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손발 부종, 후두부종, 원인 불명의 복통 등이 특별한 이유 없이 2~3일 지속되거나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단순 알레르기나 두드러기, 소화기 질환이 아닌 유전성 혈관부종일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인구 5만~10만 명당 1명 꼴로 발병한다고 알려진 ‘유전성 혈관부종(Hereditary Angioedema, HAE)은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혈장 단백질인 C1-에스테라제 억제제(C1-lNH)가 결핍(1형)되거나 기능이 저하돼(2형)신체 곳곳 급성 부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유전성 혈관부종의 국내 환자 수는 현재 국내 유병률(5만명 당 1명)을 고려했을 때 약 1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2024년 희귀질환 산정특례 등록자 기준 약 300명 선이다.
HAE는 질환의 인지도가 낮고 환자마다 증상과 중증도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진단 방랑’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수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는 진단까지 평균 8년이라는 장기간 진단 방랑을 겪으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며 “진단 이후에도 예측 불가능한 발작과 응급상황에 상시 노출돼 심리적․금전적 부분에도 상당한 부담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성 혈관부종의 진단은 혈액검사(C1-INH 농도와 기능, C4 수치), 임상 증상 평가, 가족력 확인 등으로 이뤄진다. 혈액 내 보체 관련 단백의 양(정상범위 14~40mg/dl)과 활성도(60~130%)를 측정해 낮은 수치를 확인했을 때 진단할 수 있다. 환자의 75%는 가족력으로 발생하나 25%는 가족력 없이 자발적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유전성 혈관부종의 주요 증상은 신체 다양한 부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부종’이다.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얼굴(눈, 입술), 목(기도, 혀), 복부, 손발 등 신체 여러 부위에 반복적인 급성 발작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심 교수는 “특히 상부호흡기에서 발생하는 후두부종은 적기에 적합한 치료 및 관리를 받지 못하면 질식으로 인한 기도폐색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뚜렷한 이유 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경미한 외상, 치과치료 등의 시술 및 수술, 에스트로겐 노출 등이 있다.
유전성 혈관부종의 치료는 예방치료와 발작 시 응급치료로 나뉘는데, 특히 가장 중요한 치료는 급성 발작 시 빠른 대처다. 2018년부터 국내에서 급성 발작을 신속히 완화할 수 있는 응급 자가투여 주사제(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가 급여화돼 교육받은 환자들은 발작 초기 단계 집에서도 투약이 가능하다.
다케다에 인수된 샤이어(SHIRE)가 개발한 ‘피라지르프리필드시린지’(FIRAZYR, 성분명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 icatibant acetate)는 18세 이상 성인에서 HAE의 급성 발작 치료에 사용되는 브라디키닌 B2 수용체 길항제(bradykinin B2 receptor antagonist)다. 2011년 8월 2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8년 9월 1회분에 한해 급여가 허가됐다. 2021년 3월에는 급여기준이 개정돼 2회분까지 급여가 적용된다.
예방약으로는 유일한 경구약인 ‘올라데요캡슐’(Orladeyo, 성분명 베로트랄스타트 berotralstat)이 있다. 피하주사제로는 ‘탁자이로주’(Takhzyro 성분명 라나델루맙 lanadelumab-flyo), 월 1회 피하주사하는 ‘안뎀브리’(Andembry 성분명 가라다시맙, garadacimab-gxii), 4~8주마다 피하 주사하는 ‘던제라’(Dawnzera, 성분명 도니달로센, donidalorsen) 등이 있다.
올라데요캡슐은 혈중 칼리크레인 저해제(plasma kallikrein inhibitor)로서 C1 에스테라제 저해인자 결핍(C1-esterase inhibitor deficiency)으로 인한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의 발작 예방에 매일 하루 한번 복용한다.
탁자이로 역시 칼리크레인 저해제로서 단일클론항체의 일종이다. 필요 시 수주에 한번 주사한다.
C1 에스테라제 억제제가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져도 kallikrein-kinin system에 의해 적절히 억제된다. 하지만 발작이 일어나면 연쇄반응(Cascade)으로 인해 혈장 칼리크레인(kallikrein)의 생성이 급증하고, 쳐 브라디키닌(bradykinin)이 과다 방출된다. 브라디키닌이 너무 많으면 혈관이 체액을 방출하고 혈관의 누출(침투성)이 심해져 HAE 발작의 증상인 국소 부종과 통증을 유발한다.
안뎀브리는 세계 최초의 제 12a 활성인자(factor Ⅻa)를 표적한다. 유전성 혈관부종 연쇄반응(HAE cascade)을 억제해 유전성 혈관부종 발작을 예방한다. 자가주사기를 사용해 무(無)구연산염 제제를 15초 이내에 피하주사한다.
도니달로센은 급성발작 관련 염증매개 단백질인 혈장 프리칼리크레인(prekallikrein, PKK)를 억제하는 최초 신약으로, PKK 관련 RNA를 표적하는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이다.
나머지 약들은 모두 급성발작 치료제다. ‘베리너트’(BERINERT), ‘신라이즈’(CINRYZE)는 인간 혈장 유래 C1 Esterase Inhibitor에 속한다. ‘해가다’(HAEGARDA)는 혈장 유래 C1 Esterase Inhibitor 농축액이다.
다케다가 개발한 ‘칼비토’(KALBITOR, 성분명 에칼란타이드 Ecallantide)는 12 세 이상 HAE 환자의 급성 발작 치료에 사용되는 혈장 칼리크레인 억제제다. 네덜란드 레이던(Leiden) 소재 파밍헬스케어(Pharming Healthcare)가 개발한 ‘루코네스트’는 최초이자 유일한 재조합 인간 C1-esterase inhibitor(rhC1INH) 성분의 급성 HAE 발작 치료제다. 혈장에서 유래하지 않는다. 2014년 7월 성인과 청소년의 치료제로 승인됐다.
심지수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심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은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발작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진단 비용 경감, 관련 정보 공유 확대, 응급약 접근성 향상 등이 이뤄진다면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의 치료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