 경증~중등도 환자에서 증상 개선기간을 3.43일 단축했지만 퇴원기간 단축 효과는 입증하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내부에서조차 말이 많다. 일각에서는 렉키로나주 허가 관련 책임자가 이달 중 용퇴할 것이란 소문이 나온다.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게 정권 교체 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에서다.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셀트리온 졸속 허가를 문제삼을 게 분명하다. 

코로나19 치료제는 크게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경로를 억제하거나, 염증을 줄여주는 것으로 대별된다. 베클루리는 그나마 에이즈바이러스나 간염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치료제처럼 증식 경로에 직접 제동을 거는 기전이다. 반면 혈청항체나 중화항체(혈청 항체의 일부를 양산화한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는 기전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직접적인 항바이러스제보다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일찍이 예상됐다. 

아니나 다를까. 릴리의 ‘밤라니비맙’이나 셀트리온의 ‘레그단비맙’은 베클루리보다도 못한 유효성에 수요가 저조하다. 밤라니비맙은 중증 환자에 적용할 수 없는데 적합한 경증~중등도 환자를 가려내는 기준도 모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라니비맙은 미국 정부와 계약 사항 때문에 지난해 4분기에 8억712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최대 20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릴리와 인사이트가 공동 개발한 JAK 억제제 계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올루미언트정’(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도 작년 11월에 베클루리와 함께 쓸 수 있도록 긴급사용승인을 부여받았다. 

JAK 억제제 등 면역억제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사이토카인폭풍(급성 중증 염증반응)을 완화해 치료제로 허가받으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로슈의 인터루킨-6(IL-6) 억제제 계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악템라주’(Actemra) 성분명 토실리주맙, tocilizumab)는 항 코로나19 효과가 대략 7번 정도 바뀌었다. 언제는 효과적이라고 했다가 한 달도 못돼 뒤집히는 결과가 나오는 등 불안한 약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슈는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미 베클루리, 밤라니비맙 같은 약이 출시돼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서도 코로나19 치료제 국산 1호를 놓고 셀트리온, 대웅제약, 종근당, 신풍제약, 부광약품 등이 경쟁 중이다. 셀트리온이 1호를 선점한 가운데 그 다음으로 유력하다던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2상을 마쳐놓고도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은 올해 12월까지 3상을 마무리한다고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시험계획서에서 명시했지만 이미 한번 김이 샌 터라 어떻게 될지 오리무중이다. 

일양약품의 백혈병 치료제인 ‘슈펙트캡슐’도 코로나19 치료제 대열에 뛰어들었다가 지난 4일 2상 중단을 선언했다. 국내 제약사 개발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곳은 일양약품이 처음이다. 기전상으로도 방향이 크게 어긋났지만 이른바 ‘약물재창출’(기존 약의 적응증 확대)이라는 그럴싸한 미명 아래 억지로 개발하려던 시도가 물거품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는 게 부광약품의 B형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캡슐’(Levovir 성분명 클레부딘 clevudine)과 신풍제약의 항말라리아 제제인 ‘피라맥스정’(Pyeamax 성분명 피로나리딘·아르테수네이트, Pyronaridine·Artesunate) 등이다. 두 제약사는 임상이 순항 중이라며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자료를 내놓고 있다.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인 GC녹십자는 내달 조건부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2상을 마무리한 뒤 현재는 데이터 분석 중이다. 녹십자는 중증 코로나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2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이달 3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코로나19에 혈장치료가 유의미한 효과가 없어 관련 임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녹십자는 하루 뒤 “혈장치료와 혈장치료제는 관련이 없다. 계획대로 상용화를 추진한다”며 원래 계획대로 신약승인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샤페론은 지난 5일 루마니아에서 면역세포 및 혈관세포에 존재하는 염증복합체를 타깃으로 한 항염증 치료신약 ‘누세핀(NuSepin®)’으로 COVID-19 폐렴환자에 진행 중인 임상 2상이 환자 등록 100%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모집 목표 60명 중 55명이 등록했다는 설명이다. 

누세핀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기전으로 1L-1B과 1L-8은 물론 TNF-a, IL-6와 같이 COVID-19 폐렴에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염증인자를 광범위하게 차단한다는 게 샤페론의 이론적 설명이지만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 동화약품,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이뮨메드, 유나이티드제약, 삼천당제약, 신신제약, 보령제약, 씨티씨바이오 등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제약사는 많다. 그러나 “임상 진행 중”이라는 설명 외에는 후속 뉴스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대다수 업체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호재로 주가 부양을 노렸다는 비판에서 면치 못하고 있다. 17일에는 종근당의 ‘나파벨탄주’가 2상에서 실패했다고 이 회사가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표했다.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아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견해였다. 이에 종근당은 3상을 조속히 진행해 효과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17일 종근당 주가는 나파벨탄주 승인 기대감에 전날 대비 16.42% 상승했다가 이날 오후 5시 50분께 유효성 입증 실패 소식이 알려지자 18일 오후 2시 30분 현재 20.51% 폭락했다. 

코로나19 백신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피가 혈관 속에서 뭉치는 혈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부작용 우려가 높아져 현재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최소 16개국이 접종을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부작용 사례를 조사하고 있지만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에머 쿡 청장은 백신을 계속 맞아야 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100만명 당 혈전 발생률은 화이자 백신 2.15건, 아스트라제네카는 AZ 2.78건이다. 건강한 일반인은 0.1명 수준이다. 이를 놓고 별 차이가 없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하므로 국내 접종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 여론이 있는 반면 접종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만약 코로나19가 생명은 물론 경제정치적 상황과 긴급하게 요구되지 않았다면 과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허가됐을 리 없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미국 FDA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유효성과 안전성이 미흡하다는 판단의 근거가 된다. 더욱이 임상시험에서 용량 투여의 오류,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낮은 항체 형성 등은 기존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백신이 먼저 승인받은 이상 허가의 필요성을 박약하게 하는 요소다. 

쌈박한 코로나19 치료제나 예방백신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돈벌이하려는 제약꾼들로 명쾌한 정보를 판단할 수 없는 일반인들만 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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