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커룬바이오텍(Kelun-Biotech, 四川科倫博泰生物醫藥)과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섬의 크레센트바이오파마(Crescent Biopharma)는 각각 자사의 항암제 신약후보물질의 라이선스를 상대방에 부여하고 공동개발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고 4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 제휴에서 크레센트는 PD-1 × VEGF 이중특이항체 ‘CR-001’과 커룬바이오텍의 토포이소머라제1 저해제 페이로드를 탑재한 인테그린 베타-6(ITGB6)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인 ‘SKB105’를 내세웠다.
두 후보물질은 모두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으며 2026년 1분기에 1/2상 단독요법 임상연구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센트는 2026년 1분기에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CR-001의 1/2상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1년 후 개념 증명 데이터를 보고할 계획이다. 커룬은 SKB105의 1/2상을 내년 1분기에 시작한다. CR-001과의 병용요법 1/2상 임상시험은 2027년으로 계획돼 있다.
중국 커룬바이오텍(위), 미국 크레센트바이오파마 로고
계약에 따라 크레센트는 커룬바이오텍에 중화권(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대만 포함)에서 CR-001을 연구, 개발, 제조, 상용화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부여한다.
커룬바이오텍은 크레센트에 미국, 유럽을 포함해 중화권 이외의 모든 시장에서 SKB105를 연구, 개발, 제조,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양사는 두 후보물질의 단독요법 개발과 더불어 CR-001과 SKB105의 병용요법도 평가할 계획이다. 크레센트와 커룬바이오텍 모두 CR-001을 자체 ADC 파이프라인 자산과의 병용요법 등 추가적인 병용요법으로 독자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
이 협력에서 커룬바이오텍은 크레센트로부터 선불계약금 8000만달러를 받게 되며 향후 최대 12억5000만달러의 마일스톤 지급금(개발단계에서 최대 3억4500만달러, 상용화 단계에서 최대 9억250만달러)과 SKB105 순매출액에 따른 별도의 단계별 로열티(한자릿수 중반대~두자릿수 초반대 %)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크레센트가 가까운 시일 내에 지배권을 변경하거나, 제3자와 서브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경우 추가적인 지급금을 받을 자격을 갖는다.
크레센트는 커룬바이오텍으로부터 선불계약금 2000만달러를 받게 되며 향후 최대 3000만달러의 마일스톤 지급금, CR-001의 순매출액에 따른 별도의 단계별 로열티(한자리수 중반~한자릿수 초반대 %, 매출 증가액 대비 체감적 감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양사 제휴에 따라 각사는 CR- 001(SKB118), SKB105(CR-003)이라는 개발코드명으로 각사의 입장에 맞게 호칭할 예정이다.
커룬바이오텍의 마이클 거(Michael Ge) 최고경영자는 “이번 협력은 CR-001 도입을 통해 우리의 차별화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완 및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SKB105의 개발을 진전시키고 잠재적인 상업적 가치와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풍부한 임상자원과 실행 효율성을 활용해 최고 수준의 글로벌 표준을 엄격하게 유지하면서 임상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이 중국과 전 세계 환자의 치료를 위해 두 후보물질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크레센트의 조슈아 브럼(Joshua Brumm) 최고경영자는 “이번 협력은 우리의 파이프라인에 SKB105를 추가해 확장하며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다양한 치료양식을 발전시킨다는 회사 전략을 더욱 진전시키고 치료의 기반이 되는 백본 치료제가 될 잠재력을 지닌 CR-001과의 시너지 병용요법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커룬바이오텍과 협력해 다양한 종양 유형을 해결하고 암 치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크레센트(Crescent)는 지난 6월 글리코미메틱스(GlycoMimetics)와 역합병 상장(이미 상장된 회사와의 합병을 통한 상장)하면서 2억달러를 조달했다. 이를 통해 크레센트는 중국 아케소(Akeso) 및 미국 서밋테라퓨틱스(Summit Therapeutics)이 공동 개발한 PD-1 × VEGF 표적 이중특이항체인 이보네시맙(ivonescimab)와 유사한 특성을 갖도록 설계된 CR-001를 개발할 수 있는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이 분야의 경쟁은 치열하다. 앞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는 올해 6월 2일, 독일 바이오엔텍(BioNTech)의 PD-L1·VEGF 이중 항체인 ‘BNT327’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1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 중 15억달러는 바이오엔텍에 지급되는 선불 계약금이며, 2028년까지 개발이 순항할 경우 20억달러를 바이오엔텍에 무조건적으로 추가 지급해야 한다. 또 개발·인허가·상용화에 대한 마일스톤으로 최대 76억달러를 바이오엔텍에 지급해야 한다. 양사는 50대 50 수익 배분 구조로 BNT327을 공동 개발 및 상용화하기로 했다. BNT327은 이보네시맙에 이어 동종 계열 약물 중 두 번째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보네시맙은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Keytruda,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를 능가하는 효능을 잠재력을 중국에서 확인했다. 2024년 아케소가 주도한 ‘Harmoni-2’ 3상 임상시험에서 PD-L1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을 앓고 있는 중국 환자에서 키트루다에 비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거의 절반으로 줄여주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 머크(MSD)는 지난해 11월 중국 라노바메디신(LaNova Medicines)의 ‘LM-299’을 선불 계약금 5억8800만달러와 최대 27억달러의 추가 마일스톤을 조건으로 확보했다.
화이자는 중국 3SBio의 PD-1/VEGF 이중 특이성 ‘SSGJ-707’에 대한 중국 외 라이선스 권리를 지난 5월, 12억5000만달러 선불 계약금에 사들였다. 마일스톤(40억달러)을 포함한 금액을 합치면 60억5000만달러로 아케소가 서밋에 매각한 금액인 50억달러를 뛰어넘었다.
크레센트는 또한 자사의 PD-1 × VEGF 이중특이항체 ‘CR-001’과 자사의 항체약물결합체(ADC)인 ‘CR-002’와 병용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CR-002는 PD-L1의 항체에 세포독성 토포이소머라제 억제제를 결합한 것으로, PD-L1은 지금까지 면역항암제 시대의 핵심 표적이다. 크레센트는 2026년 하반기에 CR-002의 1/2상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1년 후 개념증명 데이터를 보고할 계획이다. 화이자도 PD-L1 표적 ADC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크레센트는 더욱 진보된 PD-1 × VEGF 이중특이적 항체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조수아 브럼 CEO는 이를 통해 뒤처진 CR-001의 위치를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내세우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즉 PD-1 × VEGF 이중항체에서는 최고를, PD-L1 × VEGF 이중항체로 PD-1 × VEGF 이중항체를 능가하는 효능을 보이려는 게 전략의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