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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넥스 ‘별지생산’ 사태 … ‘발사르탄’ 발암 고혈압약 사태 당시 ‘제네릭 범람’ 정리됐어야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3-11 01:48:19
  • 수정 2021-03-13 07: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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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베이트 영업 중심 제약산업이 악의 근원 … 제네릭 난립 억제로 의약품 질적 경쟁 유도
2006년 4월 성균관대 약대 모 교수가 제자들을 동원해 동아제약  ‘포사네트정’ 등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 결과를 조작해 제네릭의 미흡한 약효를 감추고 시판허가가 나오도록 조작했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결과 랩프런티어,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설 생동성시험연구센터, 성균관대 약대, 바이오코아 등 4곳이10개 카피약(복제약, 제네릭)의 시험결과를 조작했는데 학문의 장이 대학이 끼어들어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당시 생동성 조작을 지시한 지모 교수는 징역 1년을 살았고 그 제자들은 모교로부터 손실에 대한 수십억원의 구상권을 청구받고 10년 가까이 마음고생을 하다가 2016년에야 대학 측의 청구소송 취하로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됐다. 지 교수는 애타게 찾는 대학원생들과 연락을 끊어버리는 등 비인륜적 행태를 보였다. 

2018년 7월엔 중국에서 들여온 발사르탄(valsartan) 함유 고혈압약에 발암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 N-nitrosodimethylamine)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돼 대다수 동일 성분 함유 약물이 판매 중지 및 보험급여 중지 조치가 내려지는 파동을 겪었다.

제네릭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의심케하는 대표적 사건 중 하나였다. 최근 바이넥스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른 바 ‘별지 생산’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YTN의 특종보도에 따르면 바이넥스는 ‘별지’라는 부적정한 작업지시서를 내려 정량보다 과량 또는 소량을 넣어 의약품을 생산했다. 글리메피리드 성분의 경우 정량의 10분의 1만 투입했고, 플루옥세틴의 경우 오히려 과량이 들어갔다. 별지는 식약처 정기감사가 나오면 간부들 캐비넷 등에 은폐했다가 감사가 끝나면 다시 꺼내 재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8일 발표한 6개 품목에 더해 9일 추가로 24개사 32개 품목에 대해서도 잠정 제조·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10일에는 수사관 18명을 부산시 사하구 장림동 본사와 제조공장에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파동을 계기로 공동·위탁생동 품목 허가 수를 원 제조사 1개에 위탁제조사는 3개까지, 최대 4개 제조사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2020년 4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공동생동 1+3 제한이 의약품 품질 개선,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과 무관하다며 식약처에 관련 규제 철회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지금도 수십 개 제약사가 공동 생동성 시험을 진행하고 같이 허가를 받아 브랜드만 다르게 제네릭을 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넥스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사례 덕분에 제약바이오업계의 키워드로 떠오른 CDMO(의약품위탁생산개발) 업체의 선도주자로 평가받아왔다. 바이넥스를 필두로 보령바이오파마,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휴메딕스 등 바이오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나서기로 했다는 최근 소식은 업계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느끼게 했다. 

작년 12월에는 생산시설 규모를 3배로 증설하는 데 443억원을 투입해 43명을 신규 고용한다고 밝혔다. 공장은 2022년 2월에 완공할 예정이었고 풀가동하면 최대 160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고 약속했었다. 바이넥스는 1957년 부산에서 창업한 순천당제약이 모태로 60년 넘게 부산에서 활동하면서 지역 연고 출신 대학생을 뽑는 등 지역경제에 이바지해왔다. 2001년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2010년 이후 수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거 퇴직을 유도하는 등 매몰찬 모습을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넥스는 기대를 저버리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방법으로 불량 의약품 제조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의약품 원료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이었는지, 또는 마구잡이로 해도 약효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가늠했는지 알 수 없다. 

의약품은 정량이 목숨과 같다. 조금만 더 들어가거나 덜 들어가도 환자의 건강상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당뇨병 치료제처럼 매일 먹는 만성질환 약은 더욱 그렇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은 “바이넥스 사태는 제네릭 범람에 따른 예고된 참사”라며 “바이넥스를 처벌하는 수준의 미봉책으로 끝날 게 아니라, 위탁 생동 공동개발 품목 허가제도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면밀히 살펴보고, 재설계하는 수준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대한약사회는 1+3 공동생동 제한, 의약품 영업대행사(CSO)의 경제적 지출보고서 의무 법제화, 성분명 처방 등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이들 제도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과 의약품 품질 향상, 소비자 권리 보호, 약국의 질적 경쟁 유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제약업계의 의약품 불법리베이트에 따른 과징금 처분금액 상향과 이를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재원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전향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10일 밝혔다. 특히 불법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는 위해의약품 제조 등에 적용되는 징벌적 과징금 부과제도 도입, 과징금 처분액 상향, 대표자 강제변경 명령 등 강력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제네릭이 오히려 오리지널약보다 더 비싼 기현상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를 돌리다가 적발돼 판매정지 처분을 겪으면 오히려 그 기간을 영업강화 기간으로 삼아 전환하는 양상을 보였다. 

품질보다는 영업력에 좌우되는 제약 환경이 저질 제네릭 양산을 부추기고 있으며 그런 부조리의 난맥상이 이번 바이넥스 사태로 드러났다. 약사회는 의사들과 달리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을 일이 거의 없어서 리베이트 근절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베이트 수수금액이 조금만 늘어나면 수시로 처방을 바꾸는 의사들의 관행을 보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결론은 국민에게, 제약산업의 장기적 발전에 이롭냐를 보는 게 판단의 잣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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